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유지영은 평소처럼 유씨 노부인에게 문안을 올리러 갔다.유선주도 일찌감치 와서 고개를 숙인 채 노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큰언니!”유지영을 본 유선주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살갑게 아는 체를 했다.유지영은 저도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사람이 이토록 안 하던 짓을 할 때는 필히 구린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특히나 유선주는 평소 그녀를 원수 보듯 날을 세우던 사람이니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할머니께 문안 올립니다.”유지영은 먼저 노부인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린 뒤, 조용히 유선주를 바라보았다.유선주는 한참 기다려도 유지영이 입을 열지 않자, 멋쩍은 듯 뒤를 돌아보았다.이에 유씨 노부인이 헛기침을 하더니 짐짓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지영아, 어젯밤 정왕부에서 선주와 네 앞으로 초대장을 보내왔단다. 왕부에 와서 함께 차라도 한잔하자고 청했으니 어서 채비해서 선주와 같이 다녀오려무나.”“큰언니, 분명 지난번 숙태비의 생신 잔치 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언니에게 사과하려는 자리일 거예요.”유선주는 속이 뒤틀려 비명이 나올 지경이었으나,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혹여 일이 틀어져 정왕부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유지영은 턱을 까딱이며 탁자 위에 놓인 초대장을 집어 들었다.서신에는 그저 유국공부 딸들을 청한다고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으로 누굴 초대하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유지영은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여기에 제 이름 석 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요.”“큰언니, 정왕부에서 전갈을 보내 언니와 저, 두 자매가 꼭 같이 오라고 신신당부했단 말이에요.”유선주가 다급히 해명했지만 유지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날 숙태비께서는 내게 평생 정왕부 문턱은 얼씬도 하지 말라고 축객령을 내리시지 않았더냐. 명색이 유국공부 적장녀인데, 이리 줏대 없이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가야 해?”정체불명의 초대장 한 장으로 자신을 오라 가라 한다니,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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