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61 - Chapitre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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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허아연도 바쁜 일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주현우가 그날 한 소란도 어느새 거의 잊혀졌다.그 뒤로도 며칠간 주현우는 연락이 없었다. 돌아왔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어느 날 오전, 유건희, 한민규와 함께 정부 회의에 참석해 회의실에서 다른 관계자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했던 허아연은 sns 피드를 넘겨 보았다.오랫동안 잠잠하던 오지은이 올린 게시물을 발견했다.병원을 배경으로 왼손을 들어 약지에 낀 반지를 찍은 사진이었다. 주현우의 것과 같은 반지였다.역광으로 찍은 사진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잊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사진 속 오른쪽 귀퉁이에 훤칠한 실루엣이 걸려 있었다.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허아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주현우였다.너무 오래 알고 지낸 탓에 단숨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을 열어보지도 않고 일부러 더 오래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허아연은 담담하게 한번 보고는 자연스럽게 오지은의 게시물을 넘겼다.주민경이 올린 엉뚱한 게시물이 나오자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좋아요'를 눌렀다.잠시 뒤 회의 참석자들이 들어오자 허아연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이내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들어 회의 내용을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점심에는 유건희, 한민규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권승준을 마주쳤다.권승준이 직접 사비를 들여 주방에 음식 몇 가지를 추가했다.허아연과 몇 번 같이 밥을 먹으면서 소고기 볶음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권승준은 주방장에게 소고기 볶음과 소고기 수육을 부탁했다.배식 아주머니가 반찬을 가져오자 권승준이 웃으며 허아연에게 말했다."허 선생님, 주방장님 솜씨가 좋은데 특히 소고기 요리가 맛있거든요. 한번 먹어봐요."말하며 새것인 젓가락으로 소고기 볶음을 집어 허아연 앞에 놓아주었다.허아연이 다급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감사해요, 비서실장님."권승준이 웃으며 유건희와 한민규에게도 말했다."유 대표님, 한 주임님은 저희 식당 단골이니 따로 소개 안 할게요."한민규가 시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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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지은이가 무슨 잘못을 했거나 허아연 그 계집애 기분 나쁘게 했다면 우리 세 식구가 같이 가서 사과할게. 현우야, 네가 하라는 대로 어떻게든 사과할게.""그런데 현우야, 오늘은 예은이랑 지은이 생일이야. 예은이도 우리 이런 모습 보려고 하지 않을 거야." 이은빈이 오예은을 언급하며 오늘이 생일이라고 하자 주현우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오지은에게서 시선을 거둔 주현우는 이은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주머니, 볼 일 있어서 먼저 회사로 돌아갈게요."주현우의 말에 이은빈이 황급히 말했다."밥 먹을 시간도 됐는데 밥 먹고 가.""괜찮아요. 천천히 드세요."말을 마친 주현우는 병실에 더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떠나는 주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오지은의 눈빛이 쓸쓸해졌다. 그때, 이은빈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지은아, 너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멍청하게 허아연을 건드릴 애가 아닌데 왜 그랬어? 앞으로는 좀 조심해. 허아연과 좀 거리를 두고 현우 기분 나쁘게 하지 마."오지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은빈이 이어서 말했다."프로젝트에 관해서는 네 아빠가 현우 찾아가서 얘기하면 어느 정도는 체면 봐줄 거야."오지은은 이은빈의 말을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병실 문만 뚫어지게 바라봤다.'주현우는 내 거야, 분명 내 거야.' 이토록 오래 기다렸는데 절대 다른 사람한테 넘겨줄 수 없었다.병원을 나온 주현우는 먼저 묘원에 들렀다가 다시 차를 몰아 회사로 돌아갔다.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전서진과 심유환이 보낸 메시지 몇 통과 주민경의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있었다.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인수하러 출장 간 곳에서 일이 생겨서부터 돌아오기까지 허아연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그 생각이 든 주현우는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제기랄, 정말 고집스럽다니까."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바로 허아연의 번호를 눌렀다.그런데 신호만 가고 받지를 않았다.연달아 몇 번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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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허아연은 잠시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옮겨 주현우 쪽으로 다가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돌아왔어요?"허아연이 걸어오는 걸 본 주현우는 차에 기댔던 등을 떼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느긋하게 말했다."내가 연락하지 않고 찾아오지 않으면 허아연 넌 죽어도 먼저 연락하지 않을 거야?"허아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현우가 다가와 어깨에 걸친 가방을 받아 들며 말했다."점심에 메시지 보냈잖아, 일 끝나면 전화하라고. 왜 전화 안 했어?"막 입추인 오늘은 며칠 전보다 날씨가 훨씬 선선해졌고 밖에서 들리던 벌레 소리도 오늘 밤은 한결 줄어들었다.흰 가로등 불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없었어요."허아연의 해명에 주현우는 팔을 당겨 품 안에 끌어안고 턱을 어깨에 얹은 채 약간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전화 한 통 없었는데 내가 밖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어? 누가 괴롭히지는 않나 걱정도 안 됐어?"갑작스러운 포옹에 주현우의 어깨에 턱을 살포시 콕 찍은 순간 병원 소독약 냄새가 허아연의 코를 찔렀다.허아연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두 손으로 주현우의 가슴을 살며시 밀어내며 품에서 빠져나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성격에 다른 사람 괴롭히지 않으면 다행이죠."주현우는 품에서 빠져나가는 허아연을 바라보다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조금 힘주어 감싸며 말했다."며칠 못 봤는데 안게도 못 해?"허아연이 말하기도 전에 주현우가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숙여 바라보며 먼저 말을 이었다."오지은이 올린 피드 봤어? 신경 쓰였어?"주현우가 그 얘기를 꺼내자 허아연은 그제야 주현우를 바라보며 손을 떼어내고 차분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이러는 거 좋지 않은 행동이에요.""나랑 이혼 절차 다 끝내고 난 다음에 다른 관계 시작하는 게 맞아요. 그게 상식에도 맞고 도리에도 맞는 거예요."한없이 진지한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는 피식 웃음이 났다. 어릴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웃음기를 거둔 주현우가 말했다."내가 진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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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허아연도 오예은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오예은은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었다.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었다. 허아연 엄마가 돌아가고 이듬해, 주민경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을 때 임윤아 일행이 엄마 없다며 놀렸던 일이 있었다. 그때 난감해하는 허아연을 도와준 사람이 오예은이었다. 심지어 임윤아 일행을 단단히 혼내고 한참 동안 허아연을 위로하며 다독여주었다.그 뒤로도 마주칠 때마다 오예은은 허아연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유용한 과외서적도 여러 권 선물했었다.오지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다만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고개를 돌린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가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오예은이 나를 살려줬어."그 말에 허아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주현우를 바라봤다.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허아연의 옷자락도 흔들렸다.아무 말 없이 쓸쓸한 눈빛으로 옛일을 추억하는 주현우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주현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능 끝나고 다 같이 놀러 갔을 때 나랑 오예은이 산 아래에 뭐 사러 가다가 산 중턱에서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뒤집어졌어. 조수석 문이 튀어 나가면서 오예은은 밖으로 튕겨 나갔지.""나는 차 밑에 깔려서 나가질 못하고 있었는데 오예은이 두 시간 넘게 산 아래로 달려가서 사람들을 불러온 거야. 오예은 몸 상태가 어떤지 너도 알잖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 "사람들이 차를 들어 올려서 나를 구조하자마자 차에 불이 붙었어.""그 일은 완전히 비밀에 부쳐져서 민경이도 몰라.""그러다 오예은이 세상을 떠났고 그 신세를 진 것 때문에 그동안 오씨 가문을 챙겨준 거야. 따로 좀 챙겨준 것때문에 오지은이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내가 똑똑히 일러둘게. 오지은은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오예은의 병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오예은과 사귀었던 과거도 그냥 덮어버렸다. 허아연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지금 꺼낼 이야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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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허아연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주현우 씨, 오예은 씨가 당신을 살렸다고 해서 우리 결혼 생활 중에 당신이 한 일들이 지워지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나를 대했던 당신의 태도는 오씨 가문이나 오예은 씨가 당신을 살렸다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주현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허아연이 차분하게 이어 말했다."나에 대한 당신의 오해 때문에 3년 동안 나를 냉대하고 힘든 시간을 감당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리고 주현우 씨,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당신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오해했다는 게 솔직히 마음에 많이 걸렸어요."경주 그룹에 들어간 건 부부니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주현우도 허아연의 노력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었다. 열심히 노력한 행동이 상대방 눈에는 전혀 다른 의도로 보이기도 했다.말하는 사람은 뜻이 없어도 듣는 귀에는 다르게 들린다는 게 이런 거겠지. 자신의 진심이 남들 눈에 속셈과 꿍꿍이로 보일 줄 진작 알았으면 애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경주 그룹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가끔 아무 의미 없는 희생도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진리였다.허아연이 3년간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꺼내자 주현우가 웃으며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절대 못 넘어가겠어?" "아레아 베이에서 지내기 정 싫으면 다른 집으로 가자. 아니면 이 집에서 살고 싶으면 내가 이쪽으로 와서 있을게." 주현우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한참 동안 바라보던 허아연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급 승용차에 기대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고 드라마 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고 눈길을 떼지 못했다. 손에 생수병을 쥔 채 차에 몸을 기댄 허아연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가 그제야 주현우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주현우 씨, 3년 동안 사실 나 정말 힘들게 지냈어요." 말을 마친 허아연은 다시 침묵했다. 한참이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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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주현우가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허아연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담담하게 웃으며 시원스레 말했다."인정해요. 그날 밤 주현우 씨 유혹을 버티지 못한 건 맞아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그런데 주현우 씨,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결혼 생활도 아니고요. 그날 밤 내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다면 사과할게요."방금 주현우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나니 문득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과거의 모든 일을 순식간에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굴했던 것도, 냉대도, 주현우의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이제 다 지나간 일이 되었다.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름다웠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다 추억이 될 것이다.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문득 그녀가 예전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전보다 훨씬 의젓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예전과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이혼을 고집하는 허아연을 바라보며 주현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지금의 허아연은 유난히 독립적이고 강해 보였다.주현우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자 허아연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오래 알고 지냈고 당신이 나를 구해준 적도 있고 할아버지들도 많이 친하시니까 그동안 나도 그냥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에 많이 참았어요."말을 마친 허아연이 앞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주현우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우리 그냥 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요."그 말에 주현우는 피식 웃음이 났다.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자고?이제 거짓말할 줄도 아네.진짜 이혼하면 아주 중요한 모임이 아닌 이상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웃음이 가신 뒤 주현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스타라이트 가서 잘 배웠네, 이제 사람 구슬릴 줄도 알고." 주현우가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자 허아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더니 몸을 바로 세우고 부드럽게 말했다."시간이 늦었어요. 들어가서 강연 자료 수정해야 해요. 주현우 씨도 일찍 들어가서 쉬어요."그러고는 덧붙였다."오늘 내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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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오늘은 오예은의 생일이었다. 허아연이 들어가는 걸 눈으로 배웅한 주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한참 동안 건물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차에 기댄 채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허아연 집 앞에 잠시 머물다가 차를 몰아 강가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서진이 맥주가 든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나른하게 두 팔을 난간에 기대고 있는 주현우를 본 전서진이 말했다."결혼한 건 너인데 고생은 내가 다 하네. 나 이제 네 연애 전문가가 다 됐어. 차고에 있는 새 차 나한테 줘."주현우는 전서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봉지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뚜껑을 따고 고개를 젖혀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선선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스쳤다. 덕분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전서진은 더 묻지 않아도 주현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음료 캔을 따서 반쯤 들이키던 전서진이 팔을 난간에 걸치며 주현우를 돌아보았다. "그냥 이혼하는 게 어때? 아연이가 3년 동안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잖아.""이혼하고 나면 심하게 경계하지 않아서 나중에 또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잖아." 주현우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짜 이혼하면 그냥 영영 남이 되는 거야."전서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현우가 말했다."좀 더 생각해 볼게."돌이켜보면 몇 년 동안 주현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허아연이 부대표가 되어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걸 보면서도 딴 속셈이 있다고 의심했었다.옆에서 전서진이 말했다."이혼한다고 네가 억울할 건 하나도 없어. 진작에 경고했잖아, 자업자득이지."주현우가 싸늘하게 눈을 흘기자 전서진은 바로 입 다문다는 손짓을 하며 입을 닫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주현우는 허아연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점심, 허아연이 실험실 일을 마치고 행정동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려는데 유서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으며 허아연이 다정하게 말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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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주현우의 목소리에 허아연이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데이터 추산하고 있어서 발신자 확인을 못 했어요."주현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할머니 생신이야.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어디서 일하고 있어, 데리러 갈게."허아연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깨로 휴대폰을 받치고 말했다."어제 이미 할머니 뵙고 왔어요. 오늘 야근한다고도 말씀드렸으니까 혼자 가요."주씨 가문 식구들은 항상 허아연에게 잘 대해주었다. 특히 주건영과 박민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어제 오전에 혼자 미리 다녀오면서 생신 선물도 미리 드렸다.이제 주씨 가문 가족 모임 자리에는 끼지 않는 게 맞았다. 괜히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전화기 너머에서 주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허아연이 얼른 말을 이었다."아직 할 일이 남아서 먼저 끊을게요."주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허아연은 휴대폰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허아연 집 앞에 와 있던 주현우는 뚜뚜뚜하는 신호음 소리에 탁하고 휴대폰을 던져버렸다.차창을 내리고 옆에서 담배를 들어 불을 붙였다.담배 연기를 내뱉는 주현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한참이 지나도록 미간이 펴질 줄 몰랐다. 주현우는 한동안 허아연 집 밑에 머물며 손에 든 담배를 다 태우고 나서야 담배 꽁초를 튕겨버리고 액셀을 콱 밟아 본가로 돌아갔다.허아연이 이미 박민정을 만나고 왔다고 하니 주현우도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다.무표정한 얼굴로 집 안에 들어서니 주진우와 주민경이 박민정, 주건영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주현우가 돌아오는 걸 본 박민정이 무의식적으로 뒤를 살폈다. 혼자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표정이 어두워지며 시무룩해져서 주현우에게 물었다."아연이는 같이 안 왔어?"허아연이 어제 미리 와서 생일 축하 인사도 하고 선물도 주고 갔지만 그래도 오늘 밥 먹으러 또 오라고 얘기했었다. 기회를 보면서 주현우와 다시 붙여보려는 마음도 있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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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주민경이 이어 말했다."어제 점심에 현우 오빠 혼자 돌아온 다음부터 할머니가 입을 닫고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셨거든. 오빠 볼 때 안색이 안 좋긴 했지만 나무라거나 혼내지도 않고 그냥 무시하셨어." "그러다 저녁 여덟 시쯤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구급차 불러서 병원으로 모셨어.""의사 선생님 말로는 나이도 많으시고 가벼운 뇌경색이 있으신데 갑자기 감정 기복이 심해지시면서 쓰러지신 거래. 며칠 입원해서 경과 지켜봐야 한대.""어젯밤 밤새 병원에서 할머니 곁에 있었는데 계속 뒤척이면서 잠을 거의 못 주무시면서 너와 너희 할아버지한테 미안하다 하시는 거야. 현우 오빠도 병원에 왔는데 쫓아버리셨어." 주민경이 힘없이 털어놓는 말을 들은 허아연이 위로했다."조금 지나면 괜찮아지실 거야."그 말에 주민경이 말했다."오빠 성격을 잘 아니까 나도 너한테 다시 잘해보라고 설득할 생각 없어. 다만 이혼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신경 쓰시는지 모르겠어." "너랑 현우 오빠가 각자 자기한테 가장 잘 맞는 사람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니야?"주민경은 사실 며칠 전에 오지은 아버지 오중근이 회사를 찾아갔고 주현우가 결국 3국 프로젝트에 다시 합류시켰다는 얘기를 감히 허아연에게 말하지 못했다.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누가 들어도 화날 일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주현우가 한 짓들을 알면서도 허아연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많았다.주현우를 두둔하려거나 감싸주려는 게 아니라 허아연이 더 힘들어할까 봐서였다. 겉으로 드러난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속이 말이 아닐 테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싫어서 얘기하지 않았었다. 주민경의 말에 허아연이 말했다."평소에 네가 할머니한테 잘 말씀드려.""응,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빨리 이해하시면 좋겠다."주민경이 이내 화제를 돌렸다."아연아, 우리 저녁에 샤브샤브 먹자. 내가 배달로 주문할게."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좋아."그날 저녁 주민경은 허아연 집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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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아이고, 난 그냥 마음이 괴로워서 그래. 너한테도 미안하고 네 할아버지한테도 미안하고. 게다가 나는 오씨 집안 딸도 마음에 안 들어, 내 손자며느리로 들이고 싶지 않아."박민정의 속심말에 허아연이 손을 살며시 주무르며 위로했다."할머니, 저랑 주현우 씨는 성격이 맞지 않아요. 같이 있으면 서로 불행해질 뿐이에요.""주현우 씨는 매력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나중에 분명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배우자를 만날 거예요. 할머니, 그 사람 믿어보세요."너그럽고 의젓한 허아연을 바라보던 박민정이 말했다."너도 참, 어쩜 이렇게 착하고 어른스러워. 너무 어른스러워서 할머니가 더 마음이 아파."박민정의 말에 허아연은 손을 주무르며 빙그레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마을 일찍 여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사랑이 더 목말라 그만큼 일찍 철이 들기 마련이었다.그렇게 한동안 박민정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고서야 허아연은 회사로 돌아갔다.……박민정 병문안을 갔던 다음 날, 허아연은 교진대학교에 강연하러 갔다.지일우가 동행해 주었다.학교에 도착해서야 허아연은 개강 강연에 초청된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권승준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권승준 덕분에 함께 티비에도 나오게 되었다.권승준은 도시 발전과 미래 계획에 대해 강연했고 허아연은 로봇의 미래 발전과 전문 기술을 강의하고 자신이 학생 시절에 활용했던 학습법도 공유했다.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강연하는 동안 학생들은 밑에서 강당이 들썩일 정도로 환호를 질렀다. 특히 단정한 정장 차림의 허아연이 강단에 오르자 남학생들의 환호성에 허아연의 마이크 소리가 묻힐 지경이었다.허아연이 첫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개강 축하해요, 저는 스타라이트 테크 기술 연구원 허아연입니다."자기소개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이내 박자를 맞춰 생수통을 두드리며 외치기 시작했다."허아연, 허아연, 허아연.""허아연, 허아연……"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반겨주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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