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연은 평소와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내버려둬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나는 그들이 뭐라고 떠드는 게 두려운 게 아니란다.”차경희는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이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여서, 네가 다음 인연을 찾는 데 지장 받을까 봐 걱정되는 거지.”“할머니, 전 지금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요.”“혼자 사는 것도 나름 괜찮아요.”차경희는 손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등을 토닥였다.“그래.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하거라.”하도연은 방으로 올라가 샤워를 한 뒤,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탁자 위의 전화 화면이 은은하게 빛났다. 서진이 보낸 메시지였다.‘아가씨, 물건은 이미 구씨 집안에 전달했습니다. 구씨 집안 어르신께서 직접 받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아가씨께 말씀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언제 시간 되시면, 식사 대접하고 싶으시다고요.’구민호의 물건을 구씨 집안에 대신 전달해 주는 일은 하도연이 직접 발품을 팔 필요가 없었다.서진에게 지시하여 처리하게 한 것이다.‘응.’하도연은 한 글자로 짧게 답장을 보냈다.전화를 탁자 위에 막 내려놓으려 할 때,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들어왔다.‘도연 씨, 최윤서입니다. 해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지난번 식사 자리에서 불편하게 해 드려서 미안해요. 언제 시간 되시면, 차 한잔 대접하고 싶네요.’하도연은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치켜올렸다.최윤서는 확실히 똑똑한 사람이다. 지난번 만남 이후로 섣불리 먼저 연락해 오지 않았다가, 그녀가 해성에 돌아온 타이밍을 맞춰 절묘하게 나타난 것이다.말투 역시 비굴하거나 거만하지도 않고, 다른 의도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그녀는 답장하지 않은 채, 전화를 내려놓은 뒤, 침대로 누워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다음 날, 해성에는 모처럼 맑은 날씨가 찾아왔다.하도연은 오전에 재단 쪽 업무를 마쳤고, 오후에는 다섯 시가 넘도록 회의가 이어졌다.회의실에서 서류를 챙겨 나오며 회의 내용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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