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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근두근

Author: 은울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9 16:13:03

"근데 나이가 나보다 많으니까, 편하게 조카 오빠라 불러. 발음 때문에 간혹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긴 하지만"

언제부터 와있었는지, 나은의 주위에 소식을 들은 같은 반 여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 그러네... 조카 발음 잘해야겠다"

순간, 눈을 굴려 주위를 둘러본 나은은 기겁을 했다.

"헉"

"안이준 선배랑 친척이야?"

"와.. 어쩐지 나은이 너 외모도 심상치 않더라니."

이건 또 무슨 말? 나랑 안이준은 피가 섞이지도 않았는 걸?.

하지만, 이런 말은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그럼, 안이준 선배는 너한테 뭐라고 불러?"

여기저기서 질문 세례가 터져 나왔고, 나은은 처음으로 오빠들에게 아는 체 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당고모...라고도 하고, 보통 때는 그냥 나은이라고..."

"그러고 보니까, 나은이 너도 안씨지? 안이준, 안나은."

점점 난감해지는 분위기를 알아챈 유림이 자신이 나서야 할 때임을 인지한 듯 몸을 일으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대들! 이제 그만 자리로 돌아가시지? 이러다 우리 나은이 돌아가시겠다! 가 이제 훠이~ 훠이~"

그 모습에 나은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주말 오전,

침대 위에는 나은이 펼쳐 놓은 옷들로 인해 앉을 자리도 없어 보였다.

옷을 몇 벌 째 갈아입고 있는 중인지...

똑똑

"네."

나은의 목소리에 세희가 문을 열고 들어와 눈을 키웠다.

"아직도 못 골랐어?"

"응... 뭐 입지?"

"드레스룸에 예쁜 원피스 많잖아."

"근데 놀이공원 갈 거라, 편한 옷 입어야 돼. 편한데 예쁜 거.. 엄마가 좀 골라 주라."

잔뜩 휘어진 눈으로 미소를 짓던 세희가 청바지 하나와, 크롭 스타일 티셔츠, 길지 않은 재킷을 골라 내어 주었다.

"와! 역시 우리 엄마 센스! 자리가 길어 보여 이 청바지."

그 때, 문 밖에서 도련님들이 도착했다는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희가 먼저 방을 나서고, 얼른 옷을 갈아입은 나은은 야무지게 머리를 묶고, 작은 크로스 백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

"고3인데 나은이 챙기느라 공부 시간 뺐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나은이 핑계로 저희도 머리 식히러 가는 거죠."

이준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오빠들 출발!!"

나은이 씩씩하게 출발을 외치며 세 사람을 가로 질러 먼저 현관 쪽으로 걸어가자 세희는 웃음이 터졌다.

"저희 다녀올게요 회장님."

"그래 고마워~ 재밌게 놀아."

*

오늘은 평소 타던 세단 대신 커다란 하이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 우리 나은이 오랜만이야~ 입학 축하해."

"넵!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이준의 전담 운전 기사와 반갑게 인사하는 나은은 다른 때보다 더 텐션이 업 되어 보였다.

"조카 오빠, 도연 언니는?"

"놀이공원으로 바로 오기로 했어. 나머지 애들은 지하철 역에서 기다리기로 했지?"

"응!."

이준과 고2 때부터 사귀고 있는 도연은 나은과도 사이가 좋았다.

나은의 첫 등교일 저녁, 이준과 선우, 나은이 함께 있는 단체 메세지 방에 이준이 메세지를 남겼다.

-나은이 첫 등교 기념으로 주말에 놀이공원 갈까?-

-콜!-

선우가 바로 콜을 남기자, 나은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그렇게 이준과, 도연, 선우와, 나은이 함께 가기로 얘기가 되었는데, 소식을 들은 수호와 동현이 자신들도 끼워 달라 바락바락 우겨 대는 통에, 결국 여섯 사람이 함께 하는 것으로 결론 지어지는 듯 했다.

그러다, 문득 유림이 했던 말이 떠오른 나은이었다.

<난 수호 선배. 수호 선배가 딱 내 이상형이야>

그래서, 나은은 제 친구 2명도 함께 가자 의견을 냈고, 총 8명의 사람들이 함께 하기로 된 것이었다.

인원이 많은 탓에 이준이 조수석 문을 열고 단숨에 올라와 앉았다.

선우와 나은이 맨 뒷좌석에 앉자 차는 지하철 역을 향해 출발했다.

나은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댔다.

이게 언제부터 시작된 마음인지는 나은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스며들듯, 그렇게 되어 있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선우만 보면 가슴이 뛰고, 선우만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자신을 향해 웃어주면 가슴이 찌릿해지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면 심장이 쿵 하고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

"응?"

나은이 선우를 부르자, 고갤 돌려 나은에게 눈을 맞춰 오는 선우였다.

쿵쿵쿵쿵.

심장이 사정 없이 튀어 올라 다음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멈칫 해 버렸다.

"왜 나은아?"

"어...그게, 오빠는... 여자친구 안 사귀어?"

"응?"

"아니... 조카 오빠는 2년 째 연애중이잖아... 부럽지 않아?"

선우가 나은을 가만히 쳐다 보았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지 못해, 나은은 순간 자신이 실수했나 하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놓았다.

"아... 미안 오빠 고3이지?"

"......"

"하...하하...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오빠. 완전 재밌게 놀아야지~"

괜히 말을 돌리며 어색한 헛소리를 해대는 나은은 고갤 반대로 돌리고 스스로가 한심해 인상을 구겼다.

"대학 가면..."

"응?"

그 때 선우의 목소리에 급하게 고갤 돌리며 되물었다.

"22살 쯤? 그 쯤엔 해도 되지 않을까?"

"아, 22살... 좋아하는 사람이...있어?"

선우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글쎄..."

애매한 대답에 웃음기가 거두어진 나은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난 있는데..."

"응?"

"어?"

"방금...뭐라고 했어?"

"아니야... 근데 오빠. 나 오늘 놀이기구 누구랑 타지?"

"응?"

"아니 생각해 보니까... 조카 오빠는 도연 언니랑 탈 거고, 내 친구 두 명은 아직 오빠들과는 어색하니까.. 둘이서 타지 않을까? 그럼 나는..."

나은이 슬쩍 선우를 쳐다 보곤,

"동현이 오빠랑 타야겠다."

"뭐?"

순간 선우의 목소리가 커졌다.

먼 거리에 앉아 있던 이준이 놀라 뒤 돌아 볼 정도였다.

"아니... 동현이 오빠가 무서운 거 잘 탄다고 하더라고..."

"......"

"아니면..."

"나랑 타."

"어?"

"나도 잘 타. 무서운 거."

"...그래? 알았어."

나은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 냈다.

저 멀리 친구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 지하철 역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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