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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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그의 이 한마디에 구진택만 격분한 게 아니었다.그의 할머니 안수안, 아버지 구강우, 엄마 금재은까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구진택은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구정훈을 바라보며 멍청이를 보듯 말했다.“하씨 가문이 어떤 배경인지 몰라서 그래? 도연 할아버지가 어떤 인물인데? 정신이 나가서 다 까먹은 거야?”남들의 눈에는 구씨 가문도 해성에서 으뜸가는 명문가로 손꼽히지만 하씨 가문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애초에 하도연이 구정훈을 마음에 두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속자 자리를 꿰차지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함부로 허풍까지 떨고 있었다.만약 집안 가정부 중 한 명이 입이 가벼워 소문을 내기라도 하면 하씨 가문과 완전히 적이 될 수도 있었다.한쪽에서 끊임없이 도와줬는데 등을 돌리고 외면하니 누가 다시 상대해 주겠는가...잠시 멍해졌던 구정훈은 이성을 되찾은 듯 곧 말을 이었다.“물론 하씨 가문의 재력이 우리보다 낫긴 하지만 지금 깊은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들과 진행한 사업 중 꽤 많은 프로젝트가 매번 수십억의 수익을 냅니다. 하씨 가문의 말 한두 마디 때문에 협력을 끊을 리 없습니다.”구정훈은 언제나 이익이 권력과 명예의 세계에서 진정한 매개체라고 믿었다.그렇지 않았다면 하씨 가문이 중개를 서준다 해도 다른 업체가 굳이 손잡을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그 누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려 하겠는가?구진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구강우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너는 남들이 그 수익만 보고 협력한다고 생각해?”구정훈이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자 구강우는 화가 치밀었다.“사람의 정을 보고 그런 거야!”홱 자리에서 일어난 구강우는 구정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어디에 갖다 놔도 돈 버는 사업인데 굳이 너랑 손잡는 이유가 뭔데? 하씨 가문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지! 만약 도연이와 사이가 최악으로 틀어지면 하씨 가문이 직접 입을 열지 않아도 이 모든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 거야!”세상에는 눈치 빠른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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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월강 레지던스.온채아는 뒷마당 휴식용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 발밑에 코코가 엎드려 꼬리를 느릿느릿 흔들고 있었다.겨울 해가 지기 전,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약간의 서늘함은 있지만 온몸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왜 또 마당에서 바람 쐬고 있어?”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더니 얇은 캐시미어 담요 한 장이 어깨에 걸쳐졌다.고개를 든 온채아는 성유준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살짝 웃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오늘 성유준은 한의원 업무를 끝내고 피곤해서 연구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왔다.자신과 태아의 건강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일찍 와서 너랑 같이 있으려고.”그녀 곁에 앉은 성유준은 자연스럽게 커다란 손을 불룩한 배 위에 얹었다.“오늘 얌전히 잘 있었어?”이건 두 가지 뜻을 담은 물음이기도 했다. 온채아가 잘 있었는지, 그리고 배 속 아기도 얌전히 잘 있었는지 동시에 묻는 말이었다.온채아가 웃으며 성유준의 손을 꼭 잡았다.“아주 얌전히 잘 있었어! 그런데 내일부터 그린 빌라로 가서 사모님 치료를 재개해야 해.”그동안 본인의 몸 상태와 강미진의 재활 훈련 때문에 침 치료가 사실상 중단됐었다.지금은 몸이 많이 회복됐고 강미진의 재활도 성과를 내서 치료를 좀 더 이어가면 보통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알았어, 성이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게.”성유준은 온채아를 부드럽게 품으로 당겼다.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친 온채아는 옷을 갈아입은 뒤 그린 빌라로 향했다.차가 마당으로 들어가자 유리창가에 앉은 하도연이 눈에 들어왔다.베이지색 캐시미어 니트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느슨하게 묶은 하도연은 서류를 보고 있는 얼굴 라인이 도도하면서도 차갑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겼다.같은 여자인 온채아마저도 자기도 모르게 여러 번 쳐다보게 됐다.“도연 언니.”온채아는 외투와 치료 도구를 가정부에게 맡긴 뒤 서둘러 다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집에 있어요?”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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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온채아는 심서정이 가짜 딸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 줄곧 안부를 물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언급된 김에 자연스럽게 호기심 어린 얼굴로 풀었다.하도연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온채아가 바로 막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삼켰다.온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했다.“꼭 찾게 될 거예요.”이 말을 들은 강미진은 눈시울이 촉촉해져 황급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온채아가 집을 나서려던 찰나 하도연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채아 씨, 혹시... 친부모가 줄곧 채아 씨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온채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도연 언니,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요?”예전에는 부모가 그리워 언제쯤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고대했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많이 놓은 상태였다. 자신이 마약 밀수자의 자식만 아니면 다른 건 더 이상 바라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예요.”하도연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채아 씨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아요?”“예전에는 궁금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집착하지 않게 됐어요.”온채아는 불룩한 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지금 아기랑 언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해요.”하도연은 그 순간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듯 가슴이 아팠다.“가죠. 내가 차까지 데려다줄게요.”그러더니 직접 온채아의 차 문도 열어줬다.온채아는 차에 앉은 뒤 손을 흔들었다.“도연 언니, 밖에 추우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요.”“네.”하도연은 대답했지만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채아 씨 친부모가 줄곧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차에 탄 온채아는 하도연의 이 말에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하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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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심서정과 하예원의 선고는 같은 날 내려졌다.심서정은 마약 밀매 공조와 납치 혐의가 합산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하예원은 징역 7년 형에 개인 재산 전부 몰수 처분을 받았다.소식이 해성에 전해졌을 때 하도연은 가정 법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하늘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조수석에 앉은 서진이 기사 내용을 다시 한번 전하자 하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구치소와 교도소 측에 연락해, 두 사람이 다시는 막내를 괴롭히지 못하도록.”“알겠습니다.”서진은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천천히 가정 법원 정문 앞에 정차했다.가정 법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구정훈은 하도연이 내리자 서둘러 다가갔다.“도연아.”하도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으로 들어가 직원 맞은편에 앉았다.그러고는 이혼협의서를 구정훈 앞에 내놓았다.“서명해.”구정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황아림은 이미 떠났어, 오늘 아침 해외로 출국했어.”“알아.”“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하도연이 구정훈을 쳐다보았다.“그래서 어쩌라고?”구정훈이 침을 꿀꺽 삼킨 뒤 말했다.“그러니까... 이혼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즘 들어 벌써 여러 번 꺼낸 말이었지만 그동안 하도연은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았다.그런데 하도연이 이번에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아주 평탄한 어조로 덤덤하게 말했다.“구정훈, 오기 전에 아버님 설명 못 들었어?”구정훈은 침묵했다.지난밤 본가에서 그의 아버지가 이미 일러준 바 있었다.잡을 수 있으면 좋지만 하씨 가문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집안이니 하도연이 이혼을 고집하면 따르라고...하지만 구정훈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자기가 저지른 잘못은 언제든 메울 수 있다고 믿었다.“서명해.”하도연이 펜을 앞으로 밀었다.“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펜을 든 구정훈은 할 말을 찾지 못해 결국 서류에 서명했다.서류를 거둬간 직원은 가기 전, 이혼 숙려 기간이 오늘부터 시작되며 30일 뒤에 이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하도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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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하도연이 대문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구민호는 그제야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그는 곧장 구씨 저택으로 가지 않고 운전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하도연에게 문자를 남겼다.[누나, 케이크 잊지 말고 먹어요.]답장은 금방 돌아왔다.[먹고 있어. 넌 집에 잘 들어갔어?][아직요, 가는 길이에요.][조심해.]구민호는 그 세 글자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 시동을 걸었다.구씨 저택은 밤늦은 시간에도 불빛이 환했다. 구진택은 그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았다.“네 형 일은 잘 마무리됐냐?”구정훈이 집을 나서기 전, 혹여나 두 집안의 관계에 금이 갈까 염려한 어르신이 구민호에게 뒤를 부탁했던 터였다.“네, 끝났어요.”구민호는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삼십 일 뒤에 완전히 정리될 겁니다.”구진택은 못마땅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못난 녀석이 그렇게 좋은 혼사를 제 발로 차버리다니.”구민호는 침묵을 지켰다.구진택은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말을 건넸다.“너도 나이가 찬 것 같은데, 마음에 둔 사람이라도 있냐?”“있어요.”구민호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구진택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느 집 애냐?”“아직 꼬시는 중이에요.”구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할아버지, 저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구진택은 멀어지는 손자의 뒷모습을 응시했다.분명 묘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게 뭔지는 꼬집어 말할 수 없었다.위층에서 구민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하도연이 보낸 사진 속에는 깨끗하게 비워진 케이크 접시가 있었다.그는 사진을 저장한 뒤 그녀와의 대화방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창밖으로 짙은 어둠이 깔린 밤, 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삼십 일.하지만 그가 견뎌온 기다림은 겨우 삼십 일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이혼 숙려 기간 첫날, 하도연은 경성으로 돌아왔다.차 안에서 서진이 다음 주 일정을 보고하는 동안 그녀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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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하도연이 오피스 빌딩에서 걸어 나오자, 검은색 승용차에 앉아 있는 구민호가 보였다.창문이 반쯤 내려가 있어, 본래 선이 고왔던 소년의 옆모습이 한층 더 또렷하고 날렵해 보였다.“왜 갑자기 돌아온 거야?”하도연이 의외라는 듯 묻자, 구민호가 답했다.“기사 봤거든요. 누나가 심란해할까 봐요.”“난 괜찮아.”하도연의 말에 구민호는 싱긋 웃었다.“그럼 제가 오고 싶어서 돌아온 걸로 하죠.”하도연은 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어디로 갈까요?”구민호의 물음에 하도연이 답했다.“집으로.”차가 매끄럽고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도연이 물었다.“금용 그룹 쪽 상황은 어때?”“괜찮아요. 외할아버지가 직접 챙기고 계셔서 별일 없어요.”“그러면 북영시에 얌전히 있지, 뭐 하러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해.”그 말에 구민호는 대꾸하지 않았다....한편, 정다슬은 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중 정세종의 전화를 받았다.“네 동생 사고 쳤다.”정다슬은 손에서 서류를 놓지 않은 채 건조하게 물었다.“무슨 사고인데요?”“흠씬 두들겨 맞고 병원에 누워 있단다.”정다슬은 직업병처럼 덤덤하게 되물었다.“신고는 하셨고요?”“신고했어. 그런데 경찰은 그놈이 돈도 안 갚고 되려 대들었다는 이유로 쌍방폭행이라 하더구나.”정다슬이 펜을 내려놓았다.“그래서 저한테 전화해서 뭘 어쩌라는 말씀이세요?”그 말에 정세종은 말문이 막혔다.“그 애가 스스로 진 빚이에요. 저랑은 아무 상관없어요.”정다슬의 목소리는 지나치리만큼 담담했다.“앞으로 그 애 일로 저 찾지 마세요.”“정다슬!”“제가 냉혈한처럼 느껴지신다면 법원에 고소하셔도 돼요. 동생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게 법적인 의무에 속하는지 어디 한번 가려보시죠.”말을 마친 정다슬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사무실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그녀는 서류를 멍하니 몇 초 동안 응시했지만,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며 글자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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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복도에 몇 초간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정다슬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하씨 가문에서 하지훈이 그녀와 만나는 것을 허락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 말은 정다슬의 귀에 마치 대단한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들렸다.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고 입가의 미소도 싸늘하게 식어갔다.“지훈 씨 댁에서 허락하든 말든, 그건 그쪽 집안 사정이죠.”말을 마친 그녀는 하지훈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다음 날, 정다슬은 법률사무소에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발견했다. 컵 홀더에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오늘 재판, 힘내.]정다슬은 망설임 없이 포스트잇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커피는 먼지나 쌓이도록 책상 구석에 밀어두었다.“정 변호사님, 커피 안 드세요?”서류를 전하러 들어온 주서현이 의아한 듯 물었다.“서현 씨가 마셔.”“앗, 정말요? 감사합니다!”주서현은 생글생글 웃으며 서류를 내려놓은 뒤,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하자 신나서 커피를 들고 나갔다.정다슬은 자료를 준비해 곧장 법원으로 향했고 오후 늦게까지 업무를 마친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 법원 입구에는 검은색 지바겐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깊은 눈빛으로 물었다.“사무소로 태워다 줄까?”“택시 불렀어요.”그녀의 차는 마침 서비스 센터에 정비를 맡긴 터라 내일이나 되어야 찾을 수 있었다.“취소해.”“지훈 씨, 이러는 거 진짜 귀찮고 피곤해요.”“나도 알아.”하지훈도 부정하지 않았다.“얼른 타.”정다슬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결국 그 고집을 꺾지 못하고 뒷좌석 문을 열어 올라탔다.하지훈은 룸미러로 그녀를 슬쩍 훔쳐보고는 가속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갔다.검은색 지바겐은 이내 법률사무소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하지훈은 차 안에 앉아 정다슬이 건물 안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를 돌려 떠났다.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정다슬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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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주말이었지만 정다슬은 집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아침부터 밤까지 업무 메시지가 끊임없이 울렸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답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대표 변호사 장현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정다슬은 마침 까다로운 소송 기록을 분석하던 중이었다.익숙지 않은 분야의 소송이었지만, 묘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서류였다.“성세 건설 조 대표님은 우리 법률사무소의 내년도 핵심 고객이야.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 좀 나와서 내 체면 좀 살려줘.”정다슬은 마음속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성세 건설의 평판은 익히 들은 바가 있었고 조정국의 업계 평판은 좋지 못한 것을 넘어 나쁜 축에 속했다.하지만 장현식은 그녀의 직속 상사이자 평소 그녀를 무척 아껴주던 사람이었다.“네, 위치 보내주세요.”술자리는 법률사무소 근처에 새로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프라이빗 클럽으로 잡혀 있었다.정다슬이 도착했을 때, 안에는 이미 일고여덟 명쯤 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장현식은 제 옆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손짓했다.“정 변, 여기 와서 앉아.”정다슬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정국의 시선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쉰이 채 안 되어 보이는 나이에 머리는 기름을 발라 반질거렸고 목에는 커다란 옥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정 변호사님, 장 대표 밑에 대단한 미녀 변호사가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익히 들었습니다.”독한 술이 담긴 잔을 그녀 앞으로 들이밀며 입꼬리를 비틀어 웃자 안 그래도 작은 눈이 실선처럼 가늘어졌다. “처음 뵙는데, 기분 좋게 한잔하시죠.”정다슬은 술잔에 손도 대지 않았다.“조 대표님, 제가 차를 가지고 와서요. 술 대신 차로 받아도 되겠습니까?”그 말에 조정국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차야 대리운전을 부르면 되지 않습니까. 정 변호사님, 제 성의를 무시하는 거예요?”그때 장현식이 얼른 끼어들며 분위기를 띄웠다.“조 대표님, 정 변은 원래 술을 입에도 못 댑니다. 대신 제가 받아 마시지요.”“장 대표, 나는 정 변한테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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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클럽의 엘리베이터 앞.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하지훈과 성유준이 걸어 나왔다.“한턱내는 건 좋은데, 왜 꼭 밤 9시여야 하냐?”성유준이 뒤따라 나오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채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9시가 어때서? 너 예전에는 새벽까지 술 접대하고 잘만 돌아다녔잖아.”“그때랑 지금은 다르지.”“알았어, 한잔하고 바로 가자.”대화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았을 때, 마침 앞쪽 룸 문 앞에서 직원이 술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정다슬이라고 했지? 너 오늘 이 술 안 마시면, 내년에 너희 사무소에는 성세 계약 단 한 건도 없을 줄 알아. 난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야.”“조 대표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예의를 지켜주십시오.”하지훈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직원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단숨에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그 모습을 본 성유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으쓱할 뿐, 굳이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하지훈이 문을 거칠게 연 탓에 룸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하지훈을 본 조정국은 안면에 가득했던 분노를 순식간에 거두고 황급히 마중을 나가며 싱글벙글 웃었다.“하 대표님, 어쩐 일이십니까? 늘 한번 찾아뵈려 해도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비키시죠.”하지훈이 차갑게 내뱉으며 시선을 정다슬에게 고정했다.“앉아.”하지훈의 말에 정다슬은 그를 가만히 바라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앉으래도.”방금 전보다는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정다슬이 얌전히 앉자, 하지훈이 고개를 돌려 조정국을 마주했다.조아리는 웃음을 지어 보이던 조정국의 얼굴이 잔뜩 굳어가며 입꼬리가 미세하게 경련했다.“하 대표님...”“방금 술 안 마시면 이 법률사무소에 성세 일을 안 주겠다고 했습니까?”하지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룸 안의 모든 사람에게 똑똑히 들렸다.조정국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이건 오해입니다. 제가 정 변호사님과 장난을 치던 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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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정다슬은 변호사로서 어중이떠중이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왔다.조정국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기에, 마음에 두지 않았다.차에 오른 후, 하지훈은 히터를 틀었다.경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설 때까지 차 안은 조용했다.“하지훈 씨.”정다슬은 성을 붙여 하지훈의 본명을 불렀다.하지훈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응.”“그 사람이 나가서 떠들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뭐라고 떠들 건데? 내가 조정국이 여변호사를 괴롭히는 걸 목격했다고?”하지훈은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그 사람은 그런 망신을 당하고 못 살아.”차에서 내린 뒤, 정다슬이 앞장서 걸었다. 현관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는 몸을 돌려 코트를 돌려주었다.여자의 온기와 옅은 향수 냄새가 남아 있는 코트를 받아 쥔 하지훈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먼저 나한테 전화해.”정다슬은 살짝 놀란 듯하다가, 이내 가볍게 웃었다.“하씨 가문 넷째 도련님, 변했네요.”“응?”하지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어디가?”“어쨌든... 예전과는 달라요.”예전의 하지훈이었다면, 진지한 표정으로 ‘앞으로 그런 자리에 절대 다신 나가지 마!’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며 못 박지 않고, 대신 그녀의 뒤를 봐주기로 한 것이다.하지훈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그게 더 나아진 거야? 아니면 나빠진 거야?”“둘 다 아니에요.”정다슬은 말을 마치고는 뒤의 문을 가리켰다.“저 먼저 들어갈게요.”집에 들어선 정다슬은 문에 기댔다. 고요한 현관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그가 어떻게 변하든, 다 괜찮다는 것을 정다슬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물론, 이것이야말로 하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원래 가져야 할 모습이라는 것도.주머니 속 전화가 진동했다. 정신을 차리고 꺼내 보니, 하지훈이 보낸 메시지였다.‘내일 아침 만두 갖다줄게. 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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