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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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희정은 눈을 크게 뜨며 무고한 척했다.“내가 무슨 연기를 했다는 거야?”이런 사람을 알게 된 것 자체가 재수없는 일이었다. 언제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릴지 모르는 일이었다.유호는 희정의 붉게 부은 눈가를 바라보면서도 마음속에는 동정심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혐오감만 짙어졌다.“이 아이가 정말 내 아이인지 아닌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너는 그 죽마고우랑 같이 산다며? 그런데도 내게 덮어씌우려고 해? 내가 언제 너를 건드렸는데? 나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예전에 희정이 언론 앞에서 제멋대로 떠들었을 때, 유호는 굳이 대응하지 않았다. 설명하기도 애매했고, 그 일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수준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희정은 뻔뻔하게도 직접 그의 앞까지 찾아왔다.말을 마친 유호는 그대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다급하게 달려간 희정이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았다.“너... 정말 잊어버린 거야? 그날 우리 일 얘기하다가 네가 술에 취했잖아. 내가 너를 부축해서 쉬게 했고... 그때야...”“됐어. 네가 기억 못 해도 괜찮아. 못 믿겠으면 아이가 태어난 뒤 친자 확인하면 돼.” “네가 아이 아빠야. 나는 책임지지 않아도 좋아. 그런데 네 핏줄까지 모른 척할 거야?”희정은 두 팔로 유호의 허리를 더욱 세게 감았다.유호가 책임감 강한 남자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유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마치 더러운 거라도 몸에 닿은 듯 힘껏 희정을 밀어냈다.눈에는 노여움보다 깊은 혐오가 담겨 있었다.“차희정, 난 네가 정말 역겨워. 나한테 남의 아이 아빠 노릇을 하라고? 거울이나 봐. 네가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그 한마디에 희정은 얼음물 속에 내던져진 사람처럼 굳어졌다.희정은 자신이 유호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칩이 심어졌는데도, 유호는 그녀를 향해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눈빛을 보냈고, 말도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분명히 이전에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굴었던 적도 있었다.유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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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어릴 적 서진이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희정이 그를 지켜 준 적이 있었다.그녀는 서진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쫓아내고, 친구가 되어 주었다.그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시간이 어느덧 이렇게 길어졌다. 희정은 이미 서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희정이 한때 그의 삶을 따뜻하게 비춰 준 사람이었기에, 지금 길을 잃은 그녀를 어둠에서 끌어내고 싶었다.희정을 따라잡은 서진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나를 밀어내지 마.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은 나뿐이잖아.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가까이 다가가서야 서진은 희정의 얼굴이 눈물로 젖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만든 듯했다. 그녀는 너무 약하고 외로워 보였다.서진은 희정을 더 꼭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였다.“왜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돼. 내가 너와 아이를 지키게 해 줘. 왜 굳이 그 길을 가려고 해? 그건 아이한테도 너무 불공평해.”그는 마지막까지 희정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희정이 고개를 젓자 눈물이 서진의 어깨를 적셨다.“너처럼 어릴 때부터 부모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집안의 모든 자원을 혼자 누리면서 싸우지 않아도 모든 걸 가진 사람은 내 마음을 몰라.” “강해인이 나타나고 나는 전부 다 잃었어. 그 여자는 내게 재앙이야.”서진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울지 마. 네가 울면 내 마음이 아파.”희정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 강해인 때문이야. 강해인과 그 배속 아이만 없어지면... 유호가 나를 보게 될 거야.”“강해인이 곧 아이를 낳으니까 유호 마음이 전부 그 여자한테 가 있는 거야. 하지만 그 아이가 사라지면, 내가 가진 아이가 유호의 유일한 후손이 돼.”고개를 든 희정의 눈빛이 이상하게 번뜩였다.“나 한 번만 더 도와줘. 내가 부탁할게.”서진의 표정이 굳었다.“또 뭘 하려는 건데?”희정의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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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유호는 더 묻지 않았다.두 사람이 차에 오른 뒤, 유호가 고구마 껍질을 벗겨 해인의 입가로 가져갔다.해인은 남자의 손에 기대어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고구마는 달고 부드러웠다. 포슬포슬하면서도 촉촉한 맛이 입안에 오래 남았다.해인은 다정한 눈으로 유호를 바라봤다.“이제 처리할 일은 거의 다 했잖아. 안심하고 해외에 갈 수 있겠지?”유호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배로 내렸다.“그렇게 나를 보내고 싶어?”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칩을 꺼내야 내가 안심이 돼. 그래야 당신이 원래의 한유호로 돌아오니까.”유호가 미간을 좁혔다.“지금의 나랑 예전의 내가 뭐가 그렇게 달라? 아니면 지금 내가 마음에 안 들어?”“마음에 안 든다는 게 아니야. 당신은 과거 기억을 잃었잖아. 그건 온전하지 않은 상태야. 더 중요한 건, 칩 때문에 당신이 계속 아파한다는 거야.”“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품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싫고.”유호는 해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이 떠올랐다.“너한테는 정말 못 이기겠다.”집에 돌아오자, 해인은 드레스룸으로 가서 유호가 가져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녀는 해외의 날씨를 확인했다. 유호가 검사와 입원을 하게 되면 대부분 병상에서 지낼 테니, 부드러운 잠옷 몇 벌을 골라 가지런히 접어 캐리어에 넣었다.평상복도 필요했다. 해인은 짙은 회색 트레이닝 셋업을 꺼내 유호 몸에 대 보더니 그것도 함께 넣었다.해인이 자신을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유호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됐어. 그만 챙겨. 너 힘들어.”유호가 직접 하겠다고 했지만, 해인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수술을 받으러 가는데 곁에서 돌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뭐든 자신이 해 주고 싶다고 했다.해인이 물었다.“비행기표는 예약했어? 주 비서님도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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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그건 내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약속할 수 있는 건 있어.” “검진 제때 받고, 의사 선생님 말 잘 들을게. 그러면 아이도 조금 늦게 나와 줄지도 모르잖아.”예정일까지는 꼬박 4주가 남아 있었다. 해외의 검사 일정이 순조롭다면 유호는 2주 정도면 회복해 돌아올 수 있었다.유호는 해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격하게 입을 맞췄다.“나는 몰라. 너 무조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말 안 듣고 먼저 나오면... 다시 넣어서 새로 낳을 거야.”그 말에 해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유호는 그녀를 안은 채 입술을 머리카락에서 귓가로 옮겼다.그러자 해인의 얼굴이 단번에 붉어졌다. 일어나서 피하려고 했지만 유호는 곧바로 해인의 어깨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한 손으로 해인의 뒤통수를 받치고, 품에 가두듯 안으면서 입술을 거칠게 덮었다. 마치 해인을 자기 몸 안에 녹여 넣고 싶은 사람 같았다.해인이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틈을 타서, 유호가 혀끝을 밀어 넣었다.뜨거운 입맞춤은 그녀의 숨까지 빼앗아 갈 것처럼 깊었다. 해인의 뺨이 달아오르면서 숨도 가빠졌다.유호의 입맞춤은 거리낌이 없었다. 해인은 반사적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빨리 놔. 아기가 나를 찬 것 같아.”유호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웅얼거렸다.“차라고 해.”“아기가 너무 세게 차.”그제야 유호는 마지못해 해인을 놓아주었다. 시선은 곧바로 해인의 배로 내려갔지만, 얼굴에는 아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유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해인의 불룩한 배를 내려다봤다.“꼬맹이, 존재감 확실하네. 방해꾼 노릇하니까 좋아?”그가 손바닥을 배에 대자, 뱃속의 아이는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마치 아빠와 장난치는 것 같았다.“엄마 뱃속에서 얌전히 있어. 급하게 나오지 말고. 아빠가 없는 동안 네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돼. 그러면 착한 아기 아니야. 내가 돌아오면 그때 우리한테 인사해.”유호는 몸을 숙여 해인의 배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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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주헌이 바로 답했다.“말씀하십시오.”“우리 본가에 있는 그 두 여자 잘 감시해. 쓸데없는 짓 못 하게.”유호의 표정은 단단했다.“차희정은 더 중요해. 그 여자한테는 반드시 사람을 더 붙여. 작은 이상한 움직임만 있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응해.”희정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여자였다. 어제 병원에서 유호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으니, 그냥 물러날 리 없었다.유호는 대비해야 했다.주헌도 이 일이 가볍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제가 확실히 전달하겠습니다.”유호는 혹시 놓친 부분이 없는지 잠시 생각했다.그러다 책상 서랍을 열고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 주헌에게 건넸다.주헌이 의아해했다.“이건...”“잘 보관해. 내가 수술 중에 잘못되거나, 돌아온 뒤에 해인이를 완전히 잊어버리면 그때 이 수첩을 나한테 줘.”주헌은 사적인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 짐작하고 수첩을 열어 보지 않았다.유호가 말했다.“됐어. 더 할 말 없어. 가서 일 봐.”...해인은 아침에 집에서 유호가 사 보낸 아침을 받았다.“한 대표는요?”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만두를 먹으며 해인이 눈앞의 기사에게 물었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유호는 이미 침대 옆에 없었다.기사가 답했다.“대표님은 일이 있다고 회사로 가신 것 같습니다.”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유호가 직접 줄 서서 사 온 만두를 맛보며 해인의 얼굴에 달콤한 웃음이 피어났다.아침을 먹은 뒤, 해인은 만삭의 배를 안고 직접 종안사로 향했다.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차를 끝까지 타고 올라가지 않았다. 산 아래에서 내려 한 걸음 한 걸음 직접 걸어 올라갔다.저녁 무렵, 해인은 직접 유호를 공항까지 배웅했다.그녀는 종안사에서 부처님께 빌며 받아 온 염주 팔찌를 유호의 손목에 끼워 주었다.단목으로 만든 염주에서는 은은한 향이 났다. 맡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향이었다.유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해외 나가는 선물?”“부적 같은 거야. 꼭 차고 있어.”해인은 유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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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나도 같은 비행기야. 유호가 나보고 끊으랬어. 유호는 나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해. 나랑 같이 해외로 떠나는 거야.”“너는 배가 불러 곧 애를 낳을 지경인데도, 유호는 신경도 안 쓰잖아. 우리 둘 중 누가 더 중요한지 굳이 말해야 해?”해인은 미간을 좁혔다.당연히 희정의 헛소리를 믿을 생각은 없었다. 유호는 해외 출장이 아니라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었다.‘이 여자가 유호 일정까지 알아내서 같은 비행기표를 샀나 보네. 나를 오해하게 만들려고?’정말 역겨운 짓이었다. 희정은 어두운 구석에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와도 같았다. 머릿속에는 남의 가정을 어떻게 망가뜨릴 생각만 가득한 사람 같았다.희정이 출국장으로 들어가 수속을 밟으려는 모습을 본 해인은 비행기가 뜨기 전 유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유호는 막 자리에 앉은 참이었다.[왜, 여보? 나 방금 떠났는데 벌써 보고 싶어?]해인이 말했다.“차희정도 같은 비행기래.”유호는 느긋하게 창밖을 힐끗 보았다. 눈가에는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그래?]“해외에 칩 검사 받으러 가는 걸 혹시라도 알게 되면, 당신한테 안 좋은 짓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이번 출국은 주헌을 데리고 가는 ‘출장’ 명목이었다. 유호가 해외에서 신체 검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씨 가문 사람들 중에서도 권영자만 알고 있었다. 일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일부러 숨긴 것이다.희정 역시 알 리 없었다. 그녀가 알아낸 것이라고 해 봐야 유호의 항공편 정도일 것이다. 함께 있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을 테니까.유호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미 다 준비해 놨어.]...다른 쪽에서 희정은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로 향했다.희정의 좌석은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절묘하게, 유호의 자리 바로 옆이었다. 정확히는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둔 자리였다.희정이 비행기에 올랐을 때, 그 자리에 앉은 남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잡지를 얼굴 위에 올려 둔 채 쉬고 있었다.좌석은 가장 편한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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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차장섭 딸이야! 우리 아빠가 시장이라고! 안 놓으면 너희 자리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시장 딸로 살아온 희정은 이런 식으로 대우받은 적이 없었다.두 명의 경찰이 양쪽에서 그녀를 붙잡고 죄인을 압송하듯 비행기에서 끌어냈다.소란이 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쪽을 바라봤다.버둥거리던 와중에 희정의 모자와 마스크가 모두 떨어졌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쓸려 올라가며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희정을 알아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녀는 영화감독으로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었고, 며칠 전 스캔들로 온 인터넷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그녀를 촬영했다.“와, 저 사람 요즘 난리 난 불륜녀 아니야? 또 무슨 짓이래?”“그러게. 빨리 찍어. 동영상 올리면 조회수 대박나겠다.”사람들은 희정을 우스갯거리처럼 바라봤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희정의 귀에도 그대로 들렸다. 그녀는 체면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얼굴을 가리고 싶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은 절차대로 움직일 뿐, 희정이 누구 딸이라고 소리치는 말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희정은 공항경찰대로 넘겨졌다.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차희정 공항 난동’이라는 검색어가 순위 상단에 오래 머물렀다.원래 사람들은 희정이 정말 정신질환이 있는지 의심하기도 했지만, 공항 영상을 본 뒤에는 조금씩 믿는 사람도 생겼다.‘저 여자는 정말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다....차장섭이 소식을 듣고 도착했을 때, 희정은 이미 경찰서에서 꼬박 하룻밤을 보낸 뒤였다.서진도 그곳에 있었다.경찰은 희정과 혈연관계가 있는 보호자가 와야만 석방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서진은 희정과 법적으로 아무 관계가 아니어서 데려갈 수 없었다.시장이 직접 오자 경찰서 간부들은 모두 예의를 갖췄다.차장섭은 손사래를 치며 과한 의전을 거절하고 희정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친 얼굴로 딸을 바라봤다.“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다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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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차장섭은 자신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면, 희정을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 보석이 필요 없다면 여기서 며칠 지내면서 반성해.”말을 끝낸 차장섭은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갔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희정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번졌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차장섭이 정말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차씨 성을 가진 그의 딸이니까.그런데 지금 보니 그 믿음은 착각이었을지도 몰랐다.희정의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무너지듯 소리쳤다.“강해인이었다면 당신은 하던 일 다 버리고 바로 달려왔겠지? 차 시장, 너무 편파적이야.” “나는 당신 같은 사람 없어! 난 당신이 미워! 당신은 나한테 빚진 게 없다고? 아니, 빚졌어!”“어릴 때도 당신은 맨날 집에 안 왔잖아. 그런 아빠가 어디 있어?” “나를 하루도 제대로 가르친 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서 내가 강해인만큼 얌전하지 않다고 싫다는 거야?”희정의 악에 받친 말에도 차장섭은 돌아보지 않았다.예전의 그는 집에 자주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일 때문이었다. 정치인의 일정은 개인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차장섭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늘 선택을 해야 했다.그럼에도 아내와 딸에게 필요한 돈은 한 푼도 빠뜨리지 않았다. 희정에게는 최상의 생활과 교육도 제공했다.그는 자신의 딸에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진짜로 자신이 빚진 사람은 해인이었다. 아버지로서 하루도 돌본 적도 없고, 길러 준 적도 없으니까.그때 서진이 문밖에서 들어왔다.“시장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 나가실 때 표정이 안 좋으시던데. 싸웠어?” “시장님 그냥 가신 것 같아. 보석 서류에도 서명 안 하셨어. 왜 화나게 만든 거야? 너 여기 계속 갇혀 있고 싶어?”차장섭은 희정을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명하지 않았다.희정은 아직도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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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시청.비서가 차장섭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시장님, 천서진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시장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차장섭은 미간을 좁혔다.“들여보내.”비서가 밖으로 나가 사람을 불렀다. 잠시 뒤 서진이 들어왔다.차장섭은 고개를 숙인 채 공문을 처리하느라 그에게 시선을 많이 주지도 않았다.서진이 말했다.“시장님, 오래 앉아 일하셔서 관절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홍삼 진액입니다. 몸 보하는 데 좋다고 해서 가져왔습니다.”서진은 희정을 빨리 꺼내고 싶은 마음이 급했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알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와서 차장섭의 책상 앞에 내려놓았다.차장섭은 그저 힐끗 바라보기만 했다.“요즘은 선물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 가져가.”서진은 곧바로 말했다.“비싼 물건은 아닙니다. 제가 후배로서 어른께 드리는 마음입니다.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차장섭은 서진에게 앉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서진은 책상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인 태도를 유지해야 했다.그제야 차장섭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서진을 올려다보았다. 차장섭의 눈길에는 노련한 관찰이 담겨 있었다.서진은 차장섭이 어릴 때부터 계속 지켜본 아이였다. 천호선 회장과도 어느 정도 교분이 있었다.어릴 때의 서진은 키도 크지 않았고, 또래 사이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차장섭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담했다. 희정이 도망치는 일까지 도왔으니까.차장섭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희정이 좋아하지?”서진이 멈칫했다.차장섭처럼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 본 정치인 앞에서, 서진 같은 젊은 사람의 속마음은 쉽게 숨길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서진은 솔직히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차장섭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그가 다시 물었다.“희정이 뱃속의 아이, 네 아이지?”서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방금의 질문이 가벼운 떠보기였다면, 이번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 한 수였다. 서진은 아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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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서진이 자리를 뜨지 않자, 차장섭이 시선을 들었다.“또 할 말 있어?”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다시 저었다.차장섭이 말했다.“네가 정말 희정이를 좋아한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야. 어떻게든 그 아이를 제자리로 돌려놔.” “지금은 작은 잘못을 저지른 정도지만, 더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지를 거야. 너는 희정이가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는 걸 보고 싶냐?”서진의 마음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괴로움이 쌓여 있었다.차장섭은 일부만 알고 있었다. 어떤 일들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와 있었다.서진이 말했다.“시장님, 제가 어떻게든 설득해 보겠습니다.”서진은 그래도 희정보다 이성적이었다. 차장섭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일단 돌아가. 내일 네 아버지와 함께 와.”그 말에 서진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들었다.“제 아버지요?”차장섭이 고개를 끄덕였다.“자식들 혼사를 이야기하려면 어른이 나서야지. 내가 너하고 직접 얘기할 일이냐?”서진은 멍하니 굳었다.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말씀을 하신 건... 진짜 내가 생각하는 그 뜻이 맞을까?’“시장님... 희정이와 제가 결혼하는 걸 허락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차장섭은 확답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희정이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고 있다. 그 아이가 계속 제정신을 못 차리고 남의 집을 물고 늘어지게 둘 거냐?” “네 아이를 왜 남의 성으로 만들려고 해? 자기 아이인데, 너는 마음이 안 쓰이는 거야?”그 말은 사실상 두 집안의 혼사를 허락한다는 뜻이었다.서진은 몸이 붕 뜨는 것 같으면서 머릿속이 멍해졌다.그가 매일같이 바라던 일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차장섭이 말했다.“희정이가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하니 내가 막을 수는 없어. 그렇다면 뱃속의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라도 찾아 줘야지.”“서진아, 남자라면 결단을 내려. 내 요구는 하나뿐이야. 희정이를 바른길로 이끌면서 컨트롤해. 더는 잘못을 거들지 마.”아이는 죄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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