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성혁의 혼탁하던 정신 한 조각이 문득 맑아졌다.눈을 뜨자 안색이 몹시 안 좋은 태라가 보였다. 가슴이 철렁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방금 술주정을 잔뜩 늘어놓은 건 알겠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 나 방금 취했어. 무슨 말을 했든, 마음에 담지 마.”바로 그때 룸 밖에서 누군가 성혁을 불렀다. 성혁은 달래듯 태라의 얼굴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고, 비틀비틀 돌아갔다.그 뒷모습이 문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본 뒤, 태라는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혼자 그 안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두 다리에 감각이 사라질 무렵, 문가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정신이 들었다.문을 밀려던 그때, 제 이름이 들렸다.“그 강태라는? 왜 중간에 도망갔대? 초아야, 설마 선배가 네 술 다 받아 주는 거 보고 질투한 거 아니야?”“몰라. 그런 여자 신경 써서 뭐 해? 내가 선배를 잘 알거든. 그런 늙은 여잘 좋아할 리가 없어.”초아의 깔보는 말투에 태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밖의 두 사람은 태라가 안에 있는 줄도 모르고, 거리낌없이 떠들어 댔다.“나 다 들었어. 그 여자, 선배 누나 절친일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선배가 사귄 여자친구래.”“근데 초아야, 걱정 마. 선배가 걔랑 사귄 건 그냥 연애 경험 쌓으려고 갖고 논 것뿐이야. 서른 다 된 노처녀가 연하 넘보는 거, 진짜 뻔뻔하지 않냐?”“당연히 알지. 예전에 선배가 날 지키려다 양아치한테 칼 맞고 죽을 뻔했잖아. 깨어나자마자 한 일이 날 찾는 거였어. 그렇게 날 좋아해. 목숨도 안 아낄 만큼. 그 늙은 여자 따위가 뭔데?”“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건데? 어제 선배가 널 데려다주고 나서, 그날 밤에 바로 친구들이랑 네 생일 파티 준비를 의논했다던데. 생일 파티에서 고백하면, 받아 줄 거야?”초아가 도도하게 말했다. “흥, 하는 거 봐서.”물소리가 한바탕 흐른 뒤, 문밖의 두 사람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멀어졌다.손바닥에 깊게 파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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