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네리나는 비로소 자신이 신비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 벌벌 떨고만 있을 떄가 아니었다. 벤자민을 향해 가는 모든 여정 동안 자신 역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과 톰은 재각기 흩어져서 귀신의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기 바빴다. 오르하가 조세르에게 물었다.
“이렇게 성불이 쉬운데, 왜 이 귀신들은 그 오랜 시간을 맴돌고 있었던 걸까요?”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들을 성불시킬 필요가 없었겠지. 거대 평야는 그 어느 종족도 굳이 오지 않으니 말이야.”
오르하는 아쉬운 마음에 쩝 하는 소리를 내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선조인데, 그 많은 시간동안 괴로워만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긴과 톰이 지친 표정으로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들 주변에 있던 안야 귀신
네리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고 머리를 빗는 등 부산스러웠다. 베이지색 교복은 네리나의 몸에 딱 맞게 준비된 것 같았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와, 네리나양. 정말 잘어울려요.”“볼만한데, 아가씨?”톰과 긴, 그리고 에녹이었다. 에녹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헤헤 정말요? 저 학교 가는 거 처음이에요.”네리나가 방실방실 웃으며 부끄러워하자 모두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처음이야, 아가씨. 우리 대장 덕분에 별 경험을 다해보는군.”“저도요, 네리나양.”“나도.”네리나가 일행을 둘러보며 웃음지었다. 네리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것을 알아챈 긴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르하랑 조세르는 이른 아침부터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갔어. 너무 서운해하지 마.”“서운하다뇨! 그냥 안보이니까 궁금해서….”“그래그래, 우리는 수업을 가자고.”수업은 1층에서 이루어졌다. 말이 1층이지, 허공에 둥둥 떠 있어서 높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네리나와 일행들이 교실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했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네리나도 교실 안을 살폈다.‘엘프랑 오크에 고블린, 인어에다가… 인간은 안보이네.’&nb
“어떻게 가면 되지?”조세르의 반말에도 소년은 기분나쁜 내색 없이 대답했다.“이 코끼리를 타고 가시죠.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사람을 가리지 않는답니다.”코끼리라 불린 생물은 크고 넓은 귀를 펄럭거리며 날고 있었다. 소년이 싱긋 웃으며 자리를 내주었다. 일행은 바위처럼 단단한 코끼리의 등에 올라탔다.코끼리의 귀가 크게 한번 펄럭이더니 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들의 눈에 거대한 탑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땅에서는 안보였는데??”네리나가 크게 소리쳤다. 소년이 싱긋 웃고는 네리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말씀드렸듯, 저희 아카데미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보고, 듣고, 들어올 수 있답니다.”코끼리는 탑의 최상층까지 훨훨 날았다. 그곳에 난 거대한 구멍을 통해 일행을 내려주고는 그대로 떠나버렸다. 일행이 어리둥절하게 서 있자, 의자가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 불룩 솟아났다.“여기는 교장실이라네.”그들을 맞이한 것은 눈 부분이 뚫려있는 거대한 고깔이었다.“팔라가 신입생을 데려왔군 그래.”일행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나선 건 조세르였다.“맞아. 입학을 원해서 왔지. 그래서, 절차가 어떻게 되지?”고깔이 한참 조세르를 바라보다 껄껄대며 웃고는
네리나는 비로소 자신이 신비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 벌벌 떨고만 있을 떄가 아니었다. 벤자민을 향해 가는 모든 여정 동안 자신 역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긴과 톰은 재각기 흩어져서 귀신의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기 바빴다. 오르하가 조세르에게 물었다.“이렇게 성불이 쉬운데, 왜 이 귀신들은 그 오랜 시간을 맴돌고 있었던 걸까요?”“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들을 성불시킬 필요가 없었겠지. 거대 평야는 그 어느 종족도 굳이 오지 않으니 말이야.”오르하는 아쉬운 마음에 쩝 하는 소리를 내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선조인데, 그 많은 시간동안 괴로워만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긴과 톰이 지친 표정으로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들 주변에 있던 안야 귀신들은 모두 성불한 상태였다. 저 멀리서 안야 귀신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이쯤 하고, 여기서 야영을 하는 게 어때요? 저 멀리 있는 안야귀신이 여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고.”“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면 되겠군.”“오르하, 나는 뺴줘. 나는 이미 몇 십마리나 퇴치하고 왔단 말이야.”“마리? 퇴치? 긴 너는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어.”긴과 오르하가 투닥거렸다. 톰은 나름 뿌듯해보였다.“톰, 기분이 좋아 보여요.”“물의 신을 믿는 신자로서, 한 생명이 물의 신의 품으로 귀의할 수 있게 도왔으니까요.”“아하.”
일행은 오크의 왕국에서 동쪽으로 움직였다. 긴은 서쪽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이 못내 못마땅해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이 거대 평야에는 전설이 있어요.”“뭔데요, 오르하?”네리나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아까의 눈물은 에녹의 다그침에 아예 휘발된 것 같았다.“안야 귀신이 거대 평야를 거닐고 있다는 군요. 성불도 하지 못하구요.”“안야 귀신? 무슨 이름이 그래요?”“안야, 안야, 계속 그렇게 중얼거려서 안야 귀신이라고 하죠.”“와아. 좀 무서웠다.”네리나가 팔뚝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웃었다. 웃는 네리나의 모습에 오르하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오르하가 아는 전설이면 엄청 오래된 거겠네요. 조세르도 알아요?”“아버님께 듣기만 했어.”“거 봐, 엄청 오래됐네.”네리나가 킥킥대며 웃을 때였다. 오르하가 자신의 기분을 신경써주려 일부러 이야기를 꺼낸 것이 분명했다.평야로 점점 더 들어갈 때였다. 노을이 지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안…야. 안야.”“히익, 뭐야 진짜 있었잖아!”“딸꾹, 딸꾹, 딸꾹.”네리나와 톰이 기겁을 하며 각각 조세르와 에녹의 뒤로 가 숨었다.형체가 일정하지
네리나가 소리쳤다. 익숙한 갑옷과 문양이었다.“아버지가 군사를 보낸 거예요. 대체 왜? 오크를 잡으려고?”네리나의 단말마에 인간 병사들의 시선이 모였다. 병사들 사이로 기사단장이 걸어나오며 말했다.“일행은 모두 죽인다. 살아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해라.”오크들은 뻘쭘하게 서 있었다. 왕에게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는 녀석들도 보였다. 그 틈을 타 기사단장이 재차 말했다.“일행을 넘긴다면 오크와의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인간의 이름으로 맹세하겠다!”오크들이 저마다 끽끽댔다. 네리나는 이들이 고민 중에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한 번 해보자고, 아가씨.”“그래요 네리나양. 끝까지 물러서지 말아요.”“물론.”일행들이 네리나를 격려했다. 조세르는 네리나의 어깨를 한 번 꽉 쥐었다가 놓았다.일행이 저마다 전투태세를 마칠 때였다. 오크 왕이 큰 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우리의 친구를 버리고 가지 않는다.”“우워워!”“친구의 적은 우리의 적, 인간들이여 얌전히 돌아가지 않으면 꼬챙이로 만들어 버리겠다.”“우워어!!”오크 왕의 말에 오크들이 저마다 흥분하며 도끼와 창을 들어올리며 소리를 쳤다. 기사단장은 난감해 보이는 눈치였다. 그들이 수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이다.
“우리 일족이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는 건 다들 알겠지.”“음, 그런데 그것도 무조건적으로 영생을 사는 건 아닌 것 같더만? 지금 형씨네 일족은 형씨밖에 없는 것 아닌가?”긴의 말에 조세르가 씁쓸한 웃음을 내뱉었다.“맞아.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우리가 영생을 살기 위해서는 도우미일족의 도움이 꼭 필요해.”네리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조세르의 말을 경청했다. 조세르는 더욱 망설이는 눈치였다.“하지만 그 도움은 사후부터이기에, 사람들은 죽음과 가까운 도우미 일족을 경배하면서도 가까이하지 않아.”“그러면 내가 도우미일족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본 거예요?”“다홍빛 머리카락에 밀빛 피부.”조세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져다 빙빙 꼬았다. 네리나는 조세르의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그가 핵심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내가 죽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도우미 일족의 의무 또한 잊혀진 것 같더군. 살아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걸 보면 말이야.”조세르는 이 말을 끝으로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네리나는 자신이 조세르의 영생을 도왔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그에게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일행은 오크새끼들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새끼는 새끼여서 그런지 잘 뜯어보면 나름 귀여운 면이 있었다.“우쭈쭈, 우쭈쭈.”긴이 새끼 오크들의
“벤자민? 너 뭐라고?”정신이 아득해졌다. 벤자민이 자신을 배척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조금만 가족 행세를 해줬다고 해서 좋아 날뛰는 모습이 참 웃겨.”“아아….”믿기지 않는 현실에 네리나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침대 기둥에 등을 대었다. 그때 손등에서 할짝임이 느껴졌다. 네리나가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눈앞의 벤자민을 노려보았다.“벤자민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벤자민은 그럴 아이가 아니야.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네리나가 말하자마자 눈 앞이 유리조각이 깨지듯 챙강챙강 소리를 내며 조각나기 시작했
“젠장, 괜히 금지된 숲이 아니라고.”“긴, 긴말하지 말고 네리나부터 보호해요.”긴이 투덜대자 오르하가 그에게 핀잔을 주고는 픽 웃었다.“긴말하지 않는 긴.”“웃기냐?”그때 네리나가 인간의 덫에 걸려 절뚝거리고 있는 사슴을 발견했다. 뿔은 온통 밧줄에 걸려 있었고, 뒷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사슴이 도와달라는 듯 느린 울음을 토해냈다.“제가 저 사슴 좀 구해주고 와도 되죠?”“금지된 숲에, 인간의 덫에 걸린 사슴이라고? 수상해….”긴이 그녀를 말렸다. 에녹도 합세했다.“위험해.”“그래도 심하게 눈에
네리나가 덧붙이자 톰이 고개를 움찔 떨고는 눈 앞의 그림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유색 구슬끈, 짙은 빨간색 홍옥수, 밝은 파란색 라피스, 석영과 유약을 칠한 동석이 모두 그의 것이다.”“네? 그림이 글자라도 되나봐요.”“맞습니다. 이건… 고대에도 고대였던 왕국의 글자입니다, 네리나씨.”그렇게 대답한 톰이 거의 중얼거리다시피 글을 읽어내렸다.“…하여 조세르가 무사히 저승길을 건너가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조세르…?”네리나가 무심결에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가짜문 너머,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 황금빛이 터져나오기
“반가워요, 에녹.”“그러면 다 모인 건가? 더 이상 올 사람은 없는 것 같군.”“맞아요. 이제 출발할까요?”“그런데, 어디로? 아가씨는 알아?”긴의 말에 네리나가 숨을 허억 하고 들이쉬었다.그때 화살이 네리나의 발치에 꽂혔다.“이동을 중지하세요, 네리나양.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기사단장이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헤엑, 뭐야 진짜…. 왜 기사단장씩이나 보낸 거야.”네리나가 투덜거리며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화살 한 발이 더 발치에 꽂혔다.“이동을 중지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서 성으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