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기에 들어선 해인은 핸드폰을 자주 보지 않았다. 유호가 곁에 있을 때면 핸드폰은 거의 방치되어 있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권영자의 전화가 걸려 와 잠들어 있던 두 사람을 깨웠다.[유호야, 희정이가 임신했다며?]유호는 잠이 덜 깨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누가 임신했다고요? 해인이 임신한 지가 언젠데 그렇게 놀라세요? 이걸 굳이 전화로 물어볼 일인가요?”권영자가 말했다.[희정이 말이다. 사람들이 다 그 아이가 네 애라고 하더구나.]권영자는 제법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침 7시 뉴스까지 꼼꼼히 챙겨 보고, 관련 기사를 유호의 핸드폰으로 보내기까지 했다.권영자의 말을 듣자 유호의 잠이 반쯤 달아났다.기사를 한 번 눌러 본 유호는 곧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었다.“거짓말이에요. 어디서 굴러온 아이든 제 이름 갖다 붙이지 말라고 하세요.”권영자는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정말이냐? 너희 둘 아무 일 없었어? 혹시 술 취해서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고?]친손자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다만 한동안 유호의 행동이 지나치게 이상했다. 희정과 자주 만났고, 해인에게는 차갑게 굴었다. 길게는 보름 가까이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남녀가 사적으로 자주 만나다 보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었다.유호가 몸을 일으켰다.“술 취한 적 없어요. 희정이하고 있을 때는 계속 일 얘기만 했고, 주 비서도 같이 있었습니다. 못 믿겠으면 주 비서한테 물어보세요.”확실한 답을 들은 뒤에야 권영자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가짜라니 다행이다. 할미도 이제 마음이 놓인다. 해인이한테는 네가 잘 설명해라.][해인이 이제 한 달쯤 있으면 출산인데, 네가 잘 돌봐야 해. 이런 일로 속상하게 해서 둘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된다.]막 잠에서 깬 유호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가라앉았다.“알겠습니다, 할머니.”해인은 통화 소리에 잠이 깼다.몽롱한 상태로 몸을 뒤척이던 해인은 무의식적으로 유호의 품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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