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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Author: 희나리K

제1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4 17:04:10

유난히 하늘이 맑은 오후였다.

행복한 주말이란 걸 증명하듯 잠에서 깨어난 시간도 오전 11시.

하아, 늘어지는 여행지에서 즐기기 좋은, 딱 이상적인 시간이잖아?

미주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여름은 끔찍하다며 투덜거렸다.

10평도 안 되는 오피스텔, 취객들이 개진상을 부리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최악의 최악이 더해진 나날이 그저 일상이었다.

스물다섯치고는 나름 평범한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에어컨을 틀다 멈칫. 전기세가 두려워 차라리 취객들을 상대하는 시간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때는 스스로가 좀 처연하게 느껴졌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세상? 참 살만하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가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번졌다.

그동안 가족이라곤 필요 없다고 치부하며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희소식인지.

키워주진 않더니, 죽을 때가 돼서야 핏줄을 향한 미안함이 들끓었었나?

그 마음이야 헤아릴 순 없겠지만 딱히 슬프진 않았다. 그냥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그런 마음뿐이었다.

일단은 무작정 제주도 티켓부터 끊었다.

2억이라는 금액이 통장에 꽂히자, 현실에서 도망치듯 떠나고 싶어 돌아갈 티켓은 예매하지 않았다. 이 꿈만 같은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비록 혼자였지만 음식도, 사람도, 풍경도 모든 게 좋았다. 아마도 그건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거겠지.

텅텅 비어있던 통장이 채워지는 건, 생각보다 더 행복하고 짜릿한 기쁨이었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렌탈한 전기 자전거를 몰아 해변가를 쌩쌩 달렸다.

에어컨이 빵빵한 편의점보다 훨씬 더 더웠지만,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조차 축하 인사로 느껴질 만큼 행복한 순간이었다.

살면서 부단한 노력을 한 적도, 남들은 다 가지고 있다는 꿈같은 것도 딱히 없었는데. 왠지 이곳에서라면 생길 것 같은 기분. 남은 인생에 최선의 길이 열릴 것만 같은 설레는 기분.

한껏 신이 난 미주는 자전거 핸들을 꼭 쥐고, 무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가사까지 바꿔가며 흥얼거렸다.

“행복이 뭐 별거인가요. 뜻밖의 행운에 인생이 바뀌는걸요~♪”

그때였다. 

콰아앙─!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둔탁한 충격이 들이닥쳤다. 

얼마 후, 희미하게 귓가에 스친 건 다급한 의료진들의 목소리와 감은 눈 사이로 스며드는 새하얀 형광등의 잔광이었다. 

“TA(교통사고) 환자입니다.”

“어레스트 왔었고, ROSC(자발 순환 회복)후에도 의식이 없습니다.”

TA? ROSC?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고 떠드는지 다 들리는데? 

그나저나 딱 봐도 사고가 난 것 같은데,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만큼 부상이 심각하단 뜻인가.

역시나 재수 없던 인생은 생에 첫 여행지에 와서도 마찬가지네.

그 행복이라는 이질적인 건, 치사하리만큼 짧게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불쑥 덮쳐 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솔직히 지나온 인생을 되짚어보면 로또 번호를 알려줘도 봐줄까 말까인데.

갑자기 교통사고? 이게 정말 최선이야?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신세 한탄과 함께 환자 이송용 스트레처에 실려 어디론가 향하던 중, 승려복을 입은 스님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을 스치는 찰나, 손등에 느껴지는 둥글둥글한 염불의 감각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언젠가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열네 살 때였나? 친구를 따라 성당 교리 교육을 받던 중 잠이 쏟아져 졸고 있는데, 따스한 손이 손목을 붙잡아 흔들던 느낌.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땐 책상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자한 목소리로 교리 내용을 읊조리던 신부님과 잠시 눈이 마주쳤을 뿐. 

그때랑 감각이 비슷했다. 뭐랄까, 꼭 인간이 주는 감각이 아닌 것 같았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어떤 신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종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늘 습관처럼 내뱉던, 지옥 같은 현실에서 꺼내달란 기도와는 사뭇 달랐다.

부디 이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나는 것.

2억이라는 돈은 다 쓰고 죽어야 될 거 아니야!

‘살려만 주세요.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죽겠으니까. 누가 영원히 산다고 했어요? 씨발.. 지금이라도 좀 즐기겠다고. 나 따위 인간은 그냥 살려만 두고, 제발 좀 잊고 지내시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잘못돼도 한참이나 잘못된 기도였다. 

살려만 달라는 것도, 잊고 지내란 것도. 그렇게 포괄적인 기도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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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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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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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32화

    “좋은 구경을 시켜주지.”타나의 표정이 영 신경 쓰였던 그는 생각지도 못한 말과 함께 타나를 품에 안았다.채 가슴까지도 미치지 못하는 이마 위, 그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져 굳어졌던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순식간에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 그리고 바람이 주변을 에워싸는 감각. 한참을 흩날리던 머리칼이 제자리로 떨어졌을 때, 타나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틀어막았다.그레이 빛의 거친 표면이 끝도 없이 펼쳐진 돌산.그곳엔 풀도, 나무도,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대한 폭포가 시선을 압도했다. 게다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둠바스 제국이 너무도 작아 보여, 산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중 삐죽하게 올라선 성 하나.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꼭 동화속의 마녀가 살 것만 같아 눈을 떼지 못했다.“저기가...”“우리가 있던 곳. 나의 성.”응? 우리..?그 단순한 단어에 의미가 붙어버렸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시녀와 성의 주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니까. '그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은 경치와 분위기잖아.'타나는 굳이 다음 정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마음을 뱉어버렸다.“군주님에게 전, 어떤 존재인가요..?”“그게 중요한 가.”“네. 궁금합니다.”칼데론은 타나의 앞을 막고 서 시야를 가려버렸다.끝내주는 풍경을 봐서 또 쓸데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오른 건가? 역시나 피곤하고 말이 많은 존재다.“죽이기 싫은 인간.”“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네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진작에 사지가 반갈나 썩어 문드러졌다는 뜻이지.”눈앞의 남자가 마족의 군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 순간이었다.동시에 정이라곤 없이 내뱉는 말에 괜스레 마음이 심란해졌다. 나 혼자만 오버한 거야? 그럼, 그동안 했던 행동들은 다 뭔데? 지금은 왜 또 이런 곳에 데리고 온 건데?그런 타나의 표정을 내려다보는 칼데론도 마찬가지였다.아까부터 자꾸만 울상을 짓는 이유를 도무지 몰라 혼란스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31화

    침실을 나서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을 걸어야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진다. 걷는 내내 몸에 걸쳐진 하늘색 시녀복 자락을 자꾸만 매만졌다.'나는 침실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건가 봐.'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우울감에 빠져 있어 봤자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아, 이제는 로일드의 교육으로 인해 어느 정도 독초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말이다.지난날 마주했던 말하는 흑개구리는 정말로 위험한 마물이었다.칼데론이 아니었으면 물속에 잠겨 뼈만 남았을 거라는 말은 지금 와서 생각해도 서늘함이 몰려올 지경. 혀를 뽑아버리게 내버려뒀어야 되나, 그런 후회도 잠깐 했었다.한참을 걷고, 또 걷던 중.“너구나?”생전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세상 화려한 블랙 드레스와 귓불과 목선에서 반짝거리는 장신구가 반짝였다.오렌지빛의 머리칼은 꼭 물결 펌을 한 것처럼 허리까지 흘러내렸고 이목구비도 또렷한 게 꽤나 예쁜 여자였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마족이라는 사실은 금세 알아차렸다.눈동자 색은 오묘한 보랏빛을 내며 반짝였고, 이 세계에서 인간 따위가 저런 화려한 드레스를 입을 리는 결코 없었다. 일단 두 손을 모아 고개부터 숙였다. 시녀복을 걸친 자신은 아무리 봐도 처지가 달라 보였다. “맞지? 군주 님의 혼을 쏙 빼놨다던 그 인간 여자.”“네? 그, 그게 아니라....”여자의 시선이 타나를 훑었다. 성이랑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존재인 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덜미와 가슴 부근에 남겨진 키스 마크는 물론 선명하게 도드라진 칼데론의 표식이라니. 불쾌한 한숨과 함께 여자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요상스러운 취미가 생기셨네. 그 옷은 또 뭐야?”대꾸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시선은 여전히 발끝만 향한 채로.그때, “보네타.”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칼데론이 두 여자의 사이를 가로막았다.타나를 등지고 보네타를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30화

    벌어진 허벅지 사이, 그의 손이 예고도 없이 뻗어져왔다.기다란 손가락이 골짜기를 쓸어올리자, 민망한 소리와 함께 투명한 애액이 손가락을 적셨다. “읏, 아흣...”이제는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신음. 그는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 혀로 핥았다. 무화과 잼을 처음 맛보던 날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더니. 지금은 아주 그냥 맛있어 죽겠다는 듯 올라간 입꼬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잔에 담아 마시고 싶을 지경이라고.”“그.. 그게 무슨...”그때부터였다. 칼데론이 허벅지 사이로 달려들었다.고개를 파묻고 갈증이 난 짐승처럼 혀를 놀리는데, 골짜기 사이사이는 물론 음핵까지 쫍쫍 빨아들이는 모습이 탐욕스러운 변태가 따로 없었다.당연히 그 모습은 타나를 잔뜩 흥분시켰고 말이다.“하앙, 군, 군주.. 님..! 하으윽..!”커다란 손에 엉덩이가 붙잡힌 타나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허리를 튕겼다. 구멍 안으로 들이닥친 혀가 질벽을 모조리 훑었다. 동시에 입술로는 쫍쫍쫍. 여유 따윈 주지 않고 모조리 빨아들였다. 긴 머리칼 역시도 허벅지를 간지럽혔다. 아무리 애원해도 멈출 기미라고는 보이질 않았다.“하으, 아앙, 그, 그만, 그만요.. 윽..!”뾰족하게 세운 혀가 음핵은 물론 요도구 근처를 짜릿하게 자극해왔다.더 미치겠는 건, 그러면서도 위로 들린 붉은 눈동자는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하, 안 돼요... 진짜 안 돼요... 으으응..”참을 수 없는 요의감이 몰려와 고개를 저었다.왜 이렇게 뭔가를 싸버릴 것 같은 거지? 아무리 노력해도 몰려오는 감각은 도무지 참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그의 입에서 벗어나고자 황급히 몸을 비틀었지만, 그럴수록 그의 혀에 속도가 붙었다. “아아앙, 안돼.. 앙! 어으으윽...!”순간, 애액인지 오줌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침대 위로 통통 튕기듯 튀어 오르는 새하얀 엉덩이. "후하, 후하, 어떡해, 나 어떡해...."진정될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는, 고통이라 느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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