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레벤티스 성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평소라면 복도를 오가던 하인들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딘가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속삭임조차 성 안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마치 이 거대한 성 전체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생명이라는 흔적을 모조리 지워 버린 것처럼 고요했고, 그 침묵은 이상하리만치 무겁게 공간을 짓누르고 있었다.심지어 늘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던 바람조차 그날만큼은 성 안으로 들어오기를 주저하는 듯했다. 차가운 밤공기는 성벽 바깥을 맴돌 뿐 안으로 스며들지 않았고, 마치 성 자체가 숨을 죽인 채 어떤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셀렌은 여전히 디리안의 곁에 묶여 있었다.그것이 벌인지, 저주인지, 아니면 죽음조차 끊어 내지 못한 사랑의 마지막 잔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가 디리안에게서 멀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고, 가슴을 짓누르는 불길한 예감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성의 안뜰에서는 제이와 에릭, 에드워드, 그리고 피터가 셀렌의 시신이 들어 있는 관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관은 무거워 보였다.관의 표면에는 보호를 위한 문양들이 거칠게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정교한 의식의 결과라기보다는 공포에 쫓겨 급하게 만들어진 흔적에 가까웠다. 믿음으로 새겨진 부적이 아니라, 혹시 모를 재앙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덧그어진 방패처럼 보였다.울프는 가장 앞에서 걸었다.그는 라미나가 오래된 신전에서 가져오게 한 성수를 손에 들고 있었고, 관이 지나가는 길마다 그것을 천천히 뿌렸다. 성수는 돌바닥과 계단, 그리고 관이 지나간 모든 자취 위에 스며들었고, 달빛을 받은 물방울들은 희미하게 빛나며 기묘한 광채를 만들어 냈다. 공기 속에는 철 냄새와 향 냄새가 섞여 떠돌았고, 그 조합은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불길하고 낯설게 느껴졌다.셀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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