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유라는 조용히 쉴 곳을 찾으려다가 기현주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우진이 바쁘잖아요. 엄마로서 이해해 줘야죠. 게다가 유라는 현주 씨가 잘 보살피면 되는 걸요 뭐. 나도 뭐라 안 하는데 왜 아들한테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요?”옆에서 손연경이 맞장구를 쳤다. 서로의 자식을 치켜세우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사모님들도 덩달아 웃으며 거들었다. 별안간 기현주와 손연경을 향한 찬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은유라는 그저 형식적으로 몇 마디 대꾸할 뿐 이내 입을 다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기현주와 손연경에게 아부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시선은 자꾸만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정우진에게로 향했다.바로 그때,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하선재의 의미심장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선재는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자 잔을 들어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은유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아예 못 본 척하면서 말이다.“유라야, 왜 그래?”손연경은 이 자리에 오기 전, 오늘이 정태석의 생신 연회임을 수없이 강조했다.하여 은유라는 신시아의 임신 소식 때문에 속이 뒤틀렸지만, 겉으로는 항상 웃음을 유지해야 했다.그나저나 멀쩡했던 얼굴이 정태석을 만나고 내려온 직후부터 눈에 띄게 굳어졌다. ‘나 뭔 일 있어요’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일 기세였다.“아니에요, 아무것도.”은유라가 고개를 저었다.“유라야, 위층 올라가서 엄마 물건 좀 가져다줄래?”그때 손연경이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다.“삼 층 휴게실에 엄마 휴대폰을 놓고 온 것 같구나.”“네, 알겠어요.”은유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현주에게 말했다.“어머님, 저 잠깐 올라갔다 올게요.”기현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얼른 다녀오렴.”연회장을 벗어난 은유라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하선재가 술잔을 들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은유라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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