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마차 안.이동하는 동안 유정남은 어여쁘게 자란 자신의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가슴속에서 만감이 교차하며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왔다.“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유지영은 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채고는 얼른 그를 위로했다.유정남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비가 조금만 더 일찍, 네 성년례 전에만 돌아왔어도 네가 가문의 등쌀에 떠밀려 수구를 던져 정혼자를 간택하는 무리한 행사를 추진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랬으면 그런 한량 같은 녀석과 정혼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그의 말투에서 지독한 불쾌감과 혐오가 묻어났다.유지영은 멋쩍은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잠시 후, 그녀는 모기만 한 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사실 경왕 세자께서 소문이 좀 안 좋아서 그렇지,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파렴치한 사람은 아니랍니다.”유정남은 그저 딸이 자신을 달래려고 지어낸 소리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 녀석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셨는데, 듣자 하니 소주로 향했다더구나.”그는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만약 부광 비단 사건에 배현준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빈손으로 복귀한다면, 장차 장인이 될 사람으로서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경왕 세자께서 소주로 가셨다고요?”유지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유정남은 아차 싶었지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던 것 같았다. 원래는 황제가 배현준을 황궁에 붙들어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토록 감쪽같이 움직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다.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차가 멈춰 섰다.유정남은 휘장을 걷고 마차 밖으로 나온 뒤, 담씨 가문 정문 앞에 서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만감이 교차하는 듯, 그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문을 열고 들어가 복성당으로 향하는 동안, 부관이나 시종들만 보일 뿐 상전들은 단 한 명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과거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외삼촌인 담성국은 아버지에게 깊은 앙금을 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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