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맑음. 돌아온 지 열이틀째. 밤에 해인이 내 품에 기대 잠들었는데, 악몽을 꾼 것 같았다. 몸이 심하게 떨렸다. 해인이 나에게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내가 잘못했다. 사라져 있던 동안 너무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해인이 받은 상처를 두 배로 갚아 주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해야겠다.][3월 22일. 오늘 밥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해인이는 모르지만, 첫 숟가락을 먹자마자 맛있다고 했다. 정말 맛있었던 모양이다.역시 마음을 담은 음식이 해인이 입맛에 더 잘 맞는다. 앞으로 자주 직접 만들어 줘야겠다. 우리 여보, 은근히 먹는 걸 좋아한다.][...][4월 8일. 해인이 오늘 아기를 한 시간 넘게 바라봤다. 갓 태어난 아기는 쭈글쭈글한데 대체 뭐가 그렇게 볼 만한지 모르겠다. 왜 오늘 내가 얼마나 신경 써서 셔츠를 골라 입었는지는 못 본 걸까!][...]4월 8일은 바로 그제였다.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라 해인은 또렷이 기억했다.어쩐지 그날 유호가 묘하게 이상했다. 자꾸 해인 앞을 서성였는데, 알고 보니 그날 셔츠를 꽤 신경 써서 입은 것이었다.해인은 온통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어서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남자도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을 봐 달라는 티를 이렇게 내는구나.’수첩 한 권이 거의 전부 다 유호의 시점으로 적혀 있었다. 해인에 대한 일,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일상, 사소한 감정들이 빼곡했다. 마치 언젠가 다시 그녀를 잊게 될 일을 대비해 기록해 둔 것 같았다.다 큰 남자가 이렇게 세심한 일을 해 놓았다는 사실에 해인은 적잖이 놀랐다.유호도 마침내 해인의 손에 들린 자신의 ‘비밀 수첩’을 알아차렸다.그는 차를 길 한가운데 세우고 장난기 어린 눈으로 해인을 돌아보았다.“여보, 그거 내 사생활 훔쳐보는 거 아니야?”“아, 우연히 보게 된 거야.”해인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호에게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시선이 유호가 오늘 입은 정장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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