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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참새
그러니까 성혁의 마음속에서 초아는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태라는 원하던 답을 얻었다. 손을 거둬들이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삼키고, 억지웃음을 짜냈다.

“그래. 전원하고 싶으면 해. 그래도 성연이한텐 전화할 거야.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 친구가 슬퍼할 테니까.”

말을 마치고 태라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 전, 다급해진 성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원 안 할게. 누나, 우리 누나한텐 말하지 마.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성연이 뭘 알까 봐 두려운 걸까?'

‘다친 것? 아니면, 우리 둘이 몰래 사귄 것?'

태라는 알 수 없었고, 더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성연에겐 전화하지 않았다.

아직 해외여행 중인 친구를... 이런 일로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간병인 두 명을 붙여 성혁의 병시중을 맡겼다.

이따금 간병인이 식사를 가져다주러 올 때면, 한마디씩 흘리곤 했다.

“태라 씨, 권성혁 씨가 오늘도 어디 계시냐고 물으셨어요. 혹시 화나신 거냐고 저희한테 캐묻기도 하시고요.”

“네...”

태라는 그냥 대충 답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성혁의 병실에 가 봤지만, 사람이 없었다.

마침 정리를 마친 간호사가 지나가듯 일러줬다.

“환자분은 오후에 전원 수속 하셨어요. 남일병원으로 가셨습니다.”

텅 빈 병실을 바라보며 태라의 얼굴에 자조 어린 웃음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열어 성혁이 요 며칠 보내온 메시지들을 내려다봤다.

[누나, 나 심심해. 와서 나랑 얘기 좀 해 줘.]

[우리 사흘이나 못 봤는데, 내가 하나도 안 보고 싶어?]

[화 풀어. 퇴원하면 선물 사 줄게.]

[...]

초아의 존재를 몰랐다면, 태라는 이렇게 매달리는 게 사랑 때문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이상 다시는 착각하지 않을 것이다.

혼자 집으로 돌아온 태라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이 아파트를 매물로 올렸다.

그 뒤 사나흘 동안, 예닐곱 팀이 집을 보러 왔다.

빨리 팔아 치우고 싶어서 가격도 최저로 낮췄다.

거래가 성사되던 날, 태라가 계약서에 막 서명했을 때 성혁이 돌아왔다.

부동산 회사 명찰을 단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보고, 성혁의 눈에 의외라는 빛이 떠올랐다.

“누나, 집 팔려고?”

태라는 굳이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심드렁하게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하긴 나도 이 아파트가 좀 좁다 싶었어. 명주산에 있는 그 집으로 옮기자. 산 지 한참 됐는데 계속 비워 뒀거든.”

태라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배웅한 뒤, 화제를 돌렸다.

“몸은 다 나았어?”

“응, 누나. 그래도 누나가 날 걱정하긴 하는구나.”

성혁이 웃으며 태라의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

뜨거운 숨이 훅 끼치자, 태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성혁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앞에서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그날이야.”

성혁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누나, 나도 맨날 그 생각만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이렇게 오래 못 봤는데, 그냥 순수하게 보고 싶어서, 뽀뽀하고 싶어서 그러면 안 돼?”

태라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애정 연극에 장단 맞출 기력도 없어서 씻는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그 뒤 이틀, 성혁은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태라는 상자를 꺼내, 성혁과 관련된 물건을 전부 정리해 담았다.

커플 텀블러, 사 줬던 면도기, 그가 준 선물들,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 생활용품...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버렸다.

마침 서재에서 나온 성혁이 휑해진 방을 보고 문득 허둥댔다.

“이걸 왜 다 버려?”

“명주산에 있는 그 집으로 이사한다며. 잡동사니 좀 정리한 거야.”

태라가 아무렇게나 둘러대자, 성혁의 의심도 풀렸다.

성혁도 가라앉은 태라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저녁에 태라를 이끌고 경매장에 갔다.

현장에 도착하자, 보석이 예닐곱 점 연달아 올라왔다.

성혁은 생각도 안 하고 전부 낙찰받았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태라에게 부러운 시선을 던졌지만, 태라는 아무 흥미도 일지 않았다.

일어서려던 참에 성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흘끗 보니 초아였다.

태라는 말 없이 몸을 돌려 화장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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