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231 - Chapter 240

378 Chapters

제231화

온세아라고 해서 온씨 가문 가족들에게 설명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나?구형민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목적을 위해 꾹 참았다.“알아. 너랑 이혼하면 모든 압박을 내가 다 감당해야 하고 우리 아버지의 눈 밖에 날 위험까지 무릅써야 한다는 거.”온세아는 어이가 없었다.‘난 뭐 이혼하면 아무런 압박도 받지 않고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단 말이야? 네 기분만 제일 중요하단 거지?’구형민이 품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온세아에게 불쑥 내밀었다.“그래서 말인데 비밀 유지 계약서에 사인 좀 해줘.”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비밀 유지 계약서?”그가 온세아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우리가 이혼 절차를 끝마치더라도 내가 형을 밀어내고 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의 이혼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해. 만약 구씨 가문 쪽에 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협조해야 하고.”온세아가 고개를 숙여 계약서를 빠르게 훑어보았다.양측이 이혼 사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 외에도 만약 이 기간 내에 온세아가 계약을 위반하고 이혼 사실을 누설할 경우 구형민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되어 있었다.어이가 없었던 온세아는 순간 불쾌감이 밀려와 계약서를 구겨버렸다.온아정과 불륜을 저질러 이혼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구형민이면서 막상 이혼할 때가 되니 비밀 유지 계약서 따위로 온세아를 협박하려 들었다. 심지어 계약 위반 시 손해 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했다.구형민이 좋게좋게 부탁했더라면 두말없이 동의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갑자기 이혼하면 온세아도 온씨 가문에 설명하기 곤란하니까.당분간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는 건 온세아에게도 손해 볼 게 없었다.그런데 구형민이 계약서까지 들이밀며 온세아를 모욕했다. 온세아의 마음속에서 문득 거센 반항심이 솟구쳤다.“내가 협조해주길 바라?”온세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구형민은 온세아가 역으로 조건을 내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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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공항 로비.온세아가 옅은 갈색 코트에 롱부츠를 매치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세아 씨, 왜 이렇게 늦었어요?”막 탑승 절차를 마친 강준우가 온세아를 발견하고는 곧장 다가와 말을 건넸다.온세아가 본능적으로 사과했다.“죄송해요. 차가 좀 막혀서요.”강준우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얼른 올라가요. 대표님이 VIP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계세요.”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강준우를 쳐다봤다.“비서님도 우리랑 같이 가시는 건가요?”강준우도 함께 가는 게 권태혁과 단둘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강준우가 대답했다.“일단 두 분과 함께 M국으로 가긴 할 텐데 전 다른 일정이 있어서 먼저 귀국해야 할 것 같아요.”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출장 내내 권태혁과 단둘이 붙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VIP 라운지.강준우가 문을 열어주었다.온세아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환한 통유리창 앞에 앉아 있는 권태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맑은 햇살이 유리창을 통과해 그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권태혁의 수려한 얼굴 윤곽 위로 황금빛 햇살이 내려앉자 신이 강림한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온세아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권태혁이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았다.“대표님, 온 비서님 왔어요.”강준우가 황급히 온세아의 등을 떠밀었다.권태혁의 눈빛이 바다처럼 깊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벅차오르는 반가움을 애써 누른 바람에 잘생긴 얼굴만 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그가 덤덤하게 말했다.“가자. 비행기 타러.”그러고는 허둥지둥 달려온 온세아에게 더는 눈길을 주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무안해진 온세아가 강준우의 눈짓과 함께 권태혁의 뒤를 따랐다.그날 대표실에서 권태혁과 경다혜가 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온세아는 최대한 권태혁과 단둘이 마주치는 상황을 피해 왔다.오늘 해외 출장은 백희주를 대신해 권태혁과 동행하기로 오래전에 정한 일정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오는 수밖에 없었다.온세아는 권태혁 역시 그녀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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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일행이 묵을 호텔에 도착했을 때 밖이 아주 환했다.권태혁은 곧바로 식사 자리가 있어 가봐야 했다. 이런 고강도 스케줄에 진작 익숙해져서 시차 적응 따위 필요로 하지 않았다.반면 온세아는 달랐다. 조금 전 비행기에서 내내 잤지만 지금쯤 국내는 캄캄한 밤이었기에 여전히 몹시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다.다행히 이번 식사 자리에 권태혁을 수행하는 인원 중에 온세아가 빠져 있었다. 강준우가 권태혁의 짐만 정리해주면 된다고 했다.온세아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홀로 식사를 마쳤다.호텔 직원이 온세아와 권태혁의 짐을 방으로 올려다 주었다. 방에 도착하고 나서야 강준우가 예약한 곳이 스위트룸이라는 걸 알았다.다시 말해 출장 기간 내내 권태혁과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같은 침실을 쓰는 건 아니었고 스위트룸 안에 침실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온세아가 먼저 캐리어를 챙겨 그녀의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 권태혁의 커다란 블랙 캐리어를 옆방으로 옮겼다.그의 짐을 정리하려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캐리어를 연 순간 온세아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맨 위에 콘돔 한 상자가 떡하니 있었던 것이었다.온세아의 머릿속이 몇 초간 새하얘졌다.‘M국으로 출장을 오면서 콘돔을 챙겨 와? 대체 무슨 속셈이지? 이번 출장 수행원 중에 여자가 나밖에 없는데. 설마 나랑...’온세아의 볼이 화끈 달아올랐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에 권태혁과 잠자리 한 번을 약속했었다.‘설마 여기서 하자고?’그 생각에 온세아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더 이상 쓸데없는 상상에 빠지지 않으려 콘돔 상자를 애써 외면했다.고개를 푹 숙인 채 캐리어에서 슈트 몇 벌을 꺼내 프런트에 다림질 서비스를 맡기고는 다시 짐 정리를 계속했다.캐리어 가장 안쪽에 남성용 속옷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민망한 나머지 얼굴이 또다시 사과처럼 붉어졌다. 이건 의심할 여지 없이 권태혁의 속옷이었다.두 사람은 이미 뜨거운 밤을 보낸 사이였다. 은밀한 곳까지 다 본 사이였지만 그래도 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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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샤워를 했는데도 술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권태혁이 널찍한 침대 위에 누워 몽롱한 정신으로 푹신한 이불속을 파고들었다.푹 잘 생각이었는데 문득 이불 안에서 뭔가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처음엔 술에 취한 탓에 착각인 줄 알았다. 알 수 없는 온기가 그의 반라 상태인 상체에 전해지기 전까지는.권태혁이 손을 뻗어 더듬어봤더니 놀랍게도 매끄럽고 보드라운 맨살이 만져졌다.아무리 술에 취해 감각이 무뎌졌다 한들 지금 상황이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권태혁이 조명을 켜려고 손을 뻗었다.바로 그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뭔가가 예고도 없이 그의 뜨거운 품 안으로 훅 파고들었다.뒤이어 상쾌하면서도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이 냄새... 온세아의 냄새인 것 같은데.’전에 온세아와 잠자리했던 밤 그녀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불길 같은 열기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나갔다.‘설마 지금 내 품에 안긴 이 여자가 온세아야? 말이 안 되는데? 내 여자가 되라고 대놓고 요구한 후부터 날 피하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먼저 내 침대로 기어 올라온다고? 그냥 향기가 비슷한 다른 여자겠지.’‘아니, 모르는 여자가 왜 내 침대에 있어? 파트너사 쪽에서 성의랍시고 보낸 외국 미녀인가? 아까 분명 자리에서 단칼에 거절했는데.’“으음...”단잠에 빠져 있는 온세아는 지금 곁에 누운 남자가 그녀를 뇌물로 바쳐진 외국 미녀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옆에 남자가 누워 있다는 것도, 심지어 그 남자가 권태혁인 것도 알지 못했다.비몽사몽 뒤척이던 그때 문득 탄탄하고 넓은 가슴팍을 베고 있다는 걸 느꼈다.온세아는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한 자세를 찾아 남자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습관처럼 두 팔로 ‘쿠션’의 위쪽을 끌어안고 두 다리로 ‘쿠션의’ 중간 부분을 감았다.편안한 자세에 만족스러운 듯 붉은 입술을 핥은 뒤 다시 곤히 잠들었다.이런 수면 자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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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놀랍게도 이 여자를 격렬하게 원하고 있었다.온세아를 제외하고 지금껏 그 어떤 여자에게도 이토록 강렬한 욕망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이건 너무 이상했다.탁.권태혁이 품에 안긴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똑똑히 확인하기 위해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켰다.그런데 제대로 보기도 전에 품 안의 여자가 먼저 그의 입술을 훔쳤다.권태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녀를 밀어내야겠다는 것이었다. 온세아가 아닌 다른 여자와는 절대 입을 맞추지 않을 것이다.“웁...”그가 너무 세게 밀어버린 탓인지 여자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권태혁이 화들짝 놀랐다.‘목소리마저 온세아랑 닮았는데? 온세아 아니야?’아까 강준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두 사람이 함께 묵을 스위트룸을 예약했다고 했다.다시 말해 이곳이 온세아의 방이기도 했다. 술에 취한 나머지 그녀의 방으로 잘못 찾아 들어왔을 가능성이 컸다.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권태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주도권을 쥐고 키스를 퍼부었다.온세아가 그의 키스에 숨이 막혀 헐떡일 때쯤에야 아쉬워하며 입술을 뗐다.권태혁이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맞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내려다보니 밑에 있는 여자가 역시나 예상대로 온세아였다.어쩐지 평소 금욕적이던 그가 그녀의 몸에 닿자마자 강렬하게 반응하더라니. 그의 몸이 온세아에게만 반응하는 게 틀림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누가 먼저 시작했든 간에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특히 지금 알코올로 인해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기에 온세아가 이 불을 꺼야 했다.권태혁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커다란 손으로 온세아의 몸 이곳저곳을 만졌다. 그의 능수능란한 손길에 온세아는 금세 힘이 풀려 그의 품으로 녹아내렸다.입술 사이로 얽혀드는 달콤한 맛에 권태혁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찍 하는 소리와 함께 온세아의 잠옷이 찢어졌다.갑작스러운 서늘함에 화들짝 놀란 온세아가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 눈을 떠 봤더니 눈앞에 권태혁의 칠흑처럼 어두운 두 눈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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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권태혁의 마음속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짜증이 솟구쳤다. 술이 원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조금 전 하마터면 온세아에게 강제로 요구할 뻔했다. 아니, 이미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게 아니라...”권태혁이 입술을 달싹이며 변명하려는데 온세아가 수치심에 붉어진 얼굴로 그를 쏘아보았다.“뭐가 아니에요? 저한테 나쁜 짓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고요?”그가 티슈 한 장을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그래도 끝까지 가진 않았잖아.”온세아가 분노를 터뜨렸다.“지금 저한테 강제로 하려 해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요?”권태혁이 멋쩍은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그런 뜻이 아니라...”그녀가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꾹꾹 참으며 물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권태혁이 속으로 자책하며 대답했다.“오늘 밤에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셨어. 방을 잘못 들어온 거야...”온세아가 코웃음을 치며 따져 물었다.“방을 잘못 들어오면 제 몸에 막 손을 대도 된다는 거예요?”그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책임질게.”온세아가 흠칫 놀랐다. 권태혁이 책임지겠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필요 없어요. 어차피 처음도 아닌데.”권태혁과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난번에 약속한 한 번을 끝내고 이 관계도 끝내고 싶었다.권태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도 온세아가 또다시 거절할 줄은 몰랐다.“처음이든 아니든 내가 방금 하마터면... 어쨌든 내가 책임지는 게 맞아.”그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밀어붙였다. 모처럼 욕구를 느끼게 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필요 없다고요. 제발 대표님 방으로 돌아가세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온세아가 뒤로 돌아누우며 짜증을 내면서 그를 내쫓았다.지금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권태혁과 해외 출장을 왔다가 이런 일을 당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권태혁이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벙긋거렸다. 하지만 지금 무슨 말을 하든 온세아가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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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온세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도 모르게 걱정이 밀려왔다.‘그럼 권태혁을 혼자 상대해야 한단 말이야?’어젯밤에 하마터면 끝까지 갈 뻔했는데 지금 또 단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언제든지 그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행히 그 후 며칠 동안 권태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온세아가 그의 방에 찾아가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방 안에 짐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권태혁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없었으나 굳이 전화를 걸어 묻지도 않았다. 오히려 마주쳐서 어색해지는 것보다 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점심 온세아가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는데 휴대폰 너머로 구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생각해봤어. 네 조건 받아들일게.”온세아가 잠시 멍해졌다.이혼 후 그들이 살던 아파트를 넘겨주고 위자료로 60억 원을 요구했던 조건을 구형민이 받아들인 것이었다.“알았어. 그럼 귀국하는 대로 가정 법원에서 봐.”“뭐야? 너 지금 외국에 있어?”구형민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자 온세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뭐 출장 오면 안 돼?”그에게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의심 섞인 목소리로 몰아세웠다.“이혼을 미루려고 일부러 시간 끄는 건 아니지?”온세아가 싸늘하게 말했다.“의심스러우면 받아들이지 말든가.”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지금 급한 쪽은 온아정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구형민이었다. 하지만 구씨 가문 사람들이 아는 건 원치 않았다.안 그러면 온세아가 임시로 꺼낸 조건들을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일부러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은 건 그를 애태우기 위해서였다. 온세아의 귀국을 기다리며 피가 마를 구형민을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심지어 복수에 성공한 것 같은 통쾌함도 들었다....밤이 깊어지자 권태혁이 호텔로 돌아왔다.스위트룸 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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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며칠 만에 권태혁을 마주한 순간 온세아가 본능적으로 두 눈을 파르르 떨었다.“할... 거예요?”그녀가 경계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전에 권태혁이 그녀의 방에 잘못 들어왔다가 하마터면 강제로 당할 뻔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했다.다시 나타난 이유가 그녀와 자고 싶어서인 줄 알았다.권태혁의 잘생긴 얼굴 위로 감돌던 부드러움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난 뭐 그 생각밖에 안 하는 줄 알아?’“하고 싶다고 하면 할 거야?”권태혁이 깊은 눈빛으로 쳐다봤다.“네.”온세아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어차피 한 번 남았기에 미루는 것보다 차라리 빨리 해치우는 게 나았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콘돔은 챙겨 왔어요?”그 말에 권태혁이 사레라도 들린 것처럼 기침하더니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온세아를 쳐다봤다.“뭐?”“콘돔 말이에요.”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는 안 되었다.권태혁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지난번에도 안 썼잖아.”온세아가 헛기침을 내뱉었다.“그땐 어쩔 수가 없었고요.”지난번엔 병이 갑자기 도진 바람에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미리 약속된 것이기에 당연히 준비가 필요했다.권태혁의 두 눈에 묘한 즐거움이 감돌더니 돌연 온세아의 귓가에 대고 장난스럽게 속삭였다.“어쩌면 지난번에 이미 생겼을지도.”온세아는 순간 가슴이 철렁한 나머지 안색까지 급변했다.“뭐라고요?”권태혁이 그녀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이미 가졌을 수도 있어서 이번에 쓰든 말든 상관없단 말이야.”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밀려왔다.날짜를 계산해 보니 요 며칠이었다. 그런데 아직 감감무소식이었다.‘설마 정말 임신한 거야?’“그럴 리 없어요!”온세아가 흥분하며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왜 그럴 리 없어?”그저 놀려주려고 한 말이었는데 권태혁의 아이를 갖는 걸 이토록 싫어하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내 아이를 갖는 게 그렇게 싫어?’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 수 없는 짜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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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혹시 사후피임약을 먹으라는 뜻이야?’만약 권태혁이 본인의 쾌락만 우선시하고 온세아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라면 더는 대화할 가치조차 없었다.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뭐라 설명하려고 입술을 달싹였다가 끝내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됐어. 이만 쉬어. 내일은 여기저기 구경시켜줄게.”그 말을 끝으로 온세아의 방을 나갔다.온세아가 고개를 돌리고 멀어지는 권태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뜻밖에도 권태혁이 또다시 욕망을 억눌렀다. 콘돔이 없으니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온세아가 눈을 깜빡이며 이불을 꼭 여몄다. 오늘 밤도 잠들기는 그른 것 같다.동이 트기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나 남았건만 머릿속에 권태혁과의 일들이 떠올라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온씨 가문 본가.무언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온아정이 또 물건을 닥치는 대로 던지고 있었다.“말도 안 돼. 진하성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받아들일 수 없었던 온아정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혼 안 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감히 변호사를 구해서 소송을 걸어?”아무래도 온아정과 이혼하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겨우 재벌가인 진씨 가문에 시집갔는데 안주인 자리를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울고불고 매달려도 보고 협박과 회유도 해보았다.온아정이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해봤지만 진하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이혼을 밀어붙이는 진하성 때문에 온아정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집안에서 화풀이하는 것뿐이었다.“아정아, 왜 그래?”온아정이 또 화를 내는 소리를 듣고 성해연이 급히 달려와 걱정스레 물었다. 평소에도 성해연을 싫어했던 터라 예의고 뭐고 없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니까 꺼져!”성해연이 그녀에게 다가가 타일렀다.“아정아, 이러지 마. 혹시라도 네 아빠가 보시면 크게 화내실 거야.”“상관없다고 했잖아. 꺼지라고.”짜증이 극에 달한 온아정이 성해연을 거칠게 밀어버렸다.무방비 상태였던 성해연이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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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장수향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작은 사모님께서도 그때는 어쩔 수가 없으셨잖아요. 큰아가씨의 앞날을 위해서...”장수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방 문을 벌컥 열었다.온아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대체 누구 자식이라는 거야?”성해연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딸의 앞날을 위해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던 비밀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온아정에게 들키고 말았다.“큰아가씨, 일단 들어와서 말씀하세요...”장수향은 온아정이 흥분해서 일을 키울까 봐 급히 방 안으로 끌어당기려 했다.그런데 온아정이 장수향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내 몸에 손대지 마!”그러고는 성해연에게 다가가 매섭게 몰아붙였다.“말해. 방금 한 말 다 진짜야?”성해연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아정아...”목이 멘 듯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어떤 일은 모르는 게 나아.”성해연이 즉각 부인하지 않고 애매하게 답하자 온아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내가 꼭 알아야겠다면?”온아정이 성해연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말 안 해주면 지금 당장 아빠한테 가서 조사해달라고 할 거야.”그러고는 당장이라도 달려가려 했다. 성해연이 그녀의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다.“안 돼. 네가 내 친딸이라는 걸 네 아빠가 아시는 날엔 우리 모녀 온씨 가문에서 당장 쫓겨날 거야.”온아정이 경악한 눈으로 성해연을 돌아봤다.“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내가... 누구 친딸이라고?”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성해연도 더는 진실을 숨길 수 없었다. 체념한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너랑 세아가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났어. 네가 내 곁에 있으면 평생 온씨 가문의 사생아로 손가락질받으며 살까 봐 엄마가 간호사를 매수해 너랑 세아를 몰래 바꿔치기했어.”충격에 휩싸인 온아정이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그러니까... 온세아가 아빠랑 엄마의 친딸이고... 난 당신이 낳은 사생아란 말이야?”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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