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은 고개를 숙인 채 조금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강정숙은 한참 동안 지안을 달랬다.반대로 강솔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안과 중현을 너무도 잘 아는 강솔은, 이게 두 사람의 짜고 치는 연극이라는 걸 백 퍼센트 확신했다. 강솔이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 한, 누가 지안에게 무슨 말을 해도 이 아이는 흔들릴 리 없었다.강정숙은 잘 모르니까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잠시 판단이 흐트러진 거였다.이 밤, 중현은 이쪽에서 원하는 바를 다 이뤘고, 여윤재는 자기 집에서 중현에게 당한 것을 원통해하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일어난 중현은 강솔 일행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계속 강솔 집에 머무르며 저녁까지 먹고서야 자리를 떴는데, 떠나면서 지안까지 데려갔다. 지안을 데리고 며칠 자기 쪽에서 지내겠다는 뜻이었다.강솔은 막지 않았다. 둘이 알아서 하게 두었다.차에 올라 출발할 때, 지안이 중현에게 말했다. “내가 아저씨 따라가는 건 엄마가 편히 쉬었으면 해서야. 아저씨를 용서해서 이러는 건 아니야.”이전에도 강솔은 휴가받아 집에 머물렀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매일 지안의 모든 일을 챙겼고, 시간을 내어 지안과 놀아주느라 시간을 쏟았다.지안은 엄마가 그렇게 피곤한 게 싫었다. 엄마가 모든 일을 내려놓고 이틀만이라도 푹 쉬길 바랐다.“알아.” 중현은 여유롭게 답했다.지안이 옆얼굴을 돌려 중현을 봤다. 뭔가 덧붙이려다가, 평소처럼 부드럽고 자애로운 아빠의 표정을 보고 멈췄다.‘아빠는 나한테 줄곧 잘해 주었잖아.’‘뭐든 다 들어주고. 엄마 일에서 잘못은 했지만, 그래도...’“우리 지안이가 이렇게 내 아내를 챙겨주는구나, 고마워.” 중현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지안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깊고 검은 눈동자에 애틋함이 어렸다. “보답으로, 너한테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거 허락해 줄게.”지안이 멈칫했다. 동그란 눈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아저씨가...”중현이 아들의 통통한 볼을 한 번 더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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