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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eur: 희나리K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7-14 17:27:07

드넓은 정원을 하염없이 거닐던 중, 삐옥삐옥 거리는 신비로운 새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소리는 정확하게 열여섯 번. 

아..! 이게 바로 그 팔색조가 알려주는 시간이구나. 그럼 아직 네 시네? 맞지?

“흠, 근데 아무리 봐도 돌아가는 상황을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저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넓었고, 사원이라기엔 또 평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와가 있는 궁전 쪽에 더 가까웠다.

그것도 겁나게 갑부인, 천국에서의 대통령이 살법한.

‘앗? 그럼 설마.. 아까 그 목소리 주인 양반네 집?’

아직은 아무런 답이 서질 않았다.

이곳에서 적응해 나가려면, 보다 더 많은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야지.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래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맞다, 벨리오!’ 

벨리오는 쌀쌀맞긴 했지만, 분명 친구라고 했었다.

현실에선 아니었지만, 이곳에선 믿을만한 친구이길 바라며 벨리오를 만났던 곳, 딱 봐도 주방으로 보였던 곳으로 황급히 걸었다.

주방 안, 벨리오는 작은 화덕 앞에 앉아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사방팔방 달콤한 향으로 가득 찬 공간, 미주는 능글맞은 얼굴로 벨리오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벨리오!”

“뭐야? 휴가라더니?”

“소식 한번 빠르네.”

상체를 기울여 주전자 안을 바라보자, 안에는 잘게 썬 과일로 보이는 것들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꿀을 넣었나? 향이 왜 이렇게 달콤해?

“향이 좋네. 입맛 돈다.”

“폐하께서 즐겨 드시잖아.”

“폐하, 맞아.”

“존함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 너도 그렇지?”

난 모르는데? 그 존함이 뭔지? 

“그럼! 웅장하지! 네가 그 웅장한 기분을 더 느끼게 해줄래?”

스리슬쩍 눈치를 보던 벨리오가 작게 웃었다. 

“오르테아스님, 만세!”

아오..! 이름 외우다 머리 터지겠네 이거. 이름이 죄다 왜 이 모양이냐고. 

설미주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름들의 향연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어들이 입에 붙기는커녕 머릿속은 자꾸만 실타래처럼 꼬여만 갔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오르테아스의 딸이 세쟈르 공주라는 것. 

“그, 그래. 웅장하긴 하네.”

“타나..! 오늘 진짜 왜 이래? 아르켈에서 쫓겨나고 싶어?”

벨리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주를 노려봤지만, 미주의 눈은 오히려 반짝였다. 

오호라, 여기가 바로 아르켈이구나.

낯선 세계 속, 미주는 서서히 눈치라는 무기를 익혀가고 있었다. 

“맞다, 벨리오..! 너는 아르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 건데?”

“그냥, 우리가 이십 년간 살아온 곳이니까.”

살아남기 위해선 기필코 원하는 답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미주에게 벨리오는 유일한 정보원이었다. 

“이곳은 신력을 가진 자들의 세상이잖아. 우리처럼 평범한 인간들은 그저 좋은 주인 만난 것에 감사해야지.”

신력..?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모든 게 이상했다.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세쟈르도, 현실과 어긋난 것 같은 공간들 역시도.

아무래도 오르테아스는 아까 그 짜증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닌 것 같고. 

미주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르테아스님은 좋은 주인님이셔.”

속으로 이를 악물 듯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좋은 주인이어라... 제발..!

“그뿐이야? 아르켈을 관장하는 왕이신데. 거둬두신 걸 감사히 여겨야지.”

다행히 벨리오는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의심이라곤 없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세쟈르 공주님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니까.”

“그것도 감사히 여겨, 유독 널 챙기시잖아.”

“당연히 감사드리지. 근데 왜.. 나를 유독 챙기실까? 나는 그냥 시녀일 뿐인데.”

“글쎄, 예쁘니까?”

미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내 외모가 여기선 꽤 먹히는 외모인가? 아무리 친구라도 여자끼리  예쁘단 말을 서슴없이 내뱉기는 쉽지 않은데. 이렇게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고? 

“예쁘긴.”

“공주님은 어릴 때부터 늘 예쁜 것만 쫓으셨잖아.”

그거야 그런 부류들이 가진 특징이지. 반짝이고, 화려하고, 예쁜 것만 소유하고 싶어 하는 종특 같은 것.

이후로도 두 사람의 대화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잡담 사이로, 미주는 끈질기게 정보들을 끌어내기 바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지만 들키지 않게. 

그리고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세계가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세계는 아르켈이라 불리며, 신력을 가진 이들이 곧 현생에서의 재벌이다. 당연히 힘의 크기가 곧 신분이고. 

타나라 불리는 자신이 상주하는 곳은 아르켈 제국의 아르켈 궁. 

통치자인 오르테아스는 마족과의 전쟁에서 아내를 잃었고, 지금은 철없는 딸 세쟈르 덕분에 전전긍긍 골머리를 썩는 중이다.

대신, 부모님을 쏙 빼닮아 아주 강한 신력을 가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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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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