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긁을 수 있는 카드가 한 장도 없었다.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온아정이 결국 폭발해버렸다.“됐어, 관둬. 안 살래. 전부 다 안 사.”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천하의 온아정이 쇼핑하면서 언제 돈을 못 낸 적이 있었던가?오늘 혼외자인 구형민과 함께 나온 게 너무나 후회되었다.‘역시 혼외자라 참 좀스러워. 이깟 푼돈도 없다니.’화가 난 온아정이 매장을 홱 나가버리자 구형민이 다급히 뒤를 쫓아갔다.“아정아, 같이 가. 내 말 좀 들어봐...”그때 온세아가 피팅룸에서 걸어 나왔다.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지켜본 온세아는 속이 다 시원해졌다.조금 전 피팅룸 안에서 전화를 걸어 구형민의 신용카드를 모조리 정지시켜 버린 장본인이 바로 온세아였다. 그 바람에 구형민이 온아정의 앞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온아정은 본래 사치스러운 여자였다.이번 일로 구형민의 알량한 재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으니 앞으로는 십중팔구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온세아는 마침내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고객님, 이 투피스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직원이 온세아에게 칭찬을 쏟아냈다.온세아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비춰봤다. 그녀의 몸에 딱 맞춰 제작된 것처럼 글래머한 몸매가 특히 더 돋보였다.옷이 마음에 들었던 온세아가 물었다.“얼마예요?”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남자친구분께서 이미 계산하셨습니다.”온세아가 멈칫했다.‘남자친구? 설마 권태혁을 말하는 거야?’“남자친구 아니에요...”그녀가 무의식중에 변명하려 했다.그때 다른 직원이 다가와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자친구분께서 고객님을 정말 끔찍이 아끼시나 봐요. 이 옷뿐만 아니라 저희 매장에 있는 다른 여성복까지 전부 결제하셨어요.”“네?”온세아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고 경악한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둘러 권태혁에게 다가가 사실을 확인했다.“정말 매장에 있는 여성복을 다 샀어요?”권태혁이 눈썹을 까딱거렸다.“내가 먼저 돈을 내서 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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