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결혼 5년 동안 강루인은 완벽한 주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단 한 번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주영도의 첫사랑은 단지 애교만 부려도 주씨 가문 사모님이 누려야 할 모든 사랑과 관심을 손쉽게 차지했다. 교통사고의 순간, 조강지처를 외면한 채 첫사랑을 구한 주영도. 그 일로 강루인은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더 이상 이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대담한 결단을 내린다. 가짜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친 주영도는 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버려진 아이처럼 불안과 절박함에 휩싸여 붉어진 눈으로 애원한다. “여보, 나랑 집에 가자.”
더 보기지수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지은우!”지은우는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재빨리 내려놓고 몸을 돌려 강루인의 품속으로 숨었다.마치 그녀만 있으면 세상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듯한 태도였다.“엄마, 저 지켜줘요. 저기 괴물이 있어요.”강루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화를 내? 그러다 화병 나겠어.”지수현은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화병 나는 건 괜찮아. 걱정되는 건 내 권법 실력이 녹슬어 버리는 거야.”“지은우, 너 또 엉덩이에 불나는 맛을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지은우는 무서워서 이미 강루인의 품에 숨어 있었지만 작은 입만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여자는 다정하고 신사적인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아빠가 이렇게 무섭게 굴어서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면 그건 아빠가 자초한 거예요.”그러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덧붙였다.“봐요. 저는 작은 신사잖아요. 그러니까 엄마가 저를 좋아하는 거죠.”지수현은 코웃음을 치며 손목을 천천히 돌리더니 금방이라도 손을 쓸 것 같은 분위기를 보였다.“오늘은 피를 보기 딱 좋은 날이네.”그 모습을 본 지은우는 더 이상 강루인의 품에 숨어 있지 않고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짧은 다리로 재빨리 방을 향해 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사람 살려요! 누군가 어린아이를 죽이려고 해요! 엄마, 빨리 은우 대신 신고...”쾅!묵직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거칠게 닫혀버렸고 곧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강루인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아침 식사를 이어갔다.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장면이었기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던 것이다.지수현 역시 몇 걸음 뒤쫓는 시늉만 하다가 겁에 질려 도망간 아이를 비웃으며 몸을 돌려 두 팔을 낀 채 식탁 앞에 기대섰다.그는 아침을 먹고 있는 강루인을 내려다보며 투덜거렸다.“너 요즘 갈수록 은우만 편애하는 거 알아? 그 꼬맹이한테는 아주 심장까지 떼어줄 기세잖아.”강루인은 태연하게 부인하며 말했다.“그건
이번에는 오히려 강루인이 그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헤어 왁스를 도대체 얼마나 바른 거야? 너무 딱딱해서 만지는 느낌도 별로야. 난 그래도 자연스럽게 내린 머리가 훨씬 보기 좋은데.”지수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넌 정말 변덕쟁이야. 예전에는 네가 올백으로 넘긴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고 했었잖아. 내린 머리는 어려 보이고 가벼워 보인다고 싫어했으면서.”강루인은 전혀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은 채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기억도 안 나는데. 혹시 네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지수현은 마치 어린 늑대 새끼처럼 이를 살짝 드러내며 말했다.“나쁜 여자.”강루인은 피식 웃더니 마치 그 말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갈 거야 말 거야? 안 가면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지수현은 결국 자세를 바로잡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안전벨트를 매며 투덜거렸다.“역시 너는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나쁜 여자야.”강루인은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받아쳤다.“그걸 이제야 알게 된 거야?”지수현은 차에 시동을 걸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면 또 어쩌겠어. 하필이면 내가 그런 나쁜 여자를 제일 많이 사랑하는데.”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루인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주영도가 조금 전까지 그들이 탄 차 근처에 계속 서 있었고 차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강루인은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굳이 주영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비서에게 일찍 돌아가 쉬라고 말했다.주영도의 이런 가식적인 태도에 그녀는 그저 코웃음을 쳤다.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 바로 이런 가식적인 다정함을 연기하는 것이었다.같은 시각, 호텔 밖에서 주영도는 마치 온몸이 굳어버린 사람처럼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강루인이 지수현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강루인은 마치 주영도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것처럼 철저하게 그를 외면했다.오윤재 역시 이 자리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주영도의 말을 대놓고 흘려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그는 바로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주영도 대표님께서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옆 룸에 계신 걸 미리 알았다면 체면이고 뭐고 진작에 먼저 찾아가 인사드렸을 겁니다.”강루인은 그가 이 자리에서 주영도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그들의 대화를 끊어버렸다.“오윤재 대표님, 사업 이야기는 이제 끝났으니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시죠.”말을 마친 강루인은 비서를 데리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긴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섰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는 순간, 누군가 문틈 사이로 손을 뻗어 닫히려는 문을 붙잡았다.강루인이 무심하게 시선을 들어 올리자 문밖에 서 있던 주영도와 눈이 마주쳤다.그렇게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고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비서는 강루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지시를 기다렸다.하지만 강루인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그녀는 여전히 철저하게 무시할 뿐이었다.주영도는 강루인의 왼쪽에 서서 자기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사람은 너한테 잘해줘?”좁고 답답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영도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강루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았지만 막상 앞에 서니 남은 것은 걱정뿐이었다.질문은 던져졌지만 엘리베이터 안은 여전히 고요했고 강루인은 마치 듣지 못한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주영도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도 바라보지도 않았다.자신을 철저히 외면하는 강루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영도는 마음 한구석이 시리도록 아팠다.하지만 그의 눈빛에
강루인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일이라면 누구보다 많은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어 결국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었다.지수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얼굴에는 그녀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믿지. 내가 어떻게 안 믿겠어. 내 아내의 능력이야 더 말할 것도 없잖아. 난 지금까지 너처럼 대단한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그는 입만 열면 듣기 좋은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사람이었다.“생각해 보면 나 정말 복도 많아. 내가 전생에 대체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렇게 좋은 아내를 얻은 걸까?”강루인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만 좀 해.”사업장에서 보여주는 지수현의 냉철하고 진중한 모습은 강루인 앞에만 서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늘 장난스러운 말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강루인은 그를 재촉하듯 말했다.“얼른 가서 네 일이나 해.”두 사람이 귀국한 이유는 국내 사업 확장을 준비하기 위해서였고 지금처럼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해 질 무렵, 강루인은 비서와 함께 거래처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어디에서든 인맥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힘이었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원래라면 이렇게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웠다.하지만 지수현이라는 든든한 배경은 그들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벨라크는 정부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곳이었고 국가라는 거대한 배경을 등에 업고 있으니 어떤 일이든 비교적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술자리에서 거래처 대표는 강루인에게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물론 아직 완전히 숨기지 못한 가벼운 경멸의 시선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강루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무시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레스토랑 직원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손에 들린 쟁반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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