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두 사람은 현관에서부터 입을 맞추기 시작해 그대로 침실까지 이어졌다.가는 길마다 옷이 하나둘 바닥에 떨어졌다.오랜만에 서로를 품에 안아서였을까.하이석은 평소보다 훨씬 조급했고, 손길도 거칠 만큼 적극적이었다."조금만 살살..."온유란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이석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쥔 손끝은 끝내 힘을 늦추지 못했다.그녀의 하얀 피부 위로 붉은 흔적이 하나둘 남았다.온유란은 작은 목소리로 몇 번이고 그만하라며 애원했지만 하이석은 끝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아직 해도 채 지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몇 번이나 서로를 끌어안은 뒤였다.하이석의 체력은 끝이 없는 듯했다.그나마 온유란을 배려해 자제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뜨거운 열기는 밤이 새도록 이어졌을지도 몰랐다.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는 온유란에게 하이석이 컵을 건넸다.물을 머금은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 은은한 윤기를 띠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입맞춤이 이어지고 다정한 손길이 스쳐 갔다.목덜미와 귓가를 스치는 그의 뜨거운 숨결만으로도 몸은 다시금 쉽게 달아올랐다.구겨진 침대 시트는 또 한 번 두 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었다.감정이 깊어질수록 숨은 점점 가빠졌고, 온유란은 거센 물살에 휩쓸린 나뭇잎처럼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그 모든 흐름은 오직 하이석을 따라 흘러갔다.*육씨 저택.연위성은 초대를 받아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있었다.연우진은 삼촌을 보자마자 달려와 안아 달라고 조르며 매달렸고 모든 것이 예전의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하지만 연주는 오빠를 바라보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이번 작전으로 경찰은 큰 성과를 거뒀고 연위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공로자가 되었다.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 불렀다.그러나 둘만 남았을 때 연주는 조용히 물었다."오빠... 그때 많이 아팠어?"연위성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아팠어."그 한마디에 연주의 눈물이 왈
하이석이 단체 대화방에 답장을 남겼다.[좋아. 날짜는 나중에 맞추자.]방주헌: [근데 내 연기 어땠냐?]하이석: [내 묘지까지 미리 사뒀다면서?]순간 방주헌이 얼어붙었다.애초에 전부 연극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하이석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난 쓸 일 없으니까, 그 묘지는 네가 써.]허경빈: [우리 방방이, 잘 간직했다가 나중에 너 써.]방주헌은 그대로 폭발했다.단체 대화방에는 순식간에 온갖 분노 이모티콘이 도배되기 시작했다.*집에 도착한 하이석은 부모님과 온유란뿐 아니라 유주만과 도정숙까지 모두 와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무사히 돌아온 그를 본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실종 소식을 들었을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 흔적은 아직도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이제야 얼굴을 들고 들어오냐."하정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 때문에 네 엄마는 쓰러지기까지 했고, 유란이는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사람 꼴이 아니게 말랐다."그는 이를 악물었다."그런데 넌 죽은 척이나 하고 있었어? 누가 그런 짓을 하래?"하이석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연위성 아이디어였습니다."하정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연위성에게는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이석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저에게 협조해 달라고 하길래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에 연위성을 집으로 불러 드릴 테니까 직접 따지시죠.""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네."하정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내가 걔한테 어떻게 따져!"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회초리를 집어 들었다."다 네 잘못이지, 남 탓하지 마!"회초리가 그대로 하이석을 향해 날아갔다."네가 사라진 동안 내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기나 해? 이 늙은 몸 끌고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평소 같았으면 하이석은 가볍게 피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았다.퍽.회초리가 그대로 그의 몸에 떨어졌다."하정현!"현정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하이준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애초에 그는 연위성을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경찰이었던 남자. 죽이지도, 그렇다고 살려 두지도 않은 채 끝없이 고통만 안겨 준 이유는 하나였다.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한 사람, 그것도 경찰의 생사를 손안에 쥐고 흔든다는 우월감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었다.그 긴 세월 동안 연위성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그를 다시 국내로 불러들인 것도 치밀한 계산 끝이었다.연위성을 이용해 육씨 집안과 하씨 집안을 이간질할 생각이었다.오랫동안 자신이 길들여 온 사람인 데다, 손에는 이미 지울 수 없는 피까지 묻어 있었다.설령 경찰로 복귀한다 해도 누가 그를 믿겠는가.수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경찰이었는데.그래서 하이준은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연위성은 끝까지 자신의 손안에 있는 말이라고 믿었다.하지만 그것은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낸 것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다.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살가죽이 벗겨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쇄골마저 꿰뚫리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경찰이라는 신념만큼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도대체 무엇을 위해?가족이 모두 무너져도,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져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단 말인가?그토록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획. 갈등도, 죽음을 가장한 연극도.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미끼였다.자신을 어둠 속에서 끌어내기 위한 것.결국 그는 가장 충직한 부하를 잃었고 하백규도 잃었다. 회사 곳곳에 심어 둔 자신의 사람들도 모두 걷어내졌다.심지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까지 동결됐다.정말 완벽한 한 편의 연극이었다.하이준은 언제나 믿어 왔다.이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고.친구도, 연인도. 결국은 모두 배신할 존재라고.하지만 저 사람들은 달랐다.질투가 날 만큼 운이 좋았다.이제 더 이상 그는 그림자 속에 숨어 움직일 수 없었다.모든 것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이상, 자신이 쥐고 있던 가장 큰 무기는 사라졌다.
하성곤의 발길질을 육강민이 몸을 틀어 피하는 순간, 매서운 주먹이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그 사이 행사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발표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앞다퉈 출구를 향해 몰려갔고,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들과 하씨 집안 경호원들은 인파를 통제하며 압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질서를 유지했다.그 모든 혼란 한가운데, 하이준은 휠체어에 앉아 묵묵히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몇 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것들이 단 몇 시간 만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문득 그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그때였다.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간 행사장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탕!육강민과 맞붙어 있던 하성곤이 신음을 흘렸다.그의 무릎 한쪽이 피를 흩뿌리며 그대로 꿰뚫렸다.육강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성곤을 걷어찼고, 달려든 경찰들이 순식간에 그를 바닥에 제압했다.워낙 완력이 좋은 탓에 경찰 세 명이 달라붙어서야 겨우 몸을 눌러 고정할 수 있었다.총을 쏜 사람은 연위성이었다.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반듯한 경찰 제복을 입은 그의 어깨 위 계급장은 조명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너무도 찬란해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경찰 한 명이 하이준 앞으로 다가왔다."하이준 씨."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부하인 하성곤이 불법 총기 소지와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셔야 하니 저희와 함께 가시죠."하이준은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이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형님."하이준이 시선을 돌렸다."전에 그러셨죠."하이석은 담담히 웃었다."제가 돌아오기만 하면 회사를 돌려주겠다고.""...그래."하이준이 짧게 대답했다.그러자 하이석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그런데 하나 알려 드릴 게 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이 세상 누구도 제 손에서 무엇 하나 빼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그는
순식간에 현장의 관심은 하이준에게서 육씨 집안으로 옮겨갔다.육남혁 부부는 오늘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기에, 기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서 있는 육강민에게 집중됐다."육 대표님! 하이석 씨를 습격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계십니까?"질문이 쏟아졌지만, 육강민은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하이석 씨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 봐도, 적어도 범인은 처음부터 그의 목숨을 노린 건 아니었다는 뜻이겠죠."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오히려 제가 궁금한 건 영상을 찍은 사람입니다. 그런 외진 곳에서 우연히 저런 영상을 촬영하고도 경찰이 아니라 당신에게 먼저 건넸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하이준은 휠체어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오늘 벌어진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만 급급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쳤다.이 판은 연위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성립할 수조차 없는 이야기였다.결국 자신이 영상을 공개한 행동은 스스로를 범인으로 의심받게 만든 셈이었다.하이석 실종 사건에 자신이 깊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때 육강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녹음과 영상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저에게도 재미있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이미 행사장 화면의 제어권은 육강민 측이 장악하고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행사장 스피커에서 녹음 파일 하나가 흘러나왔다."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변조된 기계음이라 사람의 원래 목소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말씀하십시오.""하이석이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그 사람을 없애줘야겠어."순간 행사장 공기가 얼어붙었다.법치 국가에서 '없애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섬뜩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상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없애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늘 경호원들이 곁을 지키고
하이석의 목소리가 무대 위를 울렸다."그 사람 놔."하성곤은 움직이지 않았다.말없이 하이준의 지시만 기다릴 뿐이었다.그 사이 하백규는 멀쩡한 손 하나를 겨우 뻗어 하이석의 바짓단을 붙잡았다."이, 이석아... 제발 나 좀 살려다오."숨을 몰아쉬며 울먹이던 그는 다급히 말을 쏟아냈다."전부 하이준이 시킨 일이야! 내가 한 건 하나도 없어. 전부 그놈 지시였어!"하지만 끝까지 말도 마치지 못했다.퍽!하성곤의 주먹이 그의 복부를 정통으로 파고들었다.그가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고개를 돌린 하성곤의 눈앞에는 육강민이 서 있었다.육강민은 차갑게 하이준을 바라봤다."형님."낮은 목소리가 행사장을 가라앉혔다."형님 부하를 시켜 사람을 공개적으로 죽일 생각입니까?"하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성곤 역시 육강민과 힘겨루기를 하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숨을 삼켰다.대단한 배짱이었다.그동안 경성에서 저 정도로 거침없는 인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잠시 흐르던 팽팽한 긴장 끝에 하이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놔."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가까스로 억눌러 놓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하성곤이 여전히 육강민과 대치하고 있는 사이, 하백규는 마지막 기회라도 잡은 사람처럼 하이석을 향해 악을 쓰기 시작했다."이 모든 게 다 하이준이 꾸민 일이야!"목이 터져라 외쳤다."몇 년 동안 계속 나를 시켜 너와 맞서게 했어! 성세와의 협력을 빌미로 널 몰아내고, 네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만든 것도 전부 그놈이야! 회사를 장악하려고 자기 사람들을 심으려던 거라고! 그리고 널 해치려 한 사람도... 분명 그놈일 거야!""전부 다..."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하성곤이 하백규를 놓아주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렸다.퍽!발끝이 하백규의 머리를 그대로 걷어찼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가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이번에는 정말로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