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601 - Chapitre 610

682

제601화

차가 한참 달리던 중, 희정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희정은 서진을 바라보며 의아하게 물었다.“이 길, 네 아파트 가는 길 아니잖아.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서진이 말했다.“너 경찰서에 며칠이나 있었잖아. 너랑 아이한테 문제 생겼을까 봐 걱정돼서 병원에 데려가 검진받게 하려고.”희정은 차 시트에 몸을 기댄 채 지친 손길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꼬박 일주일이었다.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왔다.희정은 차장섭이 그날 떠난 게 겁만 주려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독할 줄은 몰랐다. 차장섭은 정말로 떠났고, 희정을 경찰서에 내버려 둔 채 끝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희정의 가슴속에는 차장섭을 향한 원망이 더 깊게 쌓였다.‘우리 같은 집안의 자식들이 누구 힘으로 버티는데...’‘그 늙은이가... 어떻게 나를 거기에 일주일이나 가둬 두고도 모른 척할 수 있어?’‘사람들이 수군대게 만들고, 내 이름까지 다 망쳐 놓고.’30분쯤 달린 뒤, 차는 병원에 도착했다.서진은 희정과 함께 들어가 검사를 받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희정은 싸늘하게 말했다.“나 혼자 갈게. 넌 차에서 기다려.”차장섭은 기자회견을 열어 아이가 한유호의 아이가 아니라고 직접 부인했다. 조금 전까지 기자들은 아이의 아버지가 서진이 아니냐고 떠들어댔다.요즘 두 사람이 너무 자주 붙어 다닌 탓에, 사람들의 의심을 누그러뜨리려면 희정은 서진과 거리를 둬야 했다.말을 마친 희정은 손을 뻗어 차 문을 열려고 했다.서진이 희정의 손을 붙잡았다. 희정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서진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서진은 말했다.“희정아, 내가 같이 갈게.”서진은 희정의 눈을 바라보았다.“우리 지금은 혼담이 오간 사이잖아.”그 말에 희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무슨 헛소리야? 아침부터 술 마셨어?”서진은 부드럽게 말했다.“헛소리 아니야. 며칠 전에 우리 아버지가 네 아버지를 찾아가서 우리 결혼 얘기를 나눴어.”그 말을 들은
Read More

제602화

서진이 조용히 불렀다.“희정아...”희정은 서진이 닿으려는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희정의 눈에는 서진과 선을 긋겠다는 단호함이 어려 있었다.“너랑 결혼 안 해.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희정은 빠른 걸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한 손으로 배를 가볍게 감싼 채, 차갑게 말했다.“네가 도와주지 않아도 이 아이는 반드시 한유호의 핏줄로 만들 거야. 앞으로 우리 연락하지 말자.”서진은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예감에 사로잡혔다.오늘 희정이 이렇게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연락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그 생각이 들자 서진의 마음이 급해졌다.서진은 곧장 달려가 희정의 허리를 끌어안고, 억지로 다시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이러지 마. 난 너 없으면 안 돼. 네가 결혼하기 싫으면 혼사는 나중에 얘기해도 돼. 내가 집에 가서 아직 어리고, 당장은 가정을 꾸릴 생각이 없다고 말할게.”서진이 갑자기 말을 바꾸자, 희정은 서진의 어깨에 기댔다. 서진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희정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이런 애가 미래의 병원장이라니. 정말 바보네. 조금만 건드리면 바로 넘어오잖아.’...다른 한편, 해인은 유호가 비행기에서 내릴 시간을 계산해서 영상 통화를 걸었다.“차희정이 정말 당신 일정을 알아내서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당신도 한 수를 남겨 뒀네.”유호는 공항으로 가기 몇 분 전, 사람들을 시켜 항공편을 변경했다. 덕분에 희정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났다.사실 일찌감치 경계하고 있었던 유호는 희정의 움직임을 전부 감시하게 해 둔 상태였다.유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당연하지. 네 남편이 누군데. 그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잖아.]그 말을 들은 해인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당신 있는 쪽은 바람이 꽤 센 것 같아. 내가 두툼한 외투 하나 넣어 뒀어. 당신 보스턴백 안에 있으니까 나중에 꼭 입어.”영상 속 유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흐트러지는 걸 보고, 해인은 일교차 때문에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했
Read More

제603화

다음 날 이른 아침, 유호는 약속한 대로 연구소로 가서 수술 전 검사를 받았다.검사 항목은 꽤 복잡했다. 크고 작은 검사가 수십 가지라 적어도 하루는 꼬박 걸릴 듯했다.해인은 그쪽 일이 그렇게 빨리 끝나지 않을 걸 알기에, 마음 편히 늦잠을 잤다.본가는 이렇게 조용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 여자 둘이 떠난 뒤로, 집 안에는 시비를 거는 사람은커녕 평소 말을 붙이는 사람도 줄어서 아주 한적했다.새벽빛이 겨우 들 무렵, 권영자는 진주에게 직접 닭곰탕을 끓이게 했다. 해인의 몸을 챙기기 위해서였다.“해인아, 한번 먹어 봐라. 진주 아줌마가 새벽부터 너 먹이려고 정성껏 끓였다.”해인은 하품을 하며 아직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을 비볐다.닭곰탕 냄새가 나자 해인은 얼른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할머니, 아침부터 이렇게 든든한 걸 먹어도 돼요?”권영자는 인자하게 웃었다.“임신했으면 잘 먹어야지.”의사는 자연분만을 원한다면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지나치게 커지면 산모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어른들과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달랐다. 권영자의 마음이 담긴 일이라서, 해인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해인은 국그릇을 들고 절반 넘게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찾아왔다.유호의 전담 경호원이었다. 키가 거의 190센티에 가까운 거구가 손에는 김이 오르는, 정갈하게 담긴 아침 식사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다.경호원이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따로 지시하신 식사입니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위해 준비하신 겁니다.”식사는 누가 봐도 더 과학적으로 짜인 구성이었다. 밥, 채소, 단백질이 골고루 들어 있었고, 칼로리는 낮으면서 영양은 충분해 보였다.유호가 만 리도 더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도 해인의 식사까지 챙겼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해인이 물었다.“출국하기 전에 미리 말해 둔 거예요?”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어 경호원은 권영자에게도 말했다.“어르신, 대표님께서 사모님 식사는 당분간 본
Read More

제604화

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주 비서가 간병인도 구해 줬어?”[응.]유호의 말을 증명하듯, 문밖에서 간병복을 입은 남자 둘이 들어왔다. 나이는 둘 다 마흔 초반쯤으로 보였고 현지인이었다.해인은 살짝 놀랐다. 유호가 남자 간병인을 구했을 줄은 몰랐다.‘이 사람, 밖에서도 남편 도리를 지키네?’‘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잖아.’‘하지만 타고난 세심함은 여자가 더 낫지 않을까?’‘여자 간병인이 더 좋을 수도 있을 수 있는데...’해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여자 간병인 구해도 괜찮은데.”[그건 안 돼.]유호는 병상에 기대어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내 좋은 몸을 이곳 아주머니들한테 다 보여 줄 수는 없잖아.]해인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유호의 기분도 꽤 좋아 보였다. 어쩌면 괴로운 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독설로 따지자면 유호는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해인은 부드럽게 말했다.“의사 말 잘 들어. 시키는 건 다 하고. 오늘 밤부터 금식해야 하는 거지? 배고프진 않아?”유호가 말했다.[시차 잊었어? 여긴 아직 낮이야. 그래서 마지막 식사는 먹을 수 있고, 밤부터 금식이야.]“퉤퉤퉤. 무슨 마지막 식사야. 너무 불길하게 들리잖아.”해인은 눈썹을 찌푸렸다. 유호의 입에서 불길한 말이 나오는 걸 듣기 싫었다.그런 해인을 보자 유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었다.유호는 손을 들어 손목의 염주를 가볍게 만졌다.해인이 유호가 떠나기 전 종안사에 가서 부처님께 빌며 받아온 염주였다. 며칠 동안 유호가 계속 손목에 차고 있어서, 염주에는 어느새 유호의 체온이 배어 있었다.유호는 눈썹을 살짝 세운 채 화면 너머 해인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았다.[여보, 내가 없는 동안 아기가 엄마 힘들게 안 해?]해인은 달빛을 받고 있었다.한씨 가문 본가는 고급 주택 단지 안에 있었다. 주변은 조용했고, 봄이 시작되어 풍경도 좋았다. 춥지도 않았고 밤하늘에는 별까지 선명하게 보였
Read More

제605화

유호의 수술 시간이 확정되자, 권영자는 불안해져 한밤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른 아침, 권영자는 새벽부터 일어나 종안사로 가겠다고 했다. 부처님께 빌면서 유호의 수술이 무사하고 순조롭게 끝나길 기도하겠다는 것이었다.권영자는 날이 밝기도 전에 종안사로 떠났고, 조우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문승은 머릿속이 온통 레이싱뿐이었고, 마침 요 며칠 대회까지 있었다.아침 식사 시간, 집에는 해인과 한원랑만 남았다.한원랑도 유호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원래 한원랑은 며칠에 한 번씩 경매장에 나가서 소장품을 사들이곤 했다. 그런데 요 며칠은 웬일로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해인도 느낄 수 있었다. 한원랑은 입으로는 유호를 툭하면 욕했지만, 생명이 걸린 큰일 앞에서는 결국 아들을 걱정하고 있었다.다만 한원랑은 성격이 거칠었다. 또 세상을 떠난 아내가 유호를 그리워하다 일찍 죽었다고 여겼기에, 오랜 세월 유호를 향한 응어리를 품고 있었다.그래도 아버지로서 중요한 판단은 할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씨 가문의 재산을 모두 유호에게 넘기고, 조우와 문승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을 리 없었다.식탁에서 한원랑이 입을 열었다.“오늘 수술이라고 했지?”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시차가 있어서 아직 그쪽은 새벽일 거예요. 날이 밝으면 유호 씨가 연구소 수술실로 들어갈 거고, 지금쯤은 아마 쉬고 있을 거예요.”한원랑이 코웃음 쳤다.“흥. 수술 끝나고 나면 내가 꼭 봐야겠다. 누가 감히 우리 한씨 가문 후계자를 가지고 장난질을 했는지. 내가 나이를 헛먹은 줄 아나! 내 아들을 건드려?”한원랑은 자기 사람을 끔찍이 감쌌다. 유호를 괴롭힐 수 있는 건 한원랑 자신뿐이었다. 한원랑 자신은 유호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릴 수 있어도, 남은 유호의 털끝 하나 건드리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해인은 오히려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렇다. 유호가 회복하면, 배후에 있는 사람들과 반드시 철저하게 결산해야 했다.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한원랑은 몇 번 뜨
Read More

제606화

해인이 말했다.“그럼 제 말대로 차에서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해인은 외래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이제 어떻게 하지? 사모님이 따라오지 말라는데 대표님 말을 들어야 하나, 사모님 말을 들어야 하나?”“대표님 말을 들어야지. 우리는 대표님 사람들이잖아.”월급 주는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논리는 틀리지 않았다.“근데 대표님도 사모님 말 듣잖아...”경호팀장이 앞으로 나섰다.“두 명만 조용히 따라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한테 연락하고.”해인은 외래 건물로 걸어가면서 뒤에 작은 꼬리 두 명이 붙은 줄은 알지 못했다.해인은 먼저 산전 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상태가 괜찮으니 몇 주 뒤 출산을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검진을 마친 뒤, 해인은 도수희의 병실로 갔다.친딸이 곁에 있기 때문일까? 도수희의 안색은 여전히 병색이 짙었지만, 정신은 며칠 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해인이 들어오자 도수희는 얼른 앉으라고 했다.“해인아, 네 아버지가 방금 여기 있다가 갔어. 조금만 빨리 왔으면 부녀가 만날 수 있었을 텐데.”도수희는 해인과 왕래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은 아직 정식으로 모녀임을 인정하고 호칭을 바꾼 상태는 아니었다.해인도 차씨 성으로 바꿀 생각이 없었다. 해인은 강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강씨 가문의 딸이었다. 차장섭과 도수희가 정말 해인을 아낀다면, 해인의 감정과 뜻을 존중해야 했다.다행히 두 사람도 강요하지 않았다.지금의 관계는 보통의 친척 사이 정도에 가까웠다.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도수희 부부는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해인은 도수희 곁에 앉아, 의사에게서 받은 조직 적합성 검사 결과지를 도수희 앞에 놓았다.도수희가 멈칫했다.“이게 뭐니...”해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랑 여사님 신장이 맞았어요. 제가 아이 낳고 산후조리를 마치면, 이식 수술을 할 수 있어요.”도수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뒤, 도수희는 격하게
Read More

제607화

해인이 떠난 뒤, 도수희는 곧장 차장섭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수희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기쁨, 또 막막함이 뒤섞여 있었다.“여보, 알아? 해인이 우리 몰래 조직 적합성 검사를 했어. 나는 단 하루도 해인이를 키운 적도 없고, 평생 그 아이에게 빚을 졌는데... 그 아이가 나한테 신장을 주겠대!”도수희의 말에 차장섭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장섭은 줄곧 해인이 자신들에게 정이 없고, 더 깊게 얽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인의 선택을 존중했다.그런데 해인은...차장섭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우리 딸... 참 좋은 아이야.]도수희는 불안한 마음으로 당부했다.“하지만 난 받을 수 없어. 해인이는 자기 뜻이 확실한 아이인 것 같아. 당신이 꼭 막아 줘. 그 아이가 바보 같은 짓 못 하게 해 줘.”차장섭의 표정이 무거워졌다.차장섭은 도수희가 죽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해인을 단 하루도 키우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입장을 바꿔 자신이 도수희라면, 차장섭도 해인의 기증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 말은 도수희의 뜻을 따른다면, 사랑하는 아내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했다.차장섭이 차분하게 말했다.[일단 몸부터 잘 돌봐. 내가 딸하고 얘기해 볼게. 병원에서도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당신은 아무 일 없을 거야.]도수희는 원래 자신이 살 수 있을지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딸을 찾고 나자 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도수희는 병상에 누운 채,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랐다.해인은 이렇게 착하고 선한 아이였다. 도수희는 더 오래 해인의 곁에 있고 싶었다. 해인의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며, 뒤늦게나마 가족의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도수희는 아직 50세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끝이라니.그럴 리 없었다. 해인은 지난 세월을 혼자 견디며 충분히 힘들었다. 엄마인 자신이 반드시 살아서, 해인에게 제대로 보상해야 했다....도수희의 병실을 나온 해인
Read More

제608화

해인은 전날 밤 거의 쉬지 못하고 밤새 걱정에 시달렸다. 이른 아침, 한원랑이 유호의 상황을 물으러 왔고, 권영자도 절에서 본가로 돌아왔다.식탁에서 두 사람이 묻자, 해인은 사실대로 말했다.“유호 씨와 연락이 안 돼요.”모자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권영자가 입을 열었다.“연락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이냐? 전화가 안 받는다는 거야?”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 있나? 그럼 유호랑 같이 간 사람들은?”“그쪽도 똑같이 연락이 안 돼요.”권영자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졌다.“큰일이다! 무슨 일이 난 거 아니냐! 애비야, 넌 인맥이 넓잖아. 얼른 좀 알아봐!”한원랑은 그래도 비교적 침착했다.“해인아, 수술이 끝나고 시간이 늦어서 모두 잠들었을 수도 있어. 조금 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봐. 일단 밥부터 먹어.”해인은 밥도 넘어가지 않았고, 권영자도 한숨만 내쉬었다.집 안 사람들은 모두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오후가 되자, 대현이 갑자기 찾아왔다.“제수씨, 큰일 났습니다!”대현은 며칠 전 골절상을 입었지만, 지금은 꽤 회복된 상태였다.해인은 발코니에 서서 멍하니 있다가, 대현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무슨 일이에요?”해인의 직감은 대현이 갑자기 찾아온 일이 유호와 관련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해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연락이 끊길 수 있을까?차에서 내린 대현이 2층 발코니에 선 해인을 올려다보았다.“제수씨, 뉴스 못 보셨죠? 유호가 수술받던 연구소 근처에서 어젯밤 총격 사건이 났습니다. 뉴스에 크게 나왔어요!”‘총격 사건?’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 큰 충격에 숨이 막힐 뻔했다.해인은 발코니 난간을 꽉 붙잡고서야 겨우 쓰러지지 않았다.“정말이에요?”그 나라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말은 해인도 오래전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자신과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유호가 겪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정말입니다. 이런 큰일로 제가 제수
Read More

제609화

“제수씨, 흥분하지 마세요. 뱃속에 아이가 있잖아요!”해인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몸 전체가 떨리는 걸 본 대현이 조심스럽게 달랬다.“유호는 운이 좋은 놈입니다. 반드시 무사할 거예요. 지금은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쪽에서 아직 수색 구조 중이고, 구조된 사람도 꽤 있다고 합니다.”해인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극도의 슬픔과 불안 속에서는 오히려 눈물조차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해인은 대현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소파에 앉아 쉴 수 있었다.집에 있던 권영자는 대현의 말을 듣자 혈압이 급격히 올라갔다.“유호, 유호야... 내 귀한 손주...”권영자는 그 자리에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걸 본 진주가 급히 혈압약을 가지러 갔다.“빨리, 빨리 가정의 불러요. 큰 사모님 좀 봐 드리게 해요.”권영자는 나이가 많았다. 팔십을 바라보는 몸으로는 이런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혈압약만으로는 급격히 치솟는 수치를 잡기가 어려웠다.한바탕 소동 끝에 의사가 말했다.“어서 병원으로 모시는 게 좋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119 구급차가 권영자를 싣고 떠났다. 다행히 병원에 빨리 도착한 덕분에 권영자의 상태는 안정되었다.실종된 아들과 병원에 실려 간 어머니까지 떠올리며, 한원랑의 표정은 몹시 어두워졌다.평소라면 남을 달래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한원랑이... 뜻밖에도 해인에게 위로를 건넸다.“해인아, 너는 태교 잘하고 몸을 챙기거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라. 내가 사람을 보내 유호를 찾게 할 테니까.”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한원랑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님, 유호 씨를 꼭 데려와 주세요.”해인은 지금 배가 무거웠다. 유호가 걱정되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자신을 잘 챙겨서 모두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그것이 해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해인은 한원랑이 젊었을 때 과감한 추진력으로 KH그룹 같
Read More

제610화

날은 하루하루 흘러갔다. 해인은 이미 자신의 배가 충분히 크다고 생각했지만, 임신 말기 마지막 한 달에 들어서자 배는 공처럼 더 빠르게 불어났다.마지막 산전 검진 날.의사는 태아가 이미 골반 쪽으로 내려와서, 언제든 태어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늘 주의해야 하며, 출산 징후가 보이면 곧장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한밤중, 해인은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뱃속 공간이 좁아진 탓일까? 아이는 요즘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았고, 움직임도 훨씬 작아졌다.대현이 유호를 찾으러 떠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그 보름 동안 유호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폭발한 건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온전한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대현은 해인이 충격받을까 봐, 도착한 뒤 폭발 현장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하지만 워낙 큰 사건이었다. 그 나라 언론에서 계속 보도해서, 알고 싶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흐르자 구조의 골든 타임은 이미 끝이 났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오래전에 구조되었다. 남은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유해를 거둬 가는 단계였다. 폭발 때문에 새까맣게 타 버린 시신도 있었고, 흔적조차 남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원래 예정대로라면, 유호는 이 며칠쯤 회복해서 돌아왔어야 했다. 퇴원하는 날이었을지도 몰랐다.유호는 해인의 임신 마지막 날들을 함께 보내고, 두 사람은 같이 아기의 탄생을 맞이했을 것이다.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폭발로 모든 계획이 망가졌다.해인은 폭발 현장 사진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을 괴롭히듯 계속 보게 되었다.해인은 수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유호를 외국으로 보내 수술을 받게 한 게 잘못이었을까? 며칠만 늦췄다면, 아니면 출산한 뒤에 갔다면, 이 재난을 피할 수 있었을까?그나마 다행인 건 권영자가 병원에 보름 동안 입원해 있던 끝에, 며칠 전부터 혈압이 안정되었고 오늘 아침 퇴원했다는 점이었다.유호의 일은 한씨 가문에서 대외적으로 숨기고 있었다. 집안의
Read More
Dernier
1
...
5960616263
...
69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