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Penulis: 청연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

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

"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

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

'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

'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

민씨는 맞은편에서 입을 꾹 다물고 서 있는 위원후를 슬쩍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이 악역은 당분간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

이틀 정도 지나면 다시 소설아에게 뒷수습을 맡기면 될 일이었다.

"안 된다, 난 절대로 허락 못 한다!"

"난 반대다, 명준아. 네가 정녕 기녀와 혼인하겠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머리를 박고 죽는 꼴을 보게 될 게다!"

민씨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녀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민씨를 붙잡아 말렸고, 누구는 인중을 누르고, 누구는 억지로 물을 떠 먹이느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나서야 민씨는 겨우 숨을 돌렸다.

민씨는 격렬하게 들썩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아미타불"을 읊조린 후에야,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명주야, 정녕 네 오라버니를 사지로 몰아넣을 작정이냐?"

소명주는 한 걸음 다가와 민씨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머니,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어머니께선 늘 큰 오라버니가 출세하기를 바라셨잖습니까. 임현 낭자와 혼인하면 큰 오라버니는 분명 마음을 잡고 정진할 겁니다. 오라버니 실력이면 과거 급제는 문제 없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장원 급제까지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장원 급제자의 어머니가 되시는 거고요."

민씨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 이런 논리로는 분명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민씨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녀는 소명준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가 마음만 먹고 노력한다면 재상 자리도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자 소명준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어머니, 임현과 혼인만 할 수 있다면 내년 춘시(春闱)에서 반드시 갑과 3등 안에 들겠습니다. 어머니, 만약 정말로 당유화와 혼인하게 된다면 전 을과 진사조차 합격하지 못할 겁니다!"

지난 생에서 그는 겨우 동진사로 합격했을 뿐이었다.

민씨가 꾸짖었다.

"닥치거라! 어디서 함부로 허튼소리를 하느냐!"

소명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씨 가문의 조력이 없어져서 큰 오라버니의 앞길에 방해가 될까 걱정되시는 겁니까?"

민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이 혼사는 과거 소설아의 조부께서 정하신 것이었다. 현재 두 가문의 형편으로 따지면 소씨 가문한테는 과분한 처지였다.

하물며 당 어사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소명준이 관직에 나간 뒤 앞날이 험난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어머니, 만날 때마다 당씨 가문이 우리 후부를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소명주가 말을 이어갔다.

민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당씨 가문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점을 내세워 만날 때마다 거만한 태도로 명령조의 말을 내뱉곤 했다.

당 어사의 부인 황미자는 언젠가 밖에서, 노부인이 억지로 이 혼사를 정하지만 않았어도 자신의 금쪽같은 딸이 황자비가 되었을 거라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당씨 가문 사람들과 만나고 오면 민씨는 며칠 동안 앓아누울 정도였다.

민씨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본 소명주는 자신감을 얻어 몰아붙였다.

"큰 오라버니가 당유화와 혼인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오라버니를 진심으로 도와주겠습니까?"

"당씨 가문은 규율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시집오기도 전부터 첩을 들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데 정작 혼인하고 나면 오죽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큰 오라버니가 구박을 받아도 어머니까지 덩달아 서러워지실 겁니다. 당씨 가문은 배경이 워낙 든든하니 우리 후부가 옳아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을 거고요."

민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좀 서러운 거야 상관없다만, 중요한 건 명준이의 앞날이지."

소명주가 다시 말했다.

"사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건, 만약 당씨 가문의 낭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데 첩도 못 들이게 하면 우리 큰 오라버니는 어쩌란 말입니까?"

자손 이야기가 나오자 민씨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았다.

소명주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큰 오라버니의 앞날은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라버니가 과거에서 3등 안에 들면 반드시 한림원(翰林院)에 들어갈 텐데, 한림원은 내각(內閣) 수반의 요람이잖습니까. 오라버니의 실력이라면 분명 승승장구할 겁니다. 머지않아 높은 벼슬에 오를 테니 어머니께서는 마음 푹 놓으십시오. 큰 오라버니는 절대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 저를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전 알아요, 큰 오라버니가 반드시 성공해서 이름을 떨칠 거라는 걸요!"

그녀는 마치 소명준의 찬란한 미래를 직접 본 것처럼 확신에 차서 말했다.

소명준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진심으로 아끼는 동생이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고 있었다.

소명주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취해 덧붙였다.

"큰 오라버니가 정말 무능한 사람이라면 당씨 가문이 열 번을 도와도 소용없겠지만, 오라버니는 진짜 금 같은 분이잖습니까. 당씨 가문이 없어도 스스로 빛날 분입니다."

소설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생에서 소명준은 고작 3등인 동진사에 합격했을 뿐이었고, 당씨 가문이 손을 써준 덕분에 겨우 변방의 현령(縣令) 자리라도 얻을 수 있었다.

당씨 가문 책사들의 보좌와 소설아가 쏟아부은 수백만 냥의 은자 덕분에 소명준은 뛰어난 치적을 쌓았고, 3년 뒤 경성으로 돌아와 승승장구하며 결국 이품 상서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상서가 된 후 소명준이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은, 그의 성공이 상당 부분은 당씨 가문과 소설아 덕분이라는 소리였다.

이번 생에서 소명준은 당씨 가문의 조력과 소설아의 은자 없이도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설아의 얼굴에는 오히려 후련한 기색이 감돌았다.

기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나서야 소명준은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의 쓴맛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소설아의 도움 없이는 소명준은 동진사조차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이 집안 식구들을 위해 뼈 빠지게 고생하며 세월을 허비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소설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젊을 때 나 자신을 위해 다시 한번 살아봐야지.'

소명준은 오른손을 들어 맹세했다.

"어머니, 임현과 혼인하게만 해주신다면 소자 반드시 어머니께 일품 고명부인의 자리를 안겨드리겠습니다! 부디 소자를 믿어주십시오!"

민씨 역시 고명부인의 칭호를 탐내고 있었다.

그녀는 침묵을 지키며 대답하지 않았다.

민씨의 얼굴에서 망설임을 읽은 소명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그쳤다.

"어머니, 허락하시는 거죠?"

민씨가 머뭇거렸다.

"그게…"

소명주의 말이 틀린 것 같지 않고 소명준의 능력도 믿었지만, 왠지 허락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명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큰 오라버니, 어머니께만 매달리지 말고 언니한테도 허락을 받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민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먼저 설아의 의견을 물어보거라. 설아만 찬성한다면 나도 허락하마."

이토록 중대한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용기가 없었다. 소명준이 잘되면 다행이지만, 이 일로 관직 길이라도 막힌다면 훗날 조상님들을 뵐 면목이 없을 터였다.

책임을 떠넘기는 데 성공한 민씨는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소명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아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설아가 살짝 미소 지었다.

"큰 오라버니의 행복이 걸린 일인데 어머니께서 허락하셨으니 제가 반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전 어머니 뜻에 따르겠습니다."

"당연히 두 분의 뜻을 이뤄드려야죠."

소명준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눈치는 있구나!"

소설아는 아주 진실한 태도로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큰 오라버니. 좋은 인연을 만나셨네요. 오라버니께서 하루빨리 뜻을 펼치시길 기원합니다."

"소설아, 가식 떨지 말거라. 네 속마음이 어떤지 난 빤히 다 알고 있으니까!"

다행히 이번 생에서는 소명주를 일찍 찾은 덕분에 당유화와 혼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소명주가 아니었다면 이번 생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뻔했다.

"고맙다, 명주야! 감사합니다, 어머니!"

기뻐하며 나가는 소명준의 뒷모습을 보며 소설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위원후부는 풍비박산이 날 일만 남았다.

임현이라는 낭자는 결코 평범한 기녀가 아니었으니까…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76화

    추영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서경수가 지난번 날 함정에 빠뜨린 일은 이걸로 셈을 치도록 하겠다. 여봐라, 금괴는 모두 부로 옮겨라.”오 내관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이 구황자 전하께서는 소문보다 훨씬 뒤끝이 있으신 분이었구나.'“전하, 그래도 소 아가씨께 돌아갈 몫은 남겨 두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추영우는 대답 없이 수하들에게 금괴를 옮기라고 지시할 뿐이었다.오 내관이 소설아를 쳐다보며 물었다. “소 아가씨는 화나지도 않으십니까?”'구황자 전하께서 어찌 이리도 때맞춰 나타나신단 말인가. 설마 몰래 소 아가씨와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소설아는 오 내관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제가 화를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구황자 전하께서는 금의위를 통솔하시는 분이십니다. 서 군왕 전하께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분을 제가 감히 어찌하겠습니까?”오 내관은 소설아를 한참 동안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미리 짜고 움직였다는 낌새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을 우리 군왕 전하께 대체 어찌 말씀드린단 말인가…”추영우가 오 내관에게 금괴 한 덩이를 던져 주었다.“내 특별히 은혜를 베푸는 것이니, 이것을 가지고 돌아가 전하거라.”오 내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속으로는 쓴웃음을 삼켰지만, 겉으로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감사의 뜻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전하의 선심이 참으로 눈물 겹습니다'*추영우는 금괴를 잘 간수하도록 한 뒤, 그대로 발길을 돌려 진무사 감옥으로 향했다.한편 옥방에 갇힌 소명주는 구석에 웅크린 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진무사의 옥은 피비린내가 가득했고, 때때로 죄수들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는 곳이었다. 사람의 담력조차 꺾어 버릴 만큼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장소였다.소명주는 그나마 마른 바닥을 찾아 주저앉은 뒤,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에게 속삭였다.“소명주, 두려워하지 마.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75화

    추영우는 금의위 관복을 차려입고 검은 옥대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금실로 수놓은 무늬는 햇빛을 받아 차갑고도 눈부신 빛을 흘렸다.그가 땅에 사뿐히 내려서는 순간,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깊은 연못처럼 고요하면서도 우뚝 솟은 산처럼 의연한 기품이 느껴졌고, 타고난 자태와 빼어난 외모까지 더해져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도 같았다.그는 검 끝으로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를 가리켰다. 순간 그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네놈이 감히… 누구를 죽이겠다는 것이냐?”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든 숨은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산적들은 미처 반격할 틈도 없이 절반 이상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순식간에 전세가 완전히 뒤집혔다.오 내관은 감격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구황자 전하! 정말 시기적절하게 와 주셨습니다! 전하, 이들은 모두 산적입니다. 부디 어서 이들을 모조리 붙잡아 주십시오!”소명남이 구황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기에,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그는 소설아를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구황자에게 시선을 옮겼다.두 사람은 서로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아 마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두 사람은 이따금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듯 은근히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금의위를 알아본 소명주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설마 처음부터 이 모든 일을 꾸민 것이었습니까? 감히 저희를 함정에 빠뜨리다니요!”수염 난 사내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소명주를 낚아채어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퇴각하라!”추영우가 한 손을 휙 치켜들자, 소매에서 단도 한 자루가 날아가 사내의 뒤통수에 정확히 꽂혔다.사내는 두어 발자국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소명주는 너무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도망치고 싶었으나 손발에 힘이 쫙 풀려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다른 자들은 제 목숨 하나 건지기 바빠 그녀를 챙길 겨를이 전혀 없었다.“단 한 놈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74화

    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어느 집에서 배추를 밀실에다 절인단 말입니까? 항아리를 부수세요.”망치질 한 번에 커다란 항아리가 산산조각 났다. 위에는 배추가 덮여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온통 누런 빛을 발하는 금괴가 가득했다.오 내관의 두 눈이 번쩍였다. “다 소 아가씨 덕분입니다!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땅을 석 자나 파고들었어도 이곳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 어서 항아리를 모조리 부수고 금괴를 꺼내거라! 그리고 물을 길어와 금괴를 깨끗이 씻어내도록 해라. 아이고, 이 냄새 좀 보십시오. 정말 지독합니다. 소 아가씨, 차라리 저희는 밖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습니다. 소 아가씨의 옥체에 짠 절임 채소 냄새가 밸까 염려됩니다.”소명남 역시 거들었다. “설아야, 밖으로 나가 기다리거라. 여긴 내가 지켜볼 테니. 안심해라, 내 눈이 몹시 밝으니 금괴 수를 아주 정확히 세어 놓을 것이다.”오 내관은 말문이 막혔다.'하나같이 만만한 위인들이 아니군. 서 군왕 전하께서 금괴를 더 많이 챙기려던 계획은 물 건너간 듯싶다.'소설아는 웃으며 말했다. “오 내관님, 저와 함께 나가시지요. 이따 귀인을 모셔야 할 분께서 이런 냄새를 맡으시면 어찌하시겠습니까.”오 내관은 멋쩍게 웃으며 소설아를 따라 밀실을 빠져나왔다.밖으로 나오자마자 한바탕 왁자지껄한 소란이 들려왔다.문을 열고 내다보니 아까 그 수염 난 사내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산적 떼까지 이끌고 온 참이었다.산적은 이삼십 명쯤 되어 보였는데, 하나같이 손에 시퍼런 칼을 쥔 채 흉악한 얼굴로 호시탐탐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소명주는 사내의 뒤에 선 채, 소설아를 향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내가 소리쳤다. “형제들아! 어서 마당을 포위해라! 금괴를 본 자는 한 놈도 남기지 마라! 모두 죽여라! 절대 살아서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오 내관이 당황하여 외쳤다. “네놈들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우리는 장공주부의 사람이다!”사내는 험한 말로 맞받아쳤다. “장공주든 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73화

    명씨의 별장은 도성 근교에 있었는데, 마차를 타고 반 시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소명남이 마차를 몰았고, 오 내관은 장공주부의 호위 무사 여덟 명을 이끌고 왔다.마차 안에서 오 내관이 생글생글 웃으며 소설아에게 말을 건넸다. “소 아가씨, 이따가 도착하시거든 제게 편히 말씀하십시오. 서 군왕 전하께서도 제게 아가씨의 뜻을 전부 따르라 하셨습니다.”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소설아와 소명남의 시선을 피해 금괴를 조금이라도 더 챙길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서 군왕께서 이번 적몰에서 자신이 가장 큰 공을 세웠으니 금괴도 그만큼 더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소 아가씨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그녀가 모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오 내관이 보기에는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평소 금이라면 누구보다 아끼는 서 군왕이 소설아에게 기꺼이 나누어 주는 것도 모자라, 그녀의 마음까지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이쯤 되면 소설아를 향한 서 군왕의 마음이 진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 덕에 오 내관의 태도는 지난번보다 훨씬 은근하고 정중했다.소설아가 미소로 화답했다. “내관 어르신, 고생이 많으십니다.”오 내관이 손사래를 쳤다. “고생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십니다. 아가씨께서는 금지옥엽처럼 귀하신 몸이시니, 이따가 그저 편히 앉아 차나 드시지요. 남은 힘든 일은 모두 이 늙은이에게 맡겨 주십시오.”하지만 소설아는 그의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서경수는 속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자였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니, 한시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었다. 비록 오늘 서경수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어느새 그의 계략에 휘말릴 것이 분명했다.“오 내관님도 참, 농담도 잘하십니다. 아무리 여인이라 해도 금괴 몇 개 나를 힘은 있답니다. 저 역시 금괴를 나누어 가질 터인데, 어찌 털끝만큼의 힘도 보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늘 귀인들을 모시는 오 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72화

    잠시 후, 소명주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여봐라! 나를 어서 내보내거라! 더는 원씨 가문의 며느리로 있을 수 없다! 이 혼인은 끝이다! 당장 나를 내보내란 말이다!”명심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고모님, 새언니가 연기를 너무 진짜처럼 하네요. 설마 진짜로 갈라서려는 건 아니겠죠? 그러다 저 여자가 금괴를 들고 도망가 버리면 어떡해요? 고모님, 제가 일부러 고모님과 새언니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건 아니지만, 재물이 사람 마음을 흔든다고 하잖아요. 사람을 방비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명씨도 속으로는 확신이 없었지만, 겉으로는 큰소리를 쳤다. “감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냐! 허나 만약 내 금괴를 빼돌리기라도 한다면, 저년의 가죽을 벗겨버릴 테다!”원 노부인은 두 사람을 힐끗 보더니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소명주의 소란이 갈수록 심해지자, 마침내 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다가왔다.“그만 떠드시오. 이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소명주가 소리쳤다. “당장 서 대인을 불러와라! 소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할 말이 있다고 전해라! 나는 서 대인과 구면이란 말이다!”서경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재를 수색하는 중이었다.역시 원 시랑은 늙은 여우 같은 자였다. 서재에는 뒤져 볼 만한 물건 하나 남겨 두지 않았고, 시랑부 안을 모조리 살펴보아도 눈에 띄는 귀한 물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겉으로만 보면 청렴결백한 훌륭한 관리가 따로 없었다.소설아가 사당 밀실의 장치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을 터였다.소명주가 소란을 피운다는 소식을 들은 서경수는 일부러 그곳으로 가 보았다.“무슨 소란이냐?”소명주는 서경수를 보자 두 눈을 반짝였다. “서 사장님! 저를 내보내 주기만 하신다면, 지난번 젖은 향료로 저를 속인 일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당당한 군왕 전하께서 장사치의 길을 걷는 것도 모자라 가짜 물건으로 사람을 속였다는 소문이라도 퍼진다면, 전하의 명예에 흠이 될 터. 서 군왕 전하께서도 이런 일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71화

    말싸움이 난투극으로 번지려던 찰나,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원 노부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만, 그만들 하거라.”“명심아, 넌 문 앞을 지키고 섰거라. 너희 두 사람은 이리 오고.”명심은 발을 구르며 마지못해 문가로 가 보초를 섰다.원 노부인이 명씨를 쏘아보며 물었다. “진작에 진왕 측과 깨끗이 관계를 끊어내라 이르지 않았느냐? 서 대인의 손에 들어간 서신들은 대체 어찌 된 영문이냐? 어째서 아직까지 파기하지 않은 게야?”소명주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저도 사전에 귀띔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서둘러 진왕 측과 인연을 끊어내시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명씨가 소명주를 무섭게 흘겨보았다.'이 년 참으로 맹랑하구나. 혼인 전엔 그리 참한 척 내숭을 떨더니, 혼례를 올리자마자 바로 본색을 드러내다니. 어디 감히 노부인 앞에서 날 헐뜯고 모함해. 이 위기만 넘기고 나면, 내 기필코 저년의 기강부터 단단히 잡아놓으리라.'명씨가 변명하듯 설명했다. “지난번 구황자 전하께서 태준이를 다치게 하셨을 때, 부군께서 태준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진왕 전하를 몇 번 더 찾아가셨습니다. 그 서신들은 그래서 임시로 남겨두었던 것입니다.”원 노부인은 명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저 철딱서니 없는 년이 필시 아들을 충동질해 계속 진왕과 연락을 취하게 만든 게 틀림없구나. 태준이의 화풀이를 해 주겠답시고 가문 전체를 진흙탕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게지. 집안을 말아먹을 며느리 같으니라고! 애당초 저 명씨년이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반대했어야 하는 건데!'노부인이 절망적인 표정을 짓자, 명씨도 덜컥 겁이 나 허둥대기 시작했다. “어머님, 이제 어찌해야 한답니까!”노부인이 명씨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나가서 내 심장병이 도졌다고 해라. 그런 뒤 관원들에게 사정하여 어린 하녀 두어 명만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하거라.”남녀를 내외하여 따로 가둬놓은 탓에 바깥채 남자들의 상황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화

    대청에서 나온 소설아는 거처를 새로 옮겼다.그 연놈이 더럽힌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이 후부도 이제는 더는 머물 곳이 못 되었다. 하지만 조정의 법도상 여인은 홀로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후부를 떠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했다.소설아가 하녀들을 시켜 이삿짐을 옮기게 하고, 거처를 옮긴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소명주의 시녀가 찾아왔다. "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노비를 보내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화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화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2화

    "아버지, 어머니, 소자는 평생 임현 낭자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습니다!""임현 낭자가 비록 춘란원(春欄院)의 기녀라 하나 몸가짐이 깨끗합니다. 경성의 수많은 귀공자가 그녀를 위해 천금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녀는 오직 소자 한 사람만을 허락했습니다.""부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십시오!""만약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내년 과거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겠습니다!"소설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다.'오라버니는 여전히 이토록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고작 기녀 한 명 때문에 과거 시험을 담보로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