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렛 죽음과 루미엘 즉위로부터 어느덧 십 년이 흘렀다.십 년이라는 시간은 대륙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과거 수많은 왕국이 서로의 영토를 탐하며 칼끝을 겨누던 시대는 사라지고, 하나의 거대한 질서 아래 대륙은 새로운 주인을 추앙하고 있었다.루미엘 황국.대륙 모든 신앙과 경제가 모여드는 최고의 제국으로 거듭난 곳.전쟁으로 폐허 되었던 도시들은 루미엘 가호 아래 다시 세워졌고, 굶주림에 쓰러졌던 백성들은 비로소 풍요로운 삶을 되찾았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빛이 강해질수록, 그 빛을 탐하는 어둠 또한 더욱 짙고 깊게 드리워진다는 것을.나는 여전히 섭정의 자리에 있었다.눈가에는 세월의 흔적이 옅은 주름으로 남았으나, 눈빛은 예전보다 더욱 깊고 서늘했다.나는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는 섭정이자, 성제(聖帝) 루미엘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였다.“전하, 루미엘 황제께서 방금 침묵의 기도를 마치셨습니다.”어느덧 중년의 중후함이 짙게 밴 카일의 보고였다.십 년이라는 세월은 그의 얼굴에도 굵직한 흔적을 남겼으나, 검을 쥔 손만큼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서류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제국 중앙에 우뚝 솟은 은빛 탑 꼭대기.눈부신 오로라가 파동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대륙 곳곳에 퍼진 악한 기운을 정화하고, 상처 입은 영혼들을 달래는 루미엘의 힘.황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 자체이자 신성한 상징이 되었음을 의미했다.“오늘도 백성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았군요.”내 말에 카일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 하지만….”잠시 망설이는 그의 표정에서 좋은 소식이 아님을 직감했다.“말하세요.”“최근 일부 성직자들과 귀족들이 루미엘 폐하를 인간이 아닌, 오직 경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눈에는 폐하를 향한 맹목적인 신앙과 그보다 더 위험한 욕망이 뒤섞여 있습니다.”창밖으로 쏟아지는 찬란한 빛을 응시했다.예상했던 일이었다.루미엘 신성은 이미 인간 영역을 넘어섰으니까.음식을 먹지 않아도 빛만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
Magbasa pa