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생에 소설아는 아무리 헌신해도 동생을 이길 수 없었다. 가족들은 그녀가 영악하다며 몰아세웠고, 동생처럼 순수하고 착하며 연약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한 줌의 정을 얻고자 매번 양보하며 버텼지만, 동생은 급기야 그녀의 정혼자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물에 취해 마부의 침대에 던져졌다. 명예는 더럽혀졌고, 재산은 빼앗겼으며, 혼처마저 가로채였다. 그들은 그녀를 진흙탕 속에 처박았다. ...... 회귀한 후, 소설아는 모든 것을 내팽개쳤다. 쓰레기 같은 전 정혼자의 가문이 몰락할 때 그녀는 냉소하며 방관했고, 도리어 그 일가족이 쓰레기를 줍고 살게끔 뒤에서 손을 썼다. 큰 오라버니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고 하자, 그녀는 생긋 웃으며 축복을 건넸다. 둘째 오라버니가 다리를 다쳤을 때 소설아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았다. "전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그저 오라버니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동생이 가난한 선비에게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그녀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 찬성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이 배은망덕한 인간들이 집단으로 전생의 기억을 되찾더니 전부 넋이 나갔다. 가족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던 소설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오라버니들과 부모님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전 정혼자는 빗속에서 밤새도록 무릎을 꿇은 채 충혈된 눈으로 애원했다. "설아야, 내가 사랑한 건 언제나 너뿐이었다. 제발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거라, 응?" 하지만 소설아의 마음에는 아무런 파동도 일지 않았다. 그녀에겐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오라버니와, 자신을 손바닥 위의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는 남자가 생겼으니까.
View More“귀인 마마, 제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습니다.”소명주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채여진은 남몰래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 역시 상대가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쪽은 자신이었기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거라.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니, 내 고모님께 잘 말씀드려 너에게 하사품을 내리시도록 하마.”양비 마마가 내리는 하사품이라면, 고작 귀인인 그녀가 내리는 것보다 훨씬 체면이 설 터였다.소명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성은에 감사했다. “귀인 마마, 감사합니다.”감사를 표한 소명주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제가 꿈에서 서북 지역에 지룡(地龍: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피해가 무척 심각하여 폐하께서도 크나큰 근심에 잠기셨습니다.”전생에 황제는 삼황자를 파견해 구제에 나서게 했다. 삼황자는 이재민을 구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탐관오리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여, 압류한 장물과 은자로 백성들의 가옥과 도로를 수리했다. 조정의 국고를 한 푼도 축내지 않고 큰일을 해낸 셈이었다. 삼황자의 이 같은 쾌거에 백성들은 연신 칭송을 아끼지 않았고, 그에게 만민기(萬民旗:백성들이 칭송의 뜻을 담아 바치는 깃발)까지 바쳤다. 황제는 이를 몹시 흡족해하며 삼황자를 한층 더 중용했다. 한동안 삼황자의 기세는 비할 데가 없었고, 조정 내에서 그의 위상은 태자를 억누를 정도였다.소명주는 지룡이 일어난다는 사실만 말했을 뿐, 삼황자와 관련된 일은 일절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 일을 기회 삼아 삼황자에게 줄을 댈 속셈이었다.*한편 양비는 본전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뼈마디 하나 없이 나긋나긋한 그 자태는 마치 부드러운 비단결과 같았다.곁에서 궁녀가 가볍게 다리를 주무르며 물었다. “양비 마마, 채 귀인 쪽에서 또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를 불러들였다 합니다. 사람을 보내 지켜보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양비가 몸을 살짝 틀자 허리와 등선이 자연
소명주는 입궁하기 전에 원씨 가문에 먼저 소식을 전했다.명씨는 마침 위원후부에서 보낸 혼수 목록을 훑어보고 있었다. “향로 가게도 있다니. 이것저것 다 합치면 수만 냥은 족히 되겠어. 위원후가 딸아이를 꽤나 아끼는 모양이네.”명씨 곁에 있던 여 어멈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장차 큰며느님이 되실 아가씨께서 귀인의 은총을 입어 입궁하시는 일이 잦다더니, 이번에도 양비 마마의 친명을 받아 또 가신다 하지 않습니까. 과연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가 큰 아가씨보다 훨씬 낫습니다.”명씨는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가서 이 혼수 목록을 노부인께 보여드리거라. 소씨 가문 둘째가 귀인을 뵈러 입궁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하고.”여 어멈이 목록을 받아 들며 말했다. “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노부인께서도 부인께서 며느리를 참 잘 고르셨다며 흡족해하실 겁니다. 허나 부인, 명심 아가씨는 어찌할까요?”명심은 원씨 가문에 이토록 오래 머물렀으니, 이대로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명씨는 친 조카딸을 떠올리며 안쓰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당연히 우리 심이는 귀첩으로 들여야지.”“이제 막 혼인해 들어오는 길인데,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 쪽에서 동의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명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아이가 시집오기만 해 봐라. 내 기꺼이 동의하게 만들 방법이 백 가지도 넘게 있으니.”“궁에 계신 귀인 마마께서 아가씨의 뒷배가 되어주실까 봐 염려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명씨는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내가 평소에 궁에 드나드는 것도 아닌데, 궁 안 귀인의 손길이 어찌 여기까지 닿겠느냐.”*소명주는 다시 입궁하는 길이라, 지난번보다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귀인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일어나거라.”채여진의 안색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의 발진은 가라앉아 예전의 미모를 되찾았고, 차림새도 몹시 화려했다. 주변에는 태감과 궁녀들이 여럿 둘러서 있어, 부귀함과 동시에 황실 특유의 위엄마저 배어 나왔다.허나 그녀
민씨가 턱을 꼿꼿이 치켜들었다.“네 향로 가게 말이다. 그중 한 곳을 명주에게 넘겨줄 수 있겠느냐?”사실 민씨도 속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막상 말을 꺼내고도 소설아의 얼굴은 차마 쳐다보지 못한 채, 괜히 고개만 치켜든 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설아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셔도 괜찮습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민씨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역시 소설아는 이제 완전히 제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 틀림없었다.민씨는 심호흡을 하며 들뜬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힌 뒤 다시 입을 열었다.“장신구는 내가 미리 준비해 두었다만, 장원이 두 곳 정도 부족하구나. 네가 사람을 시켜 두 곳만 더 마련해 줄 수 있겠느냐?”소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부인 뜻대로 하겠습니다.”민씨는 속으로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 소설아가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한층 더 붙었다.“혼수에 넣어 줄 은자도 필요하다. 적어도 만 냥은 있어야 하고... 아니, 이삼만 냥쯤은 되어야겠지.”“모두 부인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민씨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설아야, 내가 널 잘못 봤구나. 역시 넌 착한 아이였어. 이리 와 내 곁에 앉으렴.”소설아는 눈을 살며시 내리깔았다.“부인, 주방에서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늦어지면 부인 식사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되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마침 민씨도 허기가 지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요 며칠 기름진 음식을 실컷 먹은 탓인지 예전보다 배가 빨리 고파졌다.그녀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방금 말한 것들은 사흘 안에 준비해서 내게 넘기거라.”소설아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사흘은 너무 촉박합니다. 명주의 혼례는 반년 뒤로 정해진 게 아니었습니까?”민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정이 좀 생겨 혼례를 보름 뒤로 앞당기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갖출 것은 빠짐없이 갖춰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소설아는 옅게 미소 지었다.“부인, 향로 가게는 저도
소명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잘못 짚으신 건 아니에요?”떠돌이 의원이 코웃음을 쳤다.“제가 어찌 맥을 잘못 짚겠습니까? 이 근방 십 리 안에서는 머리만 아파도 다들 저를 찾아온답니다. 두 달만 더 지나면 맥만 짚어도 뱃속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까지 알아맞힐 수 있습니다.”소명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회임한 지는 얼마나 된 건가요?”“한 달 반쯤 되었습니다.”한 달 반.시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소명주는 은자 한 덩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도망치듯 의원의 집을 빠져나왔다.돌아오는 마차 안에서도 그녀는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분명 피임약도 챙겨 먹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거지?'혼례까지는 아직 반년이나 남아 있었다.그때쯤이면 배가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그런 몸으로 대체 무슨 낯으로 혼례를 치른단 말인가.소명주는 곧장 원태준을 찾아갔다.그녀는 일부러 옅은 화장만 하고 새하얀 치마를 갈아입었다. 머리에도 은비녀 하나만 꽂아 한층 더 청초하고 가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원태준을 보자마자 소명주는 눈물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안겼다.“형부…”며칠째 소설아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원태준은 소명주가 품에 안겨오자 굳어 있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명주야, 무슨 일이냐?”소명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수건만 만지작거렸다.“어젯밤 꿈을 꿨어요. 원씨 가문이 진왕의 횡령 사건에 휘말려 가산을 몰수당하는 꿈이었어요.”원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녀를 살짝 떼어내며 말했다.“허튼소리 하지 마라.”소명주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형부, 사실 제가 꾸는 꿈은 거의 다 맞아요. 지난번에도 태자비 마마께서 예정보다 일찍 아이를 낳으실 거라는 걸 꿈에서 보고 채 귀인께 알려 드렸잖아요. 그 덕분에 채 귀인께서 성은을 입으셨고요. 믿기 어려우시면 사람을 시켜 알아보셔도 돼요. 그 일 덕분에 채 귀인께서 힘을 써 주셔서 어머니도 사당에서 돌아오실 수 있었답니다.”태자비의 출산 당시 채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하녀가 코웃음을 쳤다."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하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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