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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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허아연을 둘러싼 인파에는 남학생, 여학생이 섞여 있었지만 남학생이 눈에 띄게 더 많았다.이렇게 열정적으로 반겨주는 학생들을 처음 만난 허아연은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내밀었다."평소에 업무가 좀 바빠서 답장이 늦거나 못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주기적으로 피드에 전문 지식은 꾸준히 공유할게요."그 모습을 본 지일우가 황급히 달려와 막아섰다."여러분, 연락처 추가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허아연 선생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을 다 추가할 수가 없어요. 스타라이트 테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허아연 선생님 SNS를 별도로 공지할 테니 나중에 팔로우해 주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아연의 휴대폰을 챙겨 들고 학생들을 해산시켰다.이어서 친구 요청을 전부 거절하고 휴대폰을 허아연에게 돌려주며 한마디 덧붙였다."이 많은 학생들이 한 명이 하루에 한 마디씩만 해도 아연 씨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 해요."허아연이 이마를 짚으며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런 게 없었잖아요. 선생님 연락처 추가한다는 게 말이나 됐나요.""요즘 애들은 열정적이고 솔직해요. 게다가 대부분은 친구처럼 연락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지일우도 겪어본 일이었다.한동안 매일 음료에 간식까지 받아서 동료들한테 실컷 놀림당한 적이 있었다.허아연은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백스테이지로 돌아가던 중 휴게실에서 권승준과 마주쳤다.교장도 같이 있었다. 허아연은 교장에게 인사하고 권승준에게도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비서실장님."권승준이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허 선생님, 아까 강연 정말 훌륭했어요. 전문적이면서도 정성이 느껴졌습니다."허아연이 가볍게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비서실장님."그때 교장이 두 사람을 보며 말씀하셨다."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준비했어요. 승준이 너도 오늘은 사양 말고 교우 모임이라 생각하고 함께해."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마침 밥때가 됐네요. 교장 선생님, 그럼 사양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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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얼마 전 나눈 대화 이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지금 주현우와 허아연 사이에는 합의서라는 종잇장 외에 큰 관계가 없었다. 눈이 마주치자 멈춰 선 주현우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걸 본 허아연이 먼저 발걸음을 옮겨 당당하게 인사를 건넸다."주현우 씨도 왔었네요." 오늘 같은 자리라면 주현우도 권승준처럼 양 교장의 손님으로 왔을 것이다. 허아연의 인사에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강연 좋았어.""감사해요.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주현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주현우의 시선이 여전히 자신을 향해 있는 걸 느낀 허아연은 예의 바르게 목례를 하고 룸으로 향했다.룸으로 들어가자 주진우도 와 있었다.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걸 본 권승준은 아는 사이냐며 약간 놀란 눈치였다. 잠시 후 주현우도 자리에 합류했다.직원들이 음식을 서빙하자 교장이 자리에 앉으라며 안내했다. 식사가 시작되자 양 교장은 간단히 인사말을 마친 후 허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허아연 씨, 오늘 강연 정말 훌륭했어요. 앞으로도 자주 학교에 들러서 학생들한테 강의해 줘요. 나이도 이렇게 어린데 앞으로가 참 기대되네요.""위에 높으신 분들도 허아연 씨를 연신 칭찬하셨어요. 인재를 잘 활용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면서요. 유건희 대표도 허아연 씨한테 굉장히 기대가 크니 함께 열심히 해봐요."허아연이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교수님들과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따로 불러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며 학교에 남으라고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허아연은 그 제안들을 거절하고 졸업하고 결혼을 했다. 당시 학교 관계자들과 교수들 모두 아쉬워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교장의 말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교장 선생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식사가 시작되자 다들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허아연은 조용히 밥만 먹었다. 주현우도 오늘따라 말이 없었다.두 시가 좀 넘어 식사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식당 앞에서 지일우를 기다리던 허아연 앞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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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또한 경주 그룹을 떠난 허아연이 예전보다 훨씬 자신감 있고 밝아 보였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허아연은 주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렇게 해요."이미 집을 나왔고, 이 지경까지 온 이상 이번엔 거짓말이 아닐 거라 믿었다. 주현우도 이젠 끝내려고 마음먹은 듯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연락 한번 없었고 허아연도 몇 번씩 매몰차게 거절하며 어떤 여지도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대화가 끝나고 차 안에 침묵이 흘렀다.허아연은 조용히 앞만 바라봤다. 예전처럼 억지로 화제를 찾거나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 않았다. 말 없는 침묵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주현우가 오성 그룹의 3국 프로젝트에 다시 합류시킨 건 주민경이 직접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허아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날 밤 주현우가 오예은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건 결국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거리낌없이 오씨 가문을 도와주고 마음 써주고 오지은에게 잘해줄 수 있는 면죄부였다. 허아연의 허락과 동의를 얻어 마음 편히 편애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누가 주현우에게 은혜를 베풀고 구해줬든, 주현우가 누구에게 보답하든 이제는 상관없었다. 허아연에게 굳이 보고하거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었다. 절차만 마무리하면 그만이었다.주현우는 운전석에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바라보며 뭔가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번번이 포기하고 결국 침묵을 택했다.이후 반 달 동안, 두 사람은 업무 때문에 두 번 마주쳤다. 두 번 다 주현우가 스타라이트 테크에 회의하러 왔었지만 그때도 두 사람은 거의 대화가 없었다.마치…… 이미 남남이 된 듯했다. 허민정은 평소 건강한 편이었지만 이번에 입원한 뒤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가 불편하고, 내일은 저기가 불편하다며 계속 탈이 나서 계속 입원해서 검사와 치료를 이어갔다. 박민정이 퇴원을 못 하고 있으니 허민수도 마음이 무거웠다. 나이를 먹으니 혹시라도 퇴원을 못 하게 될까 봐 병원에 입원하는 게 가장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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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주현우는 허아연이 앉았던 의자를 힐끗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불편해하지 말고 앉아."허아연이 치마를 정리하며 막 앉으려는 찰나, 침대에 누워 있던 박민정이 한마디했다."현우야, 아연이 여기 있어봤자 할 일도 없을 텐데 같이 밑에 가서 산책 좀 하면서 바람 좀 쐬고 와." 박민정의 말에 허아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할머니, 저 심심하지 않아요.""심심하지 않긴, 보는 내가 다 심심하겠구먼. 어서 내려가서 산책 좀 하면서 할아버지들이 얘기 나누게 해. 그래야 네 할아버지도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 않지." 허아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박민정이 또 말했다. "나이 들면 한 번 마지막 같아."허아연도 박민정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웠다.주현우가 자연스럽게 말했다."오늘 날씨도 시원한데 내려가서 좀 걷자."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밑으로 내려갔다.낮에는 아직 더웠지만 일교차가 커서 저녁은 제법 서늘했다.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 가고 정원의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나란히 천천히 걸으며 주현우는 허아연에게 업무에 관해 물었고 허아연은 평소처럼 대답했다.다시 침묵이 흐르자 허아연이 감회 어린 듯 말했다."올해는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주현우가 가볍게 웃었다. "일이 좀 많긴 했지."말을 마친 두 사람은 또다시 침묵에 빠졌다. 이렇게 함께 산책하거나 얘기를 나눠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았다. 이혼 이야기가 마무리된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했다."현우야."두 사람이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오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돌리자 오지은이 환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허아연도 있는 걸 본 오지은이 반가운 척 말했다."아연이도 여기 있었네.""올라가서 할머니한테 인사드리려 했는데 할아버지들이 얘기 나누시는 것 같아서 이따 올라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었어. 여기서 두 사람 만날 줄 몰랐네."두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오지은이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아연아, 너희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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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잠시 후.두 사람이 위층 병실로 돌아오자 허민수가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사령관님, 사모님. 이만 먼저 가볼게요. 다음엔 본가로 가서 찾아뵐게요."주건영이 서둘러 일어나 배웅했다."그래, 그래.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민수 자네도 어서 들어가서 쉬어."박민정도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민수 씨, 아연이랑 조심히 돌아가요."박민정이 말을 마치자 주건영이 주현우에게 당부했다."현우야, 아연이 할아버지랑 아연이 태워다 드려라."주건영의 당부에 허아연이 바로 말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저 차 가져왔어요."허아연의 말에 주건영도 억지로 데려다주라 하지 않고 주현우와 함께 두 사람을 현관까지 배웅했다. 허아연과 허민수가 떠난 뒤에야 주현우와 주건영도 병실로 돌아갔다.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걷던 주건영은 지팡이를 짚었던 손으로 주현우에게 손가락질했다."너도 참."하지만 이 말을 끝으로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그 사이, 허아연은 이미 주차장에서 차를 빼 허민수를 태우고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핸들을 꼭 잡은 허아연은 허민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보며 위로했다."할머니 별일 없으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허아연의 말에 허민수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말했다."아연아, 정말 현우 용서 못 하겠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순 없어?"허민수의 말에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허아연이 핸들을 잡은 채 웃으며 말했다."현우 씨 할아버지, 할머니가 방금 할아버지한테 설득하라고 하셨죠?""설득한 건 아니고 그냥 요즘 현우가 많이 후회하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더라. 내가 보기에도 진심인 것 같아서 그냥 물어본 거야."백미러로 허민수를 바라보며 허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저랑 주현우는 안 맞아요. 솔직히 헤어지는 게 서로한테 더 좋아요."주현우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허아연도 진작부터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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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주현우가 보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제 두 사람이 서류를 제출하러 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바라보던 허아연이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내일 시간 돼요. 내일 오전에 주민센터에서 기다릴게요.]내일 오전에는 사실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허아연은 본능적으로 유건희에게 반차를 내서라도 이 일을 끝내려 했다.그런데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주현우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내일 출장이야. 며칠만 더 기다려.]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던 기분이 답장을 보는 순간 기운이 훅 빠졌다.한참을 화면을 바라보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더 이상 주현우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준비만 되면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다만 주현우의 성격상 재촉하면 할수록 더 미룰 게 뻔했다. 그래서 허아연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아레아 베이 안방.통창 앞에 선 주현우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허아연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휴대폰을 서랍장 위에 탁 던진 뒤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 깊이 내뿜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주현우는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조금 전 허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박민정이 퇴원했으니 이제는 허민수와 함께 병원에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내일 오전에 주민센터에서 기다리겠다는 소리라니. 허아연이 말하지 않았다면 이혼은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 통창 앞에 잠시 서 있던 주현우는 남은 담배를 짓눌러 끄고 책상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책장 위 액자들이 눈에 들어왔다.책상 앞에 서서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던 주현우가 걸음을 옮겼다. 몇 장의 고등학교 단체 사진이었다. 사진 속 오예은은 어린양 같은 얌전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손을 들어 액자를 살며시 쓸어내리던 주현우는 그제야 허아연과 알고 지낸 세월이 꽤 되는데도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혼사진도 없었다.고개를 들어 방 안을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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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차창을 내리고 권승준이 다정하게 말했다."허 선생님, 타요. 데려다줄게요."권승준은 이제 낯선 사이도 아니었고 방금 회의에서도 만나 몇 마디 나눈 터였다. 허아연은 사양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비서실장님, 또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다음에 회의 올 때는 제 차를 가져와야겠네요."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번거롭지 않아요. 어차피 같은 방향이에요."어제 비가 한바탕 내리고 나서 오늘은 날씨가 한결 선선했다. 큰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려 시원하면서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차 뒷자리에서 잠시 함께 업무 이야기를 나누던 권승준이 불쑥 허아연에게 물었다."허 선생님, 전에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기혼 같지는 않네요."권승준이 갑자기 사생활 얘기를 할 줄 몰랐던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남편이 좀 바빠서요."결혼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권승준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허아연이 깍듯하게 거리를 유지하자 권승준이 웃으며 물었다."혹시 남편이 주현우예요?"허아연이 놀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권승준을 바라봤다."비서실장님, 알고 계셨어요?" 놀란 허아연의 표정에 권승준이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주 회장님께 인사하는 걸 듣고 짐작했어요.""아, 네."차는 계속 앞으로 달렸다. 권승준의 차는 넓어서 아주 편안했다. 운전석의 기사는 마치 없는 사람처럼 조용했다.허아연이 로봇 사용 정황으로 화제를 돌리려는 찰나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허 선생님은 참 성격이 좋네요."허아연이 한동안 권승준을 바라보다 웃으며 물었다."비서실장님, 저 놀리시는 거예요?""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성격이 좋다고 생각해서요."주현우가 몇 번씩 오지은을 데리고 허아연 앞에 나타났는데도 화 한번 내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 보통 사람이라도 참지 못했을 일이었다. 몇 년 동안 얼마나 억울한 일이 많았을까.권승준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허아연은 바로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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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미친, 허아연 요즘 완전 미친 거 아니야? 일도 대박 났는데 이제 권승준까지 꼬신 거야? 역시 보통이 아니었어.][누가 알아? 보아하니 권승준이 꽤 신경 쓰는 것 같던데, 눈길을 뗄 줄 모르더라. 사진 몇 장 보내줄게, 외부 유출 금지야.] 이어서 허아연과 권승준이 함께 찍힌 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사진 속에서 허아연은 확실히 권승준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다만 권승준의 신분 때문에 다들 감히 유출하거나 실검에 올리지는 못하고 단톡방 안에서만 수군거렸다.[허아연이랑 주현우 이혼한 거지? 저번에 주식 양도도 아마 눈속임이었던 거고 결국은 갈라선 거 같던데.][진짜 이혼했을 거야. 어차피 주현우가 허아연 좋아하지도 않잖아. 근데 허아연 진짜 대단하다. 주현우랑 헤어지자마자 바로 권승준 꼬신 거잖아.][얼굴이 예쁘잖아. 얼굴 좀 봐, 요정이 따로 없잖아.] [주현우 이 단톡방에 없지?][없어. 근데 허아연이 권승준 만나는 거 알면 후회하려나 모르겠네.] [그건 모르지. 사진은 절대 외부 유출 금지야, 다들 혼자만 봐.] 단톡방이 시끌벅적해질수록 주현우의 얼굴을 흙빛이 되어갔다. 권승준이 허아연을 특별히 챙긴다는 건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 허아연이 권승준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허아연을 바라보는 권승준의 눈빛을 보고 나니 속에서 열불이 난 것이다.나아가 이혼하고 나면 허아연이 권승준이든 다른 남자든 누군가를 만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현우는 갑자기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해졌다.허아연이 다른 사람을 남편이라고 부르거나 한 침대를 쓰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다른 남자가 허아연을 온전히 차지할 거라는 상상도 끔찍했다. 게 된다는 것도.아이도 생길 것이다.이런 생각들만으로도 주현우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전에는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허아연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떠나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주현우는 대화창을 닫은 뒤 휴대폰을 옆에 탁 던지고 창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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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허아연의 목소리에 주현우가 고개를 돌리며 아무 일도 없는 듯 인사했다."왔어."허아연은 정아 이모에게 사 온 것들을 건네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 출장 다녀왔어요?" 주현우가 바둑알을 한 칸 옮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점심에 돌아왔어."허민수가 옆에 있었기에 허아연도 더 말을 하지 않고 미소로 답을 대신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현우가 여기 올 줄도 몰랐고 무슨 일로 온 건지도 알 수 없었다.잠시 뒤 정아 이모가 식사하라며 불렀다. 두 사람이 허민수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나니 밖이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조 할아버지가 바둑이나 두자며 찾아오자 허민수는 허아연과 주현우를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다."아연아, 현우야. 날씨도 선선한데 나가서 좀 걸어, 너희들 사무실에 앉아서 일만 하잖아. 난 조 영감과 바둑 한 판 둘게." 주현우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자연스럽게 말했다."네. 아연이랑 좀 걷다 올게요."허아연은 주현우가 오늘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마 이혼 절차 얘기겠지. 허아연도 거절하지 않고 허민수와 조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주현우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쟁반처럼 둥근 달이 휘영청 걸려 있었다.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입추가 지나서인지 벌레 소리와 개구리 소리도 많이 줄어들었다.허아연은 팔짱을 낀 채 주현우 옆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말문을 뗄 타이밍을 재는지 입을 열지 않았다. 각자 먼저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 같았다.한참 걷던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이혼 절차 때문에 얘기하러 온 거죠?""다리는 다 나았어?"허아연이 이혼 얘기부터 꺼내자 주현우는 속절없이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러다 결국 차분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오후에 이미 서명했어. 법무팀에서 검토 중이니 며칠 안에 마무리될 거야."허아연이 답하기 전에 주현우가 고개를 돌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다만 숙려 기간이 할아버지 생신과 겹치는데 그땐 참석해줘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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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휘청하며 주현우 품에 부딪힌 쏠린 허아연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올려 주현우의 가슴을 밀어냈다.허아연이 밀어내려는 순간, 주현우가 갑자기 말했다."진짜 고집도 이런 고집도 없지, 이젠 내가 달래도 소용없는 거야?" 말을 마친 주현우는 허아연 어깨에 턱을 가져다 대더니 울분이라도 토하듯 어깨를 살짝 깨물었다. 허아연이 숨을 들이키자 주현우는 바로 힘을 풀고 다시 꽉 껴안았다.주현우의 포옹과 방금 주현우가 어깨를 깨문 행동에 밀어내려던 허아연의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쥔 채 허공에 멈춰 있었다. 한참 침묵이 흐른 뒤 허아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우리는 안 맞아요." 허아연의 말이 끝나자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맞다는 게 뭔데? 뭐가 맞고 뭐가 안 맞는 건데?" 그 말에 허아연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살짝 힘을 주어 주현우를 밀쳐냈다.그때 주현우는 허아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덮쳤다.미간을 확 찌푸린 허아연은 있는 힘껏 저항하느라 표정까지 일그러졌다.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나니 입술까지 주현우에게 물려 통증이 느껴졌다. 허아연은 고개를 들고 화난 눈빛으로 낮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기 할아버지 집 앞이에요."주현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허아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이마를 맞댔다.지친 눈빛으로 힘없이 말했다. "허아연, 진짜 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출장 갔던 며칠 동안 쭉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허아연과 권승준이 함께 찍힌 사진을 봤을 때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억지로 꾹 참았다. 더 묻지도 않았고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혼 얘기를 꺼낸 이후로 허아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고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세상 천지에 이런 부부가 어디 있어? 말을 마친 주현우는 지친 듯 눈을 감았다.이혼 소동을 벌이는 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허아연이 주현우의 손목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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