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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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구희라의 말에 유만정은 마음이 급해졌다.하지만 구호민의 눈짓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애를 태울 뿐, 어떤 감정도 드러낼 수 없었다.구호민은 구희라 앞에서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무릎을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기울이며 구희라를 올려다봤다.“정말 내가 강이주를 데려갔다고 확신하는 거냐? 증거는?”구희라는 구호민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이주 차에는 위치 공유 기능이 있어요. 차단해도 이쪽에서 연동해서 확인할 수 있죠. 아버지는 모르셨나 본데, 오빠가 이주와 관계를 확정한 뒤 제가 위치 확인을 켜 뒀어요.”강이주가 최근에 자주 몰고 다니던 차는 예전에 구희라가 생일 선물로 준 차였다.소유권은 강이주 명의로 넘겼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워낙 가까웠기에 강이주는 차량 시스템 연동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구희라는 말을 이었다.“이래도 인정 안 하실 거예요? 그럼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유만정이 앞으로 나서 막으려 했다.구호민은 웃었다.“해 봐. 위치 기록 하나로 신고해서 뭘 어쩔 건데? 성인 여자가 며칠 회사에 못 나온다고 답장까지 남겼다.”“단순 연락 두절인지, 스스로 자리를 비운 건지 누가 바로 강제 수색에 나설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경찰에 접수된다 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겠어?”두려울 게 없다는 말투였다. 구희라에게 어리석게 굴지 말라는 뜻을 전하는 것뿐이었다.지금 구호민의 지위라면 이 정도 일은 쉽게 덮을 수 있었다.구씨 집안의 자식이라는 사람이 예전처럼 여전히 순진하다니, 아버지로서 뭐라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욕이 턱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걸 간신히 참으면서, 구희라가 차분히 물었다.“대체 어디까지 하실 생각이에요? 아버지, 모든 사람이 아버지 손에 든 꼭두각시처럼 살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싫고, 오빠는 더더욱 그럴 리 없어요.”“아버지는 자신의 통제욕이 무섭다고 느끼지도 않으세요? 어릴 때부터 오빠는 아버지 규칙에 맞춰 살아야 했어요.”“조금만 어긋나면 깜깜한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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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구희라는 허도민과 강제로 헤어진 뒤, 집안과 완전히 틀어졌다.구호민과 유만정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짐을 가지러 돌아온 날이었다.구희라는 실수로 지하실에 들어가게 됐다.그 안을 본 구희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음습하고 차가운 지하실 벽에는 사진이 수없이 걸려 있었다.사진들은 구호민이 구기빈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였다.좁은 공간 안에서 구기빈이 목이 졸린 채 눈이 뒤집힌 사진도 있었고, 칼을 들고 동물의 배를 가르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이미 말라붙은 동물 사체도 적지 않았다.작은 공간은 소름 끼칠 만큼 음산했다.거기서 도망치려던 구희라는 비틀거리다 방 안에 하나뿐인 의자에 주저앉았다.아마도 뭔가를 잘못 건드린 모양이었다.눈앞에 피가 낭자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어린 구기빈이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고 동물의 배를 가르는 영상들이 이어졌다.귀에는 동물들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렸다.그 잔혹한 화면 때문에 구희라는 그 자리에서 바로 토했다.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껐다. 힘이 풀린 몸을 억지로 일으켜 흔적을 정리한 뒤, 겁에 질려 저택을 뛰쳐나왔다.빙산의 일각 같은 장면만 보고도 구희라는 고열을 앓았다.깨어난 뒤에는 몇 번이나 구기빈을 찾아가 묻고 싶었다.구기빈은 구희라의 이상한 상태를 알아차린 듯했다. 하지만 구기빈은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다 지나갔다고만 말했다.그 짧은 몇 마디가 구희라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구희라는 오빠를 끌어안고 한참 울었다. 울음을 쏟아 낸 뒤, 구기빈의 뜻에 따라 그 일을 마음속 깊이 묻었다.오늘 강이주가 너무나 걱정되지 않았다면, 구희라는 이토록 감정에 휩쓸린 상태로 그 일들을 모두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소리를 지른 뒤, 구희라는 이미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표정은 창백했고, 몸은 가늘게 떨렸다. 머릿속은 하얗게 텅 비어 버렸다.유만정도 창백한 표정으로 구희라를 끌어당겼다. 유만정은 손을 들어 딸을 때렸다.“이 못난 것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 있지도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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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구희라가 침묵할수록 유만정의 상태는 더 불안정해 보였다.유만정의 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구희라는 피부가 불에 덴 듯 아픈 걸 느낄 수 있었다.“됐어.”구호민이 날 선 시선을 유만정에게 던졌다. 말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내가 예전부터 말했지. 아이들을 너무 감싸지 말라고. 당신이 잘 키운 딸이 지금 어떤 꼴인지 직접 봐.”“처음부터 가난한 놈을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쳤을 때, 내가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했지. 그때 당신이 나한테 뭐라고 했나?”“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설득할 수 있다고 했지. 결과가 이건가? 설득이란 게 고작 이 모양이잖아!”구호민은 구희라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구기빈이 중간에서 막은 덕분에, 구호민이 딸에게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구희라는 밖으로 나가 살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부모에게 원수라도 진 사람처럼 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유만정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구호민을 바라봤다.“여자애는 아직 생각이 단순하잖아. 희라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이 나이에도 반항기가 남아 있을 수 있잖아...”“20살 넘은 반항기라니. 당신 입으로 말해도 듣기가 민망하군.”구호민은 코웃음을 쳤다.“여기서 딸 감싸느라 매달릴 시간에 가서 스스로나 반성해. 본인이 키운 딸이 어떤 꼴이 됐는지 말이야.”구호민의 말에 유만정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면서 표정은 더 창백해졌다.구호민을 바라보는 유만정의 눈에는 두려움이 번졌다. 몸속 깊은 곳까지 싸늘하게 얼어붙는 듯했다.구희라는 어머니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원망 가득한 눈으로 구호민을 노려볼 뿐이었다.“엄마는 저를 잘 키웠...”“희라야!”유만정이 급히 구희라의 팔을 내리쳤다.그 한 번의 손길에 구희라가 하려던 말은 끊겨 버렸다.구희라는 분노한 눈으로 유만정을 바라봤다.그 눈에는 깊은 원망이 담겨 있었다.구호민은 시선을 거뒀다.“돌아왔으니 얌전히 집에 있어라. 네 엄마가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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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임설은 구희라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구희라마저 구호민에게 붙잡혔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던 임설의 마음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강이주뿐 아니라 구희라마저 걱정됐다.두 사람이 동시에 연락 두절이라니, 정상적인 일일 리가 없었다.임설이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임설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임 비서.]전화 너머에서 강이주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임설은 벌떡 일어섰다.“대표님, 어디세요? 정말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요.”말을 하던 임설은 목소리마저 살짝 젖었다.강이주는 짧게 말했다.[지금 바로 ‘봄날산장’ 북쪽 입구로 와. 빨리.]임설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예...”끊어진 전화를 내려다보던 임설은 허둥지둥 차 키를 챙겨서 강이주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강이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핸드폰 배터리가 다해 꺼지는 걸 보았다.꺼진 화면을 한 번 내려다본 뒤, 핸드폰을 손에 꽉 쥐었다.지금 강이주는 몸을 낮춘 채 풀숲 사이에 숨어 있었다.그 방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설명하자면 길었다.강이주는 애초부터 얌전히 갇혀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것저것 요구하며 경호원들을 들쑤셨다.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몇 번이나 바뀌어 들어오고 나간 뒤, 강이주는 펼쳐져 있던 책 안에서 쪽지를 발견했다.쪽지에는 조금만 참고 있다가, 경호원들이 교대할 때 기회를 봐서 빠져나오라고 적혀 있었다.쪽지를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이상, 강이주는 한 번 모험을 해 볼 수밖에 없었다.그 생각을 한 뒤 강이주는 조용해졌다. 이번에는 정말 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식사는 여전히 경호원들이 방 안으로 가져왔다.국그릇 아래에 열쇠가 있었다.강이주는 방 안을 한 바퀴 훑었다. 감시카메라는 하나뿐이었다.강이주는 몸으로 카메라를 등졌다.밥 속에도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밥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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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수색하는 사람들을 피해 강이주를 데리고 빠르게 산장 뒤쪽의 문까지 갔다.“뒷문을 나간 뒤 산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십시오. 서재에 있던 핸드폰은 챙기셨습니까? 사람에게 연락해서 ‘봄날산장’으로 데리러 오게 하세요.”“이 일대는 산길이라 걷기 힘들고 덤불도 많습니다. 숨을 만한 곳을 찾아 계십시오.”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발로 뒷문을 걷어찼다.문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로 열렸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뒤쫓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오른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산장 아래쪽에 닿습니다.”“산 아래에 도착해도 바로 나오지 마시고 최대한 숨어 계십시오. 구기빈 대표님 쪽 사람에게 발견될 때까지요.”강이주는 떠밀리듯 뒷문 밖으로 나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거기 누구야?”“뛰세요. 절대 뒤돌아보지 마세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강이주를 밀치며 재촉했다.이미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이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강이주는 남자의 상황이 걱정됐지만, 지금은 그 남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무작정 힘껏 앞으로 뛰었다.그래도 끝내 참지 못하고 한 번 뒤를 돌아봤다.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맨손으로 뒷문 앞을 막고 선 채 여러 사람과 맞붙고 있었다.강이주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 남자가 목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곧 남자의 움직임이 멎었다.강이주는 새하얗게 질렸다. 사람들이 쫓아 나오기 전, 일부러 신발 한 짝을 차서 다른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한쪽 발만 신은 채 비틀거리며 반대편으로 뛰었다.지금 강이주는 덤불 속에 숨어 있었다. 머릿속에는 남자가 쓰러지던 장면이 계속 되감아 재생되었다.떨리는 몸을 감싸 안은 강이주는, 얼어붙은 손으로 임설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어 곧바로 꺼져 버렸다.여전히 눈앞에는 붉은 피가 어른거렸다.강이주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가 남긴 말을 계속 마음에 새겼다.그렇게 거의 30분 넘게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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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병원은 나중에.”강이주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아직도 목이 베인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강이주의 얼굴은 창백했고,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임설은 놀란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이 상태로 병원에 안 가고 어디를 가시게요?”임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강이주는 입술을 눌러 다문 뒤 말했다.“경찰서. 신고하러 가자.”신고해도 큰 소용이 없으리라는 건 강이주도 알았다. 그래도 구호민의 속을 조금이라도 뒤집어 놓고 싶었다.강이주의 뜻을 알아차린 임설은 곧바로 차를 몰아 경찰서로 향했다.경찰서로 가는 길, 강이주는 임설의 핸드폰을 빌려 구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상 구기빈은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어야 했다.강이주는 조금 전 낡은 핸드폰으로도 구기빈에게 연락하려고 했다.그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구기빈의 사람이라면, 구기빈은 분명히 뭔가 알고 있을 터였다.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구기빈의 핸드폰은 계속 꺼져 있었다. 연결할 방법이 없었다.겨우 한숨 돌렸던 마음이 다시 거세게 꽉 조여들었다.강이주는 구기빈에게도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두려웠다.그 불안감은 경찰서에 도착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강이주는 자신이 납치당했으며, 핸드폰과 차를 납치범들에게 빼앗겼다고 신고했다.강이주의 차에는 위치 확인 시스템이 있었다. 현재 위치는 ‘봄날산장’으로 표시되어 있었다.강이주는 구호민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구호민이 자신을 납치해 불법 감금했다고 신고했다.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신고한 만큼, 경찰은 신고 접수 후 곧바로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곧 강이주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상해 진단을 받기 위해 이동했다.경찰은 구씨 집안에도 찾아갔다....구호민 일가는 막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오후 내내 지하실에 있던 유만정은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나왔다. 표정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지만, 유만정은 기어이 저녁상을 차렸다.구희라를 불러 내려와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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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경호원들이 계속 길을 막자, 구희라는 손을 들어 두 사람의 뺨을 차례로 때렸다.“당신들이 뭔데? 비켜!”유만정은 거실에 서서 2층을 올려다봤다.“내려오게 해.”얼마 지나지 않아 구희라는 실내 슬리퍼를 질질 끌며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내려왔다.구희라는 유만정을 보지도 않고 곧장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자리에 앉더니 밥그릇을 들고 반찬을 집어먹기 시작했다.구희라는 구호민이 조사를 받으러 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저 배가 고팠을 뿐이었다.구희라는 굶어 죽을 생각이 없었다. 단식으로 시위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배를 채우지 않으면 도망칠 힘도 없다.어차피 자신이 굶어 죽어도 아버지는 조금도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구희라는 정신없이 밥을 퍼먹었다. 슬픔과 분노를 식욕으로 바꾼다면, 밥 세 공기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유만정이 다이닝 룸으로 들어와서 본 것은 바로 그런 장면이었다.유만정은 구희라 곁에 앉아 국 한 그릇을 떠 주었다.“또 지난번처럼 굶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유만정의 시선이 구희라의 몸에 남은 때린 자국에 닿았다. 유만정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밥 먹고 나면 엄마가 약 발라 줄게. 여자애 몸에 흉터가 남으면 좋을 게 없어.”구희라는 차갑게 웃었다.“그래요? 때릴 때는 그런 생각 안 하신 줄 알았는데...”그 한마디에 유만정은 대답할 말을 잃었다.유만정은 원망으로 가득한 구희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생각에 엄마가 너를 왜 때렸을 것 같니? 어릴 때 넌 아버지께 대들면 늘 살갗이 터지도록 맞았잖아.”“희라야, 엄마는 네가 그 기억에서 뭔가 배웠을 거라고 생각했어.”구희라의 몸이 굳어지면서 전신이 싸늘하게 식었다.어릴 때 구희라가 잘못하거나 구호민에게 대들면 늘 맞았다. 묶여서 맞지만 않았을 뿐, 맞는 건 늘 있는 일이었다.게다가... 구희라가 맞을 때마다 구기빈도 함께 맞았다.구호민의 논리는 이랬다. 오빠인 구기빈이 오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여동생에게 본보기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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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강이주가 예상한 대로였다.구호민은 조사에 협조하는 시늉만 한 뒤 깔끔하게 빠져나왔다.구호민은 강이주와 만났고, 젊은 사람들의 연애 문제를 이야기했으며, 끝이 좋지 않게 헤어졌다는 사실만 인정했다.하지만 강이주를 붙잡아 두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강이주와 자기 아들의 교제를 반대했기 때문에, 강이주가 앙심을 품고 보복성 신고를 한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제기했다.경찰은 ‘봄날산장’ 현장 확인에도 나섰다.그 별장은 오래전부터 비어 있던 곳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았다.현장 역시 누군가 머문 흔적이 없어 보였다.다만 산장 문 앞에서 강이주의 차가 발견됐고, 핸드폰도 차 안에 남아 있었다.블랙박스 기록을 통해 강이주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이끌려 ‘봄날산장’까지 간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납치에 가담한 사람들이 구호민과 아는 사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그 결과를 들었을 때, 강이주는 병원에서 발바닥의 상처를 치료받고 있었다.상처 자체는 심각한 편은 아니었다.강이주의 핸드폰도 돌려받았다.“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어떡해요?”임설은 옆에 서서 강이주의 상처를 보며 속상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임설의 말을 들은 강이주가 웃어 보였다.“괜찮아. 예상했던 결과야.”구호민 같은 사람이 아무 수단도 없이 RG그룹을 이렇게 오래 쥐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RG그룹에서 세운 성과도 눈부셨다.RG그룹은 구호민의 손에서 굴지의 기업들을 차례로 제치며, J시에서 손꼽히는 재벌가로 올라섰다. 그 사실만으로도 구호민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강이주가 구호민을 깊이 파고든 적은 없었지만, 그의 지난 행보에 관한 말은 적지 않게 들어었다.이제 직접 맞붙어 보니 더 분명했다. 솔직히 강이주는 아직 경험이 일천했고, 구호민은 오래전부터 권력의 중심에서 사람을 다뤄 온 인물이었다. 강이주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강이주도 그 정도의 현실은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임설이 옆에서 억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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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이주야, 너도 당분간 조심해. 그래도 우리는 아버지 자식이잖아. 자기 자식을 아주 잡아먹지는 못하겠지. 난 네가 더 걱정이야.]강이주는 메시지를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자신 때문에 구희라까지 집에 갇히게 될 줄은 몰랐다.구희라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구기빈이 여전히 연락 두절인 상황은 강이주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강이주는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나는 괜찮아. 너 정말 도움 필요 없어?][선을 보는 것뿐이야. 부모님이 남자 소개에 그렇게 열심이니까 일단 아버지 뜻을 따르는 척하면 돼. 큰 문제는 없어.][게다가 작은오빠가 돌아왔어. 지금은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난 얌전히 집에서 살이나 늘이면 돼.]알고 보니, 저녁 식사 때 구희라와 유만정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던 중 구희도가 돌아왔다.구희라는 구희도의 품으로 달려들면서 몹시 반가워했다.강이주는 구희라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상했다. 메시지가 어딘가 묘하게 걸렸다.하지만 당장은 뭐가 이상한지 짚어 낼 수 없었다.강이주는 자신과 구희라가 나눈 대화창을 몇 번이나 다시 훑었다.[일단 전화 끊을게. 시간 나면 연락할게. 오빠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 줄게.]그 메시지를 끝으로 구희라와의 연락은 끊어졌다.강이주는 구기빈과 연락이 닿지 않아 조여들었던 마음이 구희라와 대화하는 동안 조금은 누그러졌다는 걸 느꼈다.강이주는 생각 끝에 임설에게 말했다.“배진호 비서가 임 비서한테 연락하면 바로 말해 줘.”배진호와 임설이 따로 연락을 한다는 건 강이주도 알고 있었다.임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발의 상처 처치를 마친 뒤, 강이주는 집으로 돌아갔다.오늘 하루는 정신없이 휘몰아쳤다. 강이주는 온몸이 녹초가 된 듯 피곤했다.그런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밤새 강이주는 어느새 곁에 누군가 있는 생활에 익숙해진 자신을 깨달으며,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머릿속은 온통 구기빈 생각뿐이었다.강이주는 구호민이 이대로 물러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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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강이주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새벽빛이 어슴프레 밝아 오자, 강이주는 차라리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바로 구기빈의 집으로 향했다.비밀번호를 눌렀다.문이 열리자마자 구기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우리 자기, 집에 온 걸 환영해.”강이주의 몸이 흠칫 굳어지면서 정말 구기빈이 눈앞에 나타난 줄 알았다.곧 강이주는 그것이 구기빈이 직접 녹음해 둔 도어록 안내 음성이라는 걸 깨달았다.넓은 집 안 어디에도 그리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강이주의 마음은 깊이 가라앉았다.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손에 잡히는 대로 쿠션 하나를 끌어안았다.고개를 기울여 커다란 통창을 바라보던 강이주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구기빈의 집에서는 마당에 가득 핀 꽃들이 한눈에 보였다.강이주의 걱정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참지 못하고 계속 구기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라도 그가 메시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강이주는 기대를 놓지 못했다.핸드폰을 들고 구기빈과의 대화창을 넘기며, 둘 사이에 오간 대화 기록을 보던 강이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구기빈과 완전히 연락이 끊긴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이 남자를 그리워하는지 알았다.구기빈을 향한 마음은 강이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강이주의 손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끝이 화면 위를 두드렸다.‘여보, 돌아오면 우리 공개하자.’강이주는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자신과 구기빈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예전 같았으면 구기빈은 이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답했을 것이다.‘지금은?’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지만, 저쪽에서는 아무 답도 오지 않았다.강이주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깊게 숨을 들이쉬면서 떨어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억눌렀다.‘됐어. 답장 안 한 건 이번 한 번만 봐줄게.’강이주는 그렇게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날이 완전히 밝을 때까지.강이주가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임 비서.”강이주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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