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병상에 기대앉은 허민수가 주현우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한동안 주현우를 꼼짝 않고 바라보다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아연이는 고집이 세. 먼저 이혼하자고 말을 꺼낸 이상 너희 둘이 다시 돌아설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허민수가 이어서 말했다."아연이는 내가 손수 키운 애니 성격을 너무 잘 알지. 이혼 합의서를 너한테 줬다는 건 정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거야."허민수의 말은 두 사람이 다시 합치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깨진 거울은 붙여봤자 소용없는 법이었다.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민수가 오른손을 가볍게 휘휘 저으며 말했다."됐어, 됐어. 너희 일은 나도 뭐라 안 할게, 너희가 알아서 해."허민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 밖에서 진단서를 들고 목발을 짚은 채 걸어오는 허아연을 본 간호사가 얼른 다가갔다."허아연 씨, 진단서 들어드릴게요. 천천히 오세요."간호사가 허아연이 들고 있던 진단서를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부축했다.허아연이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감사해요."병실 안, 주현우와 허민수는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자연스럽게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잠시 후 허아연을 부축하며 들어온 간호사가 진단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허아연 씨, 저는 이만 일 보러 갈게요. 필요한 거 있으면 간호사 벨 눌러주세요.""네, 감사해요."간호사가 나가자마자 허민수가 툴툴거렸다."내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다들 호들갑이야."툴툴거리던 허민수는 병원에 더 있으려 하지 않고 두 사람과 함께 돌아갔다. 주현우가 차를 몰아 허아연과 허민수를 데려다줬다. 허씨 본가에 도착하니 오후 세 시였다.허민수는 오전 내내 발 벗고 뛰어다니느라 점심도 못 먹은 주현우에게 저녁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정아 이모는 집에 머무르는 주현우를 봐도 예전처럼 반기지도 않고 도련님 소리도 없었다.묵묵히 할 일만 했다.주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마당에서 업무 전화를 받는 사이, 허민수가 허아연에게 말했다."현우가 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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