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선우는 이준의 질문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후회...해..."
"...."
"그런데, 또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깊은 한숨을 쉬어낸 이준이, 선우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
"나은이가 3일 째 방 안에만 있다고요?"
급한 마음에 대문에서 부터 뛰어 들어간 두 사람을 송집사와 사용인들이 맞았다.
"네, 3일 동안 식사도 안 하시고...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어요 이사님."
장례식장에서도 이준이 끌고 가 강제로 먹여야만 몇 술 뜨던 나은 이었기에 그 후로도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가 들어가 볼게요."
이준이 나은의 방 쪽으로 몸을 틀자, 송집사가 이준을 붙잡았다.
"이사님. 그 쪽이 아니라... 전 회장님 방이요."
머리를 한 대 얹어 맞은 듯 멍하게 송집사를 바라보던 선우와,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는 이준이 천천히 안세희의 방으로 걸어갔다.
이준이 방문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흐윽...흑...-
방 안에서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에 일순 몸이 멈추고 말았다.
"3일 동안... 저렇게 서럽게 울기만..."
마음이 아픈 송집사는 말 끝을 흐리며 눈물을 닦아 냈고, 손에 힘이 풀린 이준은 손잡이에 가져갔던 손을 내려놓았다.
문 옆, 벽에 기대 고갤 들고, 시선을 천장에 가져간 선우의 목울대가 오르내린다.
주륵.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장례식장에서는 그렇게 꾹꾹 참아내기만 하던 나은이, 제 엄마의 방에서 며칠 째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두 사람은, 가만히 문 옆에 서서 나은이 진정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 누구도 그러자고 먼저 말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
똑똑똑.흐느낌 소리가 잦아들자 이, . 준이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 .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나은아, 오빠 들어가도 돼?" 잠시 후, 탁! 하고 문 손잡이가 돌아갔다. 퉁퉁 부어있는 눈으로 방문을 열고 나오는 나은을 보며 송집사도 사용인들도 그제야 안심한 듯 긴장되었던 숨을 뱉었다. 이준이 나은을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우는 건 괜찮아 그런데 밥은 먹어야지." 나은이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이준의 품에서 벗어나 고갤 드는 순간, 나은의 몸이 경직되며 일순 모든 동작이 멈춰버렸다. 자신을 바라보고 굳어 버린 나은을 보며 선우는 또 한번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나은ㅇ.."
" 이만 가봐 오빠. 밥 먹을 게 내일 출근도 해야해서 좀 쉴게" 선우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듯 가볍게 무시한 나은이 이준을 바라보며 힘 없는 목소리로 말하곤 주방으로 발을 돌렸다. 고갤 떨구는 선우를 돌아보며 이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늘 듣던 알람 소리, 눈을 뜨면 늘 보이던 천장,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는 나은은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선 전신 거울 앞에서 또 한 번 멍해져 버린다.
습관처럼 삐걱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출근 준비, 일주일 전과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나은의 인생은 일주일 전과 너무도 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엄마가 없다.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던 엄마가 이젠 내 곁에 없다.
남선우가 돌아왔다.
하필 가장 아플 때, 날 그렇게 아프게 했던 남선우가 다시 돌아왔다.
오늘부터 나은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많았다.
자신이 안세희 전 회장의 딸이라는 것을 회사 직원들은 이미 알게 되었을 것이고, 이제 달라진 그들의 태도들을 상대하며 하루하루 버텨내야 한다.
엄마의 그늘이 없어진 입양아 안나은에 대해서도 이제 사람들은 이런 저런 대놓고 말하기 시작하겠지..
나은은 딱 어제까지만 울기로 엄마와 약속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고, 나에게 솔의 나라를 맡기고 싶다던 엄마의 바람을 내가 꼭 이룰 거라고, 멋지게 해 보이겠다고, 나는.. 나는 엄마의 딸이니까.. 그렇게 약속했다.
나은은 멍한 눈을 꾹 감고서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을 뜨고 전신 거울 안에 자신을 바라 보았을 때, 그 속에 안나은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맨 아래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은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올랐다.
한 층, 한 층, 올라 1층에 다다르자 비상문을 열고 나가 로비에 들어섰다.
-(故)안세희 전 회장 추모 공간(분향소)-
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과 함께, 엄마의 사진과 그 옆으로 하얀 국화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오늘이면 이 분향소도 정리가 된다고 들었다.
나은은 한 쪽에 준비 되어 있는 국화꽃 하나를 꺼내 영정 사진 앞에 놓고 가만히 엄마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은을 발견한 사람들은 한 발 짝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았다.
나은은 마음을 굳게 먹고 몸을 돌려 앞만 보고 걸었다.
***
-나은아 나 도착했어-
"응 나도 거의다 도착했어 조금만 기다려"
호주에서 어제 밤 돌아온 유림과 퇴근 후 둘이서 자주 가던 와인바에서 만나기로 했다.
2주 전, 호주에 살고 있는 친언니의 결혼식으로 인해 온 가족이 호주로 출국했다.
안세희 전 회장의 사망 소식에 당장 비행기를 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만류에 결국 통화로 위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유림에게 나은은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다.
와인바 안으로 들어가니, 얼굴을 알아본 직원이 나은을 룸으로 안내했다.
나은이 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유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먼저 다가와 나은을 꼭 끌어 안았다.
"장례식 못 가서 미안해"
울먹이는 유림의 등을 토닥이며 오히려 위로하는 나은은 괜찮다며 작게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어느 순간 유림은 슬쩍 나은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삼키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유림. 너 무슨 할 말 있지?"
"...장례식장에 왔었다며?"
"응? 누구?"
누구냐고 묻고 있지만, 유림이 누구를 물어 보는 것인지 모르지 않았다.
수호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유림은, 이미 수호를 통해 선우가 돌아왔다는 것을 들었을 테니...
"남선우 말이야.."
나은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응. 수호 오빠한테 들었구나?"
"응...오빠도 6년 만에 장례식에서 만난 거라 당황했다고 하더라고.."
나은은 씁쓸하게 웃으며 와인을 머금었다.
"너..괜찮아?"
"6년이나 늦었지만.. 나.. 받아주면 안돼?"절절하게 고백해 오는 선우의 목소리에 나은은 붉어진 얼굴로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이는 선우가 이채 가득한 눈으로 가만히 나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 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나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숨을 죽여야만 했다.점점 다가오는 선우의 얼굴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맞닿은 입술 사이로, 말캉한 혀가 침범해 들어오자, 놀란 나은의 어깨가 굳었다.선우는 그런 나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쓰다듬고 풀어주며 더 깊이 그녀의 입속을 탐했다.6년 전 우리가 나누었던 건, 그냥 소꿉놀이 같은 거 였구나..처음 느껴보는 경험에 온몸이 전류가 흐르는 듯 떨려왔다.단번에 오른 열기에 코트와 재킷은 일찌감치 거실 바닥에 내팽개쳐졌고,겹쳐진 입술 사이 간혈적으로 흐르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 질 때 쯤, 나은의 블라우스 단추가 하나씩 풀어지기 시작했다.블라우스 사이로 보이는 나은의 풍만한 가슴이 짙은 호흡으로 오르내리자 선우의 손길도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능숙하지 못한 손은 브래지어 버클을 다 풀어내지 못하고 끙끙댔지만, 발 빠른 그의 입술이 삐져 나온 한 쪽 가슴의 젖꼭지를 머금었다.“으흥...”나은의 입술 사이로 생전 처음 흘러 나오는 야릇한 신음이 선우를 더욱 자극했다.나은은 자신의 손으로 남은 버클을 풀어냈다.“하...”한손으로 나은의 등을 받치고, 한 손으로 빨고 있던 가슴을 거머쥔 선우는 방금 해방된 반대쪽 가슴을 입술 가득 머금었다.어찌해야 할지 몰라, 두 손을 선우의 머리카락 사이에 고정시킨 나은이 거친 신음을 뱉으며 고갤 젖혔다.그리고 곧 선우는 양손으로 나은의 둔부를 받쳐 들고 뚜벅 뚜벅 걸어 침실로 향했다.조심히 나은을 침대에 눕힌 후 자신의 셔츠를 벗어 던진 선우가 그녀의 위로 올라와 가만히 눈을 응시했다.두 사람의 맨 가슴이 닿을랑 말랑 하는 거리에서 심연같은 눈빛으로 나은을 바라보던 선우가 말했다.“최대한 아프지 않게.. 부
야무지게 2차까지 확실하게 계산을 하고, 차량 뒷좌석에 앉아 대리 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겼다.아무 생각 없이 취하고 싶어, 연거푸 술을 들이켰는데, 왜 이렇게 정신이 또렷한지 모르겠다."고생하셨습니다"대리기사를 보내고, 천천히 차량에서 내려 걸었다.사용인도 다 퇴근한 시간, 아무도 없는 넓은 집에 홀로 들어가는 것이 오늘 따라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하...."그런데, 대문 옆에 기대 서 있는 남자의 인영에 나은의 발길이 우뚝 멈춰버렸다."데자뷴가?"나은이 허탈하게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셔"선우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갤 돌렸다."말했을 텐데, 신고할 거라고""해 신고. 근데 그 전에 내 말 좀 들어줘""변명을 하시겠다"".....그래. 변명도 하고, 용서도 빌고, 매달려도 볼 작정이야""하...."나은이 고갤 틀어 선우를 바라보았다.어둠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여지는 선우의 슬픈 눈빛이 나은의 가슴을 옥죄어 왔다.나은은 말 없이 대문을 열었다.대문을 통과 하고 닫지 않은 채 그대로 정원으로 걸어가자, 선우가 따라 들어와 대문을 닫았다.정원을 가로질러 집 현관까지 연결 되어 있는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걷는 나은의 구둣발 소리를 들으며, 선우가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창문으로 세어 나오는 빛 한 점이 없어, 캄캄한 내부가 그려지자, 많이 외롭고 힘이 들 그녀의 두 어깨가 유난히 더 작게 느껴졌다.예전엔 늦은 밤에도 집 내부에는 항상 불을 켜 놓았던 것 같은데..현관문을 열고, 그 또한 닫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가는 나은의 뒤를 선우가 따르며 문을 닫았다.센서가 환하게 불을 밝혀주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캄캄한 복도를 마주하고, 작은 불빛들로 간신히 형태만 보이는 거실에 다다르자, 선우를 등지고 선 나은의 손에서 툭! 하고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눈빛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까.. 이 상태로 얘기해. 변명이든 사과든 해 봐"당장이라도 다가가 나은을 안아주고 싶
허름하고 작은 원룸 안.한 쪽 벽을 차지하는 책장에는 다양한 명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촬영 공간을 위해 과감히 침대를 포기한 온다예는 벽에 기대 앉아 자신이 올린 SNS에 댓글들을 확인하고 있다.얼마 전, 안나은이 SNS에 가입하고 팔로우를 했다.그래서인지, 더 신경 써서 사진을 찍고, 고르고 골라 잘 나온 것들로 올린 것인데, 오늘 따라 하트와 댓글이 영 시원찮아 잔뜩 짜증이 났다."어?"그러다 눈이 번뜩 하고 뜨인 것은, 동현이 올린 사진을 발견 하고서였다."드디어 왔다. 남선우."가슴이 뛰기 시작했다.학창 시절부터 오로지 남선우 하나만 바라봤다.그런데, 선우 옆에는 늘 안나은이 있었다.자신과 비교될 정도로 잘나기만 한 안나은에게 남선우 마저 빼앗길 것을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고 화가나 미칠 것 같았다.고등학교 2학년 이 되고, 안나은을 지켜주던 오빠들이 다 졸업을 했는데도, 안나은은 겁 없이 당당하기만 했다.해 다니는 걸 보면 잘 사는 집이 분명한데도, 일부러 티 내지 않으려는 척, 착한 척, 연기하는 게 꼴사나웠다.재수 없는 년.그래서, 안나은이 없을 때 괜히 눈물 바람을 하며, 아이들 앞에서 피해자인 척 연기를 좀 했다.아니, 연기도 아니지. 전 학년 남학생들의 시선에도 모잘라, 남선우까지 제 옆에 두려는 이기적인 년 때문에, 나는 남선우에게 고백할 타이밍도 제대로 잡아 보질 못했으니..재미 없는 학교 생활에서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냥 조용히 지냈더니 다들 날 얌전하고 내향적인 사람으로만 알더라.그게 착해 보이기까지 했는지, 몇 번 울어줬더니 안나은을 천하에 나쁜 년 취급을 하더라.정말 쌤통이었다. 기분이 아주 째졌다.
마치 비밀 연애를 하듯, 몰래 몰래 마음을 확인하며 1년 반을 보냈다.두 사람의 관계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유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냥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한데, 두 사람은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며 굳이 못을 박는다.아니이~~ 니들이 하고 있는 게 사귀는 거라고요~하고 말해도, 나은은 끝까지 부인했다.우리는 내가 졸업하는 날.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다면서..그렇게 나은은 수능을 치뤘고,원하는 대학의 합격 소식을 들었고, 12월이 지나, 20살의 1월을 맞이했다.*1월 첫 주.나은은 선우와 함께 영화를 보고, 백화점에 갔다.-그거 데이트잖아-"아니거든? 그냥 둘이 시간 맞아서 놀러 나온 거거든? 데이트는 졸업 후에 정식으로 할 거야"-아 예예~ 어련하시겠어요~ 끊어 이것아!-끊긴 전화기에 대고 입을 삐쭉거리는 나은을 보며 선우가 웃었다.함께 카페에 앉아 백화점에서 맞춘 커플링 케이스를 열어보며 나은이 환하게 웃었다.그 모습이 예뻐 선우는 한참 동안 나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이거 오빠가 가지고 있다가, 나 졸업하는 날 끼워줘""그래. 그러자. 우리 2월 5일부터 이거 나눠 끼는 거다""신난다"정식으로 커플이 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듯 뿌듯한 표정을 한 나은이었다.선우는 모르지 않았다.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연애라는 걸. 오늘 그녀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덧없이 소중한 데이트라는 걸.정말 나은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처음엔 그랬다.그런데, 의미가 없어졌다.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입을 맞췄다.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렇게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건, 전적으로 제 자신을 절제하기 위한 도구 같은 거였다.나은은, 한 달 남짓 남은 졸업식이 벌써부터 기다려졌다.1년보다, 남은 한 달의 시간이 더 더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반지를 맞춘 그 날.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그 후로 만나질 못했다.나름 이유가 있었지만, 자꾸만 스케줄이 엇갈리는 기분이 들
"...... 아니""나은아""안 할래..""왜"".....무서워"나은의 말에 선우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내가 무섭다고? 내가?"오빠가 널...무섭게 했어?""아니.. 그게 아니라..."나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숨겨 보느라 아랫입술을 짓씹었다.지금처럼 피해 다닐 수는 없겠지.피한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그래.. 얘기 하자."나은은 결심한 듯 2중으로 되어 있는 문을 열고 테라스로 먼저 나갔다.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선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은을 따라 테라스로 나갔다.테라스 구석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2인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가만히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나은아""응""오빠는.. ""....""네가 혼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또로록.나은의 왼쪽 눈에서 투명한 구슬 같은 눈물 방울이 흘러 내렸다.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마음 정리를 하라는 말로 들렸다."응..."여전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하는 선우는 나은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오빠가 옆에 있으면 딸기맛 사탕을 입에 넣어 줄 텐데.."이젠, 나에게 딸기맛 사탕을 줄 수 없다는 말인가보다.이제 내 옆에 있을 수 없다는 말인가보다."..응""오빠가 너 힘들 때 옆에 없어서 미안해"'네가 학교에서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있는지 몰랐어.네 옆에서 네 위로가 되어 주어야 하는데, 내가 없이 혼자 견디게 해서 미안해.'"괜찮아. 나는....흡...나..이겨낼 수 있어"나은의 훌쩍임에 놀란 선우가 그제야 고갤 틀어 나은을 쳐다보았다.울고 있는 나은을 보는데 가슴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했다.선우가 나은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자, 나은이 그의 손을 피해 고갤 돌렸다."오빠가 자꾸 이러니까... 내가 오해하잖아..""뭐?""마음 정리 하라면서 왜 눈물을 닦아 주는데..""마..마음..정리라니?"나은이 미간을 찌푸리며 선우를 쳐다보았다.선우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눈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이준, 선우, 수호, 동현은 오랜만에 뭉쳐 맥주 파티를 벌였다.밖이 아닌, 이준의 집에 모여 이른 저녁부터 마음 편히 마시기 시작했다.이준의 부친 안서후는, 오랜만에 아내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겠다며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R-R-R-R초인종 소리에 사용인이 비디오폰을 확인 하더니, 곧 문을 열어주고 이준에게 알렸다."나은 아가씨 오셨어요""나은이가요?""아, 사모님과 약속이 되어 있다고 들었어요"나은이 왔다는 소리에 선우의 심장이 불규칙 적으로 뛰어 대기 시작했다.그 날 이후, 나은을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다.평소처럼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나은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나는, 없었던 일로 할 수가 없는데..."아주머니 새언...니...오빠들 안녕?"사용인에게 새언니 라임을 만나러 왔다고 말하려던 찰라, 거실에 모여 앉아 있는 오빠들이 눈에 들어왔다.다들 나은을 반갑게 맞아 주는데, 작게 미소 지으며 나은을 바라보는 선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훽~ 하고 고갤 돌려 버렸다."새언니, 2층 작업실에 계세요?""네. 올라가 보세요"유명한 작, 편곡가인 새언니는 플룻 소리가 필요해, 어릴적부터 취미로 플룻을 배워왔던 나은에게 SOS를 쳤던 것.나은은, 재빠르게 발을 옮겨 2층 계단을 통해 작업실로 올라가 버렸다."아 맞다. 나은이 좀 괜찮아?"동현의 앞 뒤 없는 질문에 이준과 선우는 무슨 말이냐며 동현을 쳐다봤다."아. 못 들었구나"괜히 볼을 긁어 대며 머뭇거리는 동현에게 이준보다 먼저 선우가 다급하게 물었다."말해 봐 어서""아.. 그게.. 내 사촌 동생한테 들었는데..."동현이 괜히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무슨 일인데!"선우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평소, 친구들 중 가장 유하고, 흥분을 모르는 선우라, 친구들은 조금 놀란듯했다.현재 나은과 같은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동현의 사촌 동생이 해 준 얘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다."나은이가.. 친구들한테 오해를 좀 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