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소연정은 태사의 적녀이자 막내딸로, 어릴 적부터 태자 진소림과 벗으로 지내며 서로 정을 나눴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진소림은 소연정을 저버리고 오히려 자기 사촌 누이를 정실로 맞이하며 그녀에게 첩이 되라고 했다. 배신을 당한 소연정은 계략을 꾸며 용상에 올랐고, 부자 사이를 이간질해 궁 안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훗날, 진소림은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붉히며 고집스럽게 물었다. “나를 연모한 적이 있느냐?” 소연정은 교태롭게 웃으며 몸을 돌려 진태우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부렸다. “폐하, 보시옵소서. 또 저를 유혹하려 하옵니다.” 황제는 그녀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회임을 했으니, 천천히 움직이거라.”
더 보기연정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폐하께서 혹 신첩이 가식적으로 군 것이라 여겨지신다면, 기꺼이 순빈에게 사죄하겠사옵니다. 두 분 사이를 이간질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가느다랗고 하얀 뒷목이 드러났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억울하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황제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황제가 가냘프고 교태로운 여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일부러 가식적으로 굴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 황제의 의심을 받는 것과,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였다. “소태사는 천군만마를 통솔하며 사방을 누비며 적을 수없이 벤 장군이고, 너의 두 오라비 또한 성정이 강직한데, 어찌하여 너는 이토록 유순한 것이냐?”황제는 연정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 가려진 얼굴을 드러냈다. 황제의 말은 모호했으나, 연정은 황제가 자신이 애처로워 묻는 것이라 여겼다. “신첩은 집안의 막내딸이기에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오라버니, 언니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사옵니다. 세상 물정은 모른 채 컸고, 몸이 허약하여 늘 병치레를 했지요. 집안에서 하도 오냐오냐해주신 탓에 도리어 겁 많고 나약하게 자랐사옵니다. 장군 집안의 여식으로 보여야 할 면모를 보이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연정은 부끄러운 기색으로 답했고,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유라면 납득이 갔다. 소태사가 여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여인이 유순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부끄러워할 것 없다. 다만, 궁에서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마라. 소태사가 마음 아파할까 염려되니 말이다.” “예.” 연정이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황제는 연정의 등을 다독이며 계속 말했다. “내가 이미 너를 신빈으로 책봉하고 영수궁을 하사했으니, 가서 둘러보거라.” “예,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인사를 올리고 물러나던 연정은, 도중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황제가 재빨리 팔을 뻗어 부축한 덕에 넘어지지는
연정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으나, 이내 평소 표정을 되찾았다. 연정은 순빈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복경공주의 배동으로 궁에 드나들며 그녀가 황제의 총애를 믿고 교만하게 군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빈 이상의 비빈은 모두 황제의 총애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순빈은 빈 이하의 후궁이 조금이라도 총애를 얻으면 곧장 견제하고, 뒤에서 온갖 시기와 질투를 일삼기로 유명했다. 순빈은 속을 감추지 못했다. 좋고 싫은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녀를 꽤 오랫동안 곁에 두었다.연정은 신빈이라는 봉호가 마음에 들었다. 황제가 나름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었다. 실리를 챙겼으니, 견제를 좀 받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신첩, 폐하를 뵈옵니다.” 연정이 다가가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황제가 손을 들어 보이자,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이어 순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궁에 처음 들어와 모르는 것이 많사옵니다. 순빈께서 환영해 주시니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사옵니다. 부디 귀찮게 여기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옵니다.” 그녀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마치 순빈이 자신을 반기지 않을까 봐 겁을 먹은 것처럼 굴었다. 나약한 척, 아둔한 척하는 것은 연정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순빈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굳어졌다. 그녀는 웃는 둥 마는 둥 대꾸했다. “무장 집안 출신이라더니 성품은 참 가냘프고 겁이 많군요. 장군 집안의 딸답지 않사옵니다. 참으로 사랑스러우십니다. 폐하께서 입궁하자마자 빈으로 책봉하신 이유를 알겠사옵니다.” 순빈은 온화한 안색을 꾸며내고 있었으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 꾸며대면서도,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는 연정을 비꼬았다. 연정은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 미소를 지었다.“순빈께서 오랫동안 총애를 받으셨으니, 폐하께서 가장 아끼시는 것도 순빈이겠지요.”순빈은 연정이 굴복하며 아첨하는 것에 속으로 흡족했으나, 곧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는 다시 화가 치밀었다. ‘가식
함복궁 주전으로 돌아온 순빈은 화를 참지 못하고 찻잔을 내던졌다. “마마, 노여움을 푸십시오. 몸 상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시중드는 궁녀 청대가 다가와 순빈을 달래며, 어린 궁녀에게 바닥의 사기그릇 조각들을 치우고 차를 새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순빈은 창가 평상에 앉아서도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았다.“정비마마께서 마마의 총애를 시기하시는 것이옵니다. 나이 들고 쇠약해진 데다가 폐하의 총애도 없으니 당연히 성격이 나쁠 수밖에요.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사옵니다.” 청대가 다시 다가와 부드럽게 권했다. 순빈은 정육품 태원부 현령의 딸로, 궁에서의 출신은 분명 낮았다. 팔 년 전, 황제가 태원 일대의 민정을 살피러 순시를 나갔다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해 궁으로 데려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진국의 율법상 정오품 이하 관원의 딸인 그녀는 간택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순빈은 입궁 초기에 신분 때문에 늘 고개를 들지 못했고, 때로는 궁인들에게 녹봉을 떼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 년간 고생스럽게 보내다 우연한 하룻밤의 행운으로 점차 총애를 얻게 된 것이었다.총애를 얻은 후로 순빈은 겉으로는 여전히 가냘프고 매혹적인 모습을 유지했으나, 실상은 뒤에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안달하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달래기는 쉽지만, 그만큼 자극을 받으면 금세 발끈하는 성미였다.순빈의 안색이 점차 누그러졌으나, 분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정비는 시야가 너무 좁아서 문제다. 소씨는 예전에 태자와 추문이 났던 여인이지. 그런데 이제 궁에까지 들어와 폐하의 총애까지 받았으니, 결코 얕봐선 안 된다.”“신빈을 견제할 생각은 않고 되려 본궁을 비웃다니! 명백히 본궁의 미천한 가문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더냐!” 순빈은 손에 쥔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내심 어렵게 얻은 총애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 만약 가문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뒷배가 조금만 더 튼튼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남을 이간질하려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마
그녀는 근 이 년 동안 황제에게 가장 총애를 받은 순빈이었다. “본궁은 신빈의 출신이 고귀하고 삼공주의 배동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 성내는 물론이고 궁중에서도 그 명성이 아주 대단했다지? 본궁은 벌써부터 얼굴을 뵙고 싶어 견딜 수가 없네.”“아쉽게도 본궁은 출신도 미천하고 아이 하나 두지 못했으니… 그랬다면 진작 상서방에 들러 신빈의 고고한 자태를 뵙고 올 수 있었을 텐데.”순빈은 얼굴 가득 공격성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달걀형 얼굴에 둥근 눈을 가진 명랑한 인상이라 더욱 친근하고 진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많은 이가 그녀의 말에 숨은 비유와 눈빛에 어린 야유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복경공주를 무시하며 연정을 높임으로써 연정과 가비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 동시에 은근슬쩍 연정이 상서방에 있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상서방은 공주들이 주로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태자와 황자가 공부하는 곳이었다. 연정과 태자의 옛일을 들춰 도황후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도황후가 신빈을 더 미워하게 말이다. 과연 도황후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반쯤 사라졌고, 순빈을 보는 눈빛도 차가워졌다. 곁에 있던 가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자기 딸의 배동이었던 아이가 후궁이 되었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열한 이간질까지 일일이 반응할 수 없어 상덕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순빈마마, 신빈마마께서는 현재 태사 부저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며, 내일 진시에 황후마마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오실 예정이옵니다.” 상덕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태연하게 보고하고는 물러났다. 어전의 사람이 봉의궁을 떠나기 무섭게 순빈이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미색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폐하께서 직접 책봉하시는 영광을 누리는지 모르겠사옵니다. 게다가 봉호도 신이라니요, 모든 봉호 중에서도 으뜸이라 황후마마의 자리를 겨냥한 것 같기도…”순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황후의 오른팔이었던 정비가 말을 끊었다. “순빈, 출신도 미천하고 학식이 없으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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