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안은 더 이상 다른 인간들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았다.그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이제 단 하나의 목적만이 남아 있었고, 그 목적을 가로막는 자가 누구든 결국 파멸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더 이상 현재를 향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의 두려움이나 충성, 원망이나 절망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직 셀렌을 되살려야 한다는 집념만이 남아 있었고, 그것이 그의 세계 전체를 지탱하고 있었다.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갔지만, 이상하게도 디리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깊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얼굴은 수척해졌고, 눈가는 짙은 그림자에 잠겨 점점 더 깊게 꺼져 갔으며, 걸음걸이마저 무거워져 마치 숨을 한 번 쉬는 것조차 견뎌야 할 짐처럼 보였다. 레벤티스 성 또한 더 이상 단순히 고요한 곳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와 기다림이 썩어 가는 거대한 애도의 무덤이 되어 있었고,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를 천천히 질식시키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성의 거대한 정문이 활짝 열리며 묵직한 소리를 냈고, 곧이어 군화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와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대전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디리안의 다섯 장군, 제이와 에릭, 울프, 피터, 에드워드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들의 옷에는 아직 씻어내지도 못한 먼지와 피가 얼룩져 있었고, 긴 추적 끝에 막 돌아왔다는 사실이 한눈에 드러났다.그들의 앞에는 몇 명의 마도사들이 끌려 들어오고 있었다. 사슬에 묶인 채 밀려 넘어지듯 들어온 마도사들은 대리석 계단 아래에 강제로 무릎을 꿇려졌고, 그 위 가장 높은 계단 끝에는 디리안 레벤티스가 서 있었다.곧게 뻗은 그의 자세는 마치 하나의 기둥처럼 흔들림이 없었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집어삼킬 듯했다.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은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이미 사형이 확정된 죄인들의 이름을 내려다보는 집행인의 시선에 가까웠다.셀렌은 그 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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