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도수희가 눈을 떴다.차장섭은 아내의 병상 옆에서 밤새도록 지키느라 눈 한 번 제대로 붙이지 못했다.작은 움직임 소리를 들은 차장섭이 도수희의 손을 붙잡았다.“여보, 괜찮아?”도수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에 씌워진 산소마스크를 떼려고 했다.“해인이...”차장섭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급히 산소마스크를 다시 씌웠다.그는 어제 오후 병실에 숨어 들어온 그 무례한 기자가, 바깥에서 벌어진 일을 도수희에게 거의 다 말해 버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차장섭의 입술이 굳어지면서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그는 도수희에게 이런 일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 병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내가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희정이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희정이 해인의 삶을 흔들게 두지 않을 거야.”“우리는 이미 해인에게 너무 미안한 사람들인데, 더는 그 아이에게 짐을 안겨서는 안 돼.”도수희가 이 집에 들어온 뒤, 희정은 새어머니에게 한 번도 좋은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도수희는 희정을 이해하려고 했고 이 의붓딸과 관계를 잘 풀어 보려 애썼다. 어떤 의미에서는 희정도 지난 세대의 원한과 어른들의 선택에 휘말린 피해자였으니까.하지만 희정은 도수희를 미워했다. 도수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미워했다.도수희가 요독증 진단을 받은 날, 희정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파티를 열었다. 집 안을 명절보다 더 화려하게 꾸미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곧 죽을 사람을 축하한다는 식으로 떠들었다.그때 희정은 겨우 17살이었다.도수희가 해인을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희정은 해인을 집에 들이면 아버지의 시청 건물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했다.그 의붓딸을 보며 도수희도 깨달았다.두 사람은 영원히 한마음이 될 수 없었다. 희정은 결코 ‘새어머니’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렇다 해도 도수희는 희정이 이 모든 원한을 해인에게 돌릴 줄은 몰랐다. 해인의 남편인 유호를 유혹하고, 심지어 유호의 아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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