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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Author: 오월이
고민건의 눈빛에는 자애와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해인아, 지금은 어디서 지내니?”

해인에 대해서 고민건은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그때의 사고는 결국 고민건 때문이었고, 그 일로 해인은 가족을 잃었다.

그 사실이 지금까지도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

고민건은 아직도 쉽게 믿기지 않았다.

해인이 정말로 태겸과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

태겸과 해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고, 쌓아온 시간과 인연도 정말 길었다.

해인이 팔겠다고 한 그 집은 ZC그룹과 다른 개발사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그 일로 고민건은 지인들에게서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왜 매물이 나왔느냐, 무슨 사정이 있는 거냐는 질문들이었다.

고민건은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해인과 단 둘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해인은 고민건에게 자신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과 갑작스럽게 혼인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저랑 태겸 씨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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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10화

    서진은 행동으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있는 듯했다.‘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어.’‘엄마는 아빠의 관심을 우리 집에 붙잡아 두려고 온갖 방법을 썼지.’‘친딸인 나를 일부러 아프게 만들어서 아빠의 눈길을 얻으려고까지 했어.’‘나도 서진을 사랑하지 않는데, 서진은 엄마처럼 행동하지 않았어.’‘나에게 뭔가 요구하기는커녕 계속 내게 주려고만 했어.’‘사랑은 원래 이런 건가?’희정은 아주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이해하게 된 듯했다.서진은 희정의 이마에 힘주어 입을 맞춘 뒤 희정의 핸드폰을 들어 응급 신고 번호를 눌렀다.서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들자, 희정은 서진이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친딸인 희정의 핸드폰으로 신고해야 더 자연스러웠다. 희정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희정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구급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서진은 곁에서 진술할 세부 내용을 여러 번 맞췄다.서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확인했다.“내가 아까 말한 것 전부 다 기억하지?”희정은 지금처럼 진지하게 서진의 얼굴을 살펴본 적이 없었다.그제야 서진의 피부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매는 부드럽게 아래로 향했고, 첫눈에 화려한 미남은 아니지만 볼수록 단정했다. 이목구비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희정이 물었다.“무섭지 않아?”서진은 고개를 저었다.“감옥에 가게 되면? 사형을 선고받으면?”서진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그래도 안 무서워.”“왜? 죽는 게 두렵지 않아?”희정의 눈에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더해졌다.서진이 조용히 대답했다.“네가 이런 일을 감당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차라리 내가 겪는 게 나아.”희정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게 사랑인 걸까?’‘그런데 미안해. 나는 이미 너를 배신했어.’‘그렇지 않았다면...’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할 수만 있다면, 희정은 절대로 서진의 사촌과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09화

    희정은 서진의 가슴에 기댄 채 흐느꼈다.사람이 죽었고, 그 장소가 두 사람의 신혼집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이 필요한 사건이었다.차장섭은 평범한 사람도 아니었다. 현직 시장으로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었다.감추려 해도 쉽게 묻을 수가 없었다. 관계 기관은 반드시 전담 수사팀을 꾸려서 사망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할 터였다.서진은 희정을 자신의 몸 안으로 집어넣기라도 할 듯 힘주어 안았다.마음이 가라앉자 잠깐 스쳤던 죄책감도 사라졌다. 희정은 자신을 지킬 방법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아직 20살을 조금 넘긴 젊은 나이였다. 앞으로 펼쳐질 삶이 무한한데 이번 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친아버지를 죽였다는 죄가 씌워지면 어디를 가든 평생 손가락질을 받을 게 분명했다.희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서진이 귓가에 말했다.“희정아, 119를 부르자.”고개를 든 희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진을 바라봤다.‘이미 죽었는데 119를 부르다니.’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머리의 상처는 넘어지면서 생겼다고 할 수 있어. 그래도 수사 과정에서 들키거나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내가 때렸다고 해. 내가 대신 책임질게.”누군가 반드시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면 서진은 차라리 자신이 그 사람이 되려고 했다.사랑하는 여자가 감옥에 갇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평생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놀란 희정이 고개를 들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믿기 어려웠다.“뭐라고? 나 대신 책임지겠다고?”이 일이 밝혀져 유죄가 인정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사실을 희정도 잘 알았다.더구나 서진은 천씨 집안의 외아들이라서 짊어진 책임도 많았다.부모는 온 힘을 다해 서진을 후계자로 키웠다. 그런데 희정 때문에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했다.서진은 희정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의 깊은 눈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가득했다.“너는 내 아내야. 남편이라면 당연히 아내를 지켜야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08화

    희정은 바닥에 누운 차장섭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모습은 또렷해졌고 가슴은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곁에 이르러서야 차장섭의 두 눈이 자신이 서 있던 방향을 향해 부릅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희정은 차장섭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코밑에 손을 댔다. 숨결이 느껴지지 않자, 그녀는 넋을 잃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차장섭은 정말 죽었다.두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자신을 노려보는 눈이 너무 끔찍해서 희정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죽을 수 있어?!’‘내가 병원에 너무 늦게 데려가서 그런 건가?’희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닥의 차장섭에게 고함쳤다.“눈 떠! 나한테 잔소리하는 걸 좋아했잖아! 아빠가 내 집에서 죽으면 내가 얼마나 곤란해지는지 알아?”희정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위험해졌다는 생각뿐이었다.두 눈에 붉은 기운이 번졌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자신의 손으로 친아버지를 죽이고 말았다.희정은 피가 묻었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그때 등 뒤에서 현관문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을 마친 서진이 집으로 돌아왔다.늘 많은 일을 겪어서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서진도 거실의 광경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졌다.차장섭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서진은 신발도 벗지 않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왔다.서진은 무릎을 꿇고 차장섭의 목동맥에 손가락을 댔다.맥박이 전혀 느껴지지 않자 서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희정은 겁에 질린 얼굴로 계속 뒤로 물러났다.“죽이려던 게 아니야. 내가 그런 것도 아니고,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나도 왜 그런지 몰라. 나는...”희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쏟아 냈다. 하지만 짧은 말만으로도 차장섭의 죽음에 희정이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바닥에는 깨진 찻잔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그 위에 피까지 묻어 있었다.누구의 피인지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서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07화

    차장섭의 입술이 떨리면서 뭔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곧이어 뒤통수부터 바닥에 부딪쳤다.힘없이 쓰러진 모습을 본 희정은 천천히 차장섭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나이가 든 사람은 큰 충격을 견디기 어렵다는 걸 희정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뒤통수처럼 위험한 부위를 세게 부딪쳤다.희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빠, 나 원망하지 마. 아까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나를 몰아세웠잖아.”차장섭의 눈꼬리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은퇴를 앞둔 나이에 최근에는 시청과 병원을 오가며 무리했다. 이미 몸에도 이상이 생긴 상태였다.도수희가 알면 걱정할까 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아빠,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차장섭의 입술이 움직이자 희정은 곧바로 귀를 가까이 댔다.이렇게 심하게 넘어졌으니 뇌출혈이 아니더라도 뇌졸중이 올 가능성이 컸다.차장섭이 제 몸도 가누지 못하게 되면 희정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을 터였다.차장섭의 입술은 계속 떨렸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희정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자 그 사실에 만족했다.이제 차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 예정보다 일찍 은퇴해야 할 듯했다.희정은 손을 들어 차장섭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줬다.“아빠, 걱정하지 마. 내가 끝까지 돌봐 줄게. 강해인은 아직도 아빠라는 말도 한 번 제대로 안 하잖아.”자신은 차장섭의 유일한 딸이었다. 차장섭이 쓰러지면 가장 가까운 보호자도 희정이 될 터였다. 희정이 문제 삼지 않는다면 누구도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희정은 설명까지 미리 만들어 뒀다. 차장섭이 신혼집 안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말하면 됐다.차장섭과 해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부녀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인에게도 차씨 집안의 일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차장섭은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말을 하려고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06화

    차장섭은 아무리 희정이라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할 걸로 알았다.하지만 희정은 태연히 말했다.“나는 잘못한 거 없어.”차장섭은 귀를 의심했다.“아빠는 내 아버지면서도 내 뒤에서 날 지켜 주지 않잖아. 나는 살길을 하나 더 마련하려던 것뿐이야.”“나 자신을 지키려는 게 뭐가 잘못인데? 천서진 한 명으로는 부족해. 나를 받쳐 줄 사람을 여럿 만들어야 해.”말도 안 되는 궤변에 분노한 차장섭은 희정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구나! 그래서 네 몸까지 팔았다는 거야?”“서진이는 네 남편이야! 오늘은 너희가 결혼한 첫날인데, 남편의 사촌과 뒹굴고 왔다니! 서진에게 미안하지도 않아?”희정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결혼하기 전부터 서진에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어. 그래도 나와 결혼하겠다고 매달린 건 서진이야.” “내가 결혼해서 소원을 이뤄 줬으니 오히려 걔가 나한테 고마워해야지.”뒤틀린 논리에 차장섭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가슴이 크게 들썩거렸다. 심장 부근을 움켜쥔 차장섭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희정을 가리켰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희정아, 너는 정말 구제할 길이 없구나! 네가 직접 서진한테 사실대로 말해!”차장섭의 온몸은 분노로 떨렸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희정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타이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차장섭조차 딸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느꼈다.희정이 헛웃음을 흘렸다.“사실대로 말하라고? 그 뒤에 내가 어떻게 될지 아빠도 알잖아. 나를 아예 수치스러운 죄인으로 만들고 싶은 거야?”“아빠는 내 아버지잖아. 왜 단 한 번도 내 편에 서서 지켜 주고 감싸 줄 수 없는 건데!”차장섭이 단호히 말했다.“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네 아버지니까 잘못된 길에서 끌어낼 책임도 있어!”차장섭은 핸드폰을 꺼내 서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희정이 저지른 일을 서진에게 알릴 생각이었다.모든 걸 보고도 자신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차장섭이 실제로 서진의 번호를 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05화

    희정은 서둘러 건훈을 밀어냈다.“이제 그만해. 서진이 곧 돌아올 거야.”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몸에 남은 흔적을 처리해야 했다. 오늘 밤 서진이 자신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핑계도 마련해야 했다.불륜을 들키면 희정도 천씨 집안에 더는 머물 수 없었다.건훈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쫄기는. 알았어, 가.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까. 형수님, 다음에도 또 놀러 와.”건훈은 희정의 엉덩이를 세게 한 번 때렸다.‘형수님’이라는 호칭에 희정의 얼굴이 붉어졌다.침대에서도 건훈은 몇 번이나 같은 호칭을 불렀다. 몰래 관계를 맺는 데서 오는 자극을 즐기는 듯했다.희정은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그제야 건훈이 자신의 옷을 가운데부터 두 동강 내서 다시 입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개를 돌린 희정이 건훈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건훈의 옷장에서 흰 셔츠 한 장을 꺼내 몸에 걸쳤다.하의는 아무것도 입지 못했지만 셔츠가 충분히 길어서 몸이 드러나지는 않았다.단지 가장 안쪽에 자리한 이곳에는 이 두 채의 집만 있어서, 평소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이 모습으로 나가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건훈의 집 문을 조심스럽게 연 희정은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주변을 살피며 옆 집으로 돌아갔다.지문으로 잠금을 풀고 문을 열려는데, 뒤에서 믿을 수 없다는 차장섭의 목소리가 들렸다.“희정아, 너... 어디에서 나온 거야?”차장섭은 희정의 신혼집에서 멀지 않은 벤치에 계속 앉아 있었다. 희정이 건훈의 집에서 수상한 모습으로 나온 뒤 몰래 제 집 문을 여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누가 보더라도 희정이 방금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는 모습이었다.차장섭의 목소리를 듣자 곧바로 희정의 몸이 굳어지면서,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솟았다.몸을 돌리자 분노로 가득한 차장섭의 눈이 보였다.“아빠, 왜 여기 왔어?”희정은 남자 셔츠 한 장만 걸쳐 하얀 허벅지를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08화

    택시가 공연장 앞에 멈춰 섰다.오늘 만나기로 한 고객은 ‘주’ 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Y시에서는 이름만 대도 아는 부호였다. 자동차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이유도 분명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휴양 리조트가 수십 곳에 달하는데, 비즈니스 접대용 차량이 대거 필요했던 것이다.와세라 쪽 영업총괄이 이미 주 대표와 이야기를 거의 마무리해 둔 상태라고 했다. 다만 상대 쪽에서 기술 관련해 몇 가지를 더 깊이 확인하고 싶어 했고, 그 부분이 마침 해인 전공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소함청이 해인을 Y시로 보낸 것이다.해인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화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화

    해인은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었다.태겸은 뒤쪽에서 급히 끼어들었고, 그때의 반동으로 깨진 유리컵의 날이 해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너무나 선명해서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예주 앞을 가로막고 선 태겸이 난처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게 뭐 하는 거야? 예주는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그 말을 듣자 해인은 쥐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가가 젖은 채 태겸을 향해 말했다.“내가 난리야? 고태겸, 하예주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화

    말을 꺼낸 사람은 윤준이었다.태겸의 오래된 친구였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윤준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오늘만큼은 잠깐 접어 둬. 오늘은 내 여자친구 생일이잖아. 내 체면 좀 세워줘.”곧바로 맞장구가 이어졌다.“맞아. 태겸이 마음속엔 늘 해인 씨밖에 없는 거 다들 알잖아. 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해인 씨랑 조금만 삐걱해도, 나중에 태겸이 술 취하면 친구들 붙잡고 난리 나는 거 다들 봤잖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태겸이 언제 울어. 술병 안고 ‘여보, 사랑해’만 반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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