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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희나리K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6 22:53:30

태하는 별다른 감정을 담지 않은 얼굴로, 동시에 확고한 분위기를 풍기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현과 은하 사이에 정확하게 멈춰 섰다. 시선은 은하를 먼저 스쳤다. 짧고도 묘한 무게감이 담긴 눈빛은 곧장 이현을 향해 차갑게 바뀌어갔다.

“그만 좀 해.”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현은 태하를 바라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쪽 입술을 비틀며 지어 올리는 미소, 아직도 벽에 기댄 채 잔뜩 긴장하고 있는 학생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다. 이현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손을 뻗었다.

‘툭—’

가볍게 학생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가.”

학생은 순간 멍해 있는 듯 하더니, 허겁지겁 몸을 움직여 고개를 깊이 숙이곤 황급히 복도를 벗어났다.

이현은 학생이 사라진 쪽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태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넌 진짜, 매번 분위기 깨는 재주가 있다니까.”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음… 재미가 없어질 때까지?”

은하는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된 공기를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누가 봐도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가, 밥을 같이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태하의 만류에 즉각 행동을 멈춘 이현의 반응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근데 전학생. 이런 거에 신경 쓰는 타입이야? 재밌네?”

그 말 속에는 가벼운 호기심과 장난스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가 노리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은하는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은하는 아주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마침내,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그냥. 좀 유치해서.”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이현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 방금 들은 말이 귀를 스치고도 한 박자 늦게 이해된 듯 짧게 웃었다.

“뭐?”

목소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속에는 명확한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3학년 학생들조차도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했고, 백이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애써 모른 척하거나 피하려 했다. 적당히 기분을 맞춰주거나 눈치를 보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마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치하다.’ 라고 단정 지은 전학생 따위.

그래. 뭐, 전학생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지.

은하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처연한 태도. 그게 더 기분 나빴다.

순간,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태하가 또 한번 나섰다.

“그만 하고, 가자.”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이현이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서려 있었다. 이현은 그제야 은하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또 보자고.”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마지막으로 은하의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가볍게 넘긴 듯 보였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은하는 두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뭐, 상관없어.’

하지만 어쩐지, 자신이 원하던 조용한 학교생활은 이미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급식실 한쪽, 유난히 널찍한 창가 자리 테이블에 백이현과 정태하가 마주 앉아 있었다.

이현은 젓가락을 굴리며 반쯤 먹다 만 식판을 내려다보았고, 태하는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잠시 침묵이 흐르던 중, 이현이 툭 하고 말을 던졌다.

“방금 전학생, 꽤 재수 없지 않았냐?”

태하는 대답 없이 국물을 한 모금 떠먹었다. 이현은 그 반응에 코웃음을 치며 덧붙였다.

“넌 왜 아무 말도 안 해? 신경도 안 쓰이냐?”

“…신경 쓸 이유가 있나?”

“그래. 너답다.”

“됐고. 오늘 저녁, 얘기 들었어?”

“응. 자주 만나시네 요즘. 당연히 갈꺼지?”

“그래야겠지.”

백이현. 그의 아버지는 5년 전, 금융 관련 모바일 앱을 개발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개발한 앱이 주식과 코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급격히 성장했고, 가상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투자 플랫폼과 연계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평범했던 집안이 빠른 시간 안에 부유해졌다. 말 그대로 ‘졸부’였다.

그와는 달리 정태하. 그의 부모님은 ‘드베르’라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재력가였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던 그와 갑자기 부자가 된 백이현. 그 둘은 환경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같은 중학교를 다니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그들이 중3이었을 무렵, 태하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드베르가 해외 시장 진출에 실패하며, 경영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현의 아버지가 투자금과 인맥으로 큰 도움을 주면서 드베르는 무리 없이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덕분에 두 집안은 빠르게 가까워졌으며 두 사람 역시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성격은 달랐지만 태하와 이현은 가끔 부모님의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늘 반항적인 이현의 모습은 여전히 태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녁때 보자고. 또 지루한 이야기나 한참 듣게 생겼네”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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