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 다치지는 않았다.‘망했어.’누가 봐도 밤새 심하게 시달린 사람의 꼴이었다.온세아가 이를 악물고 온몸의 욱신거림을 참아내며 바닥에서 기어 일어났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을 주워 입으려 했다.그런데 어젯밤 권태혁이 원피스를 갈기갈기 찢어놓아 도저히 입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드레스룸으로 가서 갈아입을 만한 여자 옷을 찾았다.다행히 전에 온세아가 이곳에 잠시 머물렀을 때 권태혁이 사람을 시켜 사두었던 여성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서둘러 옷을 입고는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려 했건만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도우미 박은선과 마주치고 말았다.“세아 씨?”박은선이 놀란 얼굴로 온세아를 봤다가 이내 모든 상황을 눈치챘다.‘어쩐지 현관에 여자 옷이 널브러져 있더라니. 평소 도련님은 금욕주의자처럼 살아서 여자를 집에 데려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하지만 그 상대가 온세아인 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납득했다. 권태혁이 온세아를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진작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아주머니, 안녕하세요...”온세아가 민망해하며 인사를 건넸다.“아직 아침 식사 전이죠? 와서 식사...”박은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세아가 황급히 가로챘다.“아니요, 괜찮습니다.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러고는 서둘러 별장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박은선이 멀어지는 온세아의 뒷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도련님 이제야 좀 정상적인 남자 같네.’...늘푸른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온세아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말끔하게 씻고 나온 뒤 오피스룩으로 갈아입었다.집을 나서려던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뜻밖에도 온철환의 비서 문병욱이었다. 온세아가 고개를 갸웃했다.“여보세요? 아저씨가 웬일이세요?”“작은 아가씨,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온주 그룹으로 좀 와주셔야겠어요.”온세아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아빠가 날 찾으신다고?’정말 해가 서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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