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소녀의 시선은 다시 셀렌에게 향했다.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언제나처럼 곧고 단단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다그니는 바로 그 어깨 위에서 어머니가 짊어진 무게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었다.그 방 안에서는 큰 다툼이 벌어지지 않았고,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없었다.대신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들만이 침묵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사랑도, 분노도, 두려움도 모두 하나의 이름을 중심으로 맴돌고 있었고, 마치 그 이름이 그들의 삶 위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느껴졌다.디리안은 돌아온 직후 곧바로 셀렌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그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그는 억지로 밀어붙이는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작은 집을 멀리서 바라보며 지냈다. 셀렌이 언제 화단에 물을 주는지, 아이들이 언제 마당에서 노는지, 다그니와 디브리오가 언제 오래된 나무 아래 앉아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는지까지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조금씩 그들의 일상을 외워갔다.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사실도 깨달았다.셀렌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먼저 넘어야 할 벽이 있다는 것을.그리고 그 벽은 지금껏 한 번도 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존재들이었다.바로 자신의 아이들이었다.……그날 디리안은 깨끗하게 손질한 산토끼 한 마리를 들고 찾아왔다.전쟁터에서 입던 군복도 아니었고, 무장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검은색의 단정한 외투 하나만 걸친 채였다. 그 모습은 처음으로 그를 공작이나 장군이 아닌 평범한 남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가장 먼저 그를 발견한 사람은 다그니였다.소녀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앞으로 나가려던 순간, 작지만 단호한 손이 소녀의 팔을 붙잡아 뒤로 끌어당겼다.“안 돼.”디브리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다그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보았다.“그냥 서 있기만 하잖아.”“그걸로 충분해.”디브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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