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아이비는 비바람이 들어오는 창에 시선을 두었다.
이곳은 공작부인의 별장.
여기까지 보낼 만큼 간 큰 이가 있던가?
그게 아니라면….
“헤이든이 수도에서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고 했었어요. 누구인지, 무얼 노리는지도 모르지만”
진의 말에 아이비는 미간을 좁혔다.
일전의 침입자와는 다른, 또 다른 침입자.
검법과 움직임을 보았을 때, 짧은 검신을 사용하는 자가 수도의 긴 검신으로 쓴 어설픈 움직임.
공작부인의 호출로 멀리 있던 진보다도 늦은 경비대.
그리고 함께 등장한 하녀장….
과연 공작저에서 보낸 것들이 맞을까?
“진, 공작부인의 방에서 소리가 들렸니?”
“네. 그래서 바로 달려왔
마당에 앉아서 서류를 보는 레이먼드에, 헤이든은 작게 욕을 뱉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빌어먹을 일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 저자의 도움이 필요했다.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엘리 누님이 계시는 이상, 저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경, 시간 괜찮으십니까?”“내가 한가한 사람은 아니네만, 지금은 시간이 있는 편이지. 무슨 일 있는가?”“헨리 스피나의 일입니다.”레이먼드는 서류를 내려놓고 가만히 헤이든과 눈을 마주쳤다.그 이름을 이놈이 어떻게 아는 거지?어디서도 그 이름이 흘러 나간 적은 없었다.심지어 공녀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공작부인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름인데….“자네가 알 줄은 몰랐는데.”“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까요.”“그리 말하니 할말이 없군. 묻고 싶은 게 무엇이기에 그러지?”“푸른 사과라고 들어 보셨습니까?”레이먼드는 픽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원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그 놈의 이름과 함께 등장하는 더러운 집단이라니.녀석이 거기에 손이라도 썼다는 말인가?“추잡한 놈인 건 알고있었지만, 그 놈이 그쪽에까지 손을 뻗은 줄은 몰랐어. 그놈이 암살 의뢰라도 했나?”“경께서는 아직 모르시는 것입니까?”“무슨 이유에서 그 놈과 그 더러운 이름이 함께 나오는지 궁금해지고 있네.”레이먼드의 말에 헤이든은 마른 세수를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이 인간도 아는 게 없다.그럼 모든 걸 숨기고 공작가의 협조자에게만 알린 것이려나.무엇이든 간에 빌어먹을 상황인데….“잠시 기다리시지요. 곧 돌아오겠습니다.”“말해주려던 것이 아니었나?”“전 단장님과 상의를 해야해서. 금방 오겠습니다.”헤이든은 다급하게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올리버라면 이곳의 위치까지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용병단 내부에서도 딱히 비밀은 아닌 위치였으니, 언제 어떤 식으로 쳐들어 올지 몰랐다.“할아버지!”소파에서 맥주를 마시던 벤은 뛰어들어오는 헤이든에 인상을 찡그린채 그를 바라보았다.”이 시간
사내가 물을 벌컥 들이키자, 헤이든은 작은 접시에 든 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실패를 하면 또 죽을 요량이었네.참 대단하다고 해야하는건지….“대체 네놈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저희는 더 이상 뒤가 없는 놈들입니다. 남은 것 이라고는 목숨 하나 뿐이니, 위에서 시킨 것을 들어야 살아가는 이유가 있습니다.”“실패를 하면 죽어야 하는 게 살아야 하는 이유라.”비웃듯 고개를 젓는 헤이든에 사내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떨구었다.“실패하면 고문을 당해서 죽으니, 차라리 이것이 낫지요.”“미친 새끼들.”진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뱉었다.무슨 수를 써 서든 찾아 낸다는 말인가.안전해 질때까지 보호를 붙여야 할지….그나저나 아까 베인 곳이 생각보다 심한 것 같은데.빨리 물어보고 치료를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그래서 그렇게 죽기까지 하면서 이 짓을 한다?””이름도, 가족도 없으니 명령이라도 들어야 사람취급을 받으니까요.“잔뜩 주눅든 사내에, 진은 팔짱을 끼곤 탁자에 걸터앉았다.이놈들이 악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딴 식 이었다니.제정신 아닌 건 확실한 집단이란 말이지.”올리버라는 그 놈, 아까 우리와 대화하던 녀석 말이야. 정체가 뭐냐?“”저도 그것까지는…. 하지만 높으신 분 같았습니다.“”높으신 분?“진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저보다 높으신 분들도 모두 그분께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듣기로는….“헤이든은 미간을 좁힌 채 작게 한숨을 뱉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입막음을 할 이유가 없는데 아직도 질질 끈다라…녀석이 고위층인 것은 확실한 것 같기도 하고.그럼 왜 그 놈이 5년 동안 첩자질을 하다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용병단의 정보는 어지간한 소문들보다 정확했으니 그것이 필요했을 수도 있었다.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시점에 본인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앞으로의 정보는 필요가 없다는 말인 것인지….”똑바로 말해. 안 그러면 널 그대로 그놈에게 돌려보낼 거니까.“”죄
검을 다시 잡으은 헤이든은 주변을 둘러보며 마른침을 삼켰다.총 16명.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다행인 건 골목은 좁았고, 마차가 세워져 있다는 것 이려나.“너 괜찮겠어?”“나를 뭘로 보는 거야.”진의 굳은 목소리에 헤이든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사내들을 바라보았다.독에 당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었다.괜한 불안감 같은 것이 머리안을 스쳐 지나갔다.이러다 진이 또 다치면….“진, 먼저 도망가”“헛소리 하지 마. 내가 또 이런 일에 도망갈순 없지. 내가 뒤쪽을 맡을 테니, 네가 앞을 맡아”재빠르게 달려 나가는 진에, 헤이든은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사내에게 검을 휘둘렀다.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자, 헤이든은 가까이에 있는 사내의 가슴팍을 발로 차며 진을 돌아보았다.좁은 골목의 특성상 한 녀석씩 오는 게 오히려 다행인 지경이었다.“진! 괜찮아?”“걱정 마!”순간 진의 향해 날아가는 단검에 헤이든은 소리를 질렀다.“진!”헤이든의 목소리에 진은 곧장 담장을 밟고 공중에 뛰어올라 단검을 던진 사내의 머리에 발을 날리곤 식 미소를 지었다.손발이 착착 맞는 단 말이지.역시 헤이든이라니까.”오랜만에 합 맞추니까 속이다 후련하네.“벽에 박힌 단검을 뽑아 다시 집어 던진 진은 곧바로 낮게 몸을 낮추어 사내의 다리를 걸고 넘어트렸다.그 모습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뱉곤 진과 등을 맞대고 검을 휘둘렀다.남은 녀석은 총 10명.어쩌면 가능성이 있었다.진에게 한눈 팔려 내가 당한 것만 문제가 되려나.하필 지금 다치다니.“힘들진 않아?”“살만해.”진의 대답에 헤이든은 식 웃으며 다가오는 녀석의 머리에 발을 꽂아 넣곤 검을 뒤로 잡아 빠르게 사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순간 진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헤이든은 미간을 좁히고 다시 진의 뒤로 발을 빼었다.역시 무리이겠지.아무리 진이라고 해도 그 상태에 이런 전투는 무리일 것이 분명했다.“진”“괜찮아”색색이는 진의 숨소리에 헤이든은 이를 악물고 진의 귀에만 들릴
공작가의 후문으로 나오는 올리버에 진은 잠시 숨을 참았다.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이전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분노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빌어먹을 새끼.”진의 입에서 나오는 욕지기에, 헤이든은 작게 한숨을 뱉었다.이럴 줄 알고 나혼자 간다고 한건데.“진정해야해. 아직 증거가 없어.”고개를 그덕인 진이 올리버를 따라 발을 옮기자, 헤이든도 발소리를 숨기고 그의 뒤를 밟았다.저놈이 물증을 만들어 줘야하는데….“왜 멀쩡한 길로 가지?”진은 미간을 좁힌 채 헤이든을 돌아보았다.뭐야, 진짜 왜 저러는거지?“확인도 안 하는 데?”“그러게. 분명 봐야….”주변을 둘러보던 올리버가 골목으로 들어가자, 헤이든은 몸을 숨기며 진과 눈을 마주쳤다.식 미소를 지은 진이 담장위로 올라가 건물의 지붕위로 올라가자, 헤이든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들키려고 환장을 했나!몸도 안좋은 애가 뭐하는거야?“야, 진! 내려와!”“뒤따라와. 먼저 갈 테니까.”진은 발소리를 죽인 채 올리버가 사라진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어둑한 골목의 끝에서 서류를 열어보는 올리버가 보이자, 진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아주 당당하네.이제 고마워 해야 하려나.
“70만골드가 쉬운 일인 줄 아느냐. 아이비”“공작가의 몇 년치 예산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아이비의 대답에 페르난도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몇 년 전, 이것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자칫 하다 간 이것은 공작가를 휘청이게 할 독이든 성배 같은 것이었다.그것을 지금 아이비가 다시 들고 오다니.“아이비, 이것은 네가 내 입장이 아니니, 그리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말을 잇던 페르난도는 아이비의 미소에 미간을 좁혔다.이애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그 위험한 것에 또다른 문제라도 있는것인가?“불안정하지 않느냐. 아무리 항로를 개척을 한다 해도, 기존의 것을 쓰지, 누가 옮기려 들겠느냐?”“아버님, 그렇게 보시면 곤란합니다.”“아이비”“공작님. 이는 왕실의 뜻입니다.”아이비의 말에 페르난도의 미간이 작게 좁히곤 가만히 아이비를 바라보았다.왕실? 갑자기 그들이 왜 끼어드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항구에 왕실이 투자를 한 것은 이미 알고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적은 지원이었는데.“왕실의 의중을 네가 파악 했다는 것이냐.”“기존의 투란토는 세력이 너무 강해졌습니다. 이것을 왕실의 입장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단호한 아이비의 목소리에 페르난도는 작게
헤이든은 가만히 서류를 보다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머리로는 이해가 가고 있었다.이걸 받아 들이는 것이 문제겠지만.“진, 어떻게 생각해?”“그러게나 말이야.”대충 대답한 진은 입을 쭉 내민 채 미간을 좁혔다.갈색머리의 올리버.염색을 했다고 믿을 수 없는 머리의 상태였다.5년동안 단 한번도 머리 색이 바뀌지 않았는데.가족들은 검은 머리라고 하고….그럼, 그녀석은 대체 누구인 거지?“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은 데 말이야.”헤이든의 말에 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올리버는 5년간, 같은 용병단에 몸을 담고있던 식구였다.하지만 지금 말해주는 그 모든 것들이 이상했다.대체 왜?그녀석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있나?“헤이든, 그럼 우리가 아는 올리버라는 놈은 올리버가 아닌 거지?”“그렇겠지.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올리버 스미스가 지금 우리가 아는 올리버랑은 다른 놈인 거겠지..”진은 인상을 찡그린 채 팔짱을 꼈다.신분까지 속여가면서, 용병단에 들어온 이유가 뭐지?수도에서만 일을 하고, 잦은 휴가.그리고 다른 사람의 신분.“왜 그런 걸까.”“왜가 어디 있냐고 말하고 싶지만, 애초에 우리를 속인녀석이야. 다른 의도가 있을 게 분명해.”헤이든의 말에 진은 머리
진은 아이비의 보랏빛 눈을 흘긋거리다 시선을 떨구었다.눈치가 빠르고 예민하다.아까 하녀가 한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이걸 말하고 싶었으려나.“죄송하지만, 하녀입니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의뢰주의 추가조항은 절대 정체를 말하지 말 것.무슨 이런 바보같은 조항이 있나 했지만, 뭐, 돈을 그만큼 주기로 했으니 따라야지.“그래? 그럼 네 손에 난 굳은살에 대한 변명은?”“손이 여려서 굳은살이 잘 베깁니다”“허술해”“이전에 정육점에서도 일했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아버지가 군인이십니다”“
진은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를 훑어보았다.중후한 홀과 천장 위의 벽화와 홀에 걸린 몇 대 전 공작의 초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어릴 적과 달라진 것이 없는것 같기도 하고.딱히 기억도 잘 안나긴 하다만.“공녀님은 어떤 분이세요?”“넌 그런게 궁금하니?”톡 쏘듯 답하는 하녀에 진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무래도 제가 모실 분이니까요”안내하던 하녀는 고개를 저으며 진을 흘겨보았다.하긴, 얘도 알긴 해야지.얘는 며칠이나 가려나.“까탈스러우시고 예민하신 분이야. 어지간하면 말 걸지 않는 게 좋아”“까탈스러우시고 예민
진은 떨떠름하게 거울 속의 자신을 지켜보다 얼굴을 잔뜩 구겼다.노란 리본을 짧은 머리에 달고, 단정한 하녀복을 입고있는 모습과 함께 저 껄렁한 자세라니.영락없이 뒤 꿍꿍이를 가진 모양새인데.“사장님, 혹시 삶이 지루하신가요”진의 말에도 여전히 바닥을 구르며 웃는 헤이든에, 진은 혀를 끌끌 차며 깊이 숨을 내뱉었다.용병단의 에이스인 내가 이리도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단장이라는 놈은 배나 부여잡고 낄낄거리는 꼴이라니.헤이든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던 진은 멈출생각 없는 헤이든에 인상을 찡그리곤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진은 계약서를 앞에 두고 머리를 파묻은 채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았다.내가 미쳤지 진짜.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 집에 내가 내 발로 들어가야한다니.심지어 뭐? 하녀?“나 진짜 그냥 때려 치고 싶어.”“늘 말했지만, 이래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거야.”진은 계약서를 보다 다시 울상을 지었다.이씨, 레이먼드인지 그 미친 인간은 하녀 소리 하면 안할거 알고 이런거 같은데.중간에다가 그소리를 박아 넣는게 어딨어!“미친거 아냐 진짜.”“그러게나 말이자. 공녀님 옆으로 가는데 시종으로 갈 수도 없고.”“아니 경비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