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호랑시.태라는 일찌감치 일어나 단장을 시작했다. 맞춤 제작한 웨딩드레스는 눈처럼 새하얗게, 가느다란 허리와 우아한 어깨선을 살려 냈다.드레스를 입은 태라를 보며 방 안의 모두가 감탄 어린 눈빛을 보냈다.“세상에, 태라야, 너무 예쁘잖아!” 친구들이 곁을 둘러싸고 연신 감탄했다.태라는 옅게 웃으며 거울로 시선을 옮겼다.거울 속 태라는 그림 같은 눈매에, 입가엔 은은한 행복이 어려 있었다.“신랑 왔다!” 누군가 외쳤다.태라가 몸을 돌리자, 구준범이 걸어 들어왔다.몸에 꼭 맞게 재단된 검은 예복, 훤칠한 몸, 기품 있는 분위기.그 시선이 태라에게 닿자, 눈에 숨김없는 감탄이 어렸다.“우리 태라 예쁘죠?” 방 안 사람들이 웃으며 물었다.준범은 대답 대신 곧장 태라 앞으로 걸어와, 몸을 숙여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낮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내 예쁜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태라는 볼을 발그레 붉히며 나직이 타박했다.“나도 곧 서른인데, 무슨 예쁜이 취급이야.”준범이 웃었다. 눈에는 태라를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내 눈엔, 넌 영원히 예쁜이야.”태라는 마음이 따뜻해져, 눈시울이 살짝 젖어 들었다.이 정략결혼이 준범과 다시 만나게 해 줄 줄은... 정말 몰랐다.정략결혼을 승낙한 건 그저 성혁에게서, 그 고통스러운 관계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상대를 만나 보니, 뜻밖에도 학창 시절 남몰래 좋아했던 그 남자였다.구준범, 태라의 고등학교 선배. 그 시절, 수많은 여학생의 마음속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태라는 그저 조용히 좋아하기만 했을 뿐, 그 마음을 입 밖에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훗날 준범이 유학을 떠나며 두 사람의 연은 끊겼다.이번 정략결혼이 성사되고서야 알았다. 준범도 줄곧 태라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이 혼담은, 준범이 먼저 청해 왔다는 걸.이 며칠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준범의 다정함과 자상함은 태라를 성혁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걸어 나오게 해 줬다.기억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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