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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Kabanata 111 - Kabanata 120

146 Kabanata

111화. 죄의 종말

차원의 틈으로 추방되었던 존재.인간의 공포와 절망, 증오를 먹으며 성장한 어둠.그가 다시 현실의 경계를 넘어왔다.그리고 지금.비올렛이라는 그릇을 빌려 우리 앞에 다시 섰다.괴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대신전 바닥이 갈라졌다.검은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돌기둥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내뿜는 기운만으로도 주변 모든 게 죽어가는 듯했다.루미엘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절대악 기운이 피부를 스치는 순간.온몸 감각이 얼어붙는 듯했다.마치 세상의 모든 어둠이 한꺼번에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루미엘은 처음 알았다.신의 힘을 가진 자신조차도 압도당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그때.아들의 어깨를 단단히 잡았다.“루미엘, 겁내지 마라.”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등불처럼.“넌 반신반인(半神半人), 신의 아들이다.”루미엘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이젠.두려움보다 믿음이 담겨 있었다.“저건 신이 아니야.”절대악을 똑바로 바라본 루미엘.“그저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자란 껍데기일 뿐이다.”거대한 괴수가 울부짖었다.하늘을 찢고 대지를 흔들 만큼 위협적이었지만.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죄악이 아무리 거대해 보여도,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어둠으로 만들어진 존재야.”루미엘 어깨를 더욱 강하게 감쌌다.“네 안에는 저것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따뜻한 빛이 있단다.”아들 깊은 곳에 닿은 나의 마음.루미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어둠이 아닌 다른 것을 느끼기 위해.어미의 손길.잃어버린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랑.그리고 붉은 돌에서 흘러나오는 천계의 선율.마치 오래전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노래처럼.그 울림은 영혼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잠들어 있던 힘이 깨어났다.신의 아들로서 가진 진정한 권능.인간으로 살아오며 쌓아온 사랑과 아픔.하나의 빛으로 모여들었다.루미엘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 순간.은빛 눈동자.태초부터 존재했던 신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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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절대악

검은 촉수가 그의 몸에 닿기 직전.하얀빛과 함께 녹아내렸다.연기가 피어오르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루미엘이었다.아들이 서 있는 바닥 아래서 은빛 문양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대신전을 덮고 있던 흑마력은 그 빛에 닿는 순간 힘을 잃었다.오염된 성전이 조금씩 본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루미엘 신성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만 하세요, 비올렛.”루미엘 목소리가 울렸다.그 음성은 또렷했다.억지로 힘을 과시하는 소리가 아니었다.평온함.인간이 닿을 수 없는 초월자의 시선이 담긴 목소리였다.“당신은 영생을 얻은 게 아니에요.”루미엘은 비올렛을 바라보았다.“스스로 무덤 속에 가둔 거예요.”비올렛 표정이 굳었다.“저 차가운 망자들 손길이 느껴지지 않나요?”루미엘 은빛 눈동자가 엉망이 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만든 어둠이 이제는 당신 영혼을 갉아먹고 있잖아요.”잠시 정적이 흘렀다.“닥쳐라! 천한 시녀 배에서 나온 괴물 녀석이 감히 내게 훈수를 두느냐?”비올렛 분노가 폭발했다.수천 개 검은 가시가 사방으로 솟구쳤다.하늘을 뒤덮을 만큼 많은 가시였다.하지만.루미엘은 피하지 않았다.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자.공중에 떠 있던 빗방울이 멈췄다.시간이 멈춘 것처럼.수많은 물방울이 루미엘 주변에 머물렀다.그리고 다음 순간.빗방울들은 빛의 방패가 되었다.쏟아지는 검은 가시들은 곧 빛의 방패에 부딪혔다.하지만 단 하나도 뚫지 못했다.어둠은 빛 앞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루미엘 빛의 길.그것은 어둠으로 뒤덮인 대신전 위에 유일하게 남겨진 희망의 길이었다.망설임 없이 그 길따라 달리기 시작했다.발밑은 성석 조각들이 부서지고 있었고, 주변에는 절대악이 내뿜는 파동이 끊임없이 밀려왔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손에 쥔 붉은 돌은 이제 단순한 신물이 아니었다.내 심장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기다려 왔다는 듯.내 안의 기억과 고통.그리고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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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산 자의 무게

비올렛 폭주가 멈춘 수도의 아침.고요했다.그러나 그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폭풍이 지나간 뒤.살아남은 사실을 믿지 못하는 듯한 침묵이었다.대신전은 반파되었고, 도심 곳곳에는 흑마법 검은 재가 눈처럼 쌓여 있었다.한때 신의 축복을 찬양하던 성벽과 광장.이제 검게 물든 흔적만 남아 있었다.백성들은 환호했다.긴 악몽이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하지만 환호 뒤에는 무너진 삶을 바라보는 망연함이 자리하고 있었다.가족 잃은 사람들.집 잃은 사람들.그리고.믿었던 왕실이 얼마나 깊은 어둠이었는지 깨달은 사람들.전쟁이 끝난 자리.승리의 기쁨보다 살아남은 자들의 무게만 남았다.“마리안 님, 손의 화상이 심합니다. 어서 치료받으셔야 합니다.”엘레나가 달려와 내 손을 살폈다.붉은 돌을 움켜쥔 채 비올렛 심장에 박아 넣었던 오른손.그 손은 이미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짓물러 있었다.손끝에 아직도 마지막 순간이 남아 있는 듯했다.비올렛의 증오.절망.끝까지 놓지 않았던 집착.나는 조용히 곁에 있는 루미엘을 바라보았다.작게 떨리는 손.방금 자신이 행한 일이 구원이었는지.또 다른 살생이었는지.답을 찾지 못한 혼란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루미엘. 이리 오렴.”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아들을 품에 안았다.끝까지 버티던 루미엘 눈동자가 흔들렸다.신성을 가진 성자도.왕국을 구한 존재도.신의 힘을 이어받은 선택받은 아이도 아니었다.어미 품에서 울고 있는 아이.지금의 루미엘이었다.너무 많은 것을 짊어진 아이.자신의 운명.사람들 기대.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쓰러뜨려야 했던 잔혹한 현실이었다.“괜찮아. 루미엘.”아이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네가 지켜낸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갈 사람들의 미래란다.”하지만 알고 있었다.앞으로 아이가 짊어질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바르 공작을 필두로 귀족들 호위를 받으며 왕궁으로 향했다.과거 죄수복을 입고 끌려갔던 길.모든 걸 빼앗긴 채 모욕과 비난 속에서 지나갔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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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왕권 쟁탈

서신을 받아 들었다.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은 가벼웠지만.안에 담긴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왕좌.권력.귀족들의 욕망.그리고 한 아이의 미래.이 한 장의 문서 위에 놓여 있었다.앙리는 나를 바라보았다.“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사죄다.”오랜 시간 짊어졌던 무언가를 내려놓은 사람처럼 눈을 감은 앙리.그리고.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왕의 마지막이었다.비겁한 고백과 늦은 후회.한 아이에게 사죄를 남긴 채 앙리는 긴 여정을 끝냈다.왕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왕궁은 순식간에 울음으로 가득 찼다.충성을 맹세했던 신하들.왕을 따르던 기사들.왕실의 미래를 걱정하는 백성들.모두가 애도의 뜻을 보였다.하지만.나는 울지 않았다.손에 쥔 칙령만 바라보았다.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너무 많은 감정이 지나가 버린 뒤였기에 꾹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분노.배신감.슬픔.이제 시작될 싸움에 대한 각오.한꺼번에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마리안.”카일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이제 모든 게 끝난 것입니까?”그의 시선은 밖을 향했다.왕궁 밖.이미 귀족들은 움직이고 있었다.바르 공작을 비롯한 권력자들.비올렛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계산하고 있었다.그들에게 왕의 죽음은 애도의 순간이 아니었다.새로운 권력을 얻을 기회였다.“아니요, 카일.”루미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이제부터 진짜 전쟁입니다.”검은 상복을 입기도 전.왕좌가 있는 알현실로 향했다.루미엘 정통성을 부정하는 자들이 움직였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방계 왕족들.왕실 혈통을 주장하는 귀족들.비올렛 시대에 이익을 얻었던 세력들.그들은 비올렛이 사라진 순간부터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흑마법도.저주도 아니었다.가장 위험한 적은 인간의 욕망이었다.“마리안. 그들은 루미엘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천천히 걸음을 멈췄다.눈앞에 보이는 왕좌.수많은 왕이 앉았던 자리.피와 희생 위에 세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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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늑대들의 시간

“뭐요?”“그렇지 않으면 왕궁을 어지럽힌 요물로 간주하겠다.”대공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리고 왕국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처형할 것이다.”루미엘 어깨가 떨렸다.조금 전까지 세상을 구원했던 소년.흑마법 어둠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은빛 눈동자.예언의 아이가.지금, 이 순간.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있었다.사람의 악의는 때때로 마법보다 잔혹했다.검은 힘은 눈에 보이지만.욕망과 거짓은 사람 얼굴로 다가왔다.루미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에드워드 대공.”내 목소리가 알현실 전체를 울렸다.“당신은 15년 전.”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내가 단두대에서 죽던 날 어디에 있었습니까?”순간.알현실의 모든 시선이 대공에게 향했다.“비올렛이 백성들 피와 눈물로 왕궁을 채우고, 내 아이를 죽이려 했을 때.”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당신은 변방 영지에 숨어 있었습니다.”대공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리고 비올렛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서신을 보냈지요.”품 안에서 문서를 꺼냈다.“당신 인장이 찍힌 충성 서약서.”귀족들 얼굴이 변했다.“비올렛 비밀 금고에서 세 통이나 발견되었습니다.”대공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나는 멈추지 않았다.품 안에서 앙리 왕이 남긴 마지막 칙령을 꺼냈다.“이것은 폐하의 마지막 유언이자 칙령입니다.”종이를 펼쳤다.“루미엘 왕자를 정통 후계자로 임명하고.”잠시 멈춘 뒤 선언했다.“나 마리안을 섭정 왕후로 봉한다는 내용입니다.”왕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폐하의 마지막 의지보다 당신의 욕망이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에드워드 대공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그딴 종이 쪼가리는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다.”그는 뒤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여기 있는 내 병사들이 곧 법이다.”그 순간.카일의 검이 움직였다.성검은 대공의 목 바로 옆을 스쳐 대리석 기둥에 깊게 박혔다.대리석 파편 조각 하나가 대공의 뺨을 그었다.카일은 차갑게 대공을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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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여우의 사냥법

에드워드 대공 기세를 꺾어놓은 지 사흘이 지났다.수도는 겉보기에 평온을 되찾았으나, 왕궁 내부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 오가는 전쟁터였다.거리에는 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검은 깃발이 걸렸고, 백성들은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왕궁에서는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비올렛은 사라졌지만, 그녀가 남긴 흔적은 아직 곳곳에 남아 있었다.앙리 왕의 장례식 준비가 한창인 국왕의 집무실.한때 비올렛이 머물던 곳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보고 있었다.화려했던 왕비의 방.그러나 지금 책상 위에 놓인 것은 보석도 장식품도 아니었다.왕국의 부패가 기록된 문서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골칫거리뿐이었다.“마리안, 식사도 거르고 벌써 열두 시간째입니다.”카일이 걱정스러운 듯 차를 내밀었지만.시선을 종이에서 떼지 못했다.피로로 충혈된 눈.소름 끼칠 정도로 예리해진 나를 발견했다.과거 나였다면 이런 권력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루미엘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순간부터 변해야 했다.순수함만으로는 왕국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때로는 어둠에 들어가 숨은 것들을 끌어내야 했다.“카일, 비올렛은 죽었지만, 심어둔 독초들은 여전히 궁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보았다.“뿌리를 완전히 뽑지 않으면, 루미엘 왕좌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일 뿐이죠.”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역시 알고 있었다.흑마법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 욕망인 것을.손에 든 종이.비올렛 비밀 금고에서 나온 장부였다.그곳엔 왕국 고위 귀족 절반 이상이 비올렛에게 바친 뇌물과, 그녀 명령으로 저질렀던 온갖 추잡한 범죄 기록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왕국을 움직여 온 추악한 거래 지도였다.누가 비올렛에게 충성했는지.누가 왕실을 배신했는지.모든 게 기록되어 있었다.촛불 하나만 들고 왕궁 지하 감옥으로 향하는 길.차가운 돌벽 사이를 걸으며 생각했다.권력의 중심에 선 자들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는다.하지만 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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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하얀 장례식

“그리고 그 공작에 가담한 이들이 이 자리에 계시더군요.”몇몇 후작과 백작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품 안에서 작은 봉투들을 꺼내 귀족 한 명 한 명 앞에 놓았다.“그 봉투 안에는 여러분이 비올렛과 나눈 서신, 혹은 거래 내역이 들어있습니다.”조용히 미소 지었다.“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도 있겠지요.”“전…. 전하!”한 후작이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그것은 협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무심하게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협박이었든 자발적이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잔을 내려놓았다.“중요한 건, 여러분이 루미엘 왕자와 이 나라에 얼마나 충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차갑게 선언했다.“오늘 이 시간 이후로, 여러분 사병 절반을 국왕 직속 군으로 편입시키고, 비올렛 치하에서 면제받았던 세금을 소급해서 납부하십시오.”명백한 권력의 회수였다.서로 눈치 보는 귀족들.이미 약점을 잡힌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나는 이들 공포를 발판 삼아 루미엘 통치권을 단단히 만들 것이다.모든 귀족이 굴복하고 떠난 뒤.텅 빈 연회장에 루미엘이 들어왔다.어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잠시 멈칫한 아들이 이내 가까이 다가왔다.“어머니, 다들 왜 겁에 질려 나간 건가요?”피 묻은 장부를 뒤로 숨기며 미소를 지었다.“사람들이 왕자님 빛을 보고 너무 감동해서 그런 거란다.”루미엘을 바라보았다.“너는 그저 지금처럼 따뜻한 왕이 되면 돼.”잠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어두운 일들은 이 어미가 다 처리할 테니까.”새어 들어온 달빛을 보며 다짐했다.악의 씨앗을 다 태워버리기 위해서라면.내가 가진 빛까지 조금 흐려진다 해도.영혼이 조금 더 검게 물들어도 상관없다고….알고 있었다.왕좌를 지키는 사람은 언제나 깨끗한 손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언젠가 루미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날.그 아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도.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수도의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뒤덮였다.선왕 앙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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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선전포고

하지만.루미엘은 뒤돌아보지 않았다.아니,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믿고 있었다.자신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그리고 자신 안에 있는 힘을.자작의 검이 루미엘 등 뒤에서 멈췄다.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에 막힌 듯.강렬한 불꽃이 튀며 자작 팔이 억세게 꺾였다.“이게 뭐야? 신성 결계는 분명히 해제됐을 텐데.”나, 마리안.천천히 꾹꾹 힘을 주어 제단 계단에 올랐다.발소리가 고요한 장례식장에 울려 퍼지도록.“해제된 건 루미엘 신성의 결계지, 내 결계가 아니란다, 자작.”손가락 끝에서 붉은 실이 허공으로 뻗어 나갔다.붉은 돌의 잔재.내 몸속 신성은 이제 내 의지에 따라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네 비술 따위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한 건가?”붉은 실이 천천히 움직였다.“네가 오늘 이 시간에, 이 각도로 튀어나올 것까지 모르가나가 아주 상세히 알려주더군.”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나는 자작.그의 그림자는 이미 붉은 사슬에 묶여 있었다.“에드워드 대공, 그리고 뒤에서 사주한 북방 첩자들.”떨고 있는 귀족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내 목소리는 대신전 확성 장치를 타고 수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잘 들어라.”광장 모든 사람이 집중했다.“오늘, 이 암살 시도는 우리에 대한 북방 제국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차갑게 선언했다.“또한 이에 가담한 모든 귀족 가문은 오늘부로 폐문될 것이며, 모든 재산은 전쟁 준비금으로 국고에 귀속된다.”“그... 그럴 순 없습니다. 증거도 없이.”한 귀족의 쓸데없는 용기였다.미리 준비해 둔 서류 뭉치를 공중에 뿌렸다.종이들은 각 조문객 손에 하나씩 배달되었다.거기엔 그들이 제국과 주고받은 밀약과 입금 내역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증거는 차고 넘친다.”천천히 말했다.“그리고 판결은 내가 내린다.”단호하게 손을 움켜쥐었다.암살시도자를 묶고 있던 붉은 사슬이 폭발하며 그를 제단 아래로 내던졌다.그 후.카일의 성검이 그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였다.나는 유유히 루미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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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마리안의 야심

섭정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루미엘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내가 가르치는 것은 따뜻한 자비만이 아니었다.왕이 되는 길에는 빛만 존재하지 않는다.때로는 어둠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온다.“저기 광장을 보렴.”루미엘과 창가에 섰다.“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환호하지?”창밖, 백성들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은 루미엘을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 환호 속에 숨겨진 현실도 알려줘야 했다.“저 환호가 언제든 돌팔매질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루미엘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왕은 백성을 사랑해야 하지만, 백성이 왕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법도 알아야 해.”그 말은 권력을 두려움으로 유지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왕의 판단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책임을 알려주는 말이었다.어미 말의 뜻보단 눈에 서린 비장함을 읽어낸 아들.신성은 은은한 온기를 띠고 있었다.과거 힘이 파괴를 위한 것이었다면.지금 루미엘의 힘은 지키기 위한 힘으로 변하고 있었다.“어머니, 제가 더 강해지면….”루미엘이 손을 꼭 쥐었다.“아무도 우리와 백성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 북방의 나쁜 사람들 말이에요.”아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짐했다.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내가 다 하겠노라고.북방 제국 대사가 거만하게 알현실로 걸어 들어왔다.그는 나를 여전히 운 좋은 시녀 정도로 취급하며 거드름을 피웠다.그의 눈은 아직도 왕국의 새로운 권력자가 아니라.과거 왕궁에서 쫓겨났던 한 여인으로 보이는 듯했다.“섭정 부인.”대사는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제국의 귀족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 것은 전쟁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당장 그리 자작을 석방하고 공식 사과문을 보내십시오.”차갑게 웃었다.“그렇지 않으면 우리 제국 기사단이 국경을 넘을 것입니다.”왕좌 옆 섭정석에 앉아 우아하게 턱을 괴고 그를 바라봤다.“대사. 착각하지 마세요. 그리 자작이 가져온 단검에 새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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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빛의 진군

왕국의 북방.빛의 평원이라 불리는 도시는 이미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한때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었던 곳.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병사 발자국과 전쟁 흔적으로 죽음의 땅이 되어 있었다.북방 제국은 나의 경제적 압박에 대한 응답으로 최정예 기갑 기사단을 급파했다.거대한 철로 무장한 군마들이 대지를 울릴 때마다 국경 성벽이 흔들렸다.그들의 모습은 수백 년 동안 대륙을 지배해 온 제국의 자존심이었다.철갑으로 둘러싸인 기사들.전쟁을 위해 태어난 군마들.그리고.패배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병사들.“섭정 전하, 제국의 진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정찰 기사가 다급하게 보고했다.“성문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서너 시간뿐입니다.”성벽 꼭대기.가장 위험한 전방에 서 있는 지금.머리카락이 매서운 북풍에 흩날렸다.적군 깃발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내 곁에 갑옷을 겹쳐 입은 루미엘이 서 있었다.공포 대신 무거운 결의가 서린 눈으로.왕이 될 자로서 이 순간을 피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카일, 성문을 열 준비 하세요.”나의 파격적인 명령에 놀란 카일.가까이 다가왔다.그의 표정에는 처음으로 당황함이 드러났다.“마리안, 성문을 연다니요? 저들은 대륙 최강의 기갑병들입니다. 평원에서 맞붙으면 우리 보병들은 순식간에 짓밟힐 것입니다.”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일반적인 전쟁이라면.저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승패는 결정될 것이다.하지만 이번 전쟁은 검과 방패만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었다.“아뇨, 우리는 맞붙지 않을 거예요.”하늘을 올려다보았다.먹구름 사이로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오랜 시간 왕국을 짓눌렀던 어둠.그리고 이제 끝내야 할 시대의 흔적이….“우리는 저들을 정화할 겁니다.”큰 소리를 내며 열린 성문.제국 기사단은 우리 항복을 받아내려 일제히 박차를 가했다.수천 마리 군마가 일으키는 흙먼지가 하늘을 가릴 때.그들 눈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왕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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