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뒤, 해인은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새벽이 가까워질 때까지 잠들지 못했고, 날이 밝기 직전에야 겨우 잠깐 눈을 붙였다.하지만 그 잠도 편하지 않았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계속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유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어두운 눈빛으로 해인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해인아, 왜 나한테 외국으로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재촉했어? 네가 날 재촉하지 않았다면 내가 죽지 않았을 텐데.” “내려와서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너 나 사랑한다면서.”“해인아, 나 집에 갈게. 네가 아이 낳는 거 옆에서 볼 거야...”“...”장면이 바뀌었다. 폭발 현장이었다. 현장에는 짙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유호는 폐허 속에서 불길에 삼켜졌다. 몸은 다 타들어 갔고, 남은 흔적조차 없었다.눈앞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유호의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만 선명했다.해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꿈속에서 해인은 필사적으로 유호에게 달려가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리 해도 건널 수 없는 깊은 틈이 가로놓여 있었다. 해인은 눈이 새빨개질 정도로 울면서, 유호가 조금씩 재가 되어 사라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해인은 숨이 막힐 만큼 괴로웠고, 몸이 무너질 듯했다.“작은 사모님, 왜 그러세요?”영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악몽을 꾸신 거예요? 빨리 깨세요.”영지가 다급하게 해인을 부르자, 해인은 그제야 겨우 눈을 떴다.하늘은 완전히 밝아 있었다. 베개는 눈물로 한쪽이 축축했다.“영지야.”해인은 영지를 가볍게 안고, 영지의 어깨에 기댔다.“나 유호 씨가 너무 보고 싶어.”해인의 슬픈 말에 영지의 가슴도 아렸다.“작은 사모님...”...일주일 뒤.폭발 관련 뉴스의 열기는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폭발 현장의 생존자 대부분은 안정을 찾아 갔고, 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아직 찾지 못한 이들은 모두 이른바 ‘실종자’로 분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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