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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교환: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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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친구의 유언

“셀레나?”“왜, 고작 나 때문에 왜 그러는데.”루시아는 놀랐다. 자신이 생각해보니 셀레나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아예 작정하고 준비했으리란 걸 눈치챈 소녀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니, 그게.”“디디 짓이지? 그놈이 그런거지?”“셀리. 나 봐봐. 나 안아파.”루시아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말했다. 그러나 셀레나의 울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아서 결국 유모가 와야 했다.언젠가 유모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이미 우는 아이에게 굳이 아가씨 간수를 못한 탓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게 싫어서 루시아는 냅다 셀레나를 두고 오두막으로 뛰어갔다.일처리를 하던 기사들이 날다람쥐같은 루시아를 미쳐 따라가지 못했다. 이 숲에 대해서는 그녀보다 잘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루시아 왔어? 아니, 너!”디디는 바구니에 열매를 몇 개 주섬주섬 담다가 깜짝 놀라 바닥에 떨어뜨렸다. 붉은 열매 몇 알이 이리저리 흙바닥 위를 굴러다녔다.제 꼴이 가관이긴 한 모양이다.셀레나의 오래된 잠옷을 입고 바닥을 나뒹굴고 뺨을 아마도 부풀어 올랐으려나. 루시아가 배시시 웃자 디디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침대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각자 표정이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디디가 침울했고, 루시아는 방싯 웃었다. 어떻게든 어색함을 풀려는 것이었다.“내가 언제 너더러 맞으라 그랬어. 그냥 하녀숙소 가서 누구인지만 알고 기사들한테 다 맡긴다며. 네가 다 내가 알려준대로 한다며!”디디의 잔소리가 1절을 넘어 2절까지 향할 무렵에 루시아가 귀를 막자 혹여나 귀가 다친건가 싶어 디디의 잔소리가 우뚝 멈췄다.“......하...”“디디...화났어?”“그럼 너같으면 좋구나 하겠어?”애초에 저를 구할 때도 그토록 막무가내더 아이가 혼자 움직이도록 두는 게 아니었다.에드윈의 표정이 심각했다. 오두막에서 그가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있는대로 제 말을 듣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제 마음대로 일을 다 벌여서 아주 보기 좋게 자기만 다쳐서 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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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그게 나쁜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던 루시아로 인해 하우젠 령의 가정 방문 조사는 내일로 미뤄졌다.“무슨 일일까.”윌에게 에이든이 문득 중얼거렸다. 루시아는 괜찮다는 듯 하지만 쓸쓸한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내저었다. 한순간에 느껴지는 거리감에 저절로 섭섭함이 밀려왔다.“부인께서 무언가 바쁘신 일이라도 생각나셨나 봅니다.”윌은 으레 그렇듯 별거 아닐 거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답변이 되지 않을 정도의 무신경한 대답이었다. 그에 에이든이 미세하게 눈을 찌푸렸지만, 윌은 역시 개의치 않았다.에이든은 톡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실은 그는 에드윈으로부터 루시아에 대해 전해듣고 환상을 가지고 사랑에 빠졌을 따름이지 기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걸 알기에는 두 사람은 열렬히 서로를 향한 자신의 감정에 취해있어서 에이든은 다만 한숨을 삼키고 저녁에 루시아를 한번 더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할 밖이었다.***어둑어둑한 새벽, 루시아는 에이든에게 침실을 오늘만큼은 따로 쓰자고 말해두었다. 그마저도 에이든에게 셀레나가 찾아와 대신 전달하는 모양이 되었다. 그는 어디가 아픈 거라면 의사를 부르겠다고 했지만, 루시아는 그저 됐다고 하며 저녁도 물렀다. 친구의 얼굴에 미세하게 그늘이 졌다. 루시아는 그걸 알고도 그저 슬프게 웃었다.낮에는 도서관에 있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3황자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러니까 루시아가 추측하건대 아마도 진짜 그녀의 ‘디디’일 그 아이에 대해서.족보는 멀지 않은 칸에 있었다. 티베리우스가 첫째, 에이든이 둘째. 그리고 막내, 에드윈 하우젠.살아있었던 연도가 적혀있었다. 세상을 떠난 지 겨우 10년 안팍이었다.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책은 적어도 그렇게 말했다. 루시아는 족보를 책상 위에 소리나지 않게 놓아두고 숨죽여 울었다.안쓰러운 그 애를 생각하며. 그리고 저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생각하며.그리고 새벽, 복도에 가려진 천을 힘껏 거둬 내린 루시아가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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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혼인계약서

루시아가 진실을 알게 되고서 이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혼인이었다. 아르테미스 가문을 위해서도, 그리고 그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벨루아에서 저를 빼오고 싶어했던 에이든을 위해서도. 그곳에서 시들어가던 자신을 위해서도. 이제 막 야간대학의 꿈을 키우는 셀레나를 위해서도그래서 루시아는 다음날 새벽에 침실로 오지 않는 에이든을 찾아갔다. 요즘 며칠째 집무실에서 엎드려 자며 그녀가 머무는 대공부부의 침실에는 오지 않는 그를 찾아.“에이든.”그녀는 더이상 그를 디디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것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어쩐지 차라리 속이 시원해진 에이든은 눈을 감은 척 하면서 계속 엎드려 있었다.“눈 뜬 거 알아요. 일어나요.”에이든은 조용히 팔로 기지개를 펴며 그녀에게 능청스럽게 굴었다.“무슨 일이야, 루시?”“당신하고 할 얘기가 있어요.”그라고 해서 긴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그걸 티 냈다가는 정말로 루시아에게 조금의 여지라도 줄까봐. 그는 확신이 있는 척 꾸며내었다. 그녀가 그의 곁에 남아야 이득이 있을 테니 절대 떠날 리 없는 것처럼. 사실은 서슬퍼런 안색으로 겁에 질려 떨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그렇게나 애를 쓰면서.그녀가 더이상은 이런 연극은 못하겠다고 할 까봐, 처절하게 붙잡고 싶은 주제에.“에이든, 계약서를 썼으면 해요.”에이든은 귀를 의심했다. 계약서?루시아가 제법 비장해보이는 표정으로 서 있어서 그는 그녀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혼인계약서를 말하는 건가?”그가 미세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루시아는 그걸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당신하고의 혼인을 무르겠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무엇을?그는 감히 물어보고 싶었다.그럴 주제가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마음 속을 파헤치고 싶었다.“에드윈의 존재에 대해 묵인했던 걸 사과받고 싶은 거라면....”그는 언제든 그것에 대해 대가를 치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루시아는 그녀의 손에 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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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입 맞추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루시아의 검은 머리가 밤하늘처럼 탐스러웠다. 그녀를 안고 밤새 나스로 향하는 국경을 달리고 싶어 전후처리도 하지 않고 왔지만 이미 그녀의 손에는 벨루아의 반지가 껴진 후였다.루시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애초에 레이루나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분명 자신에게 구혼을 한 남자는 데미안 벨루아 뿐이라고.“하지만, 어머니는 벨루아 공작 밖에는 구혼을 하지 않았다고......”에드윈의 존재를 알고도 루시아의 명예에 흠이 갈까 일부러 침묵했던 당시의 레이루나가 그들의 계획에 방해가 될 에이든의 존재를 루시아에게 알렸을 리 없다.“네가 여름에, 사경을 헤맸다고 했을 때 차라리 내가 목을 매달테니 살려달라고 신께 빌었다면 믿어줄거니?”그는 비가 내리는 호우를 뚫고 벨루아 저택을 갔었다. 벨루아 저택의 앞까지 가서도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에서 지내며 다만 신문에 루시아가 쾌차했다는 소식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스로 돌아왔다.그 모든 일을 미주알고주알 떠들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했다.“나는 에드윈이 아니지. 너의 디디가 아니야. 네 소년은 될 수 없었어. 그럴 기회도 없었고, 그럴 운명도 아니지. 하지만 루시아. 그 애만큼이나 오랫동안, 나도 너를 바라왔다면 두 번째 기회를 줄 순 없을까?”그가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그녀의 손등에 다시 조용히 이마를 갖다댔다. 아주 성스러운 무언가를 만지듯이.“에드윈의 묘에, 가고싶어요.......”그는 그녀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가슴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난 것같았다. 온 세상이 뒤집히는 것같기도 했다. 아무것도 상황은 달라진 게 없이 다만 그저 눈앞의 여자가 저에게 자신의 곁을 허락했을 뿐인데 말이다.“날이 밝으면, 함께 가자. 호수에 있어.”루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에이든과 똑같이 꿇어앉아 시선을 맞추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어느새 에이든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루시아.”“잘자요, 디디.”그는 그녀가 정말로 저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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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네가 내 아내인걸로

에이든은 마차에 오를 때조차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고 평소처럼 다정했다. 마치 그들이 아무런 일을 겪지 않은 것처럼. 그것이 루시아에게는 어쩐지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남자는 더없이 외로워보였다.“다 왔어. 루시.”그가 그녀를 내려준 곳은 넓고 투명한 호숫가였는데 그 옆에 자그마한 비석이 놓여있었다. 오래된 듯 희미하게 바랜 글씨로 에드윈 나스 하우젠이라고 적혀있었다.“에드윈 하우젠. 이게 진짜 디디의 이름이구나......”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혹시라도 황족인 게 들킬까봐 내내 입을 다물던 그러나 언제나 자신의 형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워 하던 그녀의 소년은 이제 이곳에 묻혀 바람이 머물다 가는 호수의 풍경을 매일 감상할 것이었다.“나스라는 중간 이름 조차 받지 못했지. 두 번째 황후였던 어머니의 태에서 났지만 황태자인 티베리우스가 반대했다는 이유로.”그녀는 귀를 의심했다. 황족인데 반쪽짜리 취급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어째서요?”에이든이 쓸쓸하게 웃었다.“내가 그 애를 아꼈거든.”그건 일종의 인질이었다. 자주 앓고 유난히 건강이 안좋았던 에드윈의 약을 제조해주는 대신 이러저러한 전투에 그를 내보내는 일이 잦았고, 그러한 공은 결국 황태자인 티베리우스에게 돌아갔다.에드윈이 국경 바깥으로 납치되어 아르테미스 가에 갔을 때 에드윈을 찾기 위해 하우젠 령에 직접 가기로 했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기적적으로 돌아온 에드윈의 상기된 뺨이 생각난다. 아직도 그 어린 아이의 몸집이 품에 안길 것처럼 생생하다.“루시아, 네 덕에 나는 내 동생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었어.”돌아오고 나서 다시 가을을 맞지는 못했다. 병석에 누워있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가족들의 곁에 돌아와 있던 시기가 너무나 좋았다고 했다. 에드윈이 열에 들떠 새벽 내내 지새우더라도 꼭 아침 식사는 다 함께 하자며 고집을 부려대는 통에 다같이 아침 식사를 했었다.그러면 에드윈이 대개 루시아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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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빌면 되나?

데미안 벨루아는 ‘그’ 결혼식 이후의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미쳐가고 있었다. 루시아 아르테미스가 제 곁에 없다는 것 하나만이 유일한 변화였음에도.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번도 이 저택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없던 여자의 부재가 그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점점 더 긁어내리고 있었다. 그는 잠을 자지 않았고, 아주 소량의 음식도 먹지 않은 채 술에만 의존했다. 자신조차 왜 스스로가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공작가의 의무만을 가주로서 이행하는 것 빼고 데미안 벨루아라는 인간은 철저하게 점점 더 메말라가고 황폐해져 갔다. 친우의 모습에 놀란 카이사르가 직접 그를 한밤중에 변복을 하고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황제는 그가 그녀에게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리아에게, 자신도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황후에게 여전히 마음을 빼앗긴 이가 아니었던가. 보잘것없는 백작가의 여식 하나가 제국의 벨루아를 상징하는 남자를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그녀가 전혀 의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이제 와 사랑이라도 하는 것같이 굴지마.”카이사르도 차마 지금껏 루시아에게 저질러 온 짓이 있어 이제와 데미안의 마음을 응원해줄 수는 없었다. 차라리 외국에 갔으니 그렇게 보내주고 데미안이 마음을 내려놓는 게 맞아 보였다.“사랑이 아니야.”데미안은 그것마저도 부정했다. 애초에 자신이 그런 하찮은 여자를 사랑할 리가 없었다. 그가 했던 사랑은 고귀한 마리아 지젤을 위한 것이었다. 지금 느끼는, 이 광증같은 것은 제 아래에 있던 소유물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불쾌함이다.“감히, 아르테미스 따위가 내 뒤통수를 친 데에 대한 분노일 따름이지.”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여자를, 그가 내내 부서지도록 망가뜨린 여자를 사랑이라도 한다고 한다면 그를 향한 저열한 혐오감이 치밀까봐 그게 싫어서 방어적으로 굴었다.그래서 남자는 정말로 이해하지 못했다. 루시아는 한번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으니 애초에 불공평한 게임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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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브리짓 아서 남작부인

마리아는 요즘들어 자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것같다고 느꼈다. 시녀들에게 물어도, 카이사르에게 재촉해도 아무런 일도 없고 그녀는 완전하게 안전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이 세상은 항상 자신에게 우호적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렇다고 믿었다.자신이 ‘예언서’를 받고 거기에 적힌대로 그대로 실행해왔을 때, 결국 황제인 카이사르를 택하고, 데미안의 사랑을 저버리긴 했지만 원래 ‘남자주인공’이라는 카이사르가 데미안을 이기는 게 맞는 결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사실 루시아 벨루아는 여름에 죽은 아이를 낳고 절망하여 자진 시도를 하고 질투를 하다 미쳐간다. 결국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다가 데미안의 손에 살해당하는 것이 마지막 결말이었다. 그런데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겨울의 왕’이 등장한 무렵부터였다. 그 남자는 마치 마리아 지젤이라는 인물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처럼 오직 루시아 벨루아를 위해서만 움직였고,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향해 매혹되던 것에도 당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정말로 벨루아 전 공작부인을 데려다가 자신의 아내로 삼기까지 했다.그렇게 루시아가 제국을 탈출하듯 도망치고 나서부터 마리아의 주변에 기묘한 일이 생겼다. 밤이면 그녀의 황궁에 그녀를 질투하다가 카이사르의 손에 죽었던 옛 후궁들의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로 그런 환청을 마리아도 몇 번 들었다.정확하게‘마리아 지젤’이라고 연신 부르는 것을 시녀마저 듣고 그 다음날에 자신마저 들었을 때에는 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공포스러워 카이사르에게 몇 번이나 경비를 강화해달라고 했지만 그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실제로 무언가를 해주지는 않았다. 마리아는 복도에서 데미안을 만나기를 기다렸다가 그에게 그런 사정을 눈물 흘리며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게 원래 늘상 있었던 일임에도 데미안은 갑자기 얼굴을 굳히고는 공작이라고 칭해달라며 자리에서 급하게 물러났다. 마치 무언가 떠오르고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어떤 과오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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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당신 아내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루시아는 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모른 채로 하우젠 령을 시찰하러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에드윈의 묘를 보고 나서 에이든도 루시도 둘 다 다녀와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마차에서 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심스럽게 잡은 손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그렇게 다음날이 되어서 본격적인‘친절한 방문자’의 시찰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루시아는 최대한 남루하게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단정하되 매번 바르던 화장이나 몸에 뿌리던 향수를 뿌리지 않고, 보석 장신구를 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아직은 나스의 사람들처럼 온전히 입기에는 각오가 부족해 그럴 수는 없었다.로브를 뒤집어 쓰고 한 손에는 아이들에게 줄 빵을 가득 담은 빵 바구니를 들었다. 셀레나가 주저하며 자신이 들겠다고 했다.“아니야, 셀레나. 내가 들어야 해. 나스는 더이상 신분제가 없어. 너는 사용인이지, 제국에서처럼 종속된 존재가 아니야.”루시아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고, 셀리의 표정이 미세한 걱정과 감동으로 물드는 걸 보면서 좀 더 빨리 이렇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루시아.”응접실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해도 마치 대형견같은 에이든은 절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듣는 법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는 방 밖에 서서 그녀가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디디.”애칭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것에 대해서 밤에 함께 잠들기 전에 루시아가 이야기를 했었다.“당신이 그 당시의 에드윈하고 다르다고 해도, 이미 나에게는 디디같아요. 그러니 그렇게 부르게 해주세요.”그때 주변 사리가 어두워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에이든의 귓가가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을 불러주는 모습에 에이든은 종종 엄청나게 감격을 해서 그 자리에 우뚝하고 서 있고는 하는 것이다.“루시.”하지만 오늘은 다소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사실 그가 가장 환영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루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당신이 제일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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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우애 방문자

아무리 검소하게 입어도 기본적인 품격이 어딘가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녀가 다른 귀족 방문자들과 다르다고 느꼈다. 나스의 정치인들이 하우젠의 빈민가를 방문해 ‘선거’라는 걸 할 때에만 자신들을 찾아와 겉핥기식으로만 선행을 하고 손을 수건으로 닦으며 사라졌던 것과는 달리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구두를 닦아주지 않겠니?”그렇다고 해서 과한 대가를 줄 생각도 없었다. 앞으로 이곳에 자주 드나들 것이고, 일회성적인 대가만 치를 거라면 더한 돈을 주어도 됐지만, 오히려 소년이 그러한 지원에 의지하게 되면 자생력을 잃어버릴 것이므로 루시아는 딱 정해진 돈만큼만 줄 생각이었다.“금화 한 닢입니다.”반면 소년은 루시아에게서 한몫을 단단히 뜯어낼 생각이었다.지금이 아니면 하루종일 공치다가 또 집에 있을 마가렛이 굶어서 픽하고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병든 엄마와 아직 어린 여동생을 생각하면 이 여자에게 이 정도는 뜯어낼 수 있었다. 얼마든지.“음, 제법 값이 나가는구나. 수도에서도 고작 이런 단화를 닦을 때는 동화 한 닢으로 되던 걸.”그러자 움찔하고 소년이 몸을 떨었다. 아예 정식으로 거짓말을 하기에는 마음에 찔려 또 그럴 수가 없었다. 루시아 빙긋 웃엇다. 마침 만난 어린 아이는 적당히 영악하고 적당히 순진했다. 너무 떼에 찌든 자였다면 오히려 그녀의 뒤통수만 노릴 것이었다. 이정도면 알맞다.“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니?”루시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는, 여자를 올려다 봤다. 저를 향한 동정심이라기보다 그건 일종의 담담한 물음이었다.소년, 샤를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한마디를 했다.“아무도 우리 가족을 돌봐주질 않으니까요.”샤를네 가족은 아버지가 마지막 황제 티베리우스가 억지로 이웃국가와 치렀던 전쟁에서 희생되어 죽고 말았다. 이에 우울감에 잡아먹힌 어머니와 아직 어린 마가렛때문에라도 샤를이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바깥으로 나와 돈을 벌어야 했다.“하우젠의 청사에는 말해봤니?”청사? 샤를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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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내 것을 되찾으러 왔을 뿐

루시아는 샤를의 집 말고도 몇 군데 집을 더 들렀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대부분의 빈민 가정은 남성이 부재하고 여성만이 존재하는 집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거리에서 고민에 잠겨 있었다.일단은 하우젠 령의 시내에 나가자는 윌과 셀레나의 부탁이 있었기에 루시아는 어쩔 수 없이 마차를 타고 그곳을 벗어났다. 코를 찌르던 거리의 악취가 사라지고 향긋한 꽃내음과 향수 향기가 곳곳에 풍기는 걸로 새삼 시내와 빈민가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어쩐지 그 사실은 그녀를 슬프게 했다.“셀레나, 여성보호자만이 있는 빈민가정일수록 가난한 것같아.”이건 일종의 가설이었다. 사실이 근거한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만 그들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적은 있는지 에이든에게 확인해보면 알 것이었다.“남성보호자가 있을 경우 그들에 대한 복지가 조금 더 잘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성의 노역을 위해 노동력을 일종의 조세로 제공하는 가구를 우대하고 있습니다.”루시가 윌의 설명에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것말고도 아마 참정권의 문제일 것이다. 애초에 에이든이 그렇게 남성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세상을 설계했을 리는 없다는 걸 루시아는 알았고,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능력의 차이를 배제하고 지금 상황에서 두 성별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단 하나 선거권이 있었다.에이든이 안타깝게 말했던 선거권. 그러니까 여성을 향한 정치가나 위정자들의 공약이 부재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들의 삶을 돌볼 최소한의 안전장치고 없다는 뜻이 되는 것같았다. 애초에 어린 아이들은 구빈원에 갈 수 없었고, 도제 제도의 안좋은 점 때문에 에이든은 이를 폐지했으니 남은 것이라고는 거리에 나앉아 시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에이든하고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그렇게 루시아가 하우젠 령의 성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마차가 덜컹이며 흔들리더니 기울어졌다. 한창 성으로 향하는 숲길을 건널 때여서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을 때였다. 셀레나가 급박하게 루시아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셀리!”루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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