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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유룡장홍
“엄종호.”

그때, 소원영이 엄종호를 불렀다. 그 목소리가 끝맺지 못한 엄종호의 말을 끊었다.

순간, 소정연은 깜짝 놀라서 얼른 엄종호를 밀어내더니 소원영의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

“언니! 드디어 깨어났네요! 다 제 잘못입니다. 오라버니께서 절 구하지 않았다면 언니가 이리 다칠 리도 없었을 텐데…”

소정연이 가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네 잘못인 걸 알면 꺼지거라. 여기서 내 눈을 거슬리게 하지 말고.”

소원영이 창백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소정연이 울음을 터뜨리더니 엄종호를 힐끔 보곤 처소에서 뛰쳐나갔다.

엄종호는 그런 소정연을 따라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아씨, 제 잘못입니다. 둘째 아씨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엄종호가 소원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가거라.”

소원영은 엄종호의 말을 끊곤 빨개진 눈을 숨기려 고개를 돌렸다.

소원영은 엄종호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닷새 동안 엄종호는 소원영의 처소를 지켰지만 소원영은 그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상처가 다 낫고 나서야 처소를 나섰다.

소원영은 마당으로 나가서 찻잔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찻잔은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엄종호는 소원영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

드디어, 소원영이 엄종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꿇어.”

그 말을 들은 엄종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원영을 바라봤다.

‘이 바닥에서 진왕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할 사람도 얼마 없겠지.’

소원영이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신분이 존귀한 엄종호에게 다들 아부를 떨기 바빴다.

하지만 소원영은 존귀한 진왕 엄종호가 소정연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너는 내 남첩으로서 날 보호하지 못했다. 그러니 두 가지 선택을 주겠다. 지금 무릎을 꿇고 살이 찢기는 고통을 이겨내든 아니면 여기서 나가서 소씨 집안이랑 인연을 끊든 하나를 선택하거라.”

소원영이 엄종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등을 돌려 이곳을 나가거나 신분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망설이고 있었다.

깊은 두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소원영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소정연의 옆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니.

엄종호는 잠시 고민하다 무릎을 굽히려고 했다.

그 순간, 소원영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정작 엄종호가 정말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때, 소정연이 갑자기 나타났다.

“언니, 모든 건 제 잘못입니다. 제가 오라버니 대신 벌을 받겠습니다!”

소정연이 눈물을 머금은 채 떨리는 몸으로 엄종호의 앞을 막아섰다.

“안 됩니다! 모든 건 다 제 잘못입니다. 언니, 그러니 오라버니를 용서해 주십시오.”

소정연이 애걸하자 엄종호가 얼른 그녀를 막았다.

“둘째 아씨, 아씨와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소정연은 엄종호의 앞에 서서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소원영은 그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올라 다른 찻잔을 들어 집어던졌다.

“아!”

소원영은 엄종호를 향해 찻잔을 집어 던졌지만 소정연이 갑자기 달려들어 엄종호 대신 찻잔을 맞곤 그 조각 위로 넘어졌다.

소정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뚝뚝 떨궜다.

엄종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조심스럽게 소정연을 살폈다.

그리고 피가 낭자한 소정연의 무릎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소원영은 엄종호의 눈 밑에 서린 선명하고도 사나운 살기를 눈에 담았다.

그 눈빛을 확인한 소원영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다 꺼지거라.”

소원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엄종호가 소정연을 안아 들더니 빠른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쿵하고 닫히는 문소리를 들으며 소원영은 고개를 젖혔다. 하지만 눈 끝에 매달려있던 눈물이 결국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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