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각은 경무왕의 편을 드는 초영황후를 차갑게 쏘아보았다.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황후는 그 서늘한 눈길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고 말았다.연각은 한동안 말없이 초영황후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연백리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짐과 함께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처자를 이렇게 경무왕에게 보내는 것은 법도와 도리에 맞지 않소. 또한, 모후이신 현정태후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니, 조금만 더 시일을 두고 생각해 보도록 하시오.”“폐하!”연백리는 도저히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당분간 이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마시지요.”연각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황명이오.”마치 경고라도 하는 듯, 스산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승명전 안을 무겁게 울렸다.“다만.”잠시 뜸을 들인 연각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이를 진명후부로 돌려보내는 것은 다소 잔인한 처사로 보이니, 차라리 그 아이는 황궁에서 맡아 키우는 것으로 하겠소.”가만히 옆에 서 있다가 난데없이 날벼락을 맞게 된 초영황후는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폐하!”당황한 목소리로 연각을 불러보았지만, 연각은 요지부동이었다.“황후께서 황손을 낳기 전 미리 연습한다 생각하고, 아이를 잘 맡아 키워보시오. 딸아이니 크게 손이 가는 일도 없을 것이오.”연각은 말을 마치자 더 이상 이 일로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는 듯,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모두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이에 총관태감이 공손히 허리를 숙인 뒤, 묵직한 목소리로 승명전 안에 울려 퍼지도록 크게 외쳤다.“폐하께서 퇴선을 명하셨사오니, 모두 물러가 예를 지키십시오!”연백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엎드려 있던 설아를 조심스레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설아는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아이도 지키지 못했고, 혼인도 허락받지 못했다.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셈이었다.하지만, 아이만큼은 진명후부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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