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251 - Chapter 260

381 Chapters

제251화

“대표님은 괜찮을지 몰라도 전 안 괜찮거든요.”온세아가 매서운 눈길로 권태혁을 쏘아봤다. 하지만 권태혁은 여전히 손을 거두지 않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이따가 우리 집으로 갈까?”권태혁의 집에 가서 이어 하자는 뜻이었다.온세아는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의 손길이 닿자마자 느낌이 온 건 사실이었다. 몸이 정직하게 그를 원하고 있었다.하지만 불과 어젯밤 M국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이렇게 연달아 했다가 자꾸만 원하게 되면 어떡해?’온세아는 권태혁에게 의지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그를 영영 떠나지 못하게 되니까.“우리 약속했잖아요. 어젯밤을 끝으로 앞으로는 서로 빚진 거 없기로.”온세아의 말에 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입술을 꾹 다물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권태혁이 술을 마신 상태라 위험해 보여 서둘러 별장에 데려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액셀을 힘껏 밟았다.그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온세아의 예쁜 옆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눈빛이 한층 더 깊고 어둡게 가라앉았다.드디어 권태혁의 별장인 노블레스 스테이 앞에 도착했다.“다 왔어요.”온세아가 옆에 있는 권태혁에게 내리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의아함에 고개를 돌려봤더니 권태혁이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꼭 감은 두 눈, 기다란 속눈썹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날카로우면서도 완벽한 얼굴 윤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대표...”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권태혁을 깨우려다가 하던 말을 멈췄다.‘됐어. 그냥 자게 내버려 두자.’M국에 있는 동안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던 데다 어젯밤에 그토록 몰아붙였으니 기력이 다할 만도 했다.휴대폰을 꺼내 수행 비서 강준우의 번호를 찾았다. 강준우에게 권태혁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구형민:[아직도 출장 중이야? 너 설마 이혼하기 싫어서 일부러 시간 끄는 거 아니지?]어이가 없어서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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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온세아가 권태혁의 품에서 버둥거렸다.“싫어요...”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정말 나랑 더는 하기 싫어?”그녀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네.”권태혁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버린 표정이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온세아는 그가 차 안에서 억지로 밀어붙이기라도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차 안에 몇 초간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그러다 권태혁이 돌연 차 문을 열더니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온세아는 멈칫했다가 그가 가버린 걸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화나신 것 같은데? 앞으로 회사에서 사적인 감정으로 복수하는 거 아니야?’만약 정말 그런다 해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다행히 다음 날 회사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없었다.권태혁이 온세아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경다혜가 온세아를 찾아왔다.“세아 씨.”“다혜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온세아가 구형민과의 계약서에 사인하러 가기 위해 짐을 챙기던 중이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사무실로 들어서는 경다혜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태혁 씨 퇴근하는 거 기다렸다가 같이 본가에 가서 저녁 먹으려고요.”경다혜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대표님의 본가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고? 집안 어른들이 허락했나 보네.’어젯밤 온세아에게 집에 가서 하자며 유혹하던 권태혁의 모습이 떠오른 순간 야속함이 밀려왔다.‘다혜 씨 같은 재벌가 딸이랑 혼담이 오가는 와중에 나랑 관계를 이어가려 하다니. 본능에 충실한 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날 가볍게 즐길 상대로만 생각했던 거야?’“전 일이 있어서 오늘 일찍 퇴근하거든요. 먼저 가볼게요.”온세아는 더 묻지 않고 작별 인사를 건넨 뒤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경다혜의 두 눈에 의기양양함이 스쳤다.잠시 후 권태혁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권태혁이 경다혜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경다혜가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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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경다혜는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마지막으로 물었다.“우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가요?”권태혁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네.”경다혜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경다혜가 권상진의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차갑게 거절하는 것이 그녀가 이용당하는 것을 막는 길이기도 했다.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태어나서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대놓고 거절당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사무실을 나가려다가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나 이대로 포기 안 해요.”경다혜가 다짐하듯 말했다.‘태혁 씨를 내 남자로 만들기 전까지는 절대 포기 안 해. 이런 식으로 날 떼어낼 생각 하지도 마.’...온세아가 구형민과 살던 집에 도착했을 무렵 하늘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구형민이 돌아왔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불을 켜려던 찰나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윽...”순식간에 숨이 막혀왔고 하얀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어서 구형민의 음산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아정이 사라진 거 너랑 상관이 있지?”온세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구형민이 오늘 이혼을 핑계로 그녀를 이곳으로 부른 진짜 목적이 온아정 때문이었다는 것을.“없어...”그녀가 간신히 대답했다. 하지만 구형민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손에 힘을 주어 목을 더 꽉 조였다.“나 속일 생각 마.”구형민의 미간에 먹구름이 깔려 있었고 말투에도 살벌한 경고가 서려 있었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점점 서늘해졌다.폐 안의 공기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계속 조르고 있었다간 정말 질식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날 그렇게 죽이고 싶어? 온아정 때문에? 온아정이 실종된 게 정말 나랑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는 거야?’온세아의 호흡이 점점 약해지는 걸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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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구형민이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뭐? 감히...”이 상황에서 저렇게 엄청난 위자료를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온세아가 구형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못 부를 것도 없지.”처음에는 위자료를 이렇게나 많이 뜯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구형민이 도를 넘었다.조금 전에는 온아정 때문에 온세아를 목 졸라 죽이려 들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60억 원을 더 부른 것이기에 전혀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다.구형민이 살기 어린 눈으로 온세아를 쏘아봤다.“너!”‘내가 구씨 가문의 혼외자라서 수중에 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잘 알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몰아붙여?’온세아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났다.“줄 거야, 말 거야? 못 주겠다면 이혼 없던 일로 하든가.”조금 전 구형민의 말속에 이혼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사실 온세아 역시 간절했지만 그녀보다 더 안달이 난 구형민의 태도를 보니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하여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압박하기로 했다.구형민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100억. 내가 줄 수 있는 건 100억이야.”온세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희번덕거렸다.‘여기가 무슨 시장바닥도 아니고 위자료를 두고 흥정을 해?’그녀가 코웃음을 쳤다.“100억? 좋아. 대신 이혼 사실을 딱 1년만 비밀로 해줄게. 1년 뒤에 네가 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어. 그때부터 너의 와이프 신분으로 널 도와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구형민이 흥정하려 들자 온세아가 1년이라는 기간을 정했다. 나중에 구형민이 이혼 사실을 영원히 비밀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못하도록 말이다.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나랑 이혼했다는 걸 그렇게나 공개하고 싶어?”온세아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응.”그 단호함에 구형민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싸늘하게 말했다.“구씨 가문 며느리라는 신분을 잃으면 넌 그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온씨 가문의 혼외자일 뿐이야. 이혼했다는 게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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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언니 잘 챙겨줘요.”진하성의 준수한 얼굴에 보기 드물게 진지한 기색이 서렸다.말을 마치기 무섭게 미련 없이 떠나려 했다. 온아정과의 결혼이 애초부터 그가 원했던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참은 것만으로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노력해도 온아정에게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이혼할 사이라면 지지부진하게 끄느니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나았다.“거기 서!”퍽.구형민이 고함을 지르더니 진하성에게 달려들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 광경을 본 온세아가 화들짝 놀랐다.그가 사람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상대는 최고 재벌가 자제인 진하성이었다.구씨 가문의 혼외자인 구형민은 상류 사회에서 늘 매사에 조심해 왔다.재벌가 자제들이 그를 무시하고 끼워주지 않아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할 때조차 반항 한 번 못 하고 참았다.그런 구형민이 오늘 진하성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다른 이유도 아닌 오직 온아정 때문에.진하성이 온아정의 사랑을 저버리자 대신 화풀이하려고 겁도 없이 진하성에게 덤벼든 것이었다.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온세아는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구형민이 한 대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진하성도 더는 당해주지 않았다.두 남자가 순식간에 엉겨 붙어 난투극을 벌였고 결국 병원 간호사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경찰서로 연행되었다....한편 권씨 가문 본가.권태혁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에 박혔다.“다혜가 그러는데 너 좋아하는 여자 생겼다며? 정말이야?”그가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했다.“네.”권상진이 권태혁의 혼사를 휘두르면서 맨날 어머니에게 그가 찾아준 여자들과 맞선을 보게 하라고 밀어붙이는 것도 지긋지긋했다.차라리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못 박는 게 권상진의 수작을 원천 봉쇄하는 길이라 판단했다.홍지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당장 데려와서 어머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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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경찰서.보석 절차를 마친 온세아가 구형민과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권태혁과 마주쳤다.권태혁이 롤스로이스에서 내렸다. 슈트 차림이라 넓은 어깨와 긴 다리가 돋보였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이 주변을 장악했다.얼굴 절반이 어둠에 잠겨 표정이 잘 보이진 않았으나 온세아는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이미 마주친 이상 그냥 못 본 척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권태혁이 엄연히 직장 상사였고 앞으로도 회사에서 계속 마주쳐야 할 사람이었으니까.“대표님.”온세아가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건네자 권태혁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구형민을 싸늘하게 훑었다.“남편 데리러 왔어?”그의 질문에 온세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의 절친인 진하성이 구형민에게 맞았으니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온세아가 억지로 말을 이어갔다.“저희 대신 진하성 씨한테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구형민이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것이기에 잘못한 건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진하성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구형민은 꼼짝없이 며칠간 구금되었을 터.그리고 만약 진하성이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라도 했다면 이렇게 빨리 풀려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온세아는 조금 전 구형민을 데리고 나오면서 진하성에게 직접 감사와 사과를 전하려 했다.그런데 진하성이 다쳐서 안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경찰이 답했다.그가 나오기를 기다리려 했으나 구형민이 온세아를 억지로 끌고 나왔다. 권태혁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권태혁이 대놓고 거절했다.“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는데?”권태혁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두 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사실 권태혁은 경찰서 앞에서 온세아가 구형민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녀가 법적인 남편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장면은 권태혁이 남들 앞에 내세울 수 없는 내연남이자 아직 선택받지 못한 남자라는 걸 일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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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조금 전 온세아가 진하성에게 사과하라고 했는데도 구형민은 막무가내로 그녀를 끌고 나왔다.이 일이 구형민의 아버지 구남길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구형민이 그토록 원하던 후계자 자리가 물 건너간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그리고 온씨 가문에서 알게 된다면 온아정도 더는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다.온세아는 그동안 구형민이 제법 치밀하고 인내심이 강해 큰일을 도모할 만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온아정의 앞에서 이토록 이성을 잃고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구형민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숨길 수 없어도 숨겨야 해. 어쨌든 네 입에서 이 말이 새어 나가는 건 절대 안 돼.”그의 말은 온세아가 먼저 소문을 내서는 안 되고 나중에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때 인정하겠다는 뜻이었다.온세아가 차갑게 웃으며 흔쾌히 대답했다.“알았어.”그녀 역시 이 일을 떠벌리고 다닐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어차피 내일이면 구형민과 남남이 될 거라 그의 일을 더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밤 경찰서까지 동행한 것도 그가 진하성을 때린 일로 유치장에 갇히기라도 하면 내일 이혼 절차에 차질이 생길까 봐서였다.온세아가 차 키를 꺼내 잠금을 해제하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운전석에 올라타자마자 구형민이 당연하다는 듯 조수석 문을 열고 타려 했다.그 모습을 본 온세아가 재빨리 문을 잠가버렸다.구형민이 문손잡이를 몇 번 당겨도 열리지 않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집까지 안 태워다 줄 거야?”온세아가 무심하게 대답했다.“미안하지만 그럴 의무 없어.”구형민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온세아가 이 늦은 밤에 경찰서까지 와서 보석 절차를 밟아준 것을 보고 그녀의 마음속에 그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온세아의 태도가 엄동설한보다도 더 차가웠다.당황한 구형민을 보면서도 그녀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덤덤하게 시동을 걸었다.“먼저 갈게. 계약서 다시 작성해두는 거 잊지 마. 내일 가정 법원에서 봐.”그러고는 액셀을 밟고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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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권태혁이 진하성을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온 뒤 건넨 첫 질문이 이것이었다.“너 언제 이혼해?”진하성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날 걱정해서 경찰서에 온 거야, 아니면 내가 언제 이혼하는지 궁금해서 온 거야?”권태혁은 진하성이 온아정과 이혼해야만 구형민이 온세아와 이혼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래야 그와 온세아도 기회가 생기니까.결국 본인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소꿉친구를 희생양으로 삼는 수밖에 없었다.“둘 다라고 하면 안 될까?”권태혁이 되물었다.“안 될 건 없지.”그의 태도에 진하성은 어이가 없었다.“나한테 자꾸 언제 이혼하냐고 묻는 게 나랑 무슨 사이라도 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같거든? 미리 말해두는데 난 예쁜 여자 좋아해.”그 말에 권태혁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 그냥 언제 이혼하는지 궁금해서 그래. 빨리 이혼해야 다음에 또 이렇게 처맞는 일이 없을 거 아니야.”권태혁이 진하성의 아픈 곳을 정통으로 찔렀다.“절대 다음은 없어. 변호사한테 재판 날짜 최대한 빨리 잡아달라고 재촉했으니까 조만간 온아정이랑 완전히 끝낼 거야.”진하성은 하루라도 빨리 온아정과 남남이 되고 싶었다. 확답을 듣고서야 권태혁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별일 없으면 이만 갈게.”그러고는 진하성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려 하자 당황한 진하성이 다급하게 소리쳤다.“그냥 간다고? 나 집에 안 데려다줘?”권태혁이 그를 힐끗 돌아봤다.“혼자 못 가?”진하성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금 이 몰골로 어떻게 혼자 가? 네가 데려다줘야지.”평소 얼굴을 목숨처럼 아끼는 그였다.이 얼굴로 여자들을 홀리고 다녀야 하는데 오늘 밤 구형민에게 맞아 하마터면 얼굴이 망가질 뻔했다.무엇보다 명색이 진씨 가문의 귀한 아들인 진하성이 처제의 남편에게 얻어맞았다는 사실이 소문이라도 나면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닌단 말인가?그러니 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권태혁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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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집으로 오라고?’온세아의 머릿속에 즉각 비상벨이 울렸다.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앞섰다. 속옷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물건을 가지러 권태혁의 집까지 찾아가는 상황 자체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게다가 깊은 밤 단둘이 한 공간에 있게 된다면 권태혁이 무슨 짓을 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온세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집으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필요 없으니까 그냥 버리세요.]어차피 권태혁이 찢어버린 바람에 다시 입을 수도 없었다. 이제 겨우 안도하려나 싶었는데 이어진 권태혁의 답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여기 네 냄새가 배어 있어서 도저히 못 버리겠는데 어쩌지?]온세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하마터면 뒷못을 잡을 뻔했다.‘설마... 맡아본 건 아니겠지?’권태혁이 그녀의 속옷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미치겠네.’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호흡이 가빠졌다. 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병이 다시 도질 것만 같았다.평정심을 되찾으려고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더는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마음대로 하세요, 그럼.]마음 같아서는 욕이라고 퍼붓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 짧은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 전원을 꺼버리고 잠을 청했다.괜한 생각에 사로잡혀 또다시 병이 도지면 큰일이니까.같은 시각 온세아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권태혁은 그녀가 몹시 부끄러워하고 있음을 직감했다.‘내가 네 속옷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이 속옷 덕에 온세아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었다.권태혁이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았다.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더니 속옷을 품에 껴안은 채 잠이 들었다.그날 밤 또 야한 꿈을 꾸고 말았다. 그리고 그 꿈의 여자주인공은 역시나 온세아였다....다음 날 아침 온세아가 구형민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변호사를 통해 비밀 유지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고 했다. 온세아는 일단 확인할 테니 보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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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온세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권태혁의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니 서둘러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시키실 일 없으면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온세아가 나가려던 그때 뒤에서 권태혁의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속옷 안 가져가?”순간 머리가 윙 해진 온세아가 권태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수치심과 당혹감이 마구 밀려왔다.‘대표실에서 이런 말을 하면 어떡해?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권태혁이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가져갈 거야, 말 거야?”몹시 창피했던 온세아가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버린 거 아니었어요?”“아니. 아직 내 침대 위에 있어.”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내 속옷을 침대 위에 뒀다고? 대체 무슨 뜻이야?’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닦달했다.“당장 버리세요.”“싫어. 나중에 밤에 잠 안 올 때마다 꺼내서 냄새 맡을 거야.”“대표님!”‘이거 완전 변태 아니야?’“그럼 그냥 돌려주세요.”참다못한 온세아가 소리를 질렀다. 그가 매일 밤 냄새를 맡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그녀의 말에 권태혁이 기다렸다는 듯 대꾸했다.“그럼 오늘 밤에 우리 집에 와서 가져가.”온세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또 대표님 집으로 가라고?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 누가 알아.’“전 유부녀예요. 대표님 댁에 혼자 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권태혁의 눈빛이 빛이라곤 전혀 없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유부녀라는 신분을 내세워 선을 그으려는 그녀의 태도에 권태혁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잘생긴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고 가슴 속에 씁쓸함이 휘몰아쳤다.“부적절할 게 뭐 있어? 이미 나랑 할 거 다 했으면서.”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웃었다.“우리 집에서 바람피우는 게 더 짜릿하지 않아?”온세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대표님 집에서 바람을 피운다고?’역시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싫어요.”온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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