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누가 남의 보... 아니, 대표님 이름을 그렇게 막 불러?"
맞구나. 망할 백도혁. 사람 온다고 말도 안 해놓은 거야?
주하는 급속도로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깊은 빡침을 느꼈다. 이 인간은 보스라고 말할 뻔한 데다가 처음 보는 그녀에게 반말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성을 다잡았다. 혼날 사람은 따로 있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돌아가십시오."
"맞다는 거네요?" "아, 글쎄 가시라니까."도대체 여기까지 택시 타고 찾아오는 잡상인이 어딨다고 이런 취급인지. 주하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때 만난 그의 '직장동료'들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도 않아서 그들에게 증명할 방법이 하나 밖에 생각이 안 났다.
"내가 지금 증명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 
"누가 남의 보... 아니, 대표님 이름을 그렇게 막 불러?"맞구나. 망할 백도혁. 사람 온다고 말도 안 해놓은 거야?주하는 급속도로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깊은 빡침을 느꼈다. 이 인간은 보스라고 말할 뻔한 데다가 처음 보는 그녀에게 반말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성을 다잡았다. 혼날 사람은 따로 있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돌아가십시오.""맞다는 거네요?""아, 글쎄 가시라니까."도대체 여기까지 택시 타고 찾아오는 잡상인이 어딨다고 이런 취급인지. 주하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때 만난 그의 '직장동료'들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도 않아서 그들에게 증명할 방법이 하나 밖에 생각이 안 났다."내가 지금 증명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아저씨? 이게 뭐 어쨌...""대표님 번호잖아, 이거."아저씨라고 저장된 도혁의 번호와 통화 기록. 두 사람은 자기들끼리 뭔가 소곤거리는가 싶더니 그녀를 다시 거절했다."아. 뭐. 그. 어디서 명함 보고 전화번호 저장했는지 모르겠는데.""봐요, 자세히. 이렇게 통화를 많이 했잖아요.""...그, 저희 대표님이 그렇다고 해서 집에 찾아온다고 막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고."남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꽤 강경했다.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그와 주고받은 수많은 메시지들. 그것만 있으면 솔직히 둘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알리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건 너무 개인적인 메시지라 솔직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다. 명함에 없는 그의 개인적인 핸드폰 번호. 그거라
"딜도로 써주려고."'......'전화기 너머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괜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 이미 피식하고 새어나간 것 같기도 했다. 그 소리를 도혁이 들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한참 동안 더 말이 없었다. 그 뒤에, 갑자기 한 층 잠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토요일이요? 12시라고요?'그는 어느새 '외곽이라 택시가 집 앞까지 안 온다.'라고 주하에게 말해주는 걸 까먹었다. 사실 그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냥 정신이 좀 없었다. 자신이 지금 주하가 말한 문장을 정확히 이해한 건지도 모를 정도였다. 아주, 아주, 중요한 얘기를 들었다는 것만이 머리에 남았다."응."'...알겠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토요일까지는 고작 이틀이 남아있었다. 그 이틀이, 얼마나 길게 느껴질지 도혁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저 조금 긴 시간이 될 거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주하는 전화를 끊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잘한 짓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면, 확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하려고 지금까지 미룬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도혁의 반응을 생각해 보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터였다. 고작 섹스인데. 주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실 '고작 섹스' 같은 말로 자신을 설득시키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도혁을 한 번 더 떠올려보았다. 그게 어떤 의미든, 자신에게 '진심'인 '잘생긴' 남자를. 그리고 도혁에게 말했듯이 다짐했다. 이건 그냥 '딜도'로 써주는 것뿐이라고. 그 어떤 주도권도, 넘겨줄 생각이 없다고.-주하는 길어서 끝이 안 보이는 담벼락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건물이 많다고 했을 때부터 이렇게 넓다는 걸 짐작했어야 했는데. 아니, 사실 이건 상상으로는 도저히 그려낼
"별 거 아냐. 사실도 아닌데 화낼 필요 없어서 말 안 했어."뻔했다. 오주하 성격에, 이런 소릴 듣고도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는 자신의 명예 따윈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큰소리로 여 보란 듯이 떠드는데, 오늘 처음 들린 이야기도 아닐게 틀림없었다. 며칠 내내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학교에 아무렇지 않게 다녔다는 게, 그걸 자신이 몰랐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그가 화내야 할 상대는 절대 주하가 아니었다. 그는 그걸 잘 알았다."그게 뭐든, 난 주인님 허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그럼 하지 마.""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내 명예라도 생각해 줘요."이건 그러니까 핑계였다. 자신의 명예는 신경 쓰지 않을 주하를 알았기에 만들어낸 핑계. 그는 그녀의 허락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할 자신을 알았다. 그래서 핑계가 있어야만 했다.주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도 않은 그에게 무슨 명예가 있나 싶다가도, 졸지에 돈으로 사람을 산 사람이 된 그를 지켜줄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도 주하처럼 잘못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렇게 허락까지 받는데. 한 마디면 된다는데.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하지만 여전히, 그가 뭘 할지 알 수가 없으니 그렇게 쉽게 입이 열리지가 않았다."......폭력은 안 돼.""네."대답이 너무 빨라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다. 그는 이미 뭘 할 지 마음으로 다 정리해 둔 사람 같았다. 이미 허락해 버린 다음이라, 이제 와서 한 마디를 덧붙이기가 좀 그랬다. 주하는 결국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저녁을 함께 먹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도혁이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며 주하를 집 앞에 내려주었다. 주하는 도혁을 붙잡지 못하고 보내
도혁은 그날 하루 종일, 데리러 오라고 말할 주하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 성격에 시험 공부 하면서 시답지 않은 문자메시지를 보낼 일이야 없을 테니까. 그래서 자정쯤 그녀의 연락이 왔을 땐 자연스럽게 차키를 쥐었다."네? 오지 말라고요?"'응. 그냥 걸어서 가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그런 건 도혁도 잘 알았다. 그가 가는 데는 20분, 학교에서 그녀의 집까지 걸어가면 고작 10여분이니까.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불러낸 그녀였다. 그가 올 시간을 계산해서 미리미리 불러가면서까지. 시험기간이라도 밤에 잠깐 얼굴 정도는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벌을 받을 때랑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물론 연락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긴 한데."내일은 학교 앞에서 미리 기다릴까요?"'언제 끝날지 몰라. 통화하면서 집에 갈 테니까 전화하자.'도혁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게 어딘가 싶었다. 그는 집에 도착해서 영상통화라도 하자고 조금 졸라댔다. 주하는 알겠다며 집에 가자마자 전화를 다시 걸었다. 도혁이 화면 너머로 본 주하는 평소랑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조금 더 피곤해 보이는 것 정도 말고는. 시험기간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상태였다. 도혁은 몇 마디 걱정을 건네고, 주하의 얘기를 듣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런 날들이 며칠 정도 이어졌다. 시험 기간 내내 도혁을 안 부를 생각인지 그녀는 꼬박꼬박 연락은 해줘도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그도 긴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1등인지 뭔지 많이 했다는데 그녀의 노력과 생활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주하도 자주 도혁의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험공부에 매진했다. 며칠 수군거리던 소리들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사실은 시험 기간에 그런 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 더 컸다. 떠
주하는 그날, 호텔에서 잠이 들었다. 도혁에겐 '나 잠들면 옆 방으로 가.'하고 말해놓고선. 도혁은 색색 거리는 주하의 숨소리를 한참이나 듣다가 옆방으로 향했다. 자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발전인지, 그는 잘 알았다. 다음날 학교에 데려다 주니 '이따 연락할게.'하고 주하가 홀연히 사라졌다. 도혁도 그제야 집으로 향했다.주하는 도혁의 생각이 이따금 났지만, 어제보단 훨씬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험기간이라 바쁜데 자꾸 딴생각을 하기 싫어서 평소보다 집중을 하려 애썼다. 그런데 종종 주변이 어수선해지곤 했다. 시험기간이라 숨소리 하나도 조심스럽게 내는 학교에서, 조금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었다. 그러나 주하는 그 또한 무시했다."밥 먹으러 가자."점심시간이 되자 친구인 혜진이 주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는 겨우 기지개를 켜고 고개를 끄덕였다. 혜진은 같은 과 동기는 아니었지만, 2학년 때 우연히 친해져서 지금까지 함께 잘 지내고 있었다. 5년을 학교에 다녀야 하는 주하와 달리 혜진은 4년이면 졸업할 수 있었지만 젊음을 찾아 떠나야 한다며 1년 휴학한 끝에 여전히 주하와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뭐 먹지?""떡볶이.""그래."두 사람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북문으로 향했다. 길을 걸을 때도 왠지 주변이 어수선한 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하는 식당에 앉아 주문을 마치고 나서 말했다."오늘 학교가 좀 이상해.""그... 안 그래도 내가 그 얘기하려고 했는데.""어? 너 뭐 알아?"주하는 혜진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혜진은 아주 조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하는 그제야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제 주변만 문제였다는
"어어??? 8개? 서울에? 엄청 넓어야 하는 거 아니야?""음... 서울 끝자락에 있어서 거의 경기도? 그래도 주인님 학교랑은 20분 정도밖에 차이 안 나요."주하는 도혁에게 불쑥 몸을 내밀었다. 도혁은 오늘따라 이래저래 적극적인 주하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 거칠었던 건 아닌 모양이라고, 그런 결론을 한 번 더 낼 수 있을 정도의 몸짓이었다."나 시험 끝나고 가도 돼?""네, 그럼요."다음 주 주말쯤이려나. 도혁은 머릿속으로 달력을 대충 그려보았다. 밥 한 번 사 먹이기 힘들었는데, 집에 오면 직접 한 건 아니어도 밥을 먹일 수 있으니 그런대로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운이 좋으면 한 두 번 더 올지도 모르고."어... 근데 부모님이랑 사는 거 아니야?""아뇨. 일단은 가족들은 없이 저만 있고, 애들 좀 있어요.""아, 그래? 몇 명이나?"아. 이렇게 되면 애새끼들 다 치울 수가 없는데.도혁은 잠시 고민했다.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다.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우물쭈물거리지 않고 진실을 말했다."50명 정도. 근데 뭐, 낮에는 다들 나가고 별로 없을 거예요."적당히 치워놓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답변이었다. 주하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50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사는지는 몰랐다. 물론, 한옥에 사는지도 처음 알았고. 알게 된 타이밍이 나쁘지는 않았다. 시험을 다 치고 나면 그래도 여유가 좀 있을 테니까."알았어."주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벌러덩 누웠다. 도혁은 그 옆에 다시 따라 누웠다."손.""손?"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은데.""그럴 리가."괜히 한 번 도발해 본 거였는데 태연한 척 받아치는 목소리가 사실 조금 멋은 없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렸기 때문이었다. 긴장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도 같았다."그래요?"그 말이 마치 엄청난 도발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버틸지 보겠다는 듯이. 도혁은 조금 오기가 생겼지만, 술이 조금 들어간 몸은 그의 의지를 벗어나서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성생활과는
"뭐, 근처에도 방은 많으니까요."이 근처엔 널린 게 모텔방이었다. 도혁은 주하의 말에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다. 날 때부터 도련님이라 이런 곳에 가본 적은 없었다. 물론 갑자기 둘이 택시 타고 호텔을 찾아가는 건 좀 웃긴 것 같기도 했다."흠.""손으로만 해줄 테니까 가려면 가고요.""뭐?"당돌하기 그지없었다. 저보다 2배는 큰 남자를 보면서 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가 싶다가도, 무슨 자신감인지 궁금하기도 했
주하는 개강 첫날부터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5학년 2학기. 이제 졸업 작품으로 전시회를 마치고, 졸업 논문만 쓰고 나면 길었던 학교생활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왜 그렇게나 술이 당기는지. 학교를 다니는 4년 반 동안 그렇게까지 술을 마셔본 적은 없었다. 건축학과는 제법 술을 많이 마시는 이미지가 있었는데도 주하는 술을 즐기지 않아서, 그렇게까지 마실 일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날 좀 보기 드물게 취해있었다. 길에서 커다란 남자와 부딪혔을 때, 별생각 없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사과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보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도혁은 짜증스럽게 말하며 차 문을 열었다. 언제 샀는지 상수는 본 적도 없는 빨간 스포츠카였다. 이런걸 타고 다녔었나? 다급한 와중에도 그런 의문이 들었다. 매일 검은색 세단만 타고 다니던, 심지어는 본인이 운전하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운전석을 여니까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떠나려는 도혁을 다급하게 다시 불렀다."백 대표님!" "어, 간다." "아니, 어디 가시는데요! 형님! 아!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