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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Penulis: 일설연우
“한 유생이 지은 글이오. 내게 한번 봐 달라 하더군.”

고준형은 말하면서 유소영을 안아 올려 버릇처럼 그녀를 무릎 위에 앉혔다.

아민은 감히 보지 못하고 얼른 밖으로 나갔다.

바깥.

심씨 어멈이 물었다.

“왜 안에서 시중을 들지 않고 나와있느냐?”

아민이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심씨 어멈께서 들어가서 모시시는 게 어떠세요?”

심씨 어멈은 무언가 생각난 듯 얼른 뛰어나갔다.

“나, 나는 주방에 가서 볼일이 있네!”

아민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심씨 어멈, 천천히 가세요!”

방 안.

유소영이 단수문의 글을 펼쳐 대충 훑어보았다.

“글씨가 제법 괜찮네요. 글 또한 꽤 예리하고요. 세자께서는 어찌 보시나요?”

유소영이 고준형에게 글을 건네며 물었다.

“부인은 내 글씨를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잖소. 내 글씨는 그리 별로인거요?”

그는 퍽 상처받은 듯한 얼굴로 눈썹을 찌푸렸다.

유소영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세자의 글씨는 당연히 아주 좋습니다!”

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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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882화

    유소영은 부모님을 합장한 뒤, 몇몇 장군들과 함께 제를 올렸다.그녀의 눈빛에는 짙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권력 다툼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가족이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라지는 일도 없었을 터였다.이제 원수는 갚았다지만, 마음속 한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시월의 남방성에는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불어, 유소영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말려 주었다.그녀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유성천과 함께 자리를 떴다.유성천은 뒤돌아 누이와 매제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아픔과 비통함이 서려 있었다.그해 그는 힘도 지위도 없는 미천한 처지라, 송씨 가문이 신왕에게 화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히 관아에 고발하거나 맞설 수 없었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카딸을 데려다 정성껏 기르는 것뿐이었다.다행히 소영이가 그 아픈 기억을 잊고 지낸 덕분에, 그 역시 애써 지난 일을 묻어 두고 살 수 있었다.허나 하늘도 송씨 가문의 억울한 사정이 이대로 묻히는 것을 차마 두고 보지 못했는지, 소영이는 결국 신왕에게서 진상을 밝혀내고 잃었던 기억까지 되찾았다.그녀가 끈질기게 파헤친 끝에 마침내 이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졌고, 진짜 배후였던 신왕도 마땅한 벌을 받았다.그가 보기에, 큰 원수를 갚았다 한들 소영이는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떠나간 사람은 결국 돌아오지 않는 법이었다.원수를 갚는 것 또한, 그저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이른바 정의라는 것도, 특히 뒤늦게 되찾은 정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 마련이었다. 오직 남겨진 이들만이 모든 일이 끝난 뒤의 공허함 속에서, 떠나간 이들을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아쉬워할 뿐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유성천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시월이 지나자, 세월은 마치 장마철에 불어난 강물처럼 유난히 빠르게 흘러갔다. 눈 깜짝할 사이 다들 설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졌다.유소영은 유호진과 여러 장군들에게 군

  • 부군의 형님   제881화

    혼인 성지가 불타 없어지자, 새 황제가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사람의 마음이란 한번 틈이 벌어지면 다시 메우기 어려운 법이지.”“앞으로도 오늘과 같을지는 짐도 장담할 수 없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선제와는 다른 길을 걸을 생각이야.”“자네는 응어리를 내려놓고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게.”“짐의 이 말을 자네가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 주게. 짐의 뜻을 그들도 알도록 말이야.”고준형이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아 예를 올렸다.“신, 명심하겠습니다.”새 황제도 일어나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자네와 짐은 언제까지나 둘도 없는 벗이네. 자네에게 반역할 뜻이 없는 한, 짐도 결코 자네에게 칼을 겨누지 않을 것이야. 만일 짐이 그 약속을 저버린다면, 칼 아래 죽는다 해도 달게 받겠네.”제왕의 약속은 천근의 무게를 지녔다.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조원서가 진심으로 하는 말임을 고준형도 믿었다.그러나 앞으로 어찌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고준형은 여전히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예.”……유씨 저택.유소영은 남방성으로 떠날 채비를 하며 짐을 꾸렸다.어머니와 아버지의 유해를 한 무덤에 합장하고 제를 올려야 했고, 송씨 가문 군사들의 병권도 당분간 그녀가 맡고 있었으니 반드시 남방으로 가야 했다.앞서 한 차례 꾸려 둔 덕에, 이번에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얼추 채비를 마쳤다.유소영은 딸아이를 품에 안고, 오래 살아온 이 저택을 아쉬운 듯 한 번 둘러보았다.강주 옛집만큼의 정이야 아니었으나, 이곳에도 적지 않은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이번에 떠나면 아마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터였다.유성천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하, 결국은 떠나야 하는 게지.”그는 이번에 유소영과 함께 먼저 남방성으로 가 누이와 매제의 무덤에 제를 올린 뒤, 선나라로 건너가 맏딸 유설요를 만나고, 새로 시작할 만한 장사가 있는지도 알아볼 참이었다.유소영의 눈빛이 잠시 무거워졌으나, 이내 미련을 떨치듯 몸을 돌려 마차에 올랐다.막 휘

  • 부군의 형님   제880화

    망강루.별실 안에는 유소영과 그녀가 청한 장 장군, 이 장군이 마주 앉아 있었다. 고준형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장여훈은 옥에 갇혀 죽을 고비까지 넘긴 터라, 유소영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워하고 있었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말했다.“나도 다 들었다. 이번에는 정말 네 덕을 크게 보았구나. 내가 먼저 비우마.”그는 잔을 단숨에 비웠다.유소영도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어 답했다.그녀는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설명했다. "사도 장군께서는 이미 청주로 돌아가셨습니다. 다만 떠나기 전, 제가 앞서 드린 제안에 동의하겠다고 분명히 밝히셨지요."자리에서 사정을 모르는 이는 장여훈뿐이었다.그는 이 장군을 한 번 보고, 다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무슨 제안 말이냐?"이 장군은 자리에 앉은 채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옥에 갇혀 있는 동안, 우리는 다섯 가문의 병권을 두고 의논을 나눴네……"이 장군은 유소영이 애초에 내놓았던 제안을 들려주었다. 다섯 가문이 한마음으로 뭉쳐 함께 황제의 권력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다.이야기를 모두 들은 장여훈의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떠올랐다.“이게…… 일이 이 지경까지 번진 것인가?”고준형은 여느 때처럼 담담했다. "보아하니 장 장군께서는 지금까지도 모르시는 모양이오. 어찌하여 옥에 갇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는지 말이오."장여훈은 정말로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그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신왕이 죽기 전에 나까지 저승길 동무로 끌고 가려고, 뻔한 거짓말로 나를 모함한 게 아니더냐?”유소영이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실은 그렇지 않습니다."장여훈의 얼굴이 굳고, 눈빛이 흔들렸다."그럼 설마……"그도 아둔한 사람은 아니어서, 신왕이라는 가능성을 지우고 나자 곧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설마 대리시 그자들이 나를 모함한 것이냐?”이 장군이 침울한 얼굴로 술 한 모금을 들이켰다.“절반만 맞혔네. 신왕 사건은 워낙 중대한 일이니, 대리시라 해도 함부로 죄 없는 관원을

  • 부군의 형님   제879화

    고장훈이 죽은 뒤에도, 그 시신을 거두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의 시신은 아무렇게나 공동묘지에 내버려졌다. 한때 그토록 위세를 떨치던 대장군이었건만, 죽어서는 무덤 하나 얻지 못했다. 임유정은 한순간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으나, 신왕과 얽힌 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내 물러섰다.지금 그녀가 가장 마음 쓰는 것은 다름 아닌 유소영의 일이었다.요즘 그녀는 직접 장사를 시작한 터라, 이것저것 물어볼 일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소영과도 가까워졌다.전에는 유소영이 남방성으로 떠난다는 말을 들었는데, 최근에는 또 장여훈의 일로 바삐 움직인다 하니,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임유정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유소영이 계속 황성에 머물며 자신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기를 바랐다.어느덧 추석이 가까워 왔다.황제는 대리시가 올린 상소문을 바라보았다. 눈 밑은 온통 시커멓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마침내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됐다. 되었어……”장여훈이 신왕과 공모했다는 죄증을 찾을 수 없으니, 황제로서도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요 며칠 조회 때마다, 대신들 무리가 하나같이 장여훈의 편을 들며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았던가!무장들이 이미 한데 뭉쳤다는 것을, 그가 어찌 눈치채지 못했겠는가.그 뒤에는 필시 누군가 나서서 손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에게 남은 목숨이 얼마나 되겠는가?해야 할 일도, 해서는 안 될 일도, 그는 이제 모두 해 버렸다.남은 것은 그저 후손들의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쿵!황제가 뒤로 몸을 젖혔다.“폐하!” 시위가 그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알아채고, 황급히 태의를 불렀다.황제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침전의 침상 위였다. 곁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무릎을 꿇고 있었다.다들 울고 있었다.곡을 하는 듯한 소리가 시끄러워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부황!” 태자 조원서가 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가, 그가 정신

  • 부군의 형님   제878화

    장여훈 사건에서 죄증이라 할 만한 것은 오직 신왕의 진술뿐이었다.그런데 이제 신왕이 스스로 앞서의 진술을 뒤집었으니, 율례에 따라 대리시로서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장여훈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했다.혈서에 남은 지장은 이미 신왕의 것으로 확인된 뒤였다.대리시는 이 사건을 넘겨받아 황제에게 보고했다.유씨 저택.유 대감은 마음이 무거웠다.그는 유소영의 이번 처사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너는 고준형과 함께 남방성으로 가서 너희 두 사람의 삶을 살면 그만이었다. 어찌 굳이 이런 일을 벌여 스스로 곤경에 빠지려 한단 말이냐?”“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폐하의 속내를 알고 있다. 네가 폐하와 정면으로 맞서서야, 앞으로 좋을 일이 있겠느냐?” “게다가 신왕의 혈서만 해도 그렇다. 설령 네가 진심으로 장여훈을 도우려 했다 해도, 다른 사람을 시켜 전하게 하면 될 일 아니냐. 어찌 네가 직접 나서야 한단 말이냐?” “지금쯤 너는 필시 폐하의 눈엣가시가 되었을 것이다!”유 대감은 유소영의 신변이 걱정되어 애타게 타일렀다.그러나 유소영은 한없이 담담했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에서는 후회나 두려움의 기색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의 눈빛에 어린 것은 오직 굳은 결의뿐이었다. “다섯 가문은 반드시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저희가 남방성에 간다 해도 잠깐의 평온밖에 얻지 못할 것입니다.”이 다툼은 이 세대에서 끝내야 마땅했다.유 대감도 그 속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혹여 일이 어그러져, 폐하께서 아예 독한 마음을 먹고 송씨 가문의 병권마저 빼앗으려 들까 그것이 두려울 뿐이었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고준형은 염씨 가문의 병권을 넘겨받은 뒤로는, 더는 대놓고 유씨 저택을 드나들 수가 없었다.그는 낮에는 진영에 머물다가, 밤이 되어야 겨우 짬을 내 도둑처럼 유씨 저택 뒷문으로 숨어들곤 했다.장씨 가문의 사건은 이미 대리시에서 재조사에 들어간 뒤였다.이런 사건은 하루 이틀 만에 결론이 날 수

  • 부군의 형님   제877화

    유소영은 대리시를 나섰다. 햇살이 그녀의 앞길을 비추었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서늘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쥔 혈서를 꽉 움켜쥐었다. 신왕이 그녀에게 남긴 것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그는 결국 그녀를 돕기로 마음먹은 것이다……오늘은 신왕이 능지처참을 받는 마지막 날이었다.그의 길은 여기서 끝이 났다.마지막 숨을 힘겹게 삼키는 순간, 그의 목구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이로써 역적 신왕은 처형되었고, 그에게 모함당하고 이용당했던 이들은 마침내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유소영은 어머니 유연정의 관을 모셔 남방성으로 보내, 친부 송청명과 합장했다.유 대감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송씨 가문의 사건도 이제야말로 완전히 끝을 맺었구나.”유소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다른 셈을 하고 있었다.사건은 끝났으나, 일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이튿날.조회 자리.고준형은 공공연히 나서 염씨 가문의 혈통이라는 신분으로 염씨 가문의 병권을 넘겨받겠다고 청했다.이 일에 황제는 의아함과 노여움을 동시에 느꼈다.하지만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자리인지라, 황제도 함부로 나무랄 수 없었다.그는 결국 은밀히 고준형을 따로 불러들였다.어전 서재.황제가 굳은 얼굴로 추궁했다.“고준형, 대체 무슨 생각인가? 전에는 굳이 유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가겠다며, 권세도 마다하고 유씨를 택하겠다 고집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와 어찌 마음을 바꾼 것인가?”고준형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했다.“신은 그저 폐하의 근심을 덜어 드리고자 할 따름입니다.”“염씨와 장씨 두 가문의 병권이 모두 태자 전하께 넘어간 뒤로, 민간에는 이미 적잖은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습니다. 폐하의 공정함을 의심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신왕을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폐하께서 병권을 빼앗으시고자 신왕을 모함하셨다 여기는 자들까지 있습니다.”“민심이란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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