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차장섭은 세상 풍파를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었다.그런데도 해인의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긴장했다.[해인아, 나다. 아빠다.]해인의 미간이 곧바로 좁혀졌다.‘아빠’라는 호칭을 듣자 목소리는 차갑게 식었다.“죄송하지만, 제 아빠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전화 잘못 거신 것 같네요.”말을 끝낸 해인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전화 너머의 차장섭이 급히 말했다.[해인아, 네가 나를 원망하는 거 알아. 나도 변명할 생각 없어. 아버지로서 하루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그런데 네 엄마 몸이 많이 안 좋다. 의사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 네 엄마가 너를 한 번만 보고 싶어 한다.]그 말을 들은 해인의 손이 멈췄다.“많이 아프신가요?”당당한 시장이었지만, 차장섭은 해인 앞에서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 목소리는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그래. 맞는 신장을 찾지 못하면 길어야 넉 달이라고 했다. 해인아, 네가 우리를 미워해도 좋다. 그래도 내가 부탁하마.][네 엄마가 후회만 안고 떠나게 하지는 말아 다오. 생사를 앞둔 일 앞에서는, 미움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겠니?]‘넉 달’이라는 말을 듣자 해인의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줄곧 도수희를 원망하면서 자신을 버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도수희가 찾아와도 말을 섞지 않았고,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왜 있는 걸까? 친엄마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가슴 한쪽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 답답했다.해인은 전에는 도수희의 병이 동정을 얻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차장섭이 도수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짓말을 해 가며 자신을 만나려 들 이유도 없었다.하지만 해인의 마음속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생각해 볼게요.”[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그런데 오늘 나랑 밥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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