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밤 배현준은 왕부로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새신부가 어른들께 차를 올릴 시간이 돌아왔다.유지영이 간밤의 일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자, 동금이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경왕비 신변의 소월이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차를 올리는 자리에 세자비 마마께서도 꼭 참석하셔야 한다면서요. 어젯밤 왕비 마마께서 둘째 부인을 단단히 혼내셨으니 앞으로는 마마를 윗사람으로 깍듯하게 모실 거라 하더군요.""가자."대청에 도착해 보니, 경왕과 경왕비를 비롯해 임씨 가문 친척 몇몇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전하, 왕비 마마."유지영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경왕은 무심하게 고개만 끄덕였다.경왕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경주가 성격이 불같고 입이 거칠어서 그렇지,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란다. 내가 이미 호되게 꾸짖었으니 네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다오.""어젯밤 저는 동서를 보지도 못했는걸요." 유지영은 덤덤히 답했다.방비원 문고리조차 잡아보지 못하고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는데, 굳이 마음에 담아둘 이유는 없었다.마침 그때 배영준과 민경주가 안으로 들어왔다.배영준은 여전히 거동이 불편하여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안색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곁에 선 민경주 역시 마찬가지였다.경왕비에게 거듭 질책을 받은 탓인지, 오늘은 감히 헛소리를 늘어놓지는 않았다.이윽고 민경주가 유지영에게 차를 올릴 차례가 되었다.민경주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형님, 차를 드시지요."유지영이 손을 뻗자, 그녀는 찻잔을 건네며 입가에 싸늘한 비웃음을 머금더니 일부러 손을 슥 놔버렸다.하지만 민경주의 예상과 달리, 운청이 재빨리 다가와 바닥에 떨어지려던 찻잔을 낚아채듯 받아냈다. 그러고는 찻잔을 유지영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넸다."지난번에 낙마 사고로 다쳤다더니, 아직 부상이 채 낫지 않은 모양이군."유지영은 찻잔을 받아 마시지도 않고 탁자에 내려놓으며 싸늘히 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