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821 - Chapter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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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그동안 참 고생 많았겠구나.”그녀의 목소리에는 적당히 섞인 울먹임과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카의 고통을 정말로 함께 겪어온 사람인 듯이.맹시은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그녀가 잡고 있는 손을 그대로 맡겨두었다가 눈에 띄지 않게 슬며시 빼냈다.“일곱 째 숙모께서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서 씨의 날카로운 눈빛이 주종현의 몸을 훑듯 지나갔다.그러다 그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치자 순간 가슴이 움찔하며 황급히 눈을 거두었다.곧장 시선을 돌려 맹시은 곁에 서 있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어머, 이 귀한 아이들이 연아랑 복동이겠지?”서 씨는 과장된 감탄을 터뜨리며 몸을 낮춰 연아의 볼을 만지려 손을 내밀었다.연아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맹시은의 뒤로 몸을 숨겼다.그러자 서 씨의 손이 허공에 멈춘 채 어색하게 떠올랐다.맹시은은 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연아야, 알곱 째 증조모께 인사드려야지.”연아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며 작게 입을 열었다.“일곱 째 증조모, 안녕하십니까…”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경계심이 묻어 있었다.반면, 복동이는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서 씨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바꿨다. 이쪽이 훨씬 다루기 쉽다고 여긴 듯했다.“도련님이 참 잘생겼구나. 이 눈매가 세자님을 꼭 닮았네!”그녀는 말을 하며 소매 속에서 묵직한 금목걸이를 꺼냈다.붉은 금으로 만든 목걸이에 커다란 장명잠이 달려 있었다.“자, 일곱 째 증조모가 주는 첫 선물이다. 우리 복동이 이거 걸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자라거라!”햇빛을 받은 금빛이 눈부시게 번뜩였다.뒤에 서 있던 딸들의 눈에는 부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이만한 순금 장식이라면 혼수로도 쉽사리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었다.맹시은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처음 만난 자리에서 세 살짜리 아이에게 이처럼 값비싼 것을 내민다... 주는 만큼, 반드시 바라는 것도 있다는 뜻이었다.이 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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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좋은 차로군!”맹덕안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며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이건 궁에서나 내려오는 공차 아니냐? 네가 참으로 복도 많구나.”차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며 방 안 가득 따뜻한 기운을 감돌게 했다.맹시은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외조부께서 아끼셔서 그렇습니다.”서 씨의 시선은 이미 화청 안의 장식을 빠짐없이 훑고 있었다.벽에 걸린 것은 전대 명가 정사효의 묵란도였고 진열장에는 관요에서 구워낸 청화백자가 놓여 있었다.심지어 그들이 앉아 있는 의자조차 상등의 황화리 목재였다.하나하나가 말해주고 있었다. 이 집은 부유하다고.서 씨의 가슴이 보이지 않는 손에 움켜쥔 듯, 쿡 하고 조여들었다. 시기와 질투가 눈가를 타고 넘칠 듯 차올랐다.그녀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이내 측은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맹시은을 바라보았다.“시은아, 듣자 하니 그동안 밖에서 고생이 많았다지? 이제야 고생 끝에 제 집으로 돌아왔으니, 우리 같은 어른들도 한시름 놓게 되었구나.”말을 하며 없는 눈물이라도 짜내려는 듯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다만…”말끝을 흐리며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다만, 네가 여인 몸으로 아이 둘을 데리고 밖을 떠돌며 살았다 하니 살림을 맡아 꾸리고 집안을 다스리는 일은 따로 배워본 적이 없겠지?”그 말은 노골적이었다.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맹시은의 자질을 의심하고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서의 자격을 깎아내리는 말이었다.화청 안의 공기가, 순간 굳어졌다. 조용히 앉아 있던 주종현마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눈동자 깊은 곳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그러나 맹시은은 여전히 잔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오히려 서 씨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일곱 째 숙모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둔하여, 따로 살림을 배워본 적은 없습니다.”서 씨의 눈빛에 순간 희미한 만족감이 스쳤다.곧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맹시은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럽게 이어졌다.“다만, 그동안 밖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지내다 보니,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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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주종현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막 입을 열려는 순간, 맹시은의 품에 얌전히 앉아 있던 연아가 갑자기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기요, 아줌마.”작은 얼굴을 들어 맹라온을 바라보는 눈에는 꾸밈없는 순수한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왜 그런 눈으로, 우리 아버지를 보세요?”맹라온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연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화청 안에 있는 모두의 귀에 또렷이 박혔다.순간, 방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맹라온의 얼굴이 눈에 띄게 변해갔다. 붉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핏기가 빠져 창백해졌다.“나… 나는 그런 적 없다...”그녀는 허둥지둥 손을 저으며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그런데요, 예전에 어떤 아줌마도 그렇게 아버지를 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서 다리를 부러뜨리고 밖으로 내쫓아 버렸어요.”아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천진했지만 그 말의 내용은 방 안의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특히 맹 씨 방계 사람들은 주종현을 바라보는 눈빛에 두려움이 스며들었다.영국공부의 세자. 결단력 있고 냉혹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니, 과연 헛된 말이 아니었다.자신을 좋아한 여인에게조차 이토록 가혹할 수 있다니.주종현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역시 내 딸이다. 이 편드는 성정은 꼭 나를 닮았군.’서 씨의 얼굴이 굳어졌다.첫 방문에서부터 형부를 탐낸다는 오해를 뒤집어쓰게 생겼으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딸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질 판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맹라온을 향해 이를 악물었다.“집에서 버릇없이 키워놨더니,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지금 사람들한테 오해까지 사지 않느냐!”맹라온의 몸이 휘청였다.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질렸고 눈물은 뚝뚝 떨어졌다.“어머니, 꾸짖음 달게 받겠습니다. 제 불찰입니다…”맹덕안의 얼굴은 이미 굳을 대로 굳어 있었다.오늘 이 자리가 이렇게까지 난처하게 흐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그는 딸을 매섭게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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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보시다시피… 국공께서나 사위 어른께 부탁드려 조정에서 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 수는 없겠느냐? 높은 자리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자리만 있어도 족하다.”그의 말투는 지극히 간절했다. 마치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평범한 어른처럼.하지만 그 속내는 노골적인 요구였다.입을 열자마자, 관직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으니.화청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맹 씨 방계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맹시은에게 쏠렸다. 모두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오늘 이 자리에 온 진짜 목적이었다.진국공부와 영국공부라는 두 그루 큰 나무에 기대어 한 번에 벼슬길을 오르고 가문을 빛내려는 것.맹시은은 찻잔을 들어 잔뚜껑으로 살며시 거품을 걷어낼 뿐,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피어오르는 차김이 그녀의 얼굴을 흐릿하게 가려 표정을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시간이 천천히 흘르자 맹덕안의 마음도 그에 따라 점점 조여들었다.막 더는 참지 못할 듯한 순간, 맹시은이 찻잔을 내려놓았다.맑은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맹덕안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웃었다. 그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힘을 품고 있었다.“일곱 째 숙부, 방금 일곱 째 숙모께서도 말씀하셨듯, 저는 큰일을 맡을 사람이 아닙니다. 더구나 조정의 일이라면 제가 감히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맹시은의 손끝이 찻잔을 쥔 채 아주 잠시 멈칫했다.그녀의 시선이 순간 굳어버린 맹덕안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그가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냈지만 어딘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다만…”맹시은이 말을 이었다.“일곱 째 숙부 말씀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한 식구라면, 서로 돕는 것이 맞지요. 제가 결정할 수는 없어도 말을 전해드리는 정도라면…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그녀의 말이 바뀌는 순간, 화청 안의 공기가 다시 한 번 굳어졌다.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여운은 또렷하게 퍼져 나갔다.맹덕안이 얼른 맞장구쳤다.“옳지, 바로 그거지! 한 집안인데 어찌 서로 돕지 않겠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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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그걸 맹 씨 방계 자식들 자리 마련해 주는 데 쓰라는 건 아닙니다.”그녀가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서 씨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갔다.“사촌들은 아무 재주도 없으면서 뒷문을 바란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외조부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될 겁니다. 조정의 관직은 나라의 중대한 자리이니 능력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재주 하나 없이 연줄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제멋대로 행한다면, 그건 자리만 차지한 채 녹만 축내는 것이요, 나라를 좀먹는 벌레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결과는, 저 하나로도 감당할 수 없고, 진국공부 전체로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숙모, 제 말이 틀렸습니까?”말은 조리 있었고 힘 있게 떨어졌다.서 씨는 말문이 막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애초에 세상 물정 모르는 안채 여인이니 어찌 맹시은의 말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맹덕안의 얼굴도 푸르락붉으락 변했다.밖에서 떠돌다 돌아온 조카라 하여 만만히 여겼건만 이토록 말솜씨가 매서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오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네 말이 옳다.”그는 울 것 같은 웃음을 억지로 지으며 말했다.“내가 경솔했구나. 다만… 우리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그는 곧장 불쌍한 처지를 내세웠다.“네 사촌들이 대단한 인재는 아닐지라도 글은 조금 읽었고 글자도 아는 아이들이다. 높은 벼슬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경성의 어느 관청에서라도 서리 하나 맡거나, 어느 군영에서 말단 무관 자리라도 얻어 그저 먹고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그의 태도는 한껏 낮아졌다.겉으로는 보잘것없는 자리 하나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었다. 경성의 관직에는 작은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일단 그 문 안에 발을 들이면 그 뒤로는 얼마든지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을. 참으로 계산이 빠른 수였다.맹시은은 찻잔을 들었다.피어오르는 김이 그녀의 표정을 가려버렸다.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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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맹시은이 말끝을 살짝 바꾸었다.“연위영의 선발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기마와 활쏘기는 물론, 맨손 무예까지 겨루어야 하고요. 무엇보다도…”그녀의 시선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더니 마지막으로 주종현의 얼굴에 멈추었다.“제 부군이 직접 심사합니다.”그제야 주종현이 반응을 보였다.그는 고개를 들어 차갑게 식은 눈빛을 그대로 뻗었다.그 시선은 마치 칼집에서 막 뽑아낸 검처럼 곧장 맹광윤에게 꽂혔다.“내일 진시, 동쪽 교외 군영으로 오십시오.”낮게 깔린 목소리였지만 거부를 허락하지 않는 힘이 담겨 있었다.“시험을 통과하면 받아주겠습니다.”맹덕안의 등에 식은땀이 번졌다.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이 조카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다는 것을.맹시은은 그런 그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았다.맑은 눈빛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일곱 째 숙부, 길은 이미 보여드렸습니다. 어느 길을 택할지는, 사촌 오라버니들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그녀는 문제를 그대로 다시 돌려주었다.서 씨는 분에 못 이겨 몸을 떨었다. 벌떡 일어나더니 손가락으로 맹시은을 가리키며 소리치려 했다.“너 이…”“크흠!”맹덕안의 거센 기침이 그 말을 끊어냈다. 그는 어리석은 부인을 노려보았다. 지금 와서 소란을 피워봤자 상황만 더 망칠 뿐이었다.오늘 이 방문은 이미 실패였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체면까지 구겨졌다.“조카와 사위 어른의 호의에 감사 인사를 올리마.”그는 이를 악문 채 억지로 말을 짜냈다.“이 일은 돌아가서 다시 논의해 보겠다.”맹시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십시오.”그녀는 찻잔을 들어 조용히 한 모금 머금었다.“손님을 모셔드려라.”뒤에 서 있던 아설이 곧바로 나섰다.“어르신, 부인,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맹덕안 일행의 얼굴은 끝내 굳어 있었다.그들은 쓸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말 한마디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화청을 빠져나갔다.내내 침묵하던 맹라온은 맹시은의 곁을 지날 때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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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연아의 시야가 다시 트였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모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녀는 곧장 달라붙었다.“어머니, 저도 안아줘요!”복동이도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아버지가 자기 머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냉큼 뿌리쳤다.“저도요! 저도 안아주세요!”그때, 춘행이 안으로 들어왔다.“아가씨, 사위 어른. 일곱 째 전하께서 오셨습니다.”소림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은보가 길쭉한 나무 상자를 안고 있었다.그를 본 연아는 곧장 맹시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소림 오라버니!”소림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연아, 내가 뭐 재미있는 걸 가져왔는지 보겠느냐!”그의 눈에 주종현 부부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두 사람이 예를 올렸지만 그는 손을 휘휘 저으며 대충 넘길 뿐, 쳐다보지도 않았다.“정말요? 무엇을 가져오신 겁니까?”주종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이를 악물었다.일곱 째 전하가 언제부터 연아와 이렇게 가까워졌단 말인가! 손에 쥐고 키운 보배 같은 딸이 다른 사내 앞에서 저렇게 밝게 웃다니.비록 상대가 아직 어린 소년이라 해도 그는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소림은 주종현의 살기를 띤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몸을 낮춰 연아와 눈높이를 맞췄다.“당연하지. 내가 한 말이 언제 틀린 적 있었느냐!”자랑이라도 하듯 옆에 둔 나무 상자를 툭툭 두드렸다.“내가 가져온 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물이다!”“뭔데요? 뭔데요?”연아의 호기심은 완전히 자극되었다. 그녀는 상자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상자가 열리는 순간,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빛이 모두의 시야에 들어왔다.이건… 무엇인가?형태가 매우 기묘했다.칼도 아니고, 검도 아니었다.온몸이 정철로 만들어져 있었고 선은 매끄럽고도 냉정하게 뻗어 있었다.앞쪽에는 길고 검은 관이 달려 있었고 뒤에는 나무 손잡이가 이어져 있었다.주종현의 미간이 순식간에 좁혀졌다.그것은 다름 아닌 화총이었다. 신기영에서 막 연구 중인 물건인데 일곱 째 전하가 이걸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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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굉음이 터지듯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보통 폭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더 깊고 무겁게 공기를 짓눌렀다.폭음과 함께 총구에서는 한 줄기 푸른 연기가 느릿하게 피어오르며 짙은 초석 냄새가 공기 속에 번져갔다.연아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하지만 눈은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멀리 있는 과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모든 시선이 그 과녁으로 쏠렸다.삼십 보 거리.과녁 한가운데 붉은 표적 중앙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과녁 뒤쪽의 벽에서는 돌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연무장은 순식간에 숨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 그 누구도 이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뒤늦게 달려온 하인들마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다리에 힘이 풀렸다.주종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미 신기영의 화총과 화포가 위력적이라는 이야기는 들어왔다. 하지만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대성조의 장수로서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무기가 나타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그것은 전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다.“와!”연아의 감탄이 고요를 깨뜨렸다.그녀는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외쳤다.“소림 오라버니, 정말 대단해요!”그녀의 눈에는 별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빛은 한순간에 소림의 세계를 환히 밝혀버렸다.소림은 갑자기 조금 부끄러워졌다.“그… 그냥 그렇지 뭐.”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그러나 은근히 뿌듯한 얼굴을 했다.“이건… 어떻게 한 거예요?”연아는 그에게 달려가 발끝을 들어 올리고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는 화총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들여다보았다.“왜 이렇게 멀리 나가요? 왜 이렇게 큰 소리가 나요? 저 작은 쇳덩이가 어떻게 그렇게 큰 힘을 낼 수 있어요?”연아는 쉴 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소림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인내심 있게 몸을 낮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건 화약이라고 하는데 초석이랑 유황, 숯을 섞어서 만든 거야. 불을 붙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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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무슨 일이에요?”맹시은은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물었다. 눈가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이 스쳐 있었다.“우리 주 대장군께서 설마 질투라도 하신 건가요?”주종현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그가 고개를 돌리자 부인의 웃음 어린 눈과 마주쳤다. 귓가가 저도 모르게 서서히 붉어졌다.“무슨 헛소리냐.”그는 억지로 부정했다.“난 그냥… 저 물건이 너무 위험해서 연아가 가까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말은 정당하고 단호했지만 흔들리는 시선이 그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맹시은의 웃음이 한층 더 짙어졌다.“그래요?”그녀는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헌데 연아는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주종현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연아는 고개를 한껏 들어 눈을 반짝이며 소림을 바라보고 있었다.“소림 오라버니, 더 재미있는 것도 만들 수 있습니까?”“물론이지!”소림은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답했다.“전에 말했던 큰 연도 있지 않느냐. 다음에 꼭 만들어서 가져다줄게!”“정말요? 좋아요!”연아는 손뼉을 치며 깡충깡충 뛰어올랐다.그 순간, 주종현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연? 그깟 건 하찮은 장난감일 뿐이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는 단숨에 연아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품 안에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 동작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연아.”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이제 그만 놀고 아버지랑 글씨 연습하러 가자.”한창 신이 나 있던 연아는 갑작스러운 방해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아버지, 저 아직 더 물어보고 싶은데요…”주종현의 시선이 곁에 서 있는 소림을 스쳤다.“일곱 째 황자 전하.”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제 딸에게 이런 ‘놀라운 것’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놀라운 것’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힘주어 말했다.“이제 날도 저물었으니 이만 돌아가시지요.”노골적인 축객령이었다.소림도 아무리 둔해도 이 강한 적의를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이해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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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맹시은은 소림을 배웅하고 돌아왔지만 화총이 남긴 그 서늘한 기운이 여전히 손끝에 맴도는 듯했다.주종현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아마도 연아를 데리고 서재로 간 모양이었다.그가 내세웠던 ‘글씨 연습’ 약속을 실천하러 간 것이겠지.하지만 그 성난 뒷모습은 걸음걸이 하나하나에까지 못마땅함과 억지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이내 미간에 드리웠던 근심이 흩어지자 맹시은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보름이 흐른 뒤. 날씨는 더욱 매서워졌다.방 안에는 지룡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외조부 맹여산은 겨울이 오기 전, 장인들을 불러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온돌 자리를 따로 만들어 두었다.두 아이는 그 위에서 한없이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춘행이 바람처럼 뛰어 들어왔다.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번져 있었다.“아가씨! 아가씨!”맹시은이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 이렇게 호들갑을 다 떨고.”춘행은 숨이 턱까지 차올라 문틀을 붙잡은 채 겨우 숨을 고르며 대문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세… 세자! 세자께서 돌아오셨어요!”“세자?”맹시은은 순간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춘행이 언제부터 주종현을 세자라 불렀던가.“이번에는 돌아오셔서 안 가실 모양이에요! 짐도 두 수레나 가지고 오셨대요!”그제야 맹시은의 눈이 번뜩였다.“설마 오라버니께서 돌아온 것이냐?”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아직 관청이 문을 닫을 시기도 아니었기에 적어도 두 달은 더 지나야 돌아올 줄 알았다.춘행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문 수문장이 직접 전해주고 갔어요! 곧 도착하실 거예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맹시은은 이미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춘행이 망토를 들고 급히 뒤쫓았다.“아가씨! 지금 눈보라가 심해요, 망토를...!”*맹서강은 짙은 남색 평상복 차림이었다.경성을 떠날 때보다 몸은 한층 여위었지만 그만큼 더 단단해지고 강인해졌다. 그는 하인들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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