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칼데론의 생각처럼 화려하고 값비싼 조공품이 담긴 금빛 상자는 바하른 땅에 내려앉지도 못했다. 오히려 바하족의 수장, 베인의 심기만 언짢아졌다.“어찌 아르켈의 황제가 이 먼 곳까지 발길을 하셨습니까.”오르테아스가 눈치를 살폈다. 반기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굳은 표정으로 마주할 줄은 몰랐다. “비단과 파이어 오팔, 천계의 힘이 담긴 무기입니다. 부디 상자를 내려주시지요.”“받을 이유가 없으니,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하여간 짜증 나는 부족이다.유일하게 신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평등한 곳. 고작 이 작은 섬 하나에 터를 잡고,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약한 자에게 물고기 수천 마리를 내어주는 곳. 그렇다면.. 들끓는 부성애가 통하지 않을까?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오르테아스는 세상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동자를 내리깔았다.“베인 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제 하나뿐인 딸이 둠바스에 끌려가 도무지 생사를 모르옵니다.”“휴전이 길었지요. 칼데론 님은 더 이상 심연수옥에 계시지 않더군요.”“도와주십시오. 부디 제 딸을 구할 수 있게 힘을 보태주십시오.”베인의 손에 들린 나무 지팡이가 부르르 떨렸다.아내의 피로 심연수옥을 열 때부터 끔찍했는데, 훤히 들여다보이는 알량한 속이 너무도 우스워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진정 딸을 위하는 아비라면, 이곳으로 오기 전 둠바스로 향하셨겠죠.”오르테아스가 펄쩍 뛰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칼데론의 힘은 막강합니다. 이미 그의 손에 잃은 병사가 수천입니다!”“꼭 전쟁으로 맞서야 한다면, 약한 쪽이 피해를 입어야겠지요.”제대로 간파당한 손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그의 눈이 베인의 아들, 베사무이에게 향했다.“베사무이에게 왕의 자리를 내어주려 했거늘.”오르테아스는 분노했지만, 애석하게도 그 아비에 그 아들이었다.베사무이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숙였고 대답은 베인에게서 돌아왔다.“정작 당사자는 바라지 않는 자리를 혼자서 꿈꾸셨나 봅니다. 이만 가시지요, 부족 회의가 있어서.”“
애처로운 애원에도 그는 입을 더 크게 벌렸다.그리고는 더욱더 힘차게 음부를 빨며 애액을 삼켰다. 이러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안아버릴 것 같아서. 타나의 신음과 할짝거리는 소리가 겹쳐 울렸다."아앙, 앙, 좋아, 아앙, 어떡해, 하..."젠장, 목이 타는 갈증을 해결하고 나면 너에게는 또 다른 벌을 내려 줄 테다.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다시는 감히 이 칼데론 앞에서 등을 보이는 무례함이 없도록.“군주님, 하앙, 제발, 하아아아앙...!”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고개가 옆으로 툭 기울었다.타나에겐 괴상하고 질척거리던 붉은 촉수보다, 그의 혀가 더욱 더 참을 수 없는 쾌락의 덩어리였다.***몇 시간이나 정신을 놓았던 걸까. 살짝 열린 눈꺼풀 사이, 여전히 코와 입을 가린 시녀들이 타나의 입에 물을 흘려 넣고 있었다.“정신이 좀 드십니까?”타나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입안을 적시는 물이 꼭 사막의 오아시스, 아니 생명수처럼 느껴져 갈급하게 삼켜내기 바빴다. 주전자를 반이나 비운 뒤에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눈길이 닿는 그 어디에서도 칼데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결박당했던 손목과 발목은 풀려있었다. “군주님은요..?”“누구도 군주님의 행방을 물을 수 없습니다.”현실적인 대답에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돌렸다. '미워... 너무 미운데.. 하아...'시녀들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음락전을 떠났고, 굳게 닫힌 문 너머로는 짤랑거리는 열쇠 소리와 문이 잠기는 소리가 서늘하게 울렸다.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분명 이곳에서도 자신을 원했던 것 같은데, 또 혼자만의 착각인 거야? 이토록 서러울 줄 알았으면 세쟈르의 편을 들지 말걸 그랬다. 들더라도 조금은 현명하게 들 걸 그랬다. 바락바락 대들며 그의 말을 무시했으니, 아직은 목숨이 묻어있다는 사실에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보고 싶은데... 보고 싶어 미치겠어..”지금 타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칼데론뿐이었다.그건 벌을 받는 사실이 서러워서도 아니었
“읏, 안아줘요, 응응, 원해요.. 하.. 칼데론 님을 원해요.. 아아앙..”감히 또 제 이름을 입에 올린다?칼데론은 화가 나긴커녕 웃음이 났다. 사정을 하면서도 불리는 이름이라면 봐줄 이유로 충분하지. ‘더욱더 울부짖거라 타나. 이 술잔을 너의 음탕한 향으로 가득 채우란 말이다.’ 발목을 휘감은 연기가 스르륵 풀렸다. 하지만 그건 놓아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세를 바꾸려는 수작일 뿐. 벌어진 모양새 그대로 하반신이 접히더니, 두 팔목 근처로 이동한 발목에 단단히 고정됐다.“아..!”이제야 자세히 보이는 아리따운 구멍. 자세 탓인지, 엉덩이가 민망할 정도로 떠올랐다. 촉수는 기다렸다는 듯 더 깊게, 더 빠르게 파고들어 타나의 자궁안을 지배했다. ‘후, 제물이 따로 없네.’당장이라도 달려가 사정없이 박고 싶을 정도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왜냐고? 그건 벌이 아니라 상이니까. 지금 타나는 벌을 받는 중이다. 쾌락이라는 상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윽, 윽, 으윽, 하윽..!”엉덩이 골을 지나 등줄기까지 흠뻑 적신 인간의 애액. 그만큼 칼데론의 잔도 빠르게 채워졌다. 꿀꺽, 한 모금을 넘기자 눈빛이 번뜩였다.세상 그 어떤 술보다 강하고 짙은 맛. 탐락의 향에도 끄떡없는 신체에 뜨거운 불꽃이 이는 기분.‘버텨. 이대로 죽어버리면 내가 너무 슬플 것 같거든.’몇 번이나 폭발한 쾌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문이었다. 타나는 기절과 사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엉덩이를 부르르 떨다 정신을 놓으면, 또 질안을 헤집는 촉수의 감각에 눈이 번뜩 뜨이고. 번뜩 뜨인 눈은 이내 흐릿하게 풀려 분수를 터뜨리게 만들고.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는 나를 이런 방법으로 죽이려는 생각인가? 이렇게 쾌락에 허덕이다 심장이 멎어버리길 바라는 건가? “살.. 살려주세요... 하.. 아아...”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더 흘렀다. 기진맥진한 타나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애간장이 탄 칼데론이 눈을 좁혔다.젠장, 잔까지 텅 비어버렸는데
시녀들의 손에 이끌려 욕조에서 일어났을 때, 꼭 구름 위를 거니는 기분이었다.보드라운 천으로 물기를 닦아낼 때도 자꾸만 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와 얼굴이 달아올랐다. 시녀들은 그 신음조차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타나를 침대 위에 눕혀놓고는 발걸음 소리 하나 없이 음락전을 떠났다.얄쌍한 쇄골 아래. 칼데론의 표식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군주님... 여기 있죠? 보고 계신 거죠?”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때,두둥, 둥! 스르르륵─ 천장에서 기묘한 소리가 울렸다.그 소리는 꼭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처럼,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귓가를 파고들었다.“거기 계신 거예요..?” 부디 그이길 바라며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던 중, 검은 연기가 스르륵 다가와 타나의 몸을 간지럽혔다. “아흣, 아..”하지만 그건 경고에 불과했다.연기는 두 팔목을 휘감아 침대 위 창살로 이끌더니, 마치 밧줄처럼 팽팽해져 고정시켰다. ..!다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넓게 벌어진 발목마저 단단하게 묶여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대(大)자로 벌어진 팔다리. 가슴만 눈에 띄게 오르락내리락 하던 중, 자꾸만 서늘한 기분이 몰려왔다.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도는 게, 음락전이라는 곳의 정체를 조금씩 깨닫는 순간이었다.“군주님...!”애타는 부름에 대답한 건 천장이었다.기묘한 소리가 더욱더 커지더니,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붉은 촉수들이 타나를 향해 돌진했다. "꺄아악...!"젖꼭지와 음부를 향해 돌진한 걸로도 모자라 겨드랑이, 허리선, 허벅지까지 더듬어댔다.끈적하고 기괴한 생명체가 분명,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하, 아.. 이상해요.. 너무 이상해서... 하아아앙..!”더듬어대는 모든 곳이 성감대가 된 기분이었다.촉수들이 꼭 칼데론의 혀와 손가락 같아, 애액이 뭉근하게 흘러나오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읏, 읏, 아앙, 아..”그렇게 칼데론의 놀이터, 음락전이 가동됐다. 침대 가까이에 있지만 모습을 숨긴 칼데론은 벌써
“그 계집애가 네 귀에 속삭이던데.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치러야 해. 넌 인간이니까’.”그거야 당연히 얄밉지. 근데, 솔직히 톡 까놓고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아버지가 분노했는데... 거기서 어떻게 일개 시녀 편을 들겠냐고. 그리고, 그게 뭐? 이게 다 나 때문이라는 거야? 그건 또 어떻게 들었는데?“군주님은 그때.. 그곳에.. 안 계셨는데....”“아니, 병신 같은 아르켈 놈들이 몰랐을 뿐.”어머..? 그럼 일찍 좀 구해주던가!뺨도 후려 맞고, 입술도 터지고. 말라토 기둥으로 끌려갈 때까지 반나절은 더 묶여있었는데. 아니야. 결국 구해줬잖아. 감사할 따름이지. 암.“근데 그거랑 이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그날, 세쟈르가 그곳을 나서며 뭐라고 궁시렁거렸는지 알아?”“네....?”칼데론의 손이 타나의 턱을 움켜쥐었다.“차라리 잘됐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그럴 리가. 벨리오는 분명 다른 말을 했었다. 다른 시녀들보다 유난히 자신을 챙긴다고. “그게 다가 아니야. 쪼르르 헤릴드에게 달려가 징징거렸지.”“...”“혹시라도 운이 좋아 살아남으면, 혈향루(血香樓)문 앞에 버려달라고.”“혈향루요...?”턱을 움켜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입술이 오므라들고 금방이라도 멍이 들 것처럼.“천족들이 인간을 가둬두고 성 고문을 일삼는 곳. 그곳에 끌려간 인간 중 가장 오래 버틴 자가 2주던가.”“말, 말도 안 돼요...!”“그러니까 넌, 네 목숨을 해치려던 그년 하나 때문에 감히 나 칼데론에게 반기를 든 거야.”등골이 서늘해졌다.뒤늦게 세쟈르의 진심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칼데론의 눈빛이, 표정이,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달라서.“반기라뇨,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이래서 인간 따위를 거두고 아끼는 게 아니었는데.”끝이구나, 졸렬한 자존심이 만들어낸 영웅 놀이가 결국 파국을 불러왔구나.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어느 날 갑자기 뒤바뀐 세상. 여기서 죽으면 또 다른 세계로 가
경고는 통하지 않았다.타나는 끝끝내 세쟈르를 칼데론의 품에서 일으켜 그 앞을 지키듯이 막아섰다.그리곤 두려움 하나 없는 낯빛으로 그의 붉은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싫습니다. 식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타나.”“이만 가보겠습니다.”덜덜 덜리는 세쟈르의 어깨를 감싸안고 발걸음을 옮겼다.솔직히 두려움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들키기 싫어 입술만 꽉 깨물었다. 비로소 칼데론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쟈르의 얼굴을 살폈다.“괜찮으세요?”“아.. 아가씨... 이러시면 안 되시는데...”“방이 어디예요? 데려다 드릴게요. 네?”세쟈르의 푸른빛 눈동자에 투명한 물기가 가득 차올랐다.“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군요..”세상에, 그 당당하고 화려하던 모습은 다 어딜 간 건지.지금쯤 오르테아스는 하나뿐인 외동딸을 찾기 위해 정신이 나갔을 텐데. 이러다 또 전쟁이라도 터지면 어쩌려고 이래.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저... 기억 안 나세요?”“네...?”“저 타나잖아요. 말라토 기둥에서 잠이 들어, 공주님께 혼쭐이 났던 그 타나요.”세쟈르는 타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눈동자만 세차게 흔들리더니, 또 한 번 고개를 푹 숙였다. 설마 나를 죽이려는 셈인가? 공주라는 호칭으로 몰아가서는?“이러지 마세요. 저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호칭을 쓰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그때, 두 사람을 향해 가까워지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 짤랑거리는 금속의 갑옷 소리와 함께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일드였다. “타나 아가씨, 군주님께서 찾으십니다.”“잠, 잠시만요..”“정말 이 시녀를 위한다면, 지금 당장 침실로 돌아가시죠.”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로일드와 세쟈르. 미세하게 흩날리는 검은 연기가 오늘따라 불길하게 느껴져 덜컥 몸이 굳어버렸다. 아씨, 사고는 쳤는데, 수습은 어떻게 하지? 오늘이 설마,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인가? ‘몰라. 잘못을 내가 잘못했어? 자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